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 올림피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아테네를 떠나 피르고스로 간다. 피르고스로 가는 이유는 올림피아를 가기 위해서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올림피아를 구경하지 않고서는 고대 그리스문명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피아는 너무 멀다. 아테네에서 약 260KM정도 떨어져 있다. 사람들은 올림픽의 성화를 채화하는 올림피아가 아테네 근방에 있는 줄로 착각한다. 펠레폰네소스 반도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피르고스까지는 버스로 약 5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올림피아는 또 더 가야 한다. 아테네에서 올림피아를 하루에 다녀올 수가 없어 피르고스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고 아테네를 떠났다.
그리스 장거리버스는 좀 특이하다. 버스를 타니 옛날 우리 버스의 차장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며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다. 처음에는 파는 것인줄 알았는데 조금 지나서 보니 무료로 나누어 준다. 장시간의 여정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준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는 않는데 우리와 달리 도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나라처럼 교통이 편리한 나라도 사실 얼마 없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늦게 피르고스에 도착하여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올림피아로 기차로 30분 정도 걸려 이동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올림프스는 신화의 산이고 내가 가는 곳은 올림피아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북서쪽 그리스 엘리스 지방 크로노스의 언덕(123m) 기슭에 있으며 제우스의 신역으로 고대올림픽제전이 개최되던 신성한 곳이다. 제우스의 신역 이전부터 대지의 신의 신탁소로 알려졌다. BC3000년 전부터 사람이 산 흔적이 그 주변에서 발견되었으나 신역은 BC 1000년 전후로 소급된다. 출토된 종교적 봉헌물도 BC 800년의 것이었다.
신역은 헤라클레스가 만들었다고 하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속에는 제우스 신전을 비롯하여 제우스제단, 헤라신전, 펠롭스신전 등이 있고, 북쪽에는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에서 헌납한 11개의 보물창고가 늘어서 있었다. 또한 경기 우승자의 상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었다. 신역의 동쪽에는 경기장이 있고 서쪽에는 체육관, 레슬링 경기장, 숙박소 등의 여러 건축물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올림피아의 영광은 서기 393년에 막을 내린다. 기독교신앙의 열정이 가득 찬 테오도시우스 1세가 우상 숭배라 하여 제전을 금지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델피도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그리고 426년 테오도시우스 2세가 이교 신전 파괴를 명령하여 신역의 파괴가 시작되었고, 심지어 그리스 예술의 산실인 페이디아스를 교회당으로 개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현대의 탈레반이 바이만 석불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종교가 가진 긍정적인 힘도 크지만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만행도 많다. 다시 6세기에는 지진과 홍수가 일어나 철저히 파괴되고 묻혀버렸다. 1829년 프랑스인이 발굴을 시작하였고, 1874∼1881년에 독일인이 조직적인 발굴을 하여 프락시텔레스의 작품이라고 하는 헤르메스상과 제우스 신전의 박공 등이 출토되었다.
이 올림피아의 발굴이 모범적안 것은 이곳에서 발굴되어 수습된 유물은 모두 그리스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의 베를린박물관이나 영국이나 프랑스의 박물관이 아니라 올림피아의 박물관에서 올림피아의 유물을 볼 수 있다. 1928∼43년과 최근에도 발굴이 계속된 결과 스타디움도 발굴되고, BC 457년의 금상아제 제우스상과 그 상을 만든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작업장 및 사용한 도구 등도 출토되었다. 198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올림피아의 얼굴 제우스신전
피르고스역과 올림피아역
올림피아시내의 올림픽 기념관과 승리의 조각상
기차를 타고 올림피아역에 도착하니 내리는 사람이라고는 나와 아들뿐이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랜 여행의 경험으로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하여 조그만 우산을 가지고 다녔기에 우산을 펴고 올림피아 거리를 걸어가니 먼저 마주한 곳이 올림픽기념관이다. 문을 닫아 놓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여기가 올림픽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념관을 뒤로하고 올림피아로 향한다. 올림피아에 도달하니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올림피아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그리스의 웬만한 유적지에는 그 마을의 주민들로 보이는 노인들이 입장권을 발권하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참 좋은 정책이라고 느꼈다. 노인들에게도 소일거리를 주고 자기 고장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도 하는 정책이다. 젊은이들이 이런 일에 종사하기에는 젊음이 아까운 일이다. 젊은이들은 좀더 생산적인 일에 종사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이 든다.
올림피아 설명판과 입구
올림피아유적 설명도 - 상세하게 되어 있다.
올림피아는 거의 다 파괴되었고 옛날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건물은 몇 개 없다. 돌무더기만이 뒹굴고 있다. 단지 이곳이 올림피아라는 설명이 곳곳에 있다. 그설명을 보고 '아, 여기가 거기구나!'하고 구경할뿐이다. 먼저 보이는 유적이 온천이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며 다음 경기를 위해 관리를 하는 곳이리라.
올림피아 유적과 설명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
크로니온 온천 설명과 유적지
김나지움 유적지와 선수들이 연습하던 팔라이스트라 연습장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한 사람이 초대되어 축하를 받았던 장소, 프리타니온
올림피아의 여러 유적들
제우스신전
올림피아에 있는 알티스 성역에는 장엄한 제우스 신전이 세워져 있다. 제우스 신전 뒤에는 성스러운 올리브나무가 있는데, 그 가지로 우승자를 위한 올리브관을 만들었다. 제우스 신전은 기원전 472년 지었다고 전한다. 이 신전은 그리스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신전중 하나로, 규모는 높이 21.79m, 너비 30.44m, 길이 73.70m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몇 개의 기둥과 기둥이 무너진 흔적만 남아 있다. 건축가는 엘리스 출신의 리본(Libon)이고 건축양식은 도리아식이다. 신전 내부에는 유명한 그리스 조각가 페디아스(Pheidias)가 만든 천지의 최고 통치자 제우스가 위엄 있는 모습으로 왕좌에 앉아 있었다. 상아와 금으로 장식된 이 조각상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으로 칭송받았다. 이 신상은 훗날 로마 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로 옮기면서 그곳으로 옮겨졌는데, 475년에 일어난 화재로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또 정면 프리즈(천장과 기둥 사이에 해당하는 곳)에는 멋진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고 해요. 이조각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레오니다이온 (Leonidaion) 유적
이 건물은 BC 330년경 낙소스섬의 부호 레오니다스(Leonidas)가 설계하고 기증했다고 한다. 성역 남서쪽 가장자리에 있었으며 당시 일대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당시엔 초대 손님이나 올림경기대회 선수들을 위한 숙박소로 사용되었다. 138개 기둥으로 이루어진 4개의 주랑이 있으며 건물 가운데에는 연못이 있는 정원이 있는 엄청난 크기의 건물이었다.
경기장 입구와 경기장
제우스신전을 보고 헤라신전쪽으로 가다가 오른편으로 가면 고대 올림픽의 경기장이 나온다. 운동장 앞에는 보물창고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운동경기를 즐겼다. 그들은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픽기간에는 휴전을 하고 경기를 즐겼다. 오늘날 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연 오늘의 올림픽을 고대올림픽과 같이 순수한 평화의 제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상업주의에 물들어 참가보다 메달을 따는 것에 더 열중학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올림픽은 제우스를 기리는 종교적 행사의 일부였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개인 자격이었고 어떤 국가나 집단을 대표하지는 않았다. 오늘날의 올림픽과는 좀 다른 성격이다. 선수들은 모두 남자였고 나체로 경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중은 당연히 남자들뿐이었다.(다른 설로는 미혼의 여자는 구겨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오직 한 여자만이 경기를 관람했다는데 그 특권은 엘리스의 공주에게 주어졌다고 한다.(다른 설로는 기혼 여자 가운데 테메테르 여자 신관만 구경할 수 있었다고도 한다.)
여자들의 경기는 올림픽과는 다른 날에 헤라여신을 경배하는 '헤라리아'라는 경기를 열었다고 한다.
이 경기장(스타디온)의 동서 양쪽 표석 중앙부의 거리를 재면, 올림픽 스타디움의 길이는 정확하게 192.27m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는 영웅 헤라클레스가 단숨에 달릴 수 있는 거리이며, 그가 큰 걸음으로 쟀기 때문에 다른 스타디움보다 길다고 한다.
경기장안으로 들어가면 지금도 대리석으로 만든 출발선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여기에서 자기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가 되어 포즈를 취한다.
올림픽성화 채화의 모습
헤라신전
헤라신전 설명도
드디어 헤라신전이다. 내가 이 올림피아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이다. 올림픽이 있을 때마다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는 방송을 보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번 2018평창 동계올림픽 성화채화를 볼 때도 저기를 언제 가보나 했는데 드디어 왔다. 성화채화는 헤라신전 앞에서 한다. 그런데 사실은 이 성화채화는 베를린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헤라신전 헤라이온(Heraion)은 재화나 예술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헤라 신전 남쪽에는 오각형으로 담장을 두른 펠롭스의 무덤이 있다. 헤라신전은 제우스신전보다 먼저 세워졌다고 한다.기원전 600년경 알티스라 불리는 이곳 성소에 세워졌다. 올림피아의 유적들이 모두 제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이나 그래도 비교적 이 올림피아에서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유적이다.
올림피아를 돌아보는 동안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올림피아를 돌아보며 과거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경기장에서 운동경기를 하는 모습. 제우스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모습. 수많은 관중이 모여서 함께 즐기는 모습 등등...
헤라신전을 보고 올림피아를 벗어나 이곳에게 발굴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으로 간다. 앞에서 말했듯이 올림피아의 유물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를 여행할 때 올림피아를 와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올림피아 맞은 편에 있다. 크지 않은 박물관이다. 하지만 그 소장품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박물관 전경
올림피아에서 발굴된 청동 투구
메가라인의 보물창고의 페디먼트와 프리즈
제우스신전의 페디먼트
- 라피타이안과 켄타우로스의 전쟁에서 평정을 잃지 않고 중심에 서 있는 아폴론 -
올림피아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들
켄타우로스에게 추행을 당하는 히포다메이아. 히포다메이아의 얼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상상이다. 어떤 사람은 체념을 누구는 열락을, 누구는 공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박물관 외부에 있는 조각상들
레스링경기 장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벽화
헤라신전에서 발굴된 올림피아박물관의 자랑인 헤르메스상이다.
완벽한 조형미로 헬레니즘 미술의 최고를 보여 주고 있다 한다.
승리의 신 니케상
경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도기들
올림피아를 떠나는 길에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띄였다.
올림피아와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 새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올림피아를 벗어나 시내에 와서 늦게라도 점심을 먹었다. 그리스의 카페는 참 아름답게 꾸며 놓고 있다. 외양이 아름다운 카페에 들어가 양고기 꼬치와 해산물로 점심을 먹으니 후식으로 꿀을 바른 케이크 조각을 준다. 맛있게 먹었다.
올림피아에서 많은 것을 보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왜 무엇 때문에 이 올림피아를 건립라고 제전을 열었을까? 아마도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이 든다. 그 당시는 아직은 야만의 시대였을 것이다.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에 신에 대한 경배를 통해 질서를 얻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스는 결코 풍요로운 땅은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 그들은 살아남았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초기 그리스 시절에 어떻게 하든지 전쟁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도가 올림픽제전이 아니었을까? 신에 대한 경배를 제전이라는 형태로 승화시켜 이 제전기간은 '성스러운 휴전'이라는 묵시적 협정을 통해 평화를 추구한 것이라 생각된다.
올림피아의 많은 건물들은 모두 올림픽제전을 위해 건립되었다. 하지만 지금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은 없다. 폐허의 유적뿐이다. 하지만 그 유적에서 과거 올림픽의 흔적이라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
올림피아에서 기차를 타고 피르고스로 돌아와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고린토로 간다. 또 약 4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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