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그리스문명 산책 - 잊혀진 비극의 도시 테베(테바이)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델피를 구경하고 다음날 오디이푸스 비극의 무대인 테베(테바이)로 향했다.
테베까지는 아테네에서 기차가 다니기 때문에 열차 시간만 제대로 알면 이동하기가 편리했다. 약 한시간 남짓 걸려 테베역에 도착했다. 한적한 도시였다.
테베는 그리스어로는 ‘Thebai’라고 하며, 이미 BC 3000년부터 주민이 산 흔적이 있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신화에서는 페니키아계의 카드모스가 이곳에 성을 쌓고 카드메이아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카드무스는 하르모니아와 결혼하여 여러 자녀를 낳았지만 모조리 불행한 죽음을 당했다. 그 공주 중 하나인 세멜레가 제우스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가 풍요와 포도주와 주정의 신 디오니소스이다.
중부 그리스의 제1도시로서 미케네 시대의 왕궁터가 남아 있고, 테베 주변의 고고학적 발굴로 이 지역이 미케네문명의 중요한 정착지였음이 밝혀졌고 그 시대의 유물도 많다.
또한 소포클레스의 유명한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와 아이스퀼로스의 ‘테베를 공격하는 7인(人)’ 그리고 ‘안티오페와 그 쌍동이 아들’ 등등 그리스 비극의 소재가 된 신화나 전설이 이곳을 무대로 전해지는 것으로 미루어 그리스 초기에는 이 곳이 번영한 도시국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화에 따르면 테바이에는 일곱 문이 있었으며,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와 그 아들들인 해당 에피고노이들은 각각 하나의 문을 맡았고, 방어를 하는 테바이도 각 문에 장수를 한 명씩 배치해 맞섰다.
페르시아전쟁 중에는 페르시아 편을 들었고, 펠로폰네소스전쟁 뒤에는 아테네 편에 들어 스파르타와 대립하였다. 얼마간은 그리스의 패권을 잡았으나 오래 계속하지 못하고 패권을 잃었다. 그 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패하여 완전히 파괴되었다.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시가는 고대의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테바이는 위대한 영웅 헤라클레스가 탄생한 땅이며, 그로 인해 테바이 중장보병의 방패 문장에 곤봉(헤라클레스의 상징) 그림이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테베(테바이)는 한적한 시골 도시이다.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가 자리 잡은 도시에는 모두 유적지를 보호하고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고 하고 있으나 테베는 버려진 유적이 황폐화되어 있고 보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저 고고학박물관이 옛날 한 때 융성한 도시의 유물들을 간직하고 있을뿐이다.
테베고고학박물관의 도기
아테네에서 테베로 가는 기차와 테베 기차역
기차를 내려서 역을 출발하여 유적이 있는 곳을 제대로 모르면서 시내를 하염없이 걷기로 했다. 아들과 나의 특기이자 장점을 살려 그냥 발길이 가는대로 구경을 하는 것이다. 물론 어디에 무엇이 있는가를 대강은 알고 간다. 구글 지도가 여행자에게는 구세주와 같다. 스마트폰을 켜고 구글지도만 연결하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해진 세상이다. 옛날에 길을 모르면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해서 찾아다니던 생각이 난다. 길을 가다 보면 아름다운 모양의 집들이 자주 눈에 띈다.
아름다운 집
길을 가다 처음으로 마주친 유적이 암피온(The Amphion)이다. 조그마한 언덕이고 별다른 유적도 보이지 않는 테바이의 왕이었던 암피온과 제토스의 무덤이다. 암피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테바이의 왕이다. 쌍둥이 형제 제토스와 함께 테바이를 다스리며 일곱 성문이 달린 테바이 성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제토스와 쌍둥이 형제로 태어나자마자 키타이론산에 버려졌는데 양치기가 이들을 발견하여 길렀는데 암피온은 음악에, 제토스는 무술과 목축에 뛰어났다. 성장한 뒤 안티오페를 만나 신분에 대한 내력을 알고 어머니를 핍박하던 리코스와 그의 아내 디케르를 죽여 복수하였다. 테베의 왕이 된 형제는 성벽을 쌓아 나라를 굳건히 하였는데, 암피온이 리라를 연주하자 신묘한 음율에 돌들이 저절로 움직여 성벽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암피온은 일곱 줄로 된 리라를 본따 테베에 7개의 문을 만들었다. 테베는 이전에는 카드메이아라고 불렸으나 제토스의 아내 이름을 따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암피온은 리디아 왕 탄탈로스의 딸 니오베와 결혼하여 아들 딸을 각각 7명씩(또는 6명씩) 두었으나, 니오베가 자식을 많이 낳은 것을 뽐내어 레토를 모독한 벌로 레토의 유일한 아들과 딸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손에 자식들을 모두 잃었다. 비탄에 빠진 니오베는 울다가 돌이 되었고 암피온은 자살하였다.
표지판이 없으면 아무도 알아 볼 수 없이 아무런 것이 없다.
테베 고고학박물관 전경과 고고학박물관과 연결되어 있는 테베의 옛 성곽의 일부
박물관에서 보는 테베의 시내
테베고고학박물관은 조그마하다. 하지만 테베의 유물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았다. 이 잊혀져 가는 도시에서 과거의 영광의 편린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박물관을 들어가면서 오른쪽으로 큰 석조물이 보인다. 과거 테베 성곽의 일부이다. 고고학박물관을 이 터에 지었다. 이 박물관에는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조상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무언가 아주 유명한 작품둘은 아니지만 테베의 역사적 유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외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 온전한 것은 없다. 철저하게 파괴된 흔적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름다움이 빛나는 두 작품
여러 신화가 그려져 있는 도기들
스핑크스
아마 헤라클레스인듯......
박물관의 전시물들 - 테베의 신화가 그려진 벽화들이 훌륭했다.
박물관에 있는 옛 성터와 테베 주변도
박물관을 나와 주변의 조그마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을의 주민들로 보이는 노인들이 한가로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참으로 여유로운 풍경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테베의 시가를 목적지도 없이 거닐기로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유적을 구경했다.
이 안내판을 보면 위의 유물들이 미케네시대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황량하게 폐허의 유적지만 보이는 미케네 궁전터
과거 도시의 방어벽의 자취 - 표지판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모르겠다.
구글지도를 바탕으로아폴로 신전을 찾아갔다. 표지판에는 아폴로신전이라고 표시해 놓았으나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돌무더기 몇 개가 남아 있을뿐이다. 테베의 여러 곳을 다녀 보니 테베의 유적은 거의 알아볼 수 없게 파괴되었다. 언제 테베가 황폐해졌는지는 신화에 의하면 일곱장수의 아들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고 하고, 역사에 의하면 알렉산더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다 한다. 누가 파괴했던간에 테베는 폐허의 도시로 남아 있다.
길가의 가로스 - 오렌지 나무(그리스 각 지역에는 오렌지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미케네 석실무덤 유적지
The Fountain of DIRKE - STREAM의 발굴현장
테베를 이곳 저곳 다니면서 유적지와 시가를 구경하고 나니 어느 새 저녁이 되었다. 테베에서 아테네를 다니는 기차가 많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저녁을 먹고 나도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아들과 의논하여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였다.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식당가가 보여 그 중 한곳에 들어갔다. 테베에서는 제법 유명한 집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스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천천히 하는 것 같다. 아침에 아들과 내가 움직일 때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오후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보인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활동을 한다. 우리와는 생활패턴이 좀 다르다. 우리가 보기에는 게으르다고 생각할는지 모르나 그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여유가 없다. 모든 것이 자기 위주의 생각일뿐이다고 느낀다.
식당의 모습 - 연인들과 가족이 많았다.
우리식의 돈까스 비슷한 음식
그리스의 명물 문어요리
새우와 해산물 요리
이 세 가지의 음식과 맥주 한병을 청해서 마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테베는 왜 이렇게 황폐하게 버려두는가?부터 그리스 맥주이야기, 세상의 모든 잡다한 이야기 등등 생각나는대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들과 여행을 하면서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언제 아들과 이같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복받은 사람이다. 아들녀석이 더욱 고맙게 생각된다.
저녁을 먹고 어두워진 거리를 걸어내려가면서 길거리의 오렌지를 보고 또 한마디 한다. 저 오렌지 따 먹어도 되는지.....
오후 8시에 테베를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왔다. 긴 여정이었다. 더구나 테베에서는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좀은 피곤하게 느꼈다.
테베역 근방의 레스토랑 - 상당히 분위기 있게 보이는데 영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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