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71코스(학암포해변 - 꾸지나무골해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서해랑길 71코스는 학암포해변에서 출발하여 잠시 언덕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면 이원방조제가 왼편에 보인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이원방조제를 옆에 두고 바다를 보면서 걸어가 율포해수욕장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어가서 해안으로 가면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이 나오고 여기서 끝이 나는 20.4km의 길이다.
71코스 안내판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가지고 있는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오니 학암포항이 적막하게 보인다. 아직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해변을 걸어가니 아무도 걸은 흔적이 없는 백사장에 내 발자국만이 찍힌다. 백사장을 어느 정도 걸어서 해안 길로 들어가 이원방조제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학암포항
학암포해변
학암포해변 안내판
이정표
가을이 익어가는 들녘
방조제 안의 습지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들녘을 걸어가니 수확을 끝낸 논에는 기러기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자꾸 보인다. 기러기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찍으려고 몇 번을 시도했으니 번번이 순간을 맞추지 못하고 날고 있는 모습만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늘을 나는 기러기들
멀리 보이는 태안화력발전소를 계속 보면서 이원방조제를 향해 들판을 지나가니 멀리 방조제가 보이지만 거리가 멀어 가지는 않고 코스를 따라 걷는다. 길이 2981m의 이원방조제 저편으로 거대한 태안화력발전소가 있고 방조제 안쪽에는 대규모 호수가 생겨 큰 습지를 이루고 있다. 이 방조제 안의 들판을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이원반도를 돌아가는 길이다.
이원반도는 태안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툭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는, 우주의 독수리성운에 있는 성간가스인 '창조의 기둥'가 놀랍게도 닮은 지형으로 태안의 땅끝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최북단에 만대포구가 있는데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서산 벌천포와 마주 보고 있다. 이원반도는 길이 20km, 최소폭 500m의 가늘고 긴 모습으로 가장 기이한 반도 지형으로 내륙으로 들어가 마봉산(69m), 가제산(185m), 국사봉(206m) 기슭을 오르내리며 북상하는 사이 작은 마을과 들판, 해안선이 스쳐 지나간다.
이원반도는 바다를 끼고 있는데도 온통 ‘솔향기’다. 염전 이름도, 반도를 돌아가는 해안길 이름도 ‘솔향기’다. 높지 않은 야산에 빽빽한 들어선 해송 숲 때문인데, 한반도 특유의 동고서저(東高西低)와 달리 이원반도는 서고동저(西高東低)형 지형으로 산에 숲이 짙으니 방풍이 되어 마을과 경작지가 모여 있는 동안(東岸)은 매우 아늑하다.
멀리 보이는 이원방조제
길가의 호박꽃
이름도 특이한 볏가리마을
해송 숲
곳곳에 보이는 태안절경천삼백리 표지
큰 특이점은 없으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안을 눈으로 보면서 꾸불꾸불한 좁은 길을 따라 즐기면서 걸어가면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태안에 위치한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생소한 이름만큼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곳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작고 아담한 백사장은 솔밭과 암반이 어우러져 안온한 운치가 있으며, 백사장 양 끝에는 갯바위가 있어 바다 낚시터로 많이 이용된다. 이곳의 소나무 숲은 그늘이 짙어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이다. 아직 피서객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라 주변에 편의시설이 적다.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71코스가 끝이 난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어서 조금 이르지만 점심을 먹으려니 식당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음식을 구하려고 가니 문을 닫아서 물품을 팔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카페가 보여 들어가 주인장에게 밥을 먹을 곳을 물으니 바로 옆에 식당이 있었는데 나는 보지 못하고 지나쳐 왔다. 식당에 가서 물회를 한 그릇 시켜서 먹고 충분히 쉬다가 다음 코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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