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80코스(아라메길관광안내소 - 도비도항 - 왜목마을 -장고2리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80코스는 삼길포항의 아라메길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하여 대호만을 가로지르는 대호만로를 걸어가면 도비도항에 도착한다. 여기서 끝이 보이지 길게 뻗은 대호방조제를 걸어가서 도로를 따라가면 왜목마을해수욕장이 나오고 다시 약간의 농촌마을을 지나 해안을 따라 걸으면 장고2리 정류장에서 끝이 나는 17.2km의 길이다.

 

80코스 안내판

 

삼길포항 우럭 조형물

 

 저녁 이른 시간에 도착한 삼길포항은 제법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고 주변의 음식점에도 북적거리고 있었다. 삼길포항은 당진시와 서산시를 연결하는 대호방조제의 끝자락에 위치한 정겨운 포구로, 전성기 때에는 50여 척의 뱅어 잡이 정치망 어선이 앞바다에서 초봄부터 가을까지 파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1984년 대호방조제가 조성되면서 기능이 많이 쇠하여졌으나, 삼길포항(三吉浦港)은 서산에서 가장 큰 포구로 우럭과 노래미가 많이 잡혀 매년 우럭축제가 열린다. 또 삼길포의 특징으로 포구에 매어있는 배 위에서 어부가 직접 파는 독특한 어시장이 형성되어 자연산 횟감과 해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고, 선주들이 직접 회를 떠서 도시락에 담아 판매한다. 해안에 있는 횟집에는 생선을 가져오면 양념값만을 받고 매운탕을 끓여준다는 문구가 모두 붙어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여기서는 이 관습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의 음식점에서는 1인분은 먹을 수 없는 음식 메뉴가 너무 많다. 그 지방의 특색 있는 메뉴는 꼭 2인분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그러니 일반적인 메뉴만 시켜서 저녁을 먹고 오늘을 쉬기로 하였다.

  

저녁의 삼길포항 모습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길을 떠나니 바다 위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서해에서는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보는 것은 흔하지 않는 일인데 여기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본다.

 

해가 떠오르는 풍경

 

삼길포항을 떠나면 길게 이어지는 대호방조제가 항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방조제 위를 걸어가면 항 포구에는 낙씨를 하는 배들이 많이 보이고 잔잔한 바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대호방조제는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에서 당진군 석문면 도비도까지 3,253m 길이의 1호 방조제와 석문면 도비도에서 석문면 교로리까지 4,554m 길이의 2호 방조제를 합해 제방 길이 7,807m, 제방 높이 30.5m의 석괴·토사 혼성형 방조제이다. 이 방조제는 간척지를 개발하여 농경지를 늘리고 식량 증산을 이루려는 정부의 대호지구농업종합 개발계획으로 19841116일에 완공되었다.

석문면 난지도리 533번지에 위치한 도비도 농어촌 휴양 단지는 본래 섬이었던 도비도가 대호 방조제가 완성되면서 육지로 변함에 따라 약 8000규모의 광활한 대호 환경 농업 시범 지구와 갯벌을 이용한 자연 생태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방조제 위에서 보는 삼길포항

 

방조제 안의 간석지 풍경

 

멀리 보이는 당진화력발전소

 

 대호방조제의 편안한 길을 걸어 조금 지나면 당진화력발전소가 멀리 보인다. 화력발전소 덕분에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곳을 지나서 도로를 다라가 해안으로 가니 왜목마을이라는 곳이 나타나고 해수욕장이 나온다. 지금은 때가 지나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없으나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이 보인다.

 

 당진시 태안반도 최북단에 위치하는 왜목마을해수욕장은 지형적으로 서해 바다를 양분하면서 가늘고 길게 뻗어나간 부분의 해안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 그리고 월출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모래사장과 갯바위 덕분에 해수욕과 함께 갯바위 낚시도 즐길 수 있고,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왜목마을 해수욕장은 매년 11해돋이 축제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또하나의 축제는 매년 음력 77일에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석 축제.

 

왜목해수욕장의 여러 모습

 

 

 왜목해수욕장을 지나 언덕을 넘어 바다가로 나가 조금 걸어가면 장고항이 나오고 평택해양경찰서 당진출장소 앞에서 이 코스는 끝이 난다. 방조제 길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길이라 편안하게 걸어 왔다.

 

 잠시 쉬다가 다음 코스의 길을 갈 준비를 한다.

 

서해랑길 79코스(대산버스터미널 - 삼길산 - 아라메길관광안내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9코스는 대산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여 화곡1리 마을회관을 지나 삼길산을 넘어가면 나오는 삼길포항의 아라메길관광안내소에서 끝이 나는 12.2km의 비교적 짧은 길이다.

 

79코스 안내판

 78코스 걷기를 끝내고 79코스 안내판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쉬고 도시의 길을 따라 79코스를 시작한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도시의 도로를 따라가다가 대산5리 마을회관에서부터 농촌 길로 들어간다.

 

대산5리 표석

 

79코스 이정표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가을 수확이 끝난 들판을 편안하게 걸어 낮은 언덕을 올라가니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김적 및 김홍욱 묘역'이라는 문화재가 나타난다. 내가 제법 역사에 관심이 많아 웬만한 것은 아는데 전혀 모르는 묘역이었다. 이런 것도 길을 걸으면서 다시 얻는 큰 소득이다.

 

 서산 김적 및 김홍욱 묘역(瑞山 金積 金弘郁 墓域)은 서산시 서산시 대로화곡길 50-13에 위치하는 무덤으로 20101230일 충청남도의 문화재자료 제410호로 지정되었다.

 1564년 서산에서 출생한 김적은 1609년 사마시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광해군의 폭정에 염증을 느껴 사직하고 낙향하여 살면서 재산을 풀어 굶주린 사람을 도왔으며, 아들 김홍욱은 충청도와 황해도 관찰사를 지냈다. 김적의 묘는 완만한 경사지에 석축으로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묘를 설치했으며 금관조복의 문인석과 망주석, 동자석을 세우고 묘표석에는 가첨석을 용과 구름을 조각해서 올렸다. 김홍욱묘는 자연석축을 쌓아 묘역을 만들고, 위에서부터 날개가 달린 봉분 앞에 상석, 그 아래로 문인석 1쌍과 망주석 1쌍이 있다.

 묘역 입구에 1772년 신도비가 세워졌으며 비명은 우암 송시열의 글이라고 전한다.

 

김적 및 김홍욱 묘역의 여러 모습

 

장승

 

 다시 길을 걸어 야트막한 삼길산을 한가하게 넘어가면서 보는 삼길포항은 그림과 같이 나타난다. 서산시 대산면 화곡리의 삼길산(三吉山)은 조선조에는 산 앞에 평신진(平薪鎭)이 위치하여 있었다. <서산군지>(1926)에는 삼길산을 오르면 당진, 면천의 여러 산들은 바둑판에 붙은 바둑돌 같고 삼길(三吉)의 바다 빛은 한 폭의 흰 명주가 매달린 듯하다. 풍경이 매우 뛰어나서 봄바람 불고 가을 달이 밝을 때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라는 기록들의 사료를 통해 보면 산 이름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엿볼 수 있으나 그 유래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또한, 삼길산과 삼길포 중 어느 것이 먼저 붙은 지명인지도 분명치 않다. 

 

그림과 같은 삼길포항

 

 

 

 삼길산을 내려오니 서산 아라메길 관광안내소가 나오고 여기서 79코스는 끝이 난다. 비교적 짧은 길을 편안하게 경치를 즐기며 편안하게 걸어 일찍 도착한 삼길포항은 비교적 번잡한 항구다. 여기서 오늘의 여정을 끝내고 쉬기로 한다.

서해랑길 78코스(도성3리마을회관 - 진충사 - 대산버스터미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8코스는 도성3리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해안을 따라 걷다가 조금 언덕으로 올라가면 진충사가 나오고 가을 들판을 보면서 걸어가면 바다를 막아 만든 염전저수지를 지나 해안을 따라 걸어 대산버스터미널에 이르는 13km의 비교적 짧은 길이다.

 

78코스 안내판

 

 77코스가 짧은 거리라 77코스를 마치니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77코스가 끝나는 도성3리 마을회관 옆에 고고학계에는 아주 유명한 칠지도에 대한 여러 설명이 보이고 이곳에서 칠지도가 제작되었다는 기념비가 서 있다.

 

 칠지도는 백제의 왕이 일본의 왕에게 내렸다고 알려진 칼로, 백제의 뛰어난 제철 기술을 보여 주는 단철(鍛鐵)로 만든 양날의 칼로 전체 길이는 74.9cm이며, 칼날의 길이는 65cm이다. 칼의 좌우로 각각 3개씩의 칼날이 가지 모양으로 뻗어 있어 칠지도(七支刀)라고 부른다. 칼의 양면에는 60여 자의 명문(銘文)이 금상감(金象嵌) 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칠지도는 고대 일본과 한반도의 관계를 알려주는 가장 오랜 문자 사료이다. 하지만 표면이 부식되어 일부 글자는 판독이 어렵다. 많은 연구와 방사선 촬영 등을 통해 총 60여 자가 확인되었으나, 몇몇 글자(···)는 여전히 해석의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글자는 앞면에 四年十月十六日丙午正陽造百鍊七支刀辟百兵宜供供侯王□□□□, 뒷면에 先世以來未有此刀百濟奇生聖音故爲倭王旨造□□□이다. 이글을 학자들은 앞면에는 무쇠를 백 번 두들겨 칠지도를 만들었으며, 이 칼은 모든 적을 막아낼 것이고 후왕에게 준다고 적혀 있고, 뒷면에는 왜왕을 위해 만들어 주는 것이니, 후세에 전하여 보이라.’는 글귀로 해석하고,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백제가 일본에 하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백제의 왕이 일본의 왕에게 내렸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역사학자들은 칠지도가 백제의 제13대 임금인 근초고왕 때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추측한다. 무기로서의 실용성보다는 제의(祭儀) 등에서 상징적인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53년에 일본 국보로 지정되었고, 현재 일본 나라 현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되어 있다.

 

 칠지도에 대해서는 대강이라도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칠지도가 제작되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라 조금은 의아스러웠으나 새롭게 하나의 사실을 알았다고 생각을 하였다.

 

  여기사 짐시 버스정류장에서 쉬다가 바로 78코스로 발을 옮겼다. 78코스도 별다른 특징이 없는 해안을 따라 걷다가 조금 안으로 들어가니 진충사가 나온다.

 

칠지도에 관한 여러 표석들

 

 

 

 진충사(振忠祠)는 정충신을 제향하고 있는 사우로 1636(인조 14) 왕명에 의해 건립되었다.

 정 충신(鄭忠信, 1576~1636)은 원래 광주에서 태어나 몰락 양반의 집안에서 자랐으나 총명하여 다방면에 정통했고 기상이 늠름하여 덕장으로 명성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1633(인조 11) 당진에 유배된 이후 서산 대산에서 은거하다가 지곡면 대요리의 지세를 살펴보고 자신의 묘소를 정하였다고 한다. 원래 서산시 지곡면 대요리 일대는 인조 때 난을 일으킨 이괄(李适) 가문의 땅이었는데, 정충신이 이괄의 난 진압에 공을 세운 후 대요리 일대를 사패지로 받게 되었고, 이때부터 금성 정씨(錦城鄭氏)들이 서산시 지곡면 대요리 일대에 정착하여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정충신은 사후 291685(숙종 11)에 충무공(忠武公) 시호를 받았다.

 

진충사

 

 

 

 진충사를 지나 한가로운 가을 들판과 해안을 걸어가면 거의 폐허가 된 염전을 본다. 과거에는 소금을 생산한 염전은 염막과 염전의 형태는 남아 있는데 지금은 말라서 소금을 생산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생산을 멈춘 염전

 

갯벌에 꼽아 놓은 솟대

 

 평범한 서해의 갯벌과 해안을 보면서 길을 가니 제법 큰 시가지가 나타나고 대산버스터미널이 보인다. 78코스가 끝이 나는 지접이다.

 

 

 78코스는 길도 짧지만 어려움도 전혀 없는 길을 편안하게 걷는 길이라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78코스를 마치니 이제 점심때가 되었다. 그래서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음 길로 향한다.

 

서해랑길 77코스(팔봉초등학교 - 검은굿지산 - 도성3리마을회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7코스는 팔봉초등학교를 출발하여 흑석저수지를 지나 나지막한 산 언덕길을 걸어가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해안을 따라가서 도성3리마을회관에 도착하는 12.2km의 아주 짧은 거리다.

 

77코스 안내판

 

 서산터미널 부근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첫차로 팔봉초등학교에 도착하니 07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아무 것도 생각할 것이 없기에 바로 걷기를 시작하여 길을 가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길을 걸을 때에 항상 일찍 시작하기에 해가 솟아오르는 광경을 흔히 본다. 그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항상 자연의 장엄함은 생각한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

 

 길을 조금 가니 물이 빠진 바다가 나타나고 갯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갯벌에는 칠면초와 같은 풀이 무리를 지어 있고, 물이 빠진 갯벌은 구불구불하게 묘한 지형을 나타낸다. 항상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왜 갯벌에도 하천과 같은 지형이 생기는지가 의문이다.

 

갯벌의 모습

 

잘자란 소나무

 

이정표

 

 해안과 해안에서 약간 들어간 농촌 길을 번갈아 걸어가면서물이 빠진 갯벌의 풍경을 즐기며 가니 해안에 커다란 낙지 모형이 있고 모형 밑에는 '낙지는 어디서 나기? 서산 중왕리에서 낙지.'라는 글귀를 서 놓았다. 바로 중왕리해변에 도착한 것이다. 

 

낙지 모형

 

갯벌로 나가는 긴 바다 길

 

해안산책로

 

 중왕리해안에서 바다 가를 따라 걷다가 안으로 조금 들어오면 제법 넓게 펼쳐진 논이 보이고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는 철새들의 무리가 날아오르고 있다. 항상 길을 가면서 새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가지지만 그 순간을 포착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이 수 시간을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순간의 장면을 찍는 노고가 새삼 존경스럽다.

 

새들이 나는 모습

 

 편안하게 조금 더 길을 가니 도성3리 마을회관이 나오고 77코스는 끝이 난다. 이 코스는 별다름 풍경이나 특이한 유산 같은 것이 없어 한가롭게 걸어서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잠시 쉬다가 다음 코스로 발을 옮긴다.

서해랑길 76코스(구도항 - 장구섬 - 팔봉초등학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6코스는 서산 구도항에서 시작하여 가로림만의 해안을 따라 걷다가 장구 모양과 같이 생겨서 장구섬이라 이름이 붙은 섬을 지나 해안을 걸어서 안쪽 농촌 길을 따라가면 팔봉초등학교가 나오고 여기서 끝이 나는 12.9km의 아주 편하고 짧은 길이다.

 

76코스 안내판

 

구도항

 

 75코스가 끝난 구도항에서 조금 쉬다가 바로 76코스를 시작한다. 구도항은 서산 팔봉산 입구에서 멀지 않은 호리에 있는 어항으로 서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로 이 지역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가로림만에서 잡히는 낙지가 유명해 박속낙지탕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변의 식당에 들어가면 대부분이 2인분 이상만 팔기에 먹지는 못하고 길을 떠났다. 이런 점이 혼자서 걸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또 구도항에서 바라보는 가로림만의 저녁노을이 일품이라고 하지만 내가 이곳을 지나는 시간은 한낮이다. 그렇다고 해넘이의 시간까지 기다릴 수도 없기에 아쉬운 마음만 가슴에 담고 지나간다.

 

 구도항에서 조금 길을 가니 호랑이의 형상을 한 입간판이 이색적인 가로림만범머리길이라는 길이 나온다. 이곳의 행정구역이 서산시 팔봉면에 속하는 법정리 호리(虎里)인데 마을의 지형이 마치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호랑이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풍수상 호랑이 모양의 산세가 있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먹이나 호랑이를 잠들지 않게 하는 동물이 있게 마련이라 하는데, 2리 마을 입구에 산양 머리처럼 생겼다 하는 산양포(山羊浦)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가로림만범머리길 입구

 

 ‘가로림만범머리길은 서산 아라메길 중 하나로 서산시 팔봉면의 해안과 팔봉산을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로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곳곳에 소소하게 붙어있는 여러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이 중에는 바닷가에 민물이 솟아오른다는 옻샘과 가로림만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주벅배 전망대등이 길 걷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 준다.

 

가로림만범머리길 안내판

 

가로림만범머리길 풍경

 

산양포 이정표

 

 가로림만범머리길을 따라 걸어 나지막한 산언덕을 넘어 바닷가로 가면 옻샘이 나오고 여러 이야기를 꾸며 놓은 작은 휴식처가 나온다. 이곳에 도착하니 50대로 보이는 여인들이소풍을 나왔는지 여남은 명이 모여 사진을 찍으며 유쾌하게 놀고 있다. 나도 잠시 정자에 앉아 쉬다가 여인들이 가고 난 뒤 그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떠났다.

 

옻샘 설명판

 

휴식을 한 장소 주변 풍경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마음의 표시

 

멀리 보이는 호리 카페

 

가로림만 풍경

 

 길을 따라 걸어 호리1리 마을로 가니 길가에 마레카페라는 이름의 카페가 보인다. 지나온 길에 있는 호리카페는 좀 떨어진 곳에 있어 들르지 않고 왔기에 잠시 휴식할 겸 커피를 마시려고 들어가니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고 주인장이 말한다. 나는 조금 이해를 잘못하여 오후도 상당히 지난 시간인데 하고 의아해 했는데, 이 카페가 아직 정식으로 문을 연 카페가 아니라 준비 중인 카페였다. 그래도 50대의 친절한 여사장님이 목마른 길손에게 친절하게 커피를 한잔 내려주어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였다. 사장님은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하여 이곳으로 들어와서 카페를 연다고 하며 욕심을 가지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는 좋은 말을 하였다. 나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말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해 주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돈이 모든 것이 아니고 마음의 평화가 최고라는 것을 이 사장님은 빨리 깨달은 것 같아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길을 걸으며 이런 소소한 인연을 맺는 것도 살아가는 한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의 길이 더 기쁜 길이 되었다.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은 이 카페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다를 보면서 따뜻한 인정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직은 완전히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차츰차츰 주변을 가꾸어 봄이면 여사장님이 좋아하는 꽃을 심어 화원도 꾸미고 넓은 앞뜰에는 야외 테이블도 갖추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크다.

 

 

카페 앞 마당

 

카페 전경

 

카페 앞의 넓은 공터

 

길가의 호박

 

잘 크고 있는 배추

 

 

 

 계속 해안과 농촌 길을 걸어 호덕간사지를 지나고 조그마한 마을을 지나니 멀리에 학교 비슷한 건물이 보여 짐작하기를 오늘의 목적지인 필봉초등학교라고 생각하고 걸어가니 짐작한대로 76코스의 종착점인 팔봉초등학교였다.

 

 종착점에 도착하여 서산터미널로 가려고 지나가는 주민에게 버스 시간을 물어 조금 기다렸다. 이곳에는 숙박을 할 곳이 없기에 버스를 타고 서산터미널에서 숙박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이곳에 와서 다음 코스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약 30분 정도를 기다려 버스가 와서 서산터미널로 가서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고 가볍게 맥주를 한 캔 구입하여 혼자서 즐기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오늘 길에서 뜻하지 않았던 인연을 맺게 된 것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해랑길 75코스(청산리나루터 - 용주사 - 구도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5코스는 청산리나루터에서 출발하여 눈앞에 바로 보이는 직선거리로는 500m도 되어 보이지 않는 구도항까지 가는 길이다. 눈 앞에 빤히 보이지만 가로림만을 빙 돌아가는 길로 거리는 20.8km나 되는 긴 길이다.

 

75코스 안내판

 

 지난 번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휴식과 여러 일을 처리하고 다시 길을 떠나려고 집을 떠나 청산리나루터까지 오는 길만 하루가 걸린다. 그리고 청산리나루터 주변에서 숙박을 하기에는 불편하여 태안터미널 주변에서 숙박을 하고 첫차로 청산리나루터에 도착하니 08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내가 길을 걸으면 보통 06시 30분경에 걷기를 시작하는데 어쩔 수 없이 늦게 시작한다.

 

 청산리(靑山里)는 서해안의 해안 마을로, 바다가 내륙으로 많이 들어와 있는 만입부에 속한다. 따라서 남쪽에 바다가 있고, 동쪽에는 청산리 나루터가 있다.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이 많은 편인데, 마을이 푸른 산 밑에 형성되었다 하여 청산리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청산리나루터 풍경

 

 아주 고요한 청산리나루터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나룻배인지 어선인지 모르겠는 배들만 묶여 있다. 

 

 우리가 청산리나루터라고 부르는 태안군의 원북면 청산리에 있는 나루터는 원래 불너물나루터로 불리던 곳으로 이적산 동남쪽의 가로림만에 있고, 맞은편에는 서산시 팔봉면 호리의 구도나루터가 있다. 청산리에서 구도나루터로 가려면 나룻배를 타고 건너야 했는데, 배가 건너편의 구도나루터에 정박하여 있으면 배를 불러서 타고 건넜다고 한다. 이렇게 나룻머리에서 배를 불러서 타고 다녔다 해서 '불러머리나루터'라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불러멀나루터'로 줄었다고 한다. 현재의 '불너물나루터''불러멀나루터'의 음이 변한 것이다.

 

 이곳을 출발하여 도로를 따라 걸으면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물이 빠진 바다는 갯벌을 드러나고 있다. 이제부터 눈앞에 보이는 구도항까지 가로림만을 빙 돌아가는 것이다.

 

 가로림만(加露林灣)은 충청남도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있는 반폐쇄성 내만이다. 태안군 이원면 만대와 서산시 대산읍 벌말을 마주하여 가로림만은 길이 25, 2~3에 달하고 병목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길게 만입되어 있다. 연안 면적은 15985ha, 전체 해안선 길이는 162km이며, 개펄만 8000ha에 이르는 가로림만은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2007년 환경가치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가로림만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갯벌 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자연 상태가 보존된 곳이다. 가로림만은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수심이 얕아서 갯벌이 잘 발달되어 있어, 간조시에는 만 전체 면적의 2/3 정도가 갯벌로 드러난다. 만의 내부에는 고파도, 웅도, 율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 곳은 각종 보호종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며, 다양한 수산생물의 산란장이다.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2016728일 해양수산부는 이 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도로를 따라가다가 농촌 길로 들아가면 시우치저수지가 나온다. 이 저수지는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민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놓은 곳이다. 이 저수지의 언덕 위에는 별장 같은 집이 두어 채 보이는데 너무 좋은 장소에 자리 잡은 집을 보면 약간은 부러움이 생긴다.

 

저수지 옆의 집

 

 

 가로림만을 돌아가니 물이 빠진 갯벌에 섬도 아니면서 아주 묘한 형상을 한  바위가 서 있다. 해안에 보니 이 바위의 이름이 선돌바위라고 라고 하며 설명판이 서 있다.

 

선돌바위

 

태안서해랑길 엠블렘

 

 별다른 특징이 없는 작은 산의 임도와 해안을 번갈아 가며 걸으니 인적이 없는 길에서 느끼는 호젓함이 다시 몰려온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길을 걸으면서 고요함을 느끼면서 사방의 경치를 즐기는 것은 내가 길을 걷는 즐거움이고 실제로 길을 걸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이 느낌이 좋아서 내가 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산리 생태공원

 

서해의 자랑인 갯벌에 대한 설명

 

가로림만의 갯벌

 

이정표

 

버려져 있는 염전

 

어은2리마을 표석

 

방파제에서 보는 갯벌

 

어느 집 담장에 붙어 있는 사마구

 

서산 아라메길 표시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 사이에 태안을 벗어나 서산으로 들어왔다. 서산이 자랑하는 아라메길의 표시가 보이고 길을 다라 가니 구도항이 나타나고 75코스는 끝이 난다.

 

 75코스는 빤히 보이는 마을들을 긴 길을 걸어 도착하는 길이다. 가로림만이라는 큰 만을 접하여 어촌이 만들어져 있고 배를 타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육지의 길을 따라가면 아주 먼 길이다. 이 같은 길을 보면서 또 다름 인생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떤 때는 직진이 아니고 우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서해랑길 74 코스(누리재버스정류장 - 당산3리버스정류장 - 청산리나루터)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4코스는 누리재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임도길을 따라 노인봉을 지나 당산3리버스정류장을 지나고 국사봉, 가제산, 마봉산, 이적산 등의 조그마한 야산 옆의 임도를 따라 걷는다. 그리고 산을 내려와 청산리나루터에서 끝이 나는 17km의 길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내가 걷는 도중에 찍은 사진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74코스 안내판을 찍은 사진이 없다. 그래서 안내판이 없이 이 코스를 시작한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농촌 길을 따라 걸어가니 산으로 올라가라는 표시가 있으나 산길을 보니 잡풀이 우거져 길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따라가기를 믿고 산길로 올라가니 임도가 나타나고 74코스는 이 임도를 따라 산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이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에 취하여 여유롭게 걸으면서 보는 바다는 조용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곳

 

산의 임도를 걸으며 보는 여러 풍경

 

이정표

 

철늦게 길가가 피어 있는 꽃무릇

 

 

산을 내려와 해안을 따라 조금 걸어 다시 야산으로 올라가서 단조로운 길을 걸어 산을 내려오면 청산리나루터가 나오고 74코스는 끝이 난다.

 

 

 74코스는 아무런 특징이나 역사적인 흔적도 없이 그냥 임도를 한가로이 걷는 길이라 단순하게 걷기를 즐기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 아주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 한가롭게 길만을 걷는 재미로 걸어야 한다.

 

 74코스를 다 걷고 나니 시간이 참 모호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걷기를 하였기에 컨디션도 조금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예정보다 빨리 이번 여정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가 이번 여정을 마쳤다.

서해랑길 73 코스(만대항 - 후망산 - 누리재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73코스는 만대항을 출발하여 해안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걸어 후망산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따라 걷고 장구도로 내려와 다시 해안도로를 걷는 아주 편안한 길이다. 후망산의 길도 편안한 임도로 앞의 72코스에 비하여 너무 편안하여  11.7km를 너무 쉽게 걷는다.

 

73코스 안내판

 

만대항의 민박 집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의 길을 걸으려고 도로로 나가니 아무도 없다. 항상 떠나는 길에서 사람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코스를 걸을 때도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거의 없이 혼자서 산길과 해안 길을 걸을 뿐이다.

 

만대항

 

 길을 걸으니 염전이 보인다. 태안의 명품길이 '솔향기길'인데 지나는 곳곳에 보이는 이름이 솔향기가 붙어 있다. 물론 염전의 이름도 솔향기염전이다.

 

솔향기 염전

 

 

솔향기염전을 지나 조금 가면 산으로 올라간다. 산길이라고 하지만 너무 편안한 임도로 그냥 편안하게 옆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면서즐기면서 숲속 길을 걸으면 된다. 너무 편안한 길이라 도시의 길을 걷는 것 같으나 청량하고 고요함을 어디에 비할 바가 없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조용하게 걸어 보라.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욕심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길을 걷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후망산을 내려오면 어제 지나갔던 꾸지나무골해수욕장 옆에 난 길을 다시 걷는다. 71코스, 72코스, 73코스의 길은 바로 옆에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며 이원반도를 한 바퀴 빙 도는 길이라 조금 옆에는 지나간 길이 보이기도 한다.

 

 

 다시 해안 길을 조금 걸으면 길은 없이 암석과 자갈로 덮인 바다가를 걸어가게 한다. 여러 번 이런 길을 걸었지만 걸을 때마다 물때가 맞아 해안을 돌아가는 경우가 없었다. 자연스러운 바다가을 걸으면 해안 길과는 다른 묘미가 또 있다.

 

바다길

 

 바다에서 다시 해안 도로로 올라가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시목여항비가 나오고 곧 이 73코스의 종점인 누리재버스정류장이 나온다.

 

 

 73코스는 산보하듯이 걷는 길이다. 이전 코스인 72코스가 사람을 힘들게 하였는데 그 보상으로인지 너무 편안한 길이다. 73코스를 끝내니 출발한지 2시간이 조금 넘었다. 그래서 조금 쉬다가 바로 74코스롤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