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3 코스(영도대교입구 - 암남공원 - 감천사거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남파랑길 3 코스는 영도대교입구에서 부산의 중심지인 광복동, 남포동의 용두산공원을 지나 부산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평동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지나고 충무동시장을 지나 송도해변을 통과한다. 송도해수욕장을 지나서 암남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감천항을 옆에 끼고 암남공원로를 걸어가서 감천사거리에서 끝나는 14.9km의 길이다.
2 코스 걷기를 끝내니 점심 때가 되었다. 영도대교 입구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3 코스의 길을 따라 간다. 이 길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와 본 길이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으나 남파랑길을 따라 가려니 골목길을 찾아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롯데백화점 앞의 지하도를 건너 광복동 길이 아니라 대청동쪽 골목길로 가서 용두산공원으로 올라간다.
용두산공원은 이승만대통령의 호를 따서 옛날에는 '우남공원'이라 불렀다. 그러다가 4.19혁명이 일어나고 명칭이 바뀌었다. 용두산(49m)은 부산시내에 있는 작은 구릉으로 옛날에는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하여 송현산(松峴山)이라 불리다가 그 후 산세가 흡사 용 모양이라고 하여 용두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일제식민지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신사(神社)를 세웠던 산이며, 지금은 척화비, 충혼탑, 4 ·19의거기념탑, 이충무공 동상 등이 있고, 부산탑이 세워졌다.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들이 산꼭대기까지 판잣집을 지었는데 2차에 걸친 대화재로 모두 타버리고 민둥산이 되었으나, 그 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지금은 나무가 울창하여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했다. 부산항과 영도가 내려다보이는 경승지이며, 특히 부산탑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아름다운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지 공원이다.
용두산공원에서 옛날 기억을 되살리니, 내가 어릴 때는 이승만대통령의 흉상이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 관광해설사에게 "이승만대통령 흉상이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고 물으니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런 것이 있었느냐고 반문을 한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적게 보이니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문화해설사라면 그런 것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용두산공원 올라가는 계단
부산타워
용두산공원의 여러 모습
용두산공원을 돌아 대청동쪽으로 내려오면 먼저 마주치는 건물이 옛날 미국 문화원 건물이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만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의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곳을 지나 발길을 옮겨 도착하는 곳이 바로 유명한 보수동 책방 골목이다. 옛날에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제법 많이 이용한 곳이었는데 한 때는 쇠퇴하다가 언론에 의해 부각되면서 유명세를 타서 지금은 헌책을 사고파는 기능보다 관광지의 한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는 곳이다.
과거 미국 문화원 건물
보수동 책방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을 나와 길을 건너면 부평동시장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특이하게도 이 시장의 이름은 '부평동 깡통시장'이다. 부평동 시장(富平洞市場)의 전신은 1910년 6월 부평정에 일한시장(日韓市場)이라는 명칭으로 개설된 개인 시장이었다가 1915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주민을 구제할 목적으로 시설 등을 개선하여 부산부가 경영하는 공설 시장으로 재편하였다. 일제 강점기 부평동 시장은 현재 깡통 시장의 기원이 되는 시장이다. 당시 부평 공설 시장의 위치는 현재의 깡통 시장이 아니라 부근의 부평 아파트이다. 여러 번의 확장과 개편을 그치다가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통조림 등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캔 제품들을 주로 이곳에서 갖다 팔기 시작하면서 '깡통시장'이란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2013년 10월 29일 전국 최초로 상설 야시장을 개장하여 18시경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데, 좁은 길목 양옆과 가운데에 수십 개의 포장마차 형태의 상점들이 들어서 온갖 군것질거리를 많이 판다. 특이한 점은 외국인들이 직접 파는 해외 음식들도 많이 있다. 이 야시장이 부산 지역 특급 호텔의 투어 패키지에도 들어갈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자, 다른 지자체의 재래시장에도 이를 벤치마킹한 야시장들이 개설되고 있다.
이 부평동시장의 먹거리는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겠지만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먹거리가 뛰어나다.
부평동시장의 여러 모습
부평동시장을 나와 남포동 방면으로 걸어가면 유명한 족잘 거리가 나온다. 한 때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곳으로 지금도 많은 미식가들이 이 곳에서 소주 한잔과 족발을 먹기 위해 밤에는 찾아오는 곳이다
족발거리
Biff 광장
용두산공원을 내려와서 광복동, 남포동 거리를 지나 국제시장 부평동시장 등을 보면서 biff광장을 지나 자갈치로 들어선다.
자갈치시장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름을 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갈치 아지매로 상징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산물시장으로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부산 시민들이 회를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을 즐기는 곳이다. 시장의 형성이라든지 유래 등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자길치시장 풍경
자갈치시장을 지나면 이어서 충무동시장이 연결된다. 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부산 사람들에게는 자갈치시장만큼이나 친근한 시장이다.
충무동시장
이 충무동시장을 지나서 시내 길을 제법 걸어가면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광경이 보인다. 송도해상 케이블카이다. 송도해수욕장을 가로지르며 제법 먼 거리를 운행하는 케이블카이니 한번쯤은 타보면 해상 위를 운행하며 즐기는 맛이 있다.
송도해상케이블카 아래쪽 정류장
운행중인 해상케이블카
이곳을 지나면 송도해수욕장의 권역으로 들어간다.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에 있는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개장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1987년과 2003년에 태풍 ‘셀마’와 ‘매미’로 인해 다이빙대가 유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여 해수욕장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기도 하였으나 부산시 서구는 2013년에 해수욕장 개장 100주년을 기념하여 4계절 다양한 연령층이 찾을 수 있는 해양관광휴양기능을 구축하기 위해서 복합해양휴양지로 조성하여 연간 수백만 명의 피서객이 찾는 명소로 발전시켰다. 수중방파제에는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해수욕장에 세워진 아름다운 분수와 녹지공간, 넓어진 모래사장 등으로 해수욕장의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해수욕장 동쪽의 송도공원에서 서쪽의 암남공원까지 이어지는 1.67㎞ 구간의 송도 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송도해수욕장 전경은 물론 암남공원과 지질공원, 부산항 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해수욕장 동쪽에 설치된 다이빙대는 국내 유일의 해상다이빙대이며, 어미거북이(5m)와 아기거북이(3m)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거북섬 인근에는 바다위로만 이어지는 길이 365m, 폭 2.3m에 달하는 송도구름산책로가 2016년 6월에 개설되었으며, 일부 구간은 9.3m 아래의 바다가 보이는 투명 강화유리 바닥으로 조성되었다. 구름산책로 입구에는 거북섬을 스토리텔링화한 젊은 어부와 용왕의 딸 인룡(人龍)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청동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예전에는 이 거북섬 조그마한 곳에 육지에서 연결되는 출렁다리가 있어 연인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장난을 치던 곳이다. 그리고 섬 안에는 팔각지붕의 횟집도 있어 밤에는 젊은이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낭만을 즐기던 곳이다. 지금은 건물은 모두 철거되고 관광객들을 위해 여러 시설을 해 놓았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
송도해수욕장의 여러 모습
송도해수욕장을 벗어나 암남공원으로 가는 길가에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 기념석이 있다. 먼 이국에서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그들을 기리는 기념석인데 너무 초라하게 여겨지는 것은 나의 마음일까?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길을 따라 걸으면 암남공원에 도착한다.
암남공원(岩南公園)은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에 있는 자연공원으로 동편에 남항, 서편에 감천항, 남쪽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연결되며 앞쪽에 동물검역소와 인접하여 있다. 1972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군사보호구역 내에 묶여 출입이 통제되다가 1996년 4월 5일 개방되었다. 이후 전망대, 구름다리, 산책로, 광장, 야외공연무대 등을 조성하였다. 역설적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해양성 수목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기암절벽이 깎아지른 듯 솟아 있어 푸른 바다와 함께 절경을 이룬다. 입구에서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산길은 소나무가 울창하여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구름다리를 타고 오르는 정상에는 전망 좋은 정자가 서 있다. 인근에 있는 동도를 연결하는 구름다리(용궁구름다리)를 설치하여 또 하나의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구름다리가 처음에는 무료였는데 지금은 통행료(1,000원)을 받고 있다. 꼭 받아야 하는지?
용궁구름다리
암남공원을 돌아서 나오면 감천항 길로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아주 단조로운 길이다. 하지만 시내 도로를 걸어가지 않게 노선을 만들어 놓았다 암남공원로의 야트막한 언덕길을 걷게 한다. 별다른 특징은 없이 그냥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길을 걸어 내려오면 오래된 노거수를 만난다. 아마도 예전에는 당산으로 인식되었을 나무이나 지금은 보호수로 되어 있다. 여기서 아스팔트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이 코스의 마지막인 감천사거리에 도착한다.
암남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보는 풍경
노거수
하루에 2 코스와 3 코스를 완주하였다. 걷기에는 다소 소질이 있고, 또 많은 길을 걸어 본 경험이 있기에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예정을 하고 걸으면 대개는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오늘도 아침 9시 정도에 부산역을 출발하여 약 30km를 걸어 감천사거리에 예정한 시간에 도착하였다. 아직은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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