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해파랑길 27 코스(죽변항입구 - 부구삼거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해파랑길 27 코스는 죽변항 입구에서 출발하여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에서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구경하며 바다를 조금 벗어나 길을 걷다 보면 언뜻 지나치기 쉬운 옥계서원유허비각을 지나서 한울원자력발전소를 지나서 부구삼거리까지 가는 11.4km의 짧은 거리다.

 

해파랑길 27 코스 인증대

 

 죽변시외버스터미널옆에 있는 인증대를 지나 죽변해수욕장을 지나고 죽변항을 지나면 해변이 나온다. 그런데 이 해안의 절경 길에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놓여 있다 사람이 걷기에는 좀 위험한 길에 동해의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관광자원으로 만든 것이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울진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모노레일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무인 모노레일이며, 죽변항부터 후정해변까지 시속 5km의 속도로 2.4km 구간을 달린다. 중간에 봉수항 정차장이 있지만 표를 살 수 있는 곳은 죽변항과 후정해변 두 곳뿐이다.

 한번 타 보고 싶었으나 내가 이길을 걷는 목적과 좀 어긋나기에 눈으로 보고 옆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죽변스카이레일

 

 죽변항의 바다 끝에서 해파랑길이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데 이 해파랑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으면 바닷가의 길도 시원하고, 길의 대나무숲과 소나무도 좋아서 천천히 걸으니 '용의 꿈길'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름을 정말 잘 붙여 놓았다고 생각하며 이 길을 벗어나니 언덕 위에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조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집이 한 채 서 있다. 이 집은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2004년)’의 세트장이다. 울진 죽변항의 북쪽 해안절벽 위에 수려한 바다 풍경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 세트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까닭은 역시 이 멋진 풍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드라마 세트장을 지나면 해안 길을 벗어나 안 쪽 길을 아스팔트를 따라 제법 걷는다. 무미건조한 길을 다라 걷다가 조그마한 비각이 눈에 뜨였다. 무슨 비각이 지하고 의문을 가지고 올라가 보니 옥계서원 유허비(玉溪書院遺墟碑)다.

 

 울진군 북면 고목리에 있는 조선 후기 옥계서원을 기념하는 비로 비신 앞면 상단에 ‘옥계서원유허비(玉溪書院遺墟碑)’라고 전서되어 있다. 옥계서원은 1740(영조 16) 창건되어 송시열(宋時烈전선(田銑김상정(金相定)을 배향하다가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폐쇄된 옥계서원 터에 1872년 건립되었다. 4년 후 비석을 북면 고목리 기곡으로 옮겼다가 1942년 다시 고목리 금성동으로 옮기고 그 옆에 강당을 건립하였다. 그 후 강당이 낡아 허물어지자 2005년 현재의 자리로 비석만 옮겨 세우고 비각을 지어 보호하고 있다. 현재 옥계서원 옛 터는 개인의 밭으로 사용되고 있어 주변에 옥계서원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무르익은 가을 들판

 

길에서 만난 고양이

 

옥계서원유허비

 

 옥계서원유허비를 지나 조금 걸어가니 한울원자력발전소가 나온다. 울진군 북면(北面) 부구리(富邱里)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로 1981년 착공하여, 19902월 준공되었다. 초기 명칭은 울진원자력발전소였으나 20135월 한울원자력발전소로 변경되었다. 요즈음은 원자력발전이 문제가 되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이 발전소가 완공되었을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에 큰 공헌을 한 발전소이다. 

 

한울원자력발전소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부구에 도착했다. 부구삼거리에서 이제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한다. 계속해서 걸을 수 없기에 집으로 가서 다른 일도 처리하고 다음 주를 기약해야 한다. 이제는 다음 코스를 걷기 위해서 집에서 오는 길이 너무 멀고, 또 한 주의 목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너무 멀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마음을 먹은 일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