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 신들의 고장 아테네 3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그리스문명의 보물창고 - 국립고고학박물관
오늘 일정은 아테네를 구경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아테네에 몇 일을 머물면서 여러 곳을 보면서 즐겼지만 아테네의 십분의 일이라도 알았는지가 궁금하다. 여행자가 아무리 잘 돌아다녀도 그 도시를 다 구경하고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수 십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다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하물며 타국의 다른 도시를 몇 일만에 다 이해하고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곳을 보고 즐겼으면 만족하고 다음을 또 기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여행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테네에서 가장 중요하고 보아야 하는 것을 아들녀석이 잘 선택해서 즐겁게 돌아다녔으니 그 자체로 기쁜 일이다.
오늘은 그 동안 유보해 놓았던 국립고고학박물관과 고대아고라를 중심으로 구경하고 펠레폰네소스반도로 떠나야 한다. 그 곳에서 보아야 할 곳이 너무나 많기에 아테네는 이 정도로 다음을 기약하여야 한다.
아침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오모니아지구쪽으로 발길을 돌려 시내를 한가로이 구경하면서 도착한 곳이 유명한 국립고고학박물관이다. 저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아들과 나는 취향이 비슷하다. 그래서 박물관을 탐방하는 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의견의 일치를 본다. 물론 내가 보는 관점과 아들이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취향이 같다는 것만해도 행복한 일이다.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은 세계 10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비잔틴시대에 이르는 수많은 유물과 조각품 및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다. 특히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에 많이 있는 조각상을 통하여 고대 그리스인이 인간의 육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과 미의 구현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또 이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문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둘러 보아야하는 곳이다. 그리스 각 지역에서 출토된 중요한 유물은 대개가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그리스 고대 유적지는 황무지처럼 변해 있다. 물론 중요한 지역에는 그 지역의 박물관이 있지만 그리스문명에 대한 수집 전시품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곳이 이 박물관이다. 아테네에서 이 박물관을 보지 않고는 그리스문명을 말한다는 것은 소경이 코끼리를 만지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집품의 중심은 에게문명 후기의 미케네의 출토품, 아르카이크기에서 고전기에 걸친 조각상, 묘비, 도기 등며, 중요 작품에는 아트레우스의 비보, 바페이오의 황금배, 알테미시온의 포세이돈, 안티쿠테라의 청년, 헤게소의 묘비, 말을 타는 소년상, 아포르디테와 판 등등 특히 유명하다.
수 많은 작품과 유물을 보고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드리니 감상해 보시기를....
박물관의 자랑 - 포세이돈(혹은 제우스라고도 함) 청동상
박물관 전경과 내부의 모습
쿠로스 - 아르카이카 시대의 전시실에 있는 청년나체상 중 하나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는 마블
포세이돈(혹은 제우스) 청동상
이 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의 하나인 '말을 타는 소년 청동상'이다. 힘차게 질주하는 말과 말위에 매달려 있는 소년의 조합이 좀 어색하게도 보이지만 힘차게 질주하는 말의 모습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내가 갔을 때 오딧세이라고 특별전을 하고 있다.
아테네의 두상(마블)
아프로디테와 판(양들의 신)
제목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흥미를 끈 작품이다.
말의 벽화인데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신라 천마총의 천마도가 머리에 떠올랐다
각종 도기들
여러 가지의 조각상
이 고고학박물관은 수십개의 전시실이 있다. 각 전시실마다 고유번호가 있어 시대순의 배열을 해 놓았다고 하나 그 번호에 억매일 필요는 없다. 그저 구경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니, 번호를 다툴 필요없이 입구에 들어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동선을 최대한 줄이고 시간도 절약된다. 너무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니 주요한 유물을 중심으로 구경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유물을 구경하는 것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방에 시간을 더 들이면서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저번에 갔으나 시간의 착오로 보지 못했던 고대아고라로 발을 돌렸다. 고대아고라로 가는 길에 또 모나스티라키광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오늘이 휴일이라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테네시민들 그리고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함께 섞여서 북적되는 광장에서 골목길로 가서 생과일 주스를 한잔 사먹어 보았다. 히모피이오(Xymopoieio)라는 가게로 광장옆 좁은 골목에 있지만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집이었다. 여러 종류의 주스가 있는데 주스를 주문하면 금방 짜주는데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여 구미를 돋우었다.
휴일에 북적거리는 모나스티라키광장
생과일 주스 가게 - 여러 종류의 과일이 보인다
과일 주스를 한잔 마시고 잠시 골목을 구경하다가 고대아고라(Ancient Agora)로 발길을 돌렸다. 아테네에 아고라가 여러 곳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이 고대아고라다. 고대아고라 바로 옆으로는 철길이 놓여 있어 수시로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아테네 시내는 땅을 파기만 하면 유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고대아고라 옆의 철로 곁에도 유적지가 보였다. 고대아고라는 아크로폴리스와 함께 서양 문명사의 첫 페이지를 연 곳이라 한다. 아크로폴리스의 북서쪽에 위치하여 아크로폴리스에서도 잘 보이는 아고라는 시장이면서도 정치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었다. ‘모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고라에서는 웅변가들의 연설도 들을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철학자뿐만 아니라 역사가 헤로도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 등등 수 많은 지식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열변을 토했던 아고라다. 기원전 6세기경부터 시장이 생겨났는데 당시에 시장을 보러 왔던 남자들이 물건을 사기도 하면서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던 아고라가 잡담과 토론의 장이 되었다고 한다. 아고라는 다양한 이야기와 정치적 의견이 오고 갔던 중요한 장소로 고대 그리스 국민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던 토론의 중심지였다. 이 고대아고라는 규모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크다. 많은 유적이 있고 허물어진 유적도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것은 '아틸로스의 스토아'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헤파이스토스 신전' '아그리파의 음악당' ' 아포스틀레스 교회'등이 중심되는 유적으로 우리의 눈을 끌고 있다.
북쪽출입구에서 바라보는 노천카페와 철길
고대아고라는 출입구가 남쪽과 북쪽 그리고 북서쪽 3군데에 있다. 그 중에서 나는 북쪽출입구로 들어가서 아고라를 관람했다. 북쪽출입구의 표시와 아고라 전체의 설명판
북쪽출입구에서 바라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
북쪽출입구 안에서 보는 모습
북쪽입구로 들어가 잠시 거닐다가 왼쪽에 있는 거대한 건물을 보고 거기로 갔다. 바로 '아탈로스의 스토아(Stoa of Attalos)'이다. 스토아란 기둥이 늘어선 복도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 스토아에서 대화도 나누고, 토론도 하면서 그리스 민주정치를 만들어 나갔다 한다. 그리스의 유적 중에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어 그리스식 주랑의 모습을 이해하기가 쉽도록 보여 준다. 아탈로스의 스토아는 현재는 고대 아고라(Agora)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은 기원전 2세기 소아시아 페르가몬 왕국의 왕 아탈로스 2세(Attalos II)가 지어 아테네에 기부한 것이다. 기원전 159년에 착공해 21년 만에 완공하였으며,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긴 건축물이었다. 이후 파괴된 것을 록펠러가문의 기부에 의해 1953~1956년 옛 양식과 형태를 그대로 살려 복원하였다고 한다. 록펠러가 부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해 주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장학재단이나 사회재단들을 설립하고는 자신들의 소유로 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이다고 느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탈로스의 스토아 전경
스토아 구조 설명
스토아(열주랑)의 모습
전형적인 헬레니즘 건축물인 스토아(Stoa, 열주랑)는 2개 층으로 된 대형 시설로 아래층은 도리아식, 위층은 이오니아식 열주가 세워져 있다. 두 개 층은 건물 양 끝에 있는 계단으로 연결되고, 석회석 벽에 전면은 펜텔리(Penteli)의 대리석, 지붕은 타일로 덮여 있다. 스토아는 고대의 쇼핑몰 겸 시민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사교 장소였다. 여름에는 태양을 가리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했다. 박물관내에는 암포라(양쪽에 손잡이가 있는 항아리)류, 신석기 및 미케네 시대의 도기, 무구 등 BC 17~19세기의 유물들과 기원전 7~5세기의 토기, 청동 유물, 조각품, 주화 등과 함께 비잔틴 시대와 투르크 점령기의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내부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금지해 놓아 아쉬웠다. 외부 주랑에는 아폴론 파도로스상, 데메테르상, 아프로디테상 등 조각품을 전시하고 있다.
외부의 전시품
스토아에서 보는 아고라 광경
스토아에서 바라보는 헤파이스토스 신전
스토아를 구경하고 주변을 거닐다가 위로 올라가면 마주치는 건물이 '아포스틀레스 교회'이다. 이 건물은 고대 그리스의 건물이 아니라 비잔틴시대의 교회이다. 물론 복원된 건물이지만 그 형체를 온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건물이다.
아포스틀레스 교회 전경
아포스틀레스교회에서 보는 아고라 풍경과 헤파이스토스 신전
아포스틀레스교회를 돌아 여러 유적을 구경하고 거의 온전하게 원형이 보존된 건축물을 향하여 간다. '헤파이스토스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보다 더 이전에 세워진 이 신전에는 아테네의 맹주 테세우스의 부조가 많이 있어 테세우스 신전으로 생각되어 테세이온신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발굴 도중 대장장이와 관련된 물품이 많이 나와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를 모신 신전으로 드러났다
톨로스(원형건축물)위 흔적
헤파이스토스 신전 전경
헤파이스토스 신전에서 보는 파르테논 신전
헤파이스토스 신전의 여러 모습
헤파이스토스신전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신전터가 보이고 거기를 지나면 북쪽 출입구 가까이에 거대한 돌 조각 기둥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유명한 '아그리파 음악당'이다. 로마제국의 장군 아그리파가 아테네에 기증했으며 당시 아고라에서 가장 큰 건물로 1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2층 건물이었다. 음악당 입구에 6개의 거인상이 서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거인상 1개와 2개의 트리톤(반인반어)이 남아 있다. 소크라테스가 즐겨 이곳을 찾아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었다고 한다. 3세기경 음악당이 파괴된 자리에 4세기경에는 체육관이 세워졌다고 한다.
아그리파음악당
이 음악당을 뒤로 두고 아고라를 벗어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늦었다. 아고라 북쪽출입구 맞은편의 길가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가니 북새통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오후를 즐기고 있다. 이 아고라주변에는 노천 카페가 아주 번창하고 있었는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이 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이 분위기를 즐겨 보았다. 그런데 그리스에는 왜 그렇게 고양이들이 많은지...... 저번 제우스신전에서도 고양이들이 돌아다녔는데 이아고라 주위에도 고양이들이 때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특히 음식을 먹고 있는 도중에 고양이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음식물을 던져 주면 잽싸게 그 음식물을 먹고 다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늦었지만 한가롭게 점심을 먹고 아고라 주변을 거닐다가 시내를 구경하면서 호텔로 돌아왔다.
점심 - 왼쪽 : 야채와 고기, 오른쪽 : 각종 해산물(오징어, 새우, 멸치, 가재 등등) 멸치를 고양이에게 던져주면 고양이들이 잽싸게 다가와 주워 먹곤 했다.
거리에 펼쳐져 있는 여러 가게들
고대아고라를 마지막으로 아테네관광은 끝났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곳도 많이 갔지만 어디가 어딘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워 생략했다. 그리고 거리를 걸어다니면 보았던 유명하지 않았던 여러 유적들....
길거리 모두가 고대의 유적으로 꽉찬 도시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눈에 담고 마음에도 담았다. 책에서 보던 많은 사진들의 실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실감나게 하였다.
호텔에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올림피아를 가기 위해 피르고스행 버스를 타러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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