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스부터 강릉구간이 시작된다. 어느 곳이나 다 아름다운 해변이지만 특히 아름다운 강릉의 해변을 즐기면서 걸어가면 많은 드라마의 촬영 장소를 지나고, 역사적인 인물과 현장도 만나게 되는 길이다.
해파랑길 35 코스는 한국여성수련원입구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인 바다부채길을 걸어가면 심곡항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산으로 들어가 정동진해변까지 산길을 걷고 정동진해변에서 정동진역까지 가는 9.7km의 비교적 짧은 길이다. 한국여성수련원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넘었으나 걸을 거리를 생각하니 예정한 시간에 정동진역에 도착할 자신이 있어 길을 떠났다.
35 코스 인증대
한국여성수련원 건물
한국여성수련원입구의 소나무 숲은 청량한 기운을 풍긴다. 이 소나무 숲 길을 다라 계속 걸어간다.
소나무 숲을 벗어나 동해안 해안길 이름이 헌화로이다. 수로부인의 이야기를 삼척에서 강릉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관광자원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도로 이름도 헌화로로 명명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 길을 따라 걸으니 금진이 나온다.
금진항은 사람들에게 크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강릉 최남단의 작은 항구로서 땅이 검고 조수가 드나들어서 먹진, 흑진(黑津)이라 하였는데, 1916년 행정구역 변경에 의해 금진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며 옛날의 항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예전 항구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기도 하지만 시설이 노후하고 낙후되었으나 지금은 호텔이 들어서고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금진항과 해수욕장 풍경
바다부채길 표시
금진항에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까지의 길은 ‘부채끝’ 지형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같아서 '바다부채길'로 지명이 붙여졌다.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곳이며,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이다. 하지만 심곡항에서는 걸을 수가 없어 아쉽다.
금진에 새로 들어선 호텔
심곡항까지의 해안 풍경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 ‘심곡’이라고 하며, 마을 모양이 종이를 깔아놓은 듯 평평하고 그 옆에 붓이 놓여 있는 형상이라 하여 ‘지필(紙筆)’로 부르기도 하였으나, 1916년 행정구역 변경에 따라 심곡으로 확정되었다. 심곡항은 해안절벽의 경치가 아름다운 항구로, 양쪽으로 산맥이 뻗은 가운데에 놓인 오지마을이지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심곡항은 날씨가 맑은 날도 짙푸른 바다색이 선명하여 보기 좋지만 비가 오는 날이 더욱 운치를 더해준다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심곡항 끝자락에는 공사중이라 통행을 할 수 없게 막아 놓았다. 그리고 길을 심곡마을로 들어가 산으로 가는 통로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부터 정동진해변까지는 산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 길이다. 산길을 들어서는 곳에서 나와 비슷하게 배낭을 메고 길을 들어서는 여인을 만났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여 보니 서울 목동에 살며 해파랑길을 걷고 있다 하였다. 같은 길의 동행이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정동진해변까지 동해을 하였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이제 제법 자주 눈에 뜨인다.
심곡마을 산길의 이정표
심곡산길
심곡산길을 내려오면 정동진해변이 나온다. 강릉시 강동면(江東面) 정동진리에 있는 해변으로 1995년 SBS 텔레비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인기를 끌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정동진에 해돋이 관광열차가 운행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여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모여 들고 있다.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정동진역 앞 바다, 모래시계 공원 앞 바다, 정동진 방파제가 있는 바다 등 세 곳이다.
모래시계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모래시계공원, 남쪽의 조각공원, 헌화로 등이 있는 관광 명소이다.
모래시계공원안내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은 정동진 해변에서 촬영한 드라마 <모래시계>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모래시계를 설치한 후 붙여진 이름이다. 새천년 밀레니엄(2000년)을 기념하여 1999년 조성된 공원으로 정동진해변과 이어져 있고 주변에 소나무와 벤치가 있어 바다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모래시계공원 안의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무게 40톤, 모래무게 8톤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이며, 시계 속에 있는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꼭 1년이 걸린다.
이곳에서 같이 산길을 넘어온 서울 여인은 서울로 가는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쉬었다 간다고 하여 좋은 여행하라는 인사를 하고 나는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정동진해변
정동진역
해변길을 계속 걸어 정동진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예전에 와 보았던 정동진역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변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기도 하지만 관광지로 발전한 정동진의 모습이 놀라웠다. 여기서 인증대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역무원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안내서를 다시 끄내어 보니 괘방산등산로입구에 있다고 되어 있다. 왜 그곳에 설치해 놓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내일 아침에 그곳을 통과할 것이라 그 때 스탬프를 찍기로 하고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고 휴식을 하였다.
해파랑길 34 코스는 묵호역입구에서 출발하여 너무나 아름다운 묵호등대공원을 거쳐서 동해안의 파도소리를 벗삼아 걸으며 망상해변, 도직해변, 옥계해변을 지나 한국여성수련원입구까지 가는 13.8km의 아름다운 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34 코스 인증대는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아무런 표시 없이 길가에 조그마하게 있으니 조심해서 보아야 한다.
34 코스 인증대와 그 주변 풍경
이곳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으면 묵호항이 보인다. 1937년에 개항한 동해시 묵호항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동해안의 어업기지로 바뀌었다. 묵호항 동문산에는 1963년 6월에 건립된 유인등대인 묵호등대가 있다. 새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와 어울려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등대 주변으로는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넓게 펼쳐져 있다.
묵호항 풍경
묵호수변공원 표지
이곳에서 길 건너편을 보면 등대로 올라가는 길 표시가 있다. 너무나 소박하고 정겨운 논골담길로 이 길을 따라가면 묵호등대에 도달한다. 논골담길 마을에는묵호항의 역사와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살아온 주민의 삶이 깃든 ‘벽화’가 아니라 ‘담화’가 벽에 새겨져 있다. 골목을 걸으면서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마을은 묵호항 개항 이후 전국 각지에서 어부들 모여 산비탈에 생겼다. 예전에는 오징어와 명태가 많이 잡히던 대표적인 항구 마을이었는데 어획량이 줄면서 마을 주민이 많이 떠났지만 2010년 지역 어르신과 예술가가 소통하고 합심해 벽에 이야기를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 감성 골목으로 되살렸다. 논골마을에 형성된 논골담길은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 총 네 구역으로 나뉘고,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서 만난다. 굽이진 언덕길 따라 “신랑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살고”라는 글귀,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오징어와 명태를 나르는 지게꾼 등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담긴 그림을 볼 수 있다.
논골 1길에서는 이 도시를 밝혔던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담고 생업과 연관된 이미지를, 논골 2길은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공간을 탐색하여 이미지를 추출하여 표현했다. 논골 3길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강인하고 엄했던 아버지의 모습 등 가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일화를 수집하여 사적이고 개인적인 내용을 담았다. 등대오름길에서는 공간과 풍경을 담는 작품으로 전개되며 포괄적인 주제로 접근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묵호의 환경을 담아낸 골목이다.
논골담길의 여러 모습
논골담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묵호등대는 강원도 동해시의 주요 항구인 묵호항 근처에 자리한 등대로 1963년 6월 8일 처음 설치되어 묵호항 인근 선박에 불빛을 비추기 시작하다가 2007년 12월 높이 21.9m 높이로 새로이 건설되었고, 2014년 7월 4m를 높여서 지금은 등탑 높이 25.9m, 해발 높이 93m의 위용을 자랑한다.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묵호항 인근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데 두타산, 청옥산 등 백두대간 봉우리, 그리고 망망대해로 펼쳐지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또한, 묵호등대는 주변의 경치와 낭만적인 등대의 모습이 뛰어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높아 ‘찬란한 유산’(이승기, 한효주), ‘상속자들’(이민호, 박신혜)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야외광장에는 야외전망대와 천사의 날개 포토존, 모닥불 형상물 등등의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 광장에는 1968년 정소영 감독의 영화 ‘미원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임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5월에 세운 ‘영화의 고향’ 기념비가’ 세워졌다. 강원도와 동해시는 등대오름길과 연계한 관광명소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지금의 아름다운 등대와 광장을 가꾸어 관광명소로 발돋움시켰다.
특히 해맞이 장소로는 동해시에서 가장 으뜸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묵호등대의 카페
묵호등대의 모든 곳이 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등대의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동해는 정말 절경이었다. 사진을 찍어 친구들의 카톡에 보내니 모두들 어디냐고 난리였다. 긴 여정의 발걸음을 멈추고 커피를 한잔 시켜서 조용히 풍경을 즐기며 커피를 음미하니 여정의 피로가 다 달아나는 것 같았다. 동해안을 도보로 계속 걸으면서 이렇게 좋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묵호등대와 사방의 풍경
등대를 내려오니 수변공원이 있고 문어상이 있고, 까막바위라는 큰 바위가 바다에 있었다.
동해시 묵호동에 있는 바위섬으로 묵호항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까막바위는.까마귀가 바위에 새끼를 쳤다 하여 ‘까막바위’라 부르는데, 서울의 남대문에서 정동(正東) 방향에 있다고 하며 표지석이 있다. 까막바위 옆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상징하는 문어상(像)을 만들어 놓았다. 이 문어상을 조성한 이유로는, 조선시대 중엽, 망상현(지금의 묵호동)의 의로운 호장(戶長; 지금의 통·이장)이 문어로 환생해 왜구를 물리쳤고, 그 영혼이 까막바위 아래의 굴에 살고 있다고 하며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매년 풍어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문어상과 까막바위
동해의 모습
동해안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계속 길을 걸어 여러 해변을 지나니 망상해수욕장이라는 표지가 나온다.망상해수욕장(望祥海水浴場)은동해시 망상동에 위치한 동해안 제1의 해수욕장으로 울창한 송림과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백사장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맑은 바닷물과 얕은 수심으로 형성된 이곳은 여름철 피서지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많은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모래사장과 야영장,휴식을 제공하는 숙박시설,해변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으며 여러 종류의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사계절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출을 보려고 출발하면서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가 쉬면서 밥을 먹었다.
망상해수욕장 풍경
망상해변을 벗어나 길을 가니 통행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작업인부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어서 길을 조금 돌아서 원래의 길로 찾아 들었다. 조금 더 길을 가니 위에서 내려오는 나그네가 보였는데,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말을 걸어 보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내려가면 길이 막혔다고 이야기하고, 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서로 같은 길을 걷다 보니 자주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동류의식을 느낀다.
돌아서 간 길
이제부터 동해시를 벗어나 강릉시로 들어선다. 강릉시에서 첫 번째 마주치는 해변이 도직해변이다. 도직해변은 강릉시 최남단, 옥계면 도직리에 위치한 간이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번 가보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곳이다. 도직이라는 마을 이름은 길이 똑바르다고 해서 불리어졌다 한다. 마을 이름과 같이 국도, 철도, 고속도로, 항공로, 해로 등 5차로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내가 아는 지인이 여기가 고향이었다. 그래서 약 40년 전에 그 집안에 일이 있어 이곳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지금 보니 상전벽해다. 길을 가다가 보니 농촌의 집 몇 채 있던 곳에 펜션과 호텔이 들어섰고 예전의 산 모습은 보이나 마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직해변
한라시멘트공장
새로 건립된 옥천대교
저 멀리에 보이는 해변이 옥계해변이다. 옥계해변(玉溪海濱)은강릉시 옥계면(玉溪面) 금진리(金津里)에 있는 깨끗하고 넓은 백사장과 오래된 송림지역을 가진 해변으로 사장의 길이는 약 2.5km로 아주 길며, 인근의 석병산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줄기의 영향으로 수온이 비교적 따뜻하여 낮은 해안사구(海岸砂丘)가 형성되어 해당화가 피는 백사장이 아름답다. 부근에 영동선 옥계역이 있고, 동해고속도로와 국도가 지나므로 교통편이 좋다.
옥계해변을 지나 송림 사이로 길을 옮겨 걸으면 이 코스의 끝인 한국여성수련원이 나온다.
한국여성수련원 앞 송림
해파랑길 34 코스는 여러 해변을 거쳐 지나지만 나에게는 묵호등대를 올라가는 논골담길에서 보는 풍경과 묵호등대에서 보는 동해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나도 지중해의 풍경도 즐겨 보았고. 다른 바다 풍경이 뛰어난 곳을 가 보기도 했지만 묵호등대에서 보는 풍경도 어디에 못지않게 뛰어났다. 이 좋은 풍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여정이 아쉬울 뿐이었다. 언제 시간을 내서 다시 묵호등대를 제대로 즐길 날을 기대해 본다.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가을이 되면 강릉 부근에 있는 오대산 소금강에서 단풍을 구경해야겠다고 미리 예정을 하였다. 그러다가 단풍철이 되어 강릉 부근을 걷게 되어 하루를 소금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해진 날도 없이 자유롭게 걷는 길이라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혼자서 걷는 장점이다.
올해는 10월 초에 때가 아닌 한파가 몰아쳐서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고 매스콤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왕에 마음먹은 길이라 소금강으로 들어갔다. 생각한 만큼 단풍이 잘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단풍을 보고 즐기고 소금강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긴 하루였다.
오대산(五臺山)은 1975년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시, 홍천군, 평창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은 크게 서쪽인 평창 오대산지구와 동쪽인 강릉 소금강지구로 나뉜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이라는 금강산에 비교될 만하다고 하는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다. 오대산국립공원은 우리나라 문수신앙의 성지이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오대산 사고가 있던 역사적 장소이자 백두대간의 중추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장소이다.
강릉 안인해변에서 아내와 만나 차를 몰고 소금강을 들어가는 도중에 소금강을 한참 못 가서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 주차장의 단풍이 아주 곱게 들어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의 단풍을 보고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단풍을 구경하고 소금강입구를 향하여 제법 먼 길을 가서 입구를 통과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식당 옆에 차를 세우고 산나물로 진수성찬을 차린 점심을 먹고 소금강 탐방에 나섰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동쪽 강릉시 연곡면(連谷面) 삼산리(三山里)에 자리한 명주 청학동 소금강(溟州 靑鶴洞 小金剛)은 기암들의 모습이 작은 금강산을 보는 듯해 소금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또 학이 날개를 펴는 형상을 했다고 일명 청학산이라고도 불린다. 1970년 11월 23일 명승 제1호로 지정된 소금강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이이(李珥)의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는데, 지금 금강사(金剛寺) 앞 계곡의 큰 바위에 새겨진 ‘小金剛’이라는 3자가 율곡의 글씨라고 전하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소금강에서 오대산 월정사까지의 21㎞는 무릉계(武陵溪)ㆍ십자소(十字沼)ㆍ금강사(金剛寺)ㆍ세심폭(洗心瀑) 구룡폭포, 군자폭포, 만물상(萬物相) 등의 절경이 이어진다.
명주 청학동 소금강 소개판
올라가는 길 옆에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무릉계였으나 내려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길을 올라갔다. 소금강이라는 표지석이 눈에 보인다.
소금강 표지석
이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십자소가 나타난다. 십자소(十字沼)는 양편과 바닥이 한 돌로 이어진 깊은 바위의 수로이다. 이러한 수로는 협곡에서 찾아보기 드물어 폭포나 여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선명하게 보이는 십자소
연화담
금강사
무릉계부터 구룡폭포 전에 있는 금강사까지의 길은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금강사부터 구룡폭포까지 역시 완만하다.
식당암에서 보는 풍경
식당암(食堂岩) 부근과 삼선암(三仙岩) 언저리는 산석(山石)의 절경을 이루는데, 펑퍼짐하고 넓은 식당암은 3면이 기암절벽으로 에워싸였고 절벽 아래에는 일동천(一洞天)이 있다. 두 바위 부근에는 절벽과 기암, 바위 봉우리에 매달린 낙락장송 등 볼만한 경치가 많다. 구룡폭포(九龍瀑布)는 이곳 최대의 규모로, “눈감으면 한 폭포수 소리인데 눈뜨면 아홉 폭포”라는 시구(詩句)가 말해주듯이 9개의 크고 작은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보는 안내판에는 모두 율곡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았다. 소금강에 얽힌 율곡을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것은 상당히 매력있는 장치라 여겨졌다.
어느새 구룡폭포까지 올라왔다. 구룡폭포 주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년 전에 뜻밖의 행운으로 금강산탐방을 한 일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니 이곳을 왜 소금강이라 이름했는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구룡폭포
구룡폭포에서 만물상까지는 3030분 정도 소요되고 만물상에서 백운대까지는 600m가 떨어져 있다.. 이 구간은 목재데크와 철재교량이 다수 존재하는 오르막길로 겨울철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구룡폭포를 지나 만물상으로 가는 길에 산악안내인이 거주하는 집이 있었는데 통행을 막았다. 동절기에는 오후 2시 이후에는 입산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을 넘는 것이 아니라 만물상까지만 탐방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허락을 받고 올라갔다. 내려올 때 반드시 자기에게 하산을 알려주어야 된다고 해서 갔다오면서 통보를 해 주었다.
만물상 주변의 풍경
내려오는 길에 보는 구룡폭포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암벽의 모양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그냥 지나쳤던 무릉계로 들어갔다. 소금강에 들어서면 첫 경관으로 무릉계(武陵溪)에서 급류와 청담(靑潭)이 이어지는 계곡이 펼쳐진다. 이곳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청학산기(靑鶴山記)》부터라고 한다. 이곳의 계류는 양협(兩峽)이 닿을 듯이 좁고 물이 맑아 투명하다. 무릉계는 등산길에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낮은 곳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무릉계곡의 모습
우리나라에 무릉계곡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이 여러 곳이 있는데 모두가 풍치가 장난이 아니게 아름답다. 모두들 이름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경치가 좋기 때문에 무릉계라는 명칭이 붙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름다운 소금강의 단풍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소금의 자연경관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금강산에 비하면 규모가 좀 작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한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단풍도 하루의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해파랑길 33 코스는 추암해변에서 출발하여 전천변길을 따라 걸으며 동해항에 도착한다. 동해항에서 해안을 약간 벗어난 길과 해안길을 걸으면서 묵호역 입구까지 가는 13.6km의 길이다.
33 코스 인증대
추암해변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해변으로 나가니 추암의 아름다운 밤바다가 보인다. 밥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하고 추암 바닷가로 나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지다는 추암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다. 해돋이 시간을 맞추어 바다와 하늘을 보니 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 해돋이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을 했는데 생각대로 해돋이를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코스의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여행관은 모든 것을 다 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것만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못 본 것이 있어야 다시 이곳을 방문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암해변의 밤
아침의 추암해변
추암역
추암해변을 벗어나 철길을 따라 걸으니 해파랑길 표지가 나오며 해물금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해물금길은 삶의 풍물화첩과 선현의 유작들 그리고 매혹적인 해안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로, 해뜨는 수평선을 의미한다. 동해시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길로 제일 북단 망상동 기곡 마을에서부터 시작하여 대진, 어달, 묵호진, 발한, 향로, 천곡, 용정, 송정, 북평동과 최남단 추암동을 잇는 남북 연장 약 24.4km 길이의 구간의 길이다. 이 구간에서 아름다운 경관과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교차하는 7개 코스 29개의 구간 총 연장 46.5km를 개발하여 걷기 여행을 통해 해양문화와 자연의 환경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 동해시의 명품 길이다. 자세한 코스의 종류는 동해시 관광과(033-530-2232)로 문의하면 잘 알 수 있다.
해파랑길(해물금길) 표지
철길 주변을 따라 걷다가 약간의 산길로 들어서니 묘한 조형물이 서 있다. 바로 할미바위가 바라보이는 위치에 설치된 할미바위의 조형물이다.
할미바위의 전설로는 ‘아래로는 바다를 진압하며 위로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광활한 전지에 높이 우뚝 앉아 있어 편안한 자취가 마치 마고와 같으니 선녀가 천년 뒤에 홀연히 나타나 돌이 되었다.’는 내용인데 할미바위의 풍경과 함께 멋들어진 풍경에 대한 내용이 아닌가 짐작된다. 또 다른 전설로는 '이 바위는 어떤 심술궂은 사람이 힘자랑을 하느라 건들건들 노는 바위를 떠밀어서 그만 바닷속에 밀쳐놓자 마고할미가 앞치마에다 바위를 싸가지고 다시 그 자리에 얹어 놓았다 하여 사람들이 할미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는 설이다. 어떤 전설이 맞는지는 헤아릴 필요가 없고, 할미바위는 깎아진 절벽과 푸르른 동해 바다를 마주하며 우리네 할머니의 질박하고 자애로운 모습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
할미바위 조형물
할미바위 조형물을 지나 조금 전천가로 내려가면 정자가 하나 보인다. 호해정이다.
동해시 북평동 조양산 밑에 자리하고 있는 호해정은 앞으로는 전천강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고 두타산의 모습이 잡힐 듯하며 옆에는 동해항의 힘찬 역동감이 느껴지는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호해정은 옛 문헌에서 동해팔경의 제 일경으로 정자의 양 옆으로 족히 200년쯤 되어 보이는 향나무 두 그루가 위용을 품고 서 있다. 지금의 정자는 해방의 기쁨과 조국광복을 기념하기 위하여 1947년 봄에 지역 주민들이 약 18평 정도의 정자를 세우고 주변의 멋들어진 풍경과 잘 어울리는 湖海亭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전천가를 따라 동해역으로 가는 길은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차분하게 걷는 길이다. 가다 보면 옛날 마을을 보여주는 사진도 보이고 돌다리도 있다.
전천(箭川)은 동해시 삼화동에서 발원하여 북삼동, 북평동을 지나 송정동에서 동해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으로 하천의 수계는 본류인 전천과 14개의 소하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천연장은 11.3km인 비교적 짧은 하천이다.
쌍용시멘트 동해공장
구장터 표시
전천을 벗어나 오솔길을 조금 걸으면 동해역이 나온다. 동해역(東海驛)은영동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도경리역과 묵호역 사이에 있다. 삼척선과 북평선이 분기하며, 1940년 8월 1일 북평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가 1984년 동해역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무궁화호가 운행하지만 주로 주변의 화물 수송이 주가 되는 역이다.
동해역을 지나 오솔길과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으니 감추사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감추사(甘湫寺)는한국불교태고종에 속하는 사찰로, 감추산과 감추해수욕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善花公主)가 창건했다고 한다.
창건설화는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선화공주는 백제 무왕과 결혼한 뒤 백풍병(白風病)이라는 병에 걸렸는데 여러 약을 써보았으나 낫지 않자 전라북도 익산시 용화산(현재의 미륵산) 사자사(師子寺)에 머물던 지명(知命)이 공주에게 동해안 감추(甘湫)로 가보라고 권하였다. 공주는 감추로 가서 자연동굴에 불상을 모시고 매일 낙산 용소(龍沼)에서 목욕재계를 하는 등 3년 동안 기도를 하였다. 공주가 마침내 병을 고치고 부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 바로 감추사라는 것이다. 선화공주는 노후에 용왕에 대한 보은을 갚기 위해 이곳에 와서 동해를 바라보다 죽었으며, 묘를 이곳에 썼다고 한다.
바닷가에 가까워 주변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절 입구 샘물에서는 약수가 흘러넘쳐 늘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마을에서는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동해에서 강릉으로 가는 철길
동해 바다
철길 주변을 따라 걸으면서 동해 바다의 풍경을 즐기며 별다른 특징도 없는 시골 길을 제법 걸으니 묵호로 들어선다. 분명히 다 걸은 것 같은데 다음 코스의 해파랑길 인증 표시가 보이지 않아 앱을 열어 지도를 보니 지나쳤다. 분명히 보지 못하였는데하면서 돌아가니 길가에 아무런 표시도 없이 인증대만 조그마하게 놓여 있다. 이런 점을 좀 개선했으며 하고 33 코스 완주 후기를 쓰는 도중에 앱이 꺼졌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해파랑길 32 코스는 맹방해변의 맹방해수욕장을 출발하여 상맹방에서 해안을 벗어나 예전의 맹방유채꽃 축제장을 지나서 삼척으로 들어가서 삼척을 관통하는 오십천을 따라 올라가서 죽서루입구에서 다시 오십천을 따라 내려와 삼척항과 삼척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유명한 추암해변으로 가는 여정이다.
32 코스 인증대
맹방해수욕장 입구에서 바다를 보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섬 같은 것이 보이는데 섬이 아니라 이름이 덕봉산이라는 산이다. 예전에는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해안산책로를 만들어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덕봉산은 덕산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야트막한 산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덕산도는 삼척부 남쪽 23리인 교가역 동쪽 바다 위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고, <해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에도 섬으로 묘사되며 덕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본래 섬이었다가 후에 육지와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산모양이 물더덩(‘물독’의 방언)과 흡사하여 ‘더멍산’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진다.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에 군사적인 이유로 일반인은 출입 금지되었다가 53년 만인 2021년에 군 경계 철책을 철거하고 일반인에게도 해안생태탐방로가 개방되어 숨겨진 비경이 공개되었다. 해안생태탐방로는 산 둘레를 한 바퀴 둘러 걸으며 바다와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해안코스 626m와 대나무 숲이 우거진 계단을 올라 정상부 전망대로 오르는 내륙코스 317m 등 총 943m로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상쾌한 해풍과 함께 탁 트인 바다 풍경과 맹방해변, 덕산해변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덕봉산과 그 주변
여기서부터 맹방해수욕장을 따라 거으면서 곱게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을 즐겼다.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에 있는 맹방해수욕장(孟芳海水浴場)은 인근 초당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마읍천의 맑은 시냇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백사장이 넓고 평균수심 1~2m1~2m 정도로 수심이 얕으며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해수욕하기에 좋으며 담수욕도 즐길 수 있고,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백사장 끝은 바위로 둘러싸여 반달 모양을 이루며, 뒤편은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산책로가 있어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 주변에 덕봉산과 은어 민물낚시로 유명한 마읍천, 죽서루·초당동굴·내평계곡, 환선굴, 신라민속마을 등 유명관광지가 있다.
맹방해수욕장 해변을 걸어가면서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한 곳을 보고 웃음을 금하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BTS의 앨범 촬영지라는 표시가 백사장 위에 크게 세워져 있다. BTS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아미들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관광지의 홍보를 하는 것이다.
맹방해수욕장에서 BTS가 앨범을 찍었다는 곳
맹방해수욕장 주변의 송림
맹방해수욕장을 벗어나서 상맹방지역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봄이 되면 노란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유채꽃 단지가 나온다. 지금은 유채가 피는 계절이 아니라 허허벌판으로 되어 있으나 봄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맹방유체꽃축제에 대해서는 나의 블로그 다음 주소를 참조하세요.
유채꽃축제장을 지나 해안길을 벗어나 삼척로를 따라 걸으면서 삼척해변을 보면서 길을 걸으니 오십천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삼척시내로 들어온 것이다.
오십천변에 삼척시는 걷는 사람들을 위해 도보 테크를 설치하여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하였고, 삼척의 걷기 길을 여러 명칭을 붙여서 만들어 놓았다. 오십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으나 건너지 않고 죽서루입구까지 올라갔다가 다리를 건너 다시 내려오는 길을 계속 걸었다.
삼척시와 태백시 경계인 백병산에서 발원하여 동해안으로 흐르는 오십천의 길이는 48.8㎞이고 유역면적은 294㎢이다. 하천의 곡류가 매우 심한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오십천은 죽서루 밑에 와서는 휘돌면서 못이 되었다. 또 동쪽으로 흘러 삼척포(三陟浦)로 되어 바다에 들어간다. 부에서 물 근원까지 마흔일곱 번을 건너야 하므로 대충 헤아려서 오십천이라 일컫는다.”라고 기록하였고, 1662년 허목이 편찬한 강원도 삼척부(지금의 삼척시) 읍지인 『척주지』에서도 “이 물이 동쪽으로 100여 리를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 하천이 오십 번을 굽이쳐 흐르기 때문에 이름을 오십천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오십천 유역은 조선시대까지 숲이 우거지고 물이 맑았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탄광의 갱목으로 쓰기 위해 아름드리나무를 남벌하고 탄광의 폐수가 흘러들어 황폐화되었다가 지금은 많이 정화되고 주변도 자연의 공원으로 잘 가꾸어 놓았다.
오십천을 따라 걸으면서 죽서루를 돌아 내려와 오십천교에서 여정을 일단 마치고 부산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음에 이곳부터 이어서 여정을 계속했다.
삼척시외버스터미널
삼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십천교쪽으로 가서 오십천변을 따라 걸으니 장미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넓은 공간이 보인다. 지금은 계절이 겨울에 가깝기 때문에 장미가 만발한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계절을 잊어버리고 때 아니게 핀 두어 송이의 장미가 눈길을 끌었다. 계속 공원길을 따라 걸으면서 내년 5월에 장미를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드는 큰 공원이었다.
삼척시 정상동 오십천 일원 8만5000㎡ 규모에 조성된 삼척 장미공원에는 총 218종 13만 그루 1천만 송이의 장미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량을 가진 공원으로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야간에는 장미꽃 군락이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책로와. 포토존을 비롯해 장미터널과 이벤트 가든, 바닥분수, 잔디광장, 맨발공원, 인라인 스케이트장,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각종 휴양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문화와 휴식, 여가공간이다. 삼척터미널과는 5분 거리에 있고 엑스포공원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교통은 편리하다.(삼척장미공원,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장미공원의 여러 모습
강원도 낭만가도 표지
삼척항의 여러 모습
장미공원의 오십천을 지나 삼척항을 지나면 산위로 안내 표시를 해 놓았다. 처음에는 '왜 산으로 가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언덕길을 다라 올라가면서 아기자기하고 정겹게 꾸민 길가의 풍경과 언덕 위에서 보는 삼척항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정라항 바다전망대 주변에서 보는 풍경
이곳에서 계속 산도 아니고 언덕도 아닌 길을 따라 걸으니 삼척새천년해안샛바람길이라는 표지가 나온다. 해안선이 긴 삼척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가 있다.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4.6km 구간에 조성돼 있는 이곳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아 해돋이 사진을 찍기에 좋다. 또한 동해안을 바라보는 이사부 사자공원도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그런데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해안길이 아니라 언덕 위의 샛바람길이다.
이정표를 따라 길을 가니 조그마한 봉수대가 나온다. 광진산 봉수대다. 광진산 봉수대 주변은 삼국시대 이후 동해안 9개 지역의 해상 방위를 담당하는 수군 기지인 진동루와 삼척포진성이 있던 지역이어서 역사적으로 볼 때 전통성과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곳이라 한다.
새천년도로 표지
다시 해안으로 내려와 해안길을 따라 걸으니 '이사부길'이라는 표지가 나타난다.
이사부길은 강원도 삼척시국도 제7호선 상에서 삼척항으로 들어가기 위한 분기점인 정라삼거리(삼척항)-갈천삼거리(삼척 해변) 도로를 말한다. 이 가운데 이사부길은 삼척항에서 삼척 해변까지 해안가를 따라 새천년’이라는 이름답게 삼척시가 2000년에 개설한 동해안의 푸른 바다를 온몸으로 맞으며 달릴 수 있는 4.8㎞의 해안도로이다.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사람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이었으나 도로가 개설된 이후 푸른 해송과 기암괴석,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치로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다.
자연이 깎고 다듬은 기암괴석과 우거진 송림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날이면 도로 위로 솟구칠 듯 파도가 몰아친다.(출처 : 강원도청)
이 날은 기상예보에도 풍랑이 제법 세다고 하였는데 동해안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는 동해의 파도는 장관이었다. 해안을 때리는 파도소링화 해안의 자갈밭을 흘러 들어와서 물이 나가면서 내는 소리는 모래 위에 치는 파도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조각공원의 모습
물결이 넘치는 동해 바다
해안길을 때리는 동해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삼척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왔다.
1984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삼척시 갈천동에 있는 삼척해수욕장은 삼척 시내에서 북쪽으로 1.4km 지점에 있다. 삼척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해안선에서 약 150m까지는 수심이 1~1.5m로 얕고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다. 해수욕장 뒤편으로는 송림이 울창하며 남쪽 해변에는 아담한 규모의 후진해수욕장이 있어 해수욕과 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소박한 해수욕장이었던 삼척해수욕장은 지금은 화려한 해변으로 바뀌었다. 아주 고급의 쏠비치가 들어서고 수많은 관광객이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북적거리니 거기에 다라 해변에는 각종 위락시설과 유흥업소가 즐비하다.
삼척해수욕장 풍경
삼척 쏠비치를 지나 조금 가면 우리 향가에서 두 번이나 나오는 수로부인의 해가사 발원지가 나온다.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에서 전하는 “해가”라는 설화를 토대로 하는 해가사터인 임해정은 문헌상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으나 삼척해수욕장의 북쪽 와우산 끝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이곳은 현재 군사보호시설지구로 개발이 불가하여 주변 경관이 수려한 인접지역인 증산동 해변에 임해정을 건립하였다. 임해정 좌우의 해변은 절경으로 삼척시에서 바다를 끼고 있는 유일한 정자이다. 임해정 주변에는 해가사 기념비가 건립되어 있고 <해가사>와 <헌화가>가 새겨진 사랑의 여의주인 드레곤 볼을 설치하여 연인들의 사랑을 기원하는 관광명소로 수로부인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이곳은 추암해수욕장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사진촬영지로 유명하기도 하며, 상큼한 바다 향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 해가(海歌)의 내용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현)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임해정에서 보는 풍경
임해정을 벗어나 조금 해안을 따라 걸으면 이사부사자공원이 나온다. 신라 장군 이사부의 개척정신과 얼을 이어받은 가족형 테마공원으로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다.
이사부 사자공원
이사부 사자공원에서 보는 삼척 쏠비치
이제부터는 동해시로 들어선다. 바로 추암해변이 눈에 보이며 조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추암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동해시 북평동에 있는 해금강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추암해수욕장(湫岩海水浴場)은 백사장 길이150m의 작은 해수욕장으로, 마을 앞에 있다. 크고 작은 기암괴석의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앞바다의 해돋이는 매우 아름다워 해금강이라고도 하며, 해안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촛대바위는 조선 세조 때 한명회가 강원도 체찰사로 있으면서 촛대바위의 경승에 취해 능파대라고 일컬었다고 할 만큼 유명한데, 촛대바위로 올라가는 작은 동산에는 해암정이 있다.
추암해수욕장 풍경
추암해수욕장을 지나 추암에서 가장 유명한 촛대바위족으로 발을 옮긴다.
동해안 일출 명소로 KBS의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이 되는 촛대바위에 걸리는 아침 해돋이는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돋이 명소이다. 한국 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에 선정된 해돋이 명소로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온갖 형상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촛대처럼 기이하고 절묘하게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바위가 있으니 이를 "촛대바위 "라고 부르며 전국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촛대바위에 전하는 전설로는 옛날 추암 바닷가에 살던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소실을 얻었고, 그날 이후로 본처와 소실 간에 투기가 빚어져 왔으며, 이 두 여자의 강샘에 급기야 하늘도 노하여 벼락으로 징벌을 가해 남자만 남겨 놓았는데 오늘날 홀로 남은 촛대바위가 이 남자의 형상이라 하며 과거에는 한 남자와 본처, 소실을 상징하는 3개의 바위로 있다가 그중 2개의 바위가 100여 년 전 벼락으로 부러져 없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능파대(凌波臺)는 추암해변 촛대바위 일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으로, 조선 시대 도체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을 방문한 뒤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이다. 촛대바위 주변에서 추암 출렁다리가 있는 곳까지 바위 하나하나가 대자연이 디딘 아름다운 걸음걸이다. "혹은 불끈 솟아오르고 혹은 구렁이 나고 절벽을 이룬 것이 바다 가운데 있다. 그 위는 넓어서 수십 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고 기암괴석이 좌우로 늘어서서 흡사 사람이 눕기도 하고 비스듬히 서 있기도 하는 것같이 또는 호랑이가 꿇어앉은 것 같기도 하고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이 천태만상을 이루었으며 소나무가 우거져서 그 사이로 비치니 참으로 조물주의 작품이라 하겠다."(한명회의 凌波臺記)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촛대바위전망대에 ‘능파대’ 모사가 있어 풍경과 비교하기 적당하다. 절리까지 그린 사실적인 묘사에 놀라고, 200년이 훌쩍 넘은 그림 속 능파대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한 번 더 놀란다.
능파대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의 능파대
촛대바위의 장관
멀리 보이는 출렁다리
촛대바위전망대에서 촛대바위를 보고 해암정 쪽으로 걸음을 옮겨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능파대에 어울리는 기암괴석 무리가 보인다. 파도와 바람이 석회암을 깎아 생긴 지형으로, 라피에(lapies) 혹은 카렌(karren)이라 불린다. 물론 그보다 ‘한국의 스린(石林)’이란 표현이 실감이 난다. 능파대는 규모가 작지만 해안과 어우러진 석회암 무리가 촛대바위 못지않은 절경이다. 4년 전만 해도 철책이 있어 출입이 불가한 지역이었음을 떠올리면 감흥이 더하다. 개인적으로 이 기암괴석을 보고 잠시 멍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이 놀랍게 여겨졌다. 국토가 작으니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게 오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석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석림 능파대
기암괴석 무리의 내륙 쪽에 강원유형문화재 63호인 북평 해암정이 있다. 고려 시대에 집현전 제학을 지낸 심동로가 1361년관직에서 물러나면서 세운 정자다. 동로(東老)는 ‘노인이 동쪽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으로, 공민왕이 그와 이별하기 아쉬워서 내린 이름이다. 바다를 벗 삼고 후학을 양성하며 세월을 보낸 옛 학자의 기품이 서렸다.
해암정
해암정을 지나 촛대바위 반대편 언덕으로 오르면 추암출렁다리가 나온다. 2019년 6월, 바다 위에 놓은 길이 72m 다리인출렁다리는 바다 위를 건너는 아찔함보다 그곳에서 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조금 전에 본 능파대와 추암해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 이사부사자공원까지 품어 동해와 삼척의 경계를 실감한다.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지나 다시 추암해변으로 내려와서 숙소를 정하고 오늘의 하루를 마친다.
해파랑길 32 코스는 너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길이다. 여러 가지 역사적 현장의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과 자연을 이용하는 사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더구나 추암해변의 아름다운 경치는 여태까지 본 여러 곳의 경치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곳이었다. 아니 더 나은 곳이라고 하면 다른 아름다운 경관지를 모독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나 촛대바위와 능파대는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 감흥을 주는 곳이었다.
해파랑길 31 코스는 궁촌레일바이크역을 출발하여 계속 이어지는 삼척로의 아스팔트를 따라 동막교와 부남교를 지나 맹방해수욕장 입구로 가는 길이다.
31 코스 인증대
인증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려의 마지막왕 공양왕릉이 있다. 진위의 여부는 여러 기록이 다르게 전해지기 때문에 여기에서 언급할 일이 아니고 그냥 비운의 왕릉이라고 생각하고 저녁의 어스름이 짙어지는 시간에 가 보았다. 왕릉이라고는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무덤이다. 망국의 왕이지만 그래도 왕릉이라면 어느 정도의 규모와 장식이 있어야겠는데 그저 봉분만 있을뿐이다. 왕이든 노비든 죽고나면 모두가 덧없는 일임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공양왕릉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오늘의 여정을 시작하려고 숙소를 나오니 궁촌 앞바다에서 해가 떠 오른다. 동해안을 걸으면서 일출을 보는 일이 여러 번인데. 일출은 볼 때마다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해가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은 언제나 가슴을 벅차게 한다.
궁촌 앞바다의 해돋이
삼척로를 따라 걸으면 나오는 동막교
동막교를 지나 시골길로 들어가서 한가로이 하천을 따라 걸으면 부남교가 나온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시골길이다.
부남교를 지나 아침의 가을 햇살을 따뜻하게 느끼며 마읍천을 따라 계속 걸어가며 한가로운 가을 들녁과 제법 힘차게 흐르는 하천을 보면서 제법 가니 멀리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덕산 앞바다다.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 서금산에서 발원하여 중마읍리, 하마읍리, 동막리, 부남리를 지나 근덕면 덕산리에서 동해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인 마읍천(麻邑川)은 길이 30.91㎞의 제법 긴 하천으로 마읍천의 명칭은 하천이 흐르는 삼척시 노곡면 ‘마읍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해파랑길 30 코스는 용화레일바이크역에서 시작하여 몬주익의 영웅인 황영조의 금메달을 기념하여 만든 황영조기념공원을 지나 바닷길과 레일바이크 주변을 따라 걸으면 궁촌레일바이크역에 도착하는 7.0km의 아주 짧은 길이다.
30 코스 인증대
장호초등학교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30 코스 인증대는 이 장호초등학교 정문 앞 길 맞은 편에 있다. 여기에서 용화레일바이크역은 제법 가야 된다.
용화레일바이크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궁촌레일바이크역까지 가는 방법도 해파랑길 코스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지만, 내가 해파랑길을 걷기로 계획하면서 백프로 걸음을 다짐하였으므로 해파랑길 표시 리본을 따라 황영조기념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영조기념공원에 가는 길에서 보는 동해안의 풍경을 즐기면서 황영조 기념공원 가까이 가니 레일바이크 철로를 건너게 되어 있다. 철로를 건너려고 하니 레일바이크를 타고 즐거워하는 중년의 남녀들이 지나간다. 인생이란 저런 즐거움의 자그마한 기쁨이 모여서 큰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조그마한 기쁨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
멀리서 보는 황영조기념공원
레일바이크 철로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에 있는 황영조기념공원(黃永祖記念公園)은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경기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의 인간승리의 과정과 우승의 감격을 기리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주기 위하여 조성한 기념공원으로 황영조의 고향마을에 조성되었다. 기념관과 기념탑 등이 들어서 있는 넓이가 1만 1650㎡인 공원에서는 작은 포구로서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인 황영조의 고향인 초곡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황영조의 어린 시절 집
초곡리 어촌의 모습
기념공원을 내려와 한가한 어촌 풍경을 즐기며 해안을 따라 궁촌으로 계속 걸어가면 바닷가에 안내표식을 볼 수 있다. 바다의 바윗돌이 미륵불의 현신으로 경건하게 지나갈 것을 표시해 놓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또 종교적인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지만 미륵불의 현신으로 본 사람들의 경외심을 존중해 주어야겠기에 잠시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 보여 드린다.
삼존미륵불 안내
다시 해안을 벗어나 약간 안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레일바이크가 바닷가를 통으로 차지하고 일반인들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중간에 초곡휴게소에 레일바이크의 통로 문이 열려 있어 동해의 아름다운 바다 사진을 찍으려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외부인은 출입금지라 한다. 양해를 구하고 초곡휴게소의 모습과 거기서 바라보는 동해를 몇 장 찍었다. 그리고 계속 길을 가서 궁촌레닐바이크역에 도착했다.
초곡휴게소의 풍경
원평해수욕장
이른 아침에 부구에서 출발하여 약 40km를 걸어서 궁촌에 도착하였다. 내가 비교적 잘 걷는 편이기에 약 8시간을 걸어서 오후 5시경 도착하여, 다음 코스에 소개할 공양왕릉을 잠시 구경하고 숙소를 구하려고 해안으로 가니 식당을 겸하여 민박을 하는 곳이 있어 식사와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오늘의 여정을 마치기로 했다. 숙소에 올라가니 궁촌의 앞바다가 탁 트이게 보이는 좋은 곳이었다. 저녁을 먹고 빨리 쉬기로 한다.
해파랑길 29 코스부터 강원도의 삼척-동해 구간의 시작이다. 28 코스 중간부터 삼척으로 넘어 오지만 29 코스부터 삼척-동해 구간이 시작된다고 한다.
삼척 -동해 구간 안내도
해파랑길 29 코스는 호산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임원항을 지나서 아칠목재를 지나 용화레일바이크역까지 가는 제법 긴 18.3km의 길이다. 이 길은 해파랑길이라는 의미와는 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산길과 아스팔트 길을 끊임없이 걷는 길이다. 왜 이런 코스를 설정했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29 코스 인증대
29코스 인증대에서 다리를 건너 하천을 따라 상류로 계속 걸어간다. 별다르게 느껴지는 풍경도 없이 그저 평범한 길이 계속된다. 길을 가다 깨를 털고 있는 농촌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면서 막연히 코스를 따라간다.
임원항에 도착하여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으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길을 좀 더 걸어서 임원항 쪽으로 가니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식당을 발견하고 점심을 시켰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어 여러 자료를 검색하려고 하니 인터넷이 불통이었다. 나는 나만 그런 줄 알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으니 모두들 모른다고 하였다. 인터넷 길 찾기를 참조하고 있는데 인터넷이 먹통이라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잠시 후 TV 방송을 보니 KT 인터넷망이 먹통이라는 긴급 뉴스가 계속 나왔다.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단념을 하고 있다가 점심을 다 먹고 나니 다시 인터넷이 살아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 한 사건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 임원천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검봉산자연휴양림 표시가 나온다. 하지만 해파랑길은 검봉산자연휴양림과는 다른 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게 하였다.
제법 긴 거리를 걸어 고갯마루를 넘어가니 장승이 두 개 서 있다. 수로부인길이라는 표시를 한 장승으로 이 길의 표시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며 하천을 다라 가니 저 멀리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용화레일바이크역에 다 온 것이다.
길 표시 - 목장승
이 코스는 아무런 경치의 감흥이 없는 길이었다. 그저 아스팔트와 나지막한 산길을 걸어가는 길이다. 산마루를 지나 내려와서 하천을 따라 걸으면 장호초등학교에 도착한다. 무심결에 지나치기 쉬운데 다음 코스 인증대가 용화레일바이크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장호초등학교 정문 앞길에 있다. 이런 사소한 것이라도 좀 더 세밀한 설명이 되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