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9 코스(진해드림로드입구 - 창원해양경찰서 - 마산항입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남파랑길 9 코스는 진해드림로드입구에서 시작하여 마진터널 위의 장복산을 걸어 내려와 마산항입구까지의 16.6km의 길이다. 미리 말하면 이 코스는 상당히 잘못 만들어진 코스인 것 같다.
9 코스 지도
8 코스가 끝나는 지점이 진해드림로드의 기점이다. 그런데 이곳은 교통편의 접근이 용이한 곳이 아니라 상당히 곤란한 곳이다. 물론 나는 8코스와 9코스를 이어서 걸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이곳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기보다 차가 다니는 길이다.
남파랑길 9 코스 안내도
아스팔트 길을 따라 제법 걸어 마진터널 입구에 가니 뜻밖에 순직비가 나온다. 무슨 순직비인가 궁금해서 다가가니 해군 순직비다. 1979년 수해 때 터널 붕괴를 막으려다 순직한 8명의 해군 헌병을 추모하는 추모비다.
해군 순직비
여기서 마진터널을 통과하지 않고 장복산 산길로 올라가게 한다..
장복산(長福山)은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높이 582m의 산으로 삼한시대에 장복(長福)이라는 장군이 이곳에서 말 타기와 무예를 익혔다하여 '장복산'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혹은 장복산의 '장(長)'이 중심을 뜻하는 '알, 얼'을 한자로 표현한 것으로 중심산이라는 뜻에서 지명이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한편, 창원에 전해지는 전설로는 “산이 벽처럼 솟아 있어 장벽산이라 하였다” 고 한다. 안민고개를 지나 동쪽으로 웅산과 이어지며, 서쪽은 산성산과 이어진다. 산 일대의 넓은 녹지대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진터널 입구에서 15분 가량 오르면 산의 주능선 안부에 이르고, 정상에 오르면 남해바다의 거제도·잠도·저도·삼섬·가덕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지금부터가 이 코스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드는 길이다. 별다른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좁은 산길을 걸어 간다. 9 코스 안내도를 보면 위험구간이라고 표시된 곳이 있는데 정말로 장난이 아니게 위험하다. 아주 좁은 산길인데 한쪽으로는 아주 비탈진 경사지로 이루어져 만약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생사가 위험할 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왜 이 길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리아둘레길을 만든 의도는 걷기를 통해 힐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걷는 사람의 안전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데 이 길은 그런 점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길을 낸 것 같았다. 물론 마진터널을 걸어서 통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길을 개척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장복산의 숲
산을 내려와 양곡천쪽으로 걸어가니 하천 옆에 노란 산수유가 제법 많이 우거져 있다. 봄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을 보면서 계속 걸어가서 양곡천의 양곡중학교를 지나니 하천변에 노란 개나리가 제법 울창하게 피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계속해서 길을 가니 양지 바른 곳에서는 벚꽃도 피어 있고 목련도 황짝 피어 길을 걷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양곡천 주변의 봄꽃들
이곳을 지나 봉암교를 건너는 길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봉암교를 지나서 마산항입구로 가는 길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어 건널목을 건너 갔던 길을 또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내려와서 봉암교를 건너게 한다. 약 2km가 넘는 거리를 아무런 목적없이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걸어야 한다. 봉암교 가까이에서 보니 다리 아래 하천변으로 길을 개척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파랑길을 아직 많이 걷지 않았지만 지난 해 걸은 해파랑길에 비해 무엇인가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마산항입구의 모습
마산항(馬山港)은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항구로 러시아가 남하정책에 의하여 군항으로 개발하려는 것을 영국과 일본이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1898년 5월 개항되었다. 그러나 1913년 일본은 식민지 통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개항장을 폐쇄시켰는데, 1949년 6월 다시 개항장으로 지정되어 국제항으로의 기능이 활발해졌다. 1970년에는 마산에 수출자유지역이 설치되어 국제항으로서 성장하게 되었다.
마산항을 돌아 옛날 마산시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걸어가면 교방천을 정비하여 도심하천으로 만든 산책로를 따라 간다. 길을 따라가면 예전의 마산 거리가 나타난다. 예전에는 아주 번창했던 거리나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비껴난 것 같이 발전이 더딘 곳으로 예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산 아구찜 거리
마산아구찜거리는1960년대 초 마산시내 중심가 오동동에서 갯장어식당을 하던 일명 혹부리할머니가 어부들이 잡아온 아귀에 된장, 고추장, 콩나물, 미나리, 파 등을 섞어 쪄서 만든 음식이 맵고 화끈, 쫄깃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마산항 어부들을 중심으로 한 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오동동 일대 약 20개 아구찜 음식거리가 형성되었다.
교방천 거리 안내도
교방천(校坊川)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무학산에서 발원하여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에서 회원천으로 합류하여 마산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이다. 교방천이 발원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校坊洞)에서 그 명칭이 유래하였다. 교방동은 조선 시대 합포현 지역으로 회원현의 향교가 있었으므로 교방이라 하였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진짜 걷는 목적에 맞는 길이 나온다. 임항선 그린웨이 길이다.
임항선 그린웨이는 경상남도 마산에 위치한 '임항선' 폐 철길을 활용하여 2015년에 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임항선은 1905년 개통하여 80년대까지만 해도 마산항 부두에서 화물을 실어 나르던 노선으로 경전선 마산역에서, 북마산역, 신마산역, 마산항역을 잇는 역할을 하다가 2011년 2월 폐지되었다. 이에 창원시에서는 구 마산세관에서 석전사거리 개나리아파트까지의 4.6km 폐 철길 구간을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철길 안쪽은 시멘트로 메운 평평한 산책로다. 레일 바깥쪽으로 낡은 침목이 드문드문 남아 있다.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어 걷기 좋고 곳곳에 시화와 벽화 그리고 철도 역무원 조형물이 있다.
임항선 그린웨이의 여러 모습
이 길에 사족을 붙이면 '왜 이 임항선 그린웨의 철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철길을 그대로 살려서 걷게 해도 좋겠고, 아니면 철길에 레일 바이크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이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으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철길 주변에는 걷기 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느낀 생각이다.
이 그린웨이를 따라 걸으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중요한 한 기념탑을 만난다. 3.15 의거 기념탑(三一五義擧記念塔)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있는 3·15 의거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세운 기념탑은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독재 정권은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해 부정 선거 자행하였다. 이에 분개한 마산 지역 시민과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항거해 싸웠는데, 이를 3·15 의거라 한다. 3·15 의거 기념탑은 이를 기리고자 1962년 9월 20일에 세운 기념탑이다. 반도 건축 기술 연구소 조각가 김찬식의 작품이다.
탑의 전면 하단부에는 이광석 시인이 쓴 다음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저마다 뜨거운 가슴으로 민주의 깃발을 올리던 그날 1960년 3월 15일 더러는 독재의 총알에 꽃이슬이 되고 더러는 불구의 몸이 되었으나 우리들은 다하여 싸웠고 또한 싸워서 이겼다. 보라 우리 모두 손잡고 외치던 의거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마산의 얼을. 이 고장 3월에 빗발친 자유와 민권의 존엄이 여기 영글었노라 1962년 7월 10일 마산 3·15 의거 기념 사업 촉성회”
3.15의거 기념탑
기념탑 옆에는 몽고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몽고정은 고려 충렬왕 7년(1281) 원나라 세조가 일본 원정을 준비하기 위하여 정동행성(征東行省)을 두었으나, 일본 정벌이 실패로 돌아간 후 환주산(環珠山)(현 자산동 무학초등학교 뒤쪽 마산시립박물관일대)에 둔진(屯鎭)을 설치하였다.
몽고정은 이곳의 둔진군(屯鎭軍)이 용수(用水)를 쓰기 위해 만들었던 우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근대까지만 해도 인근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동 생활용수이자, 물맛이 좋아 간장 공장에서도 사용되었다. ‘몽고정 맷돌’이라고 불리는 직경 1.4m가량의 원방형(圓方形)의 돌이 몽고정 근처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를 차륜(車輪)이라는 설도 있으나 맷돌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물곁의 석비에 몽고정(蒙古井)이라 써서 세워둔 것은 1932년 마산 고적보존회(일본인 고적단체)가 멸시적 감정에서 명명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고려정이라 불렸을 것이라 생각된다.
멀리서 보는 몽고정
임항선 그린웨이의 옛 철로
임항선 그린웨이를 벗어나 길을 조금 가면 큰 대로가 나타난다. 그 대로 가에 이 구간이 끝나고 남파랑길 10 코스가 시작되는 표지가 있다.
이 표지에 도착하니 앞의 마산항입구에서부터 보았던 걷기를 하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인 듯한 일행을 만났다. 분명히 내가 앞서 걸었는데 나보다 먼저 와 있는 것이다. 말을 걸어 보니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서 남파랑길을 걷고 있다고 하였다. 한 번에 다 걷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여, 내가 한 60일이 걸릴 것이라 하니 아무런 말이 없다. 이야기를 해 보니 오늘 아침에 송정공원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하루에 4개의 코스를 지나 왔다는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 아마 대부분의 구간을 차를 타고 지나온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걷는 것은 걸으면서 자연의 풍경도 보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는 것인데...... 왜 이런 걷기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냥 남파랑길을 완주했다는 자기도취에 빠져 제대로 걷지는 않고 허명만 추구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모두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이니 내가 무어라 참견할 필요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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