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72코스(꾸지나무골해변 - 여섬 - 만대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서해랑길 72코스는 꾸지나무골해변에서 해안 언덕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걸어 용난굴과 여섬을 지나 만대항에 이르는 아주 짧은 8.4km의 길로 태안이 자랑하는 '솔향기 길 1코스'다. 하지만 미리 말하면 이 길은 결코 편안한 길이 아니다. 두루누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의 몇 배가 힘이 드는 길이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 길 주변도 위험한 곳이 많으니 사고에 조심을 해야 하는 길이다.
72코스 안내판
꾸지나무골 해변에는 시원한 바닷가에 평일인데도 제법 많은 텐트족이 있다. 약 4시간이 넘게 걸어온 ‘꾸지나무골’ 바닷가의 솔향기 그윽한 백사장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고 72코스의 길을 시작한다. 그리고 솔향기길 1코스도 거꾸로 시작한다. '솔향기길'은 태안군 이원반도에 조성된 아름다운 길로 이 솔향기길을 걷는 동안 솔향에 취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예쁜 길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부터 사랑을 받는 길이다. 솔향기길은 지난 2007년 12월 발생한 서해바다 기름유출 사고 현장의 일부로 당시 흔적들은 찾을 수 없지만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보은의 정성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길이다. 솔향기길 5개 코스는 1코스(10.2㎞) 만대항 - 여섬 - 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 2코스(9.9㎞)는 가로림만을 거쳐 희망벽화방조제까지, 3코스(9.5㎞)는 밤섬나루터에서 새섬까지, 4코스(12.9㎞)는 청산포구에서 갈두천까지, 5코스(8.9㎞)는 용주사에서 백화산 냉천골 까지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높지 않은 산길을 걸으면 어디를 가든 해송이 울창하다. 내가 이 길을 걸으려고 준비를 하는 도중에 관광버스 한 대가 정차하며 나이가 제법 되는 일군의 사람들이 내린다. 그리고 꾸지나무골에서 만대항까지 솔향기길을 걷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72코스의 시작점에서의 길 안내가 정확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두루누비의 따라가기를 실행하여 걸으면 길이 없다. 무리하여 없는 길을 찾아 산길로 제법 가도 길이 없다. 그래서 되돌아 와서 리본을 따라가니 계속 경로 이탈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경고음을 무시하고 리본을 따라가면 어느 정도 가서 따라가기와 마주친다. 그러니 리본을 따라가야 한다.
꾸지나무골에서 시작된 72코스는 걷는 동안 내내 좌측으로 펼쳐진 서해바다를 보며 걷는다. 상큼한 솔향기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는 도심의 찌든 때를 말끔히 정화시켜 준다. 작은 동산 길을 오르고 내리고를 수없이 반복하는 지루함도 있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길이다.
꾸지나무골을 출발하며 1시간 정도를 걸어 전망대에 서서 서해바다를 바라다보면 그 모습이 절경이다. 1코스 중 가장 으뜸의 비경이라는 용난굴로 가는 길에는 신비스럽고 거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는데 가보지를 못했다. 썰물 때만 볼 수 있다는 용난굴 동굴 안은 10m 정도며 매우 시원하며, 용 두 마리가 살았다가 한 마리가 승천하고 한 마리는 승천하지 못하고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담긴 굴이다. 굴 안에는 붉은 바위가 보이는데 용의 피(血)라 한다.
솔향기길 1코스 안내도
길을 계속 걸으면 만나는 여(餘)섬은 200m 정도 떨어진 섬으로 높이 20m의 작은 섬이나 절경이다. 옛날 선인들이 섬 지명을 지을 때 앞으로 이 섬이 유일하게 남게 될 것을 예견하고 여섬이라 불렀다 한다.
여섬
솔향기길 1코스는 만대항에서 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로 천혜의 해안 절경과 피톤치드가 가득한 솔향을 맡으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고, 서해랑길 72코스는 거꾸로 걷는 길이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창한 송림 숲길로 솔향기와 바다, 숲의 새소리, 파도소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으나 길이 그렇게 평탄하지 않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계속 반복되어 굉장히 길을 걷는 것이 어렵다. 또 길의 폭이 좁고 나무나 돌계단의 높이가 너무 차이가 많아 발걸음을 딛기가 아주 불편하다. 더구나 해안 쪽에 안전을 위해 로프를 묶어 놓은 말뚝이 곳곳에 땅에서 분리되어 있는 곳이 많아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에 쉽게 보였다. 그래서 내가 이 길을 걷고 태안군에 전화를 하여 그 위험을 말해 주니 담당자가 살펴보고 수선을 하겠다고 하였다.
회목쟁이
72코스를 계속 걸으면 가마봉을 지나 ‘당봉전망대’에 도착한다. 당봉은 옛날 넓은 바위가 있어 풍어제를 지내던 곳으로 매년 1월 1일 해맞이 행사와 떡국 나눔 행사를 하는 곳이다. 당봉전망대에는 솔향기길 강강수월래 노래비가 있다. 노랫말에는 솔향기길 1코스가 지나가는 여러 지명이 나타나 있다.
당봉전망대 안내판
솔향기길 1코스 설명판
솔향기길에서 보는 서해
산행 팀들이 묶어 놓은 리본
끊임없는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만대항이 멀지 않았다. 만대항은 태안에서 이원반도 가장 북쪽에 있는 작은 포구다. 태안읍에서 31km 정도 떨어져 있는 일명 태안의 땅끝마을이다. 만대항 이름은 주민들이 먼데 먼데로 멀리 있다는 의미에서 만대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고, 지명 자체가 ‘가다가다 포기하고 만다’는 뜻을 지녔을 정도로 충남도내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통한다.
작은 포구에는 횟집이 여러 곳 있고 북쪽 해안절벽에는 데크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다. 동으로는 가로림만이 있어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바다와 대산반도 위로 해가 떠오를 것이다. 서쪽으로는 울도에서 덕적도까지, 덕적군도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2007년 유조선 충돌사고로 원유가 유출되어 오염되었던 그 해안인데 해안은 생태계와 풍경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한다.
만대항 나무 테크
만대항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8.4km밖에 되지 않는 길이기에 처음 예정으로는 두 시간에 주파하고 다음 코스를 걸을 생각이었는데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72코스는 걷기가 쉽지 않은 길이니 두루누비의 설명을 믿지 말고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페이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
만대항에서 오늘 걷기를 멈추고 숙박업소를 찾으니 민박집 하나밖에 없다. 민박집을 찾아가서 숙박하기로 하고 밥을 먹으러 나오니 큰 횟집이 여러 곳이 보이고 그 옆에 무인카페가 있고 옆에 숯불돼지갈이 눈에 띄었다. 해안을 걷기 때문에 거의 매 끼니마다 해산물을 먹었기에 그 집에 들어가니 내부 장식이 옛날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내가 어릴 때 보던 그런 1950년대와 60년대의 향기가 나는 모습이라 잠시 추억에 잠기게 하였다. 그 집에서 우렁쌈밥을 시켰는데 돼지 제육과 쌈장 그리고 쌈 채소, 밑반찬이 너무 풍부하였다. 비교적 먹성이 좋아 많은 음식을 먹는 나에게도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배불리 먹고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너무 많다고 불평아닌 투정을 하고 기분 좋게 나왔다. 잠시 해안을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가 내일을 위해 방송을 조금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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