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4 코스(묵호역입구 - 한국여성수련원입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해파랑길 34 코스는 묵호역입구에서 출발하여 너무나 아름다운 묵호등대공원을 거쳐서 동해안의 파도소리를 벗삼아 걸으며 망상해변, 도직해변, 옥계해변을 지나 한국여성수련원입구까지 가는 13.8km의 아름다운 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34 코스 인증대는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아무런 표시 없이 길가에 조그마하게 있으니 조심해서 보아야 한다.
34 코스 인증대와 그 주변 풍경
이곳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으면 묵호항이 보인다. 1937년에 개항한 동해시 묵호항은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동해안의 어업기지로 바뀌었다. 묵호항 동문산에는 1963년 6월에 건립된 유인등대인 묵호등대가 있다. 새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와 어울려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등대 주변으로는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넓게 펼쳐져 있다.
묵호항 풍경
묵호수변공원 표지
이곳에서 길 건너편을 보면 등대로 올라가는 길 표시가 있다. 너무나 소박하고 정겨운 논골담길로 이 길을 따라가면 묵호등대에 도달한다. 논골담길 마을에는 묵호항의 역사와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살아온 주민의 삶이 깃든 ‘벽화’가 아니라 ‘담화’가 벽에 새겨져 있다. 골목을 걸으면서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마을은 묵호항 개항 이후 전국 각지에서 어부들 모여 산비탈에 생겼다. 예전에는 오징어와 명태가 많이 잡히던 대표적인 항구 마을이었는데 어획량이 줄면서 마을 주민이 많이 떠났지만 2010년 지역 어르신과 예술가가 소통하고 합심해 벽에 이야기를 형상화한 그림을 그려 감성 골목으로 되살렸다. 논골마을에 형성된 논골담길은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오름길, 총 네 구역으로 나뉘고, 어느 곳으로 올라가도 묵호등대에서 만난다. 굽이진 언덕길 따라 “신랑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살고”라는 글귀,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오징어와 명태를 나르는 지게꾼 등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담긴 그림을 볼 수 있다.
논골 1길에서는 이 도시를 밝혔던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담고 생업과 연관된 이미지를, 논골 2길은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공간을 탐색하여 이미지를 추출하여 표현했다. 논골 3길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강인하고 엄했던 아버지의 모습 등 가정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일화를 수집하여 사적이고 개인적인 내용을 담았다. 등대오름길에서는 공간과 풍경을 담는 작품으로 전개되며 포괄적인 주제로 접근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묵호의 환경을 담아낸 골목이다.
논골담길의 여러 모습
논골담길이 끝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묵호등대는 강원도 동해시의 주요 항구인 묵호항 근처에 자리한 등대로 1963년 6월 8일 처음 설치되어 묵호항 인근 선박에 불빛을 비추기 시작하다가 2007년 12월 높이 21.9m 높이로 새로이 건설되었고, 2014년 7월 4m를 높여서 지금은 등탑 높이 25.9m, 해발 높이 93m의 위용을 자랑한다.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묵호항 인근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데 두타산, 청옥산 등 백두대간 봉우리, 그리고 망망대해로 펼쳐지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또한, 묵호등대는 주변의 경치와 낭만적인 등대의 모습이 뛰어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높아 ‘찬란한 유산’(이승기, 한효주), ‘상속자들’(이민호, 박신혜)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야외광장에는 야외전망대와 천사의 날개 포토존, 모닥불 형상물 등등의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 광장에는 1968년 정소영 감독의 영화 ‘미원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임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5월에 세운 ‘영화의 고향’ 기념비가’ 세워졌다. 강원도와 동해시는 등대오름길과 연계한 관광명소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지금의 아름다운 등대와 광장을 가꾸어 관광명소로 발돋움시켰다.
특히 해맞이 장소로는 동해시에서 가장 으뜸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묵호등대의 카페
묵호등대의 모든 곳이 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등대의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동해는 정말 절경이었다. 사진을 찍어 친구들의 카톡에 보내니 모두들 어디냐고 난리였다. 긴 여정의 발걸음을 멈추고 커피를 한잔 시켜서 조용히 풍경을 즐기며 커피를 음미하니 여정의 피로가 다 달아나는 것 같았다. 동해안을 도보로 계속 걸으면서 이렇게 좋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묵호등대와 사방의 풍경
등대를 내려오니 수변공원이 있고 문어상이 있고, 까막바위라는 큰 바위가 바다에 있었다.
동해시 묵호동에 있는 바위섬으로 묵호항에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까막바위는. 까마귀가 바위에 새끼를 쳤다 하여 ‘까막바위’라 부르는데, 서울의 남대문에서 정동(正東) 방향에 있다고 하며 표지석이 있다. 까막바위 옆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상징하는 문어상(像)을 만들어 놓았다. 이 문어상을 조성한 이유로는, 조선시대 중엽, 망상현(지금의 묵호동)의 의로운 호장(戶長; 지금의 통·이장)이 문어로 환생해 왜구를 물리쳤고, 그 영혼이 까막바위 아래의 굴에 살고 있다고 하며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매년 풍어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문어상과 까막바위
동해의 모습
동해안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계속 길을 걸어 여러 해변을 지나니 망상해수욕장이라는 표지가 나온다. 망상해수욕장(望祥海水浴場)은 동해시 망상동에 위치한 동해안 제1의 해수욕장으로 울창한 송림과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백사장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맑은 바닷물과 얕은 수심으로 형성된 이곳은 여름철 피서지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다. 많은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모래사장과 야영장, 휴식을 제공하는 숙박시설, 해변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으며 여러 종류의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사계절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출을 보려고 출발하면서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가 쉬면서 밥을 먹었다.
망상해수욕장 풍경
망상해변을 벗어나 길을 가니 통행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작업인부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어서 길을 조금 돌아서 원래의 길로 찾아 들었다. 조금 더 길을 가니 위에서 내려오는 나그네가 보였는데,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말을 걸어 보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내려가면 길이 막혔다고 이야기하고, 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서로 같은 길을 걷다 보니 자주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마다 동류의식을 느낀다.
돌아서 간 길
이제부터 동해시를 벗어나 강릉시로 들어선다. 강릉시에서 첫 번째 마주치는 해변이 도직해변이다. 도직해변은 강릉시 최남단, 옥계면 도직리에 위치한 간이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번 가보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곳이다. 도직이라는 마을 이름은 길이 똑바르다고 해서 불리어졌다 한다. 마을 이름과 같이 국도, 철도, 고속도로, 항공로, 해로 등 5차로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내가 아는 지인이 여기가 고향이었다. 그래서 약 40년 전에 그 집안에 일이 있어 이곳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지금 보니 상전벽해다. 길을 가다가 보니 농촌의 집 몇 채 있던 곳에 펜션과 호텔이 들어섰고 예전의 산 모습은 보이나 마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직해변
한라시멘트공장
새로 건립된 옥천대교
저 멀리에 보이는 해변이 옥계해변이다. 옥계해변(玉溪海濱)은 강릉시 옥계면(玉溪面) 금진리(金津里)에 있는 깨끗하고 넓은 백사장과 오래된 송림지역을 가진 해변으로 사장의 길이는 약 2.5km로 아주 길며, 인근의 석병산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줄기의 영향으로 수온이 비교적 따뜻하여 낮은 해안사구(海岸砂丘)가 형성되어 해당화가 피는 백사장이 아름답다. 부근에 영동선 옥계역이 있고, 동해고속도로와 국도가 지나므로 교통편이 좋다.
옥계해변을 지나 송림 사이로 길을 옮겨 걸으면 이 코스의 끝인 한국여성수련원이 나온다.
한국여성수련원 앞 송림
해파랑길 34 코스는 여러 해변을 거쳐 지나지만 나에게는 묵호등대를 올라가는 논골담길에서 보는 풍경과 묵호등대에서 보는 동해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나도 지중해의 풍경도 즐겨 보았고. 다른 바다 풍경이 뛰어난 곳을 가 보기도 했지만 묵호등대에서 보는 풍경도 어디에 못지않게 뛰어났다. 이 좋은 풍광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여정이 아쉬울 뿐이었다. 언제 시간을 내서 다시 묵호등대를 제대로 즐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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