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5) - 모스크바 가는 기차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5.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 가는 기차 여행

 

 이르쿠츠크를 출발하여 모스크바까지 약 80여 시간을 기차를 타는 여행이 시작된다.

새벽 01:02분에 모스크바행 기차가 도착하는데 울란우데에서 온 기차가 여기에서 객차를 더 연결하여 긴 열차가 되었다. 우리는 끝에서 두 번째 바곤(차량)에 좌석이 배정되어 탑승하니 객차는 조금 신형이나 불편한 것은 마찬 가지이다. 기차에서 모포와 시트커버를 구입하여 침구를 정리하고 아들놈이 2층에 좌석을 정하였는데 불편하다고 아우성을 치며 제 어미를 많이 원망한다. 표를 예매할 때 두 좌석 모두 아래층을 원하였는데 제 엄마가 2층을 권하여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표를 구입하였는데, 막상 여행을 하면서 겪어보니 1층이 2층보다 아주 편하다. 러시아 기차여행을 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객차는 앞 바곤(차량)을 좌석은 1층으로 표를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2층은 오르내리기도 불편하고 1층보다 상하 공간이 매우 좁아 체구가 큰 사람은 대단히 불편하다.

 

 기차는 동시베리아와 같이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달린다. 평원과 자작나무의 숲, 그리고 평원을 흐르는 강들이 기차 창문을 스쳐가고, 승객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그저 막막하게 차창에 펼쳐지는 풍경을 무심하게 보다가 끼니때가 되면 자기 스스로 알아서 식사를 하고 잠이 오면 자고 하는 일이 기차를 타는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일상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좁은 국토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일상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너무나 먼 기차여행이다.

 

 

 

 

 

 

비가 내려 어두운 시베리아

 

 

 

 

 

비가 그친 시베리아 별판

 

 

 

 

이름을 모르는 중간 기착역

 

 

 

시베리아 저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

 

 시베리아의 광활한 평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평원을 기차는 하염없이 달리고, 긴 거리를 달리다 보면 어느 새 비가 그친 평원에는 다시 한 여름의 태양이 빛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기차는 여러 가지의 구조로 되어 있다.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로 가는 기차는 창문을 여는 곳이 있어 바깥 공기를 쐬며 사진을 찍기가 상당히 좋았는데 이번 열차는 창문을 여는 곳이 한 곳도 없어 차창으로 사진을 찍거나 열차가 정차한 역에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 상당히 불만이다.

 

 책을 읽다가 무료하면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오면 자다가 끼니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정말 아무 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여행이다. 끝없이 달리는 기차여행이 지겨울 것 같으나 무심하게 차창을 지나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저 똑 같은 풍경인 것 같으나 조금은 다른 경치가 차창을 지나간다. 중간 중간에 서는 기차역에서 그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제법 오래 정차하는 역에서는 주변 마을의 러시아인들이 빵과 여러 가지 음식물, 그리고 기념품을 팔기 위해 역에 들어와서 여행자들에게 자그마한 재미를 준다. 나도 빵과 주스(빵 100루블, 주스 150루블)를 사서 먹어 보았는데  맛이 있다. 떠날 때 장자(莊子)를 읽기 위해 가지고 갔는데 장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시간만 보내는 여정이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해는 아직 하늘에 떠 있다. 그래도 시간이 되었기에 잠자리에 든다.

 새벽 02:55분에 저번에 만나 고려인 3세 아주머니의 아들이 사는 노보시리비스크에 도착한다. 1시간이나 머무는 큰 도시이기에 잠에서 깨어 바깥에 나가 잠시 맑은 공기를 쐬며 맨손체조를 하고 역 주변의 사진도 찍고 한다.

 

 

 

 

 

노보시리비스크 역 

 

 

열차승무원의 근엄한 모습 : 열차가 정차하면 꼭 승객들을 확인한다.

 

 

 

중간에 잠시 휴식을 하는 승객들

 

 

중간 정차역에서 객차내의 온갖 오물을 청소하는 차량

 

 

 

역에서 파는 음식물과 기념품, 간이 슈퍼

 

 

열차 기념물 : 어느 역인지 기억이.......

 

 

 

 

중간 정차역에서 러시아 사람들에게 구입한 빵

 

 

 

 

 

 

 

역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역과 그 주변

 

 

 

시베리아 평원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보통의 러시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 앞좌석 1층에는 50대로 보이는 러시아 노동자가 있고, 2층에는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자리를 먼저 잡고 있었으나 그들은 영어를 조금도 하지 못하고, 우리는 러시아어를 못하니 그저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와 같이 멍하게 바라볼 뿐이다. 언어의 소통이 이렇게 중요한 가를 다시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옆 좌석에는 유대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즐거이 여행을 하고 있다. 그들은 유대교 성경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뒤편에서 여행하는 일곱 여덟쯤 되어 보이는 러시아 꼬마 녀석들이 윗옷을 벗고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이 부부에게 말을 건네도 짜증을 내지 않고 답을 해 준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엄청난 양의 식사를 부부가 먹고 잠자리에 들 시간에 특이하게 거구의 여자가 이층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면 기차를 탈 때는 음식을 풍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차 안에서 먹는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기차가 여러 중간 역에서 정차를 하면서 계속 모스크바를 향해 달려 01:30분에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하니 한밤중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려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부터는 우랄산맥을 지나 유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도 기차에서 내려서 바깥 풍경을 보려하나 한 밤중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차에 올라와 다시 잠을 청하고 다시 깨니 해가 벌써 하늘 위에 떠 있다. 차창을 통해 바깥을 보니 동시베리아와 달리 숲과 산이 많이 보인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모스크바를 가는 두 노선이 있다. 옛날의 노선과 좀 더 남쪽에 새로 만들어져 Kazan(카잔)을 통과하는 노선이 있다. 우리는 미처 몰랐기에 같은 노선인줄만 알고 예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기차는 카잔을 통과하는 노선이다. 그러나 어느 노선이든지 모스크바를 가는 것은 같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기차여행을 한다.

 

 

 

기차 안에 있는 각 역 도착 시간표

 

 

 

 

 

 

 

 

 

 

기차에서 보는 시베리아의 다양한 풍경

 

 

예카테린부르그 역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시베리아 숲

 

 08:30분경 아침을 먹고 바깥을 보니 모스크바까지 1,400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너무 긴 거리를 가는 기차이기에 곳곳에 모스크바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이 보인다. 이 넓은 시베리아 벌판에 또 비가 오고 하늘에는 새카만 먹장구름이 끼여 온 사위가 어둑어둑하다. 저 멀리에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숲 타이가가 보인다. 달리는 차안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제대로 찍히지 않아 그저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만 느끼기로 한다. 이 광활한 대지를 눈으로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한국의 모든 일상사를 잊어버리고 여행을 즐기려 하였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 인터넷이 되는 역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뉴스를 검색해 본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일상의 소소함을 벗어나서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인데 한갓 보통 사람인 우리가 일상의 구속을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금방 읽은 장자에 자연의 이치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하는데.......

기차는 계속 서쪽으로 달리고 있고 하늘은 어느 새 맑게 개여 해가 빛난다.

 

 이름을 모르는 어느 역에서 우리 좌석 앞에 있던 사람들이 내리며 인사를 한다. 3일간 같은 좌석에서 함께 왔다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작별인사를 하고 내린다. 사람의 사는 정은 우리나 이들이나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좌석에 10대로 보이는 젊은 러시아 남녀가 왔다. 젊은이들이라 약간의 영어가 통하여 이야기를 걸어보니 남매라고 한며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한다.

 

 19:30분인데 태양이 중천에서 아직 빛을 발하고 기차 안의 러시아인들은 시간을 맞추어 잘도 먹고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기차 안의 러시아인들을 살펴보니 긴 시간의 여행에서 시간을 보내는 준비를 하고 기차를 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름대로 각자의 방법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숫자나 글자 맞추기 퍼즐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 중 숫자 맞추기 퍼즐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두뇌를 활용하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현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 보이는 인가들

 

 

 

 

 

 

 

큰 간을 중심으로 도시가 보인다.

 

 

 

열차 차창으로 보는 강

 

 

열차 내에 있는 화장실 변기

 

 

세면대

 

 

온수를 공급하는 식수대

 

 이제 모스크바까지 약 10시간이 남았다. 참으로 긴 여정이다. 약 80시간을 기차를 타는 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 다시는 없을 일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그래도 계속 변하는 풍경과,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기다 보니 그다지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옆 좌석의 유대인 부부가 내리고 나서 러시아인 엄마가 꼬마를 데리고 탔는데 한 세 살 정도 보이는 꼬마가 라면을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여행에 꼭 필요한 생수

 

 

 

 

간이역에서 음식을 파는 러시아 사람들

 

 

 

 

 

우랄 산맥을 넘어 유럽쪽의 평야

 

 잠이 온다. 어느 새 환경에 익숙해져서 열차 안에서 잘도 잔다. 인간은 너무 빨리 환경에 적응하는 것 같다.

 

 내일 새벽이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 여행(14) - 리스트 비앙카 그리고 이르쿠츠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4. 바이칼의 출구 리스트 비앙카와 이르쿠츠크 시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무지개가 떠 있다. 무지개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인데 아침부터 무지개를 보니 기분이 엄청 좋다. 조금 있으니 무지개가 하나 더 떠서 쌍무지개가 된다. 너무나 기분이 좋다.

  

 

 

 

 

숙소에서 보는 무지개

 

 오늘은 리스트 비앙카로 가기로 한다. 바이칼을 알혼 섬에서 구경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아 아들과 의논하여 또 다른 바이칼의 모습을 구경하기로 하고 바이칼 최남단에 있는 리스트 비앙카로 간다. 바이칼로 들어가는 물줄기는 300여개가 넘어 많은데 바이칼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리스트 비앙카에서 시작되는 앙가라 강 하나밖에 없다. 일찍 숙소를 나와 어제 보아둔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시간이 조금 빠듯하여 트랩(전차 : 12루블)을 타고 주위에 가서 걸어가니 09:00에 리스트 비앙카로 가는 버스(524번, 요금 : 97루블)가 있다. 이곳에서는 알혼 섬에 가는 정기노선 버스(507번)도 있으나 하루에 한 번밖에 가지 않는다. 약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달려 리스트 비앙카에 도착한다.

 

 

 

리스트 비앙카행 차표와 버스터미널

 

 

이르쿠츠크 시외 버스 노선도

 

 

 

알혼 섬으로 가는 버스(507번)과 리스트 비앙카행 버스(524번)

 

 리스트 비앙카는 일찍부터 바이칼의 관광지로 개발되어 호텔도 두 곳이나 있고, 많은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있으며 시장도 발달되어 있다. 아마도 이르쿠츠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일찍이 바이칼의 관광지로 개발된 것이라 생각된다.

  

 

 

리스트 비앙카 버스터미널의 안내도

 

 

리스트 비앙카 버스터미널

 호수가의 물에 발을 담그고 아들과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가 한국말로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한다. 보니 한 40은 되지 않은 남자이다. 혼자서 왔다고 하는데 얼마나 바이칼이 보고 싶었으면 어제 밤 비행기로 들어와 오늘 아침에 바로 리스트 비앙카로 왔다가 내일 새벽 비행기로 나간다고 한다. 그저 바이칼을 보기 위해서 그 먼 거리를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아 온 것이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리스트 비앙카는 알혼 섬과는 다른 모습의 바이칼을 보여준다. 알혼 섬이 바이칼의 좁은 영역을 보여주는데 비해 리스트 비앙카는 더 넓은 바이칼을 보여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이칼의 모습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하지만 알혼 섬보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탁하다거나 오염이 된 것이 아니라 알혼 섬보다는 맑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또 교통이 편리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호수 에는 수많은 유람선과 이르쿠츠크까지 운행하는 배들이 매여 있고, 바이칼에서 고기를 잡는 배들도 많이 보인다. 또 호수 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러시아 가족들이 함께 휴식을 하고 있으며, 조그마하지만 우리나라의 해변과 같이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리스트 비앙카의 바이칼

 

 

 

리스트 비앙카의 어선과 유람선

 

 

 

 

리스트 비앙카 호수 가

 

 

 

호수 유람선 선착장에 서 있는 아들과 나

 

 시장에 가니 바이칼에만 나오는 생선 ‘오물’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손님을 끌고 있다. 살아 있는 ‘오물’은 잘 보이지 않고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고기가 보인다. 식당에서 직접 먹으려니 식당에서는 팔지 않고 가게에서 구입해 와서 다른 음식을 시켜서 먹으라고 한다. 시간도 있고 해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다른 구경을 하면서 이리 저리 돌아 다녀 본다.

이곳에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점심을 한번 먹기로 하고 이곳 호텔의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의 끼니를 소박하게 먹었는데 한번쯤은 즐기기로 생각했다. 호텔에 들어가니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제법 큰 호텔로 숙박비도 입구에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1박에 대충 5,000루블 정도로 비싸다. 호텔 식당에서 오물을 먹기 위하여 메뉴 표를 보고 여러 가지의 ‘오물’ 음식을 시킨다. 오물회, 오물구이, 오물샐러드, 오물알 등등 ‘오물’로 만든 음식을 모두 시켜서 먹는데 생선이 우리 입맛에는 조금 싱겁게 여겨진다. 아마도 바다 생선에 익숙해진 우리 입맛에는 민물고기라 싱겁게 느껴지는 듯하였다. 상당한 가격을 치르고 시킨 음식이고 처음 먹는 음식이라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서 음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아들과 한다. 더 시켜 먹기에는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부담이 되기에 나중에 시장에서 다시 사 먹기로 하고 호텔을 나온다.

 

 

오물회

 

 

오물샐러드

 

 

오물회와 샐러드

 

 

 

 

 

 

오물구이와 알

 

 

 

 

오물구이를 해체하여 먹은 모습 : 잔가시가 많다.

 

 

 

리스트 비앙카의 호텔 : 바이칼을 바로 보고 있는 위치. 다음에 꼭 숙박을 하리라 생각...

 

 호텔을 나와 바이칼 호수에 발을 담그고 쉬다가 시장에서 파는 여러 가지 음식과 오물을 구경하고, 주변 마을을 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앙가라 강의 입구로 가기로 하고 여름의 따가운 햇볕 아래를 걸어간다. 바이칼 호수 가를 한 시간 남짓 걸어가면서 호수의 경치와 일광욕을 하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을 본다. 드디어 앙가라 강의 입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강의 시작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강의 시작은 깊은 산골의 작은 옹달샘이나 연못 등인데 비해 앙가라는 거대한 호수에서 시작되니 장관이다. 앙가라 강 주변의 여러 지방에는 앙가라 강에 얽힌 다음과 같은 슬픈 사랑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앙가라는 바이칼 신의 딸로 336명의 사내들 사이에 유일한 딸이다. 아버지 바이칼은 이르쿠트라는 청년과 결혼을 바랐으나 그녀는 북극의 예니세이를 소문만으로도 사모하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는 딸을 보고 노한 바이칼이 돌을 던졌는데 그만 그녀의 심장에 돌이 맞아 절명한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다. 그리하여 앙가라가 흘린 눈물이 앙가라 강이 되었고 그 강만이 예니세이 강으로 흐른다.’

 

이 넓은 호수에서 물이 나가는 곳이 오직 이곳 하나밖에 없다니 참으로 신비롭기도 하다. 앙가라 강 입구까지 갔다가 또 정처 없이 걸어오는데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는 한국말이 들려서 보니 한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무리가 길을 걷고 있다.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수건에 한국어를 보고 인사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 반갑게 답례를 하였다. 이 바이칼의 리스트 비앙카에까지 한국인의 무리가 집단을 이루고 여행을 왔으니 한국인이 다니지 않는 곳이 아무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리스트 비앙카의 바이칼

 

 

 

시장의 풍경

 

 

 

 

 

 

 

 

여러 가지 오물(생 것, 말린 것, 구운 것 등등...)

 

 

 

시장에서 파는 볶음밥(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를 넣어 계속 볶는다)

 

 

 

낚시하는 조소상 

 

  

 

호수 주변의 숙박소 : 우리의 펜션과 비슷하다.

 

 

 

야생화

 

 

 

 

 

앙가라 강 입구

  

 앙가라 강 입구를 세 시간 정도 걸려서 갔다 오니 어느새 이르쿠츠크로 돌아갈 시간이다. 버스를 타니 오전에 만나 한국인도 같이 버스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돌아가고 있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니 모스크바로 떠나는 기차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미처 돌아보지 못한 시내를 관광하기로 한다. 이르쿠츠크 북쪽에 있는 즈나맨스키 수도원을 찾아간다. 수도원 앞에는 ‘제독의 연인(2008년)’으로 영화화 된 ‘콜차크 제독’의 동상이 있다. ‘콜차크 제독’은 러시아의 적군과 백군의 전쟁에서 백군의 장군으로 맹활약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 사원에는 12월 혁명의 주모자로 이르쿠츠크에 유배된 트루베츠코이의 아내 예카테리나의 묘가 있다. 혁명에 실패한 남편을 따라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선택한 여자. 끝까지 시베리아를 지키며 먼저 죽은 아들의 손을 잡고 사원의 한 귀퉁이에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감회에 빠진다. 사원을 나와 앙가라 강을 따라 걸으면 이르쿠츠크 도시 설립 350주년을 기념해 만든 모스크바 게이트와 전망 좋은 앙가라 강 기슭에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를 설계했다는 탐험가 Yakov Pokhabov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모스크바 방향으로 향한 개선문 형태의 모스크바 게이트 주변에는 이르쿠츠크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 전몰장병 기념비를 지나면 이르쿠츠크에 있는 유일한 카톨릭 성당(The Polish Cathedral)을 볼 수 있다. 성당을 지나 길을 가다보면 매우 큰 이르쿠츠크 시청 광장이 나타난다. 땅이 넓은 나라라 곳곳에 광장이 많이 만들어져 있고, 광장의 넓이 또한 만만치 않게 크다. 특이하게도 광장 곳곳에 피아노를 가져다 놓고 아무나 연주를 할 수 있게 한다. 여러 러시아정교회 사원을 구경하고, 도시의 아름다운 건물을 보면서 왜 이 도시를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부르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여러 가지의 조형물을 구경하고 강을 잠시 벗어나 주변의 관광지를 걸어 다니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거리의 땅바닥에 초록색의 띠가 붙어있는데 이를 Green Line이라 부르고 있다. 이르쿠츠크를 관광하는 관광객들이 이 색의 라인만 따라가면 대부분의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상당히 편리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고 혼자 생각한다.

 

 

 

 

 

 

 

즈나맨스키 수도원원의 모습

 

 

수도원 앞에 서 있는 콜차크 제독 동상

 

 

건축기사의 조상

 

 

 

 

모스크바 게이트와 주변 전시물

 

 

 

 

아름다운 모습의 The Epiphany Cathedral

 

 

 탐험가 Yakov Pokhabov의 동상

 

 

이르쿠츠크 시 청사와 광장

 

 

 

전몰 장병 기념비

 

 

The Church of The Saviour

 

 

그린 라인의 관광 안내도

 

 

 

옛 이르쿠츠크 시가를 그린 돌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원

 

 

이르쿠츠크에 하나뿐인 카톨릭 교회(The Polish Cathedral)

 

 

The Cathedral of Our Lady df Kazan : 파괴된 예 사원을 기념하여정부 청사 앞에 새로 건립한 것임

 

 

 

 

 

 

 

정부 청사 앞 광장의 여러 모습 

 

 이르쿠츠크 관광을 마무리하고 모스크바로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숙소로 가니 입구에 한국인들이 몇이 있다. 대학 2학년이라는 학생은 모스크바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와 같은 기차다. 또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도 있는데 바이칼을 구경하고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학교다, 학원이다 하며 그저 공부만 시키는 한국의 부모들만 보다가 이렇게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바이칼을 구경시키며 호연지기를 길러 주는 아버지를 보니 참 멋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우리가 한 달 예정으로 러시아를 여행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러워한다. 숙소에 들어가니 사흘 전에 만나 이탈리아 아가씨가 바이칼 여행을 마치고 들어왔다. 다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잠시 있으니 어떤 청년이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데 이탈리아 축구선수 토티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인사를 하며 이탈리아 아가씨에게 같은 나라 사람임을 알려주니 그 때부터 이 두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수다를 떤다. 외국에서 자기 나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니 여태까지 하지 못한 말을 모두 하는 듯하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시간이 22:00인데도 해가 지지 않고 있다. 23:00에 기차를 탈 준비를 위해 숙소를 나와 이르쿠츠크 역으로 간다. 역 주위 슈퍼에 가서 기차에서 지낼 4일 간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과 필요한 물품 등을 구입하는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경험을 한다. 4일간이나 기차를 타기에 간단한 주류를 준비하려고 맥주와 보드카를 집으니 점원이 팔지 못하는 물품이라 한다. 우리는 의아해서 왜 그런지를 물어보니 23시 이후에는 주류를 일절 팔지 못하는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열장을 보니 시간이 적혀 있다. 그런 줄을 모르는 우리는 외국인이고 기차를 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나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주류는 사지 못하고 다른 물품만 사서 역으로 향하면서 아들과 둘이 좀은 아쉽지만 참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하면서 쓴 웃음만 짓는다.

 

 기차가 조금 늦게 도착하여 새벽 01:02(이르쿠츠크 시간)에 기차에 탑승한다. 바이칼과 아름다운 도시 이르쿠츠크를 뒤로 하고 기차는 모스크바를 향해 달린다.

 

또 다시 먼 기차여행이 시작된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3) - 데카브리스트의 도시 이르쿠츠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3. 데카브리스트의 이상이 만든 도시 - 이르쿠츠크

 

 바이칼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와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모두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있다. 이곳의 일상생활은 상당히 늦게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인 듯하다. 보통 밤10시까지는 해가 지지 않고 떠 있으니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활동을 하고 아침은 보통 천천히 시작한다.

 일어나 하늘을 보니 매우 흐리고 비가 오고 있다. 계절이 여름이라서 이번 여행을 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자주 비를 만나는데 여행하면서 비를 만난다는 것은 그냥 편하지는 않다. 비옷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면 여행을 하는 도중에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좀 깨끗하게 나오지 않으니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고, 거리를 걸어갈 때 물기가 신발을 적시고 옷도 적시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는 일이다.

 

 

 

과거 소련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거리의 그림

 

 

 

비가 내리는 이르쿠츠크 거리의 아름다운 건물

 

 

이르쿠츠크 관광안내도

 

 

오래된 건물에는 기하학적인 여러 문양이 있다.

 

 

이르쿠츠크 거리를 달리는 부산의 버스

 

 비가 계속해서 내리지만 아침을 먹어야 하기에 숙소를 나서서 식당을 찾아가니 대부분의 식당이 11시나 되어야 문을 연다고 입구에 적혀 있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엇인가 아침을 해결해야 하기에 24시간 문을 여는 햄버거 집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도 지금 체인점이 만들어지고 있는 subway라는 곳을 찾아 햄버거를 주문하는데 장난이 아닐 정도로 크다. 아침을 해결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유심카드를 교체하기 위해서 러시아통신회사 MTC의 대리점을 찾아갔다. 러시아 곳곳에 이 대리점이 있어 유심카드를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이곳에서도 영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아들이 상당히 어렵게 카드를 교체한다. 그런데 가격이 블라디보스토크와 다르게 상당히 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하나에 150루블을 주었는데 이곳에서는 하나에 50루블이라고 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카드는 제대로 작동하니 그대로 구입한다. 아들이 유심카드를 구입하여 교체하는 사이에 가게를 둘러보니 우리나라의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이 쭉 진열되어 있고 가격도 상당히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도 우리나라 스마트폰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유심카드를 교체하고 내일 갈 리스트 비앙카의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로 생각하면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 시간을 보았다. 이르쿠츠크 시외를 벗어나는 버스의 노선과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리스트 비앙카는 거의 두 시간마다 한 번씩 다니고 있다.

 

 오늘은 이르쿠츠크 시내를 관광하기로 계획을 하여 먼저 지역박물관(입장료: 200루블)으로 가니 비가 개어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이르쿠츠크의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지역 박물관을 구경하러 간다. 이 박물관은 이르쿠츠쿠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르쿠츠크시가 만들어지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자취와 도시가 만들어지고 파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역박물관 전경

 

 

 

 

 

 

 

 

 

박물관의 여러 전시품

 

  이르쿠츠크의 역사를 만든 데카브리스트의 주인공 볼콘스키와 트르베츠코이의 살던 집을 그대로 기념관(입장료  : 350루블)으로 만들어 놓은집을 찾아간다. 데카브리스트의 난은 데카브리스트가 영어로는 디셈브리스트(Decembrist)라고 번역되듯이 '12월 당원'이라는 뜻으로, 그들이 12월에 거사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귀족들로 러시아를 개혁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나폴레옹전쟁 때 프랑스군을 추격하여 서부 유럽의 자유주의의 공기를 흠뻑 들이켰고 자유주의 사상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의 농노제와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국민(평민)을 위해 러시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며 1825년 12월에 혁명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니콜라이 1세에게 탄압을 당하여 5명은 처형되고 그들의 꿈은 좌절되어 이 통토의 땅으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그들은 그 당시만 해도 아무런 기반이 없는 이 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이곳에 치타와 이르쿠츠크 등의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리는 이 도시를 만들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그들의 혁명을 성공하였더라면 러시아 역사가 어떻게 변했고, 이 이르쿠츠크는 건설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역사에 가정을 놓는 것은 또 다른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들놈은 나이가 젊기 때문인지 혁명가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젊음의 시절에 이상을 품고 사회를 개혁해 보려는 사람들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이상이라 생각하고 나는 저와 같은 나이에 무슨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고 반추해 본다.

 

 

 

 

볼콘스키 기념관의 전경

 

 

 

볼콘스키 영지임을 나타내는 표지

 

 

 

내부 뜨락 : 문화의 중심지로 요즈음도 야외에서 여러 공연이 있고 영화도 상영함

 

 

볼콘스키 기념관

 

 

트르베츠코이 기념관 전경

 

 

 

트르베츠코이 영지 설명

 

 

 

트르베츠코이 기념관 전경

 

 데카브리스트의 추억을 뒤로 하고 City Life(상인의 집 : 입장료 200루블)이라는 곳으로 가니 여행안내소가 있다. 여행안내소의 벤치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여행안내소 경내에 이르쿠츠크 시와 자매결연한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인가 하고 찾아보니 강원도 강릉이다. 그리고 조형물의 동판에는 강릉단오제가 새겨져 있어 여러 조형물을 구경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매결연한 국가들의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의 국기가 거꾸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해외에 나가면 모두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여행 안내소에 가서 우리나라의 국기가 잘못 게양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니 안내소에 있던 러시아아가씨가 알았다고 하면서 내일 고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르쿠츠크 시내지도와 바이칼의 안내도를 준다.

 

 

 

Meseum of Irkutsk City Life의 모습

 

 

자매결연한 도시 국가의 국기 게양

 

 

 

강릉단오제를 소개한 조형물

 

 City Life(상인의 집)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 이르쿠츠크 역에 가서 내일 밤에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기차표를 발권 받는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왔기에 별 어려움이 없이 발권을 하고 역 주위의 슈퍼도 탐색을 한다. 오랜 시간을 기차를 타야 하기에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역에서 표를 구하고 앙가라 강을 건어 숙소로 오는 도중에 햇빛이 비치는 앙가라 강이 빛나고 있다. 새파랗게 보이는 물은 바이칼보다는 못해도 도심을 흐르는 강으로는 너무 맑게 흐르니 마음이 상쾌해 진다.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이르쿠츠크 시내에 운행하는 버스를 보면 한국의 부산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산의 버스노선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이 부산 버스가 그대로 다닌다. 용당에서 하단으로 가는 68번, 당감동 백양아파트라 적힌 17번, 20번, 129-1번, 김해공항을 다니던 공항버스 등등이 색칠도 다시 하지 않은 채로 부산노선을 그대로 표시한 채로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버스들이 이 도시에서는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을 보니 새삼스럽게 우리나라의 국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내가 출퇴근에 이용하는 68번 버스는 부산에서보다 더 많이 보이는 듯하여 친근감이 든다.

 

 

조그마한 군사박물관

 

 

 

부산보다 더 자주 눈에 보이는 부산의 68번 버스

 

 

 

옛 건물의 아름다운 조형

 

 

 

한낮의 햇빛 아래 흐르는 앙가라 강

 

 

 

 

 

이르쿠츠크 역의 모습

 

  하루 종일 이르쿠츠크 시내를 걸어 다니며 여러 곳을 구경하고, 역에서 기차표도 구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 보였던 숙박 객은 모두 다른 여행지로 떠나고 새로운 나그네들이 모여 있다. 간단히 인사를 하니 독일인부부, 프랑스아가씨들, 그리고 러시아 처녀, 슬로바키아 청년들 등등 지구촌의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도 저녁을 지어 먹고 다음 목적지인 모스크바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서먹서먹해졌던 아들놈과 바이칼을 구경하고 나서 아들놈이 기분이 상당히 상승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아들과 함께 보드카를 한잔하고 잠자리에 든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2) - 바이칼 알혼 섬 2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2. 바이칼! 아 바이칼! - 바다와 같은 호수 (알혼 섬②) -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깥을 보니 햇살이 비치고 어제 흐렸던 하늘이 새파랗게 개여 기분이 상쾌하다. 해가 비치는 바이칼을 다시 구경하러 간다. 어제 오후보다 바이칼이 더 또렷하고 맑게 보인다. 어제 간 길을 따라 다시 걸으면서 저녁의 바이칼보다 더 선명한 바이칼의 물빛을 바라보면서 감탄만 계속한다. 어제의 자갈마당에 가니 바다와 같이 조수 간만의 차이가 난 흔적이 있다. 호수에 조수의 차이가 있다니 놀랄 뿐이다. 상상 이상으로 큰 호수이다 보니 달의 인력이 미쳐 물높이가 아침과 저녁이 다르게 나타난다. 아침 세수를 바이칼 물로 하니 차가운 물 기운으로 머리가 텅 비면서 잡념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다. 아침의 바이칼 공기 또한 시원하고 상쾌하며 가슴 속의 찌꺼기가 다 사라지는 듯하다. 호수 주변의 아침 기온은 우리나라 초여름의 기온과 같이 시원하여 좋다. 하지만 이 기온이 대낮이 되면 우리의 여름 낮의 기온과 같은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습기가 없어 끈적거리지 않아 무덥게 느껴지지 않고 햇볕이 따갑다고 생각이 들면 해가 비치지 않는 그늘에 들어가서 쉬면 바람이 불고 또 시원하여 우리의 여름 날씨와 상당히 다르다.

 

 

니키타 홈 스테이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

 

 

 

 

 

 

 

아침 해빛에 빛나는 바이칼의 자태

 

 

부라야트족의 매듭장대에도 해가 비친다.

 

 

 

 

 

 

 

 

 

 

 

 

 

 

 

 

 

 

 

아침 햇빛을 받아 더 푸른 바이칼

   

 

아침에 보는 바이칼 동영상

 

 

구릉 위에서 보는 바이칼 과 마을 동영상

 

 

맑고 푸르게 빛나는 바이칼 동영상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옥수수 죽, 계란, 빵, 전병 등)을 먹고 있으니 제법 한국말이 들린다. 주위를 돌아보니 한국인인 것 같은 사람들이 제법 보여 반갑게들 인사를 하고 서로가 자기의 거쳐 온 여행을 이야기 한다.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빌려 알혼 섬의 북쪽으로 갔다 왔다고도 한다. 젊음이 좋다.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으니..... 나도 아들과 함께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고 있다고 하니 모두들 부러워한다.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일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듯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러시아 곳곳을 둘러본다는 사실이 부러운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지가 모두들 궁금한 모양이다.

 

 

 

니키타 홈 스테이의 아침  : 상당히 풍부하다.

 

 다시 어제 저녁이 되어 제대로 보지 못한 바이칼의 모래밭으로 간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많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대개의 북유럽 사람들이 그렇듯이 러시아 사람들도 햇빛만 비치면 옷을 벗고 일광욕을 한다. 더구나 남자들은 왜 그렇게도 윗옷을 벗고 상체를 드러내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상적인 삶의 한 방식인 것 같아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의 습관이라 생각한다. 호수 가에는 가족들이 많이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햇볕을 쬐면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러시아 여자들은 젊은 아가씨들은 우리가 보기에 날씬한데 나이가 좀 들면 대개가 살이 쪄서 뚱뚱하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을 가지지 않고 드러낸다. 우리의 문화가 감춤의 문화라고 한다면 러시아의 문화는 드러냄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

 

 

 

 

모래밭으로 가는 구릉 위에서 보는 바이칼

 

 

 

모래밭에서 쉬는 러시아인들

 

 

 

 

하늘 빛과 같이 맑고 푸른 바이칼 호수 : 파도가 치고 있다.

 

 

 

 

 

 

 

 

 

하늘과 구별하기 어렵게 맑은 바이칼호수와 여유롭게 일광욕을 하는 러시아 사람들

 

 

모래밭에서 보는 깨끗한 바이칼 물 동영상

 

 

바이칼 동영상

 

 

초지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햇빛 아래 빛나는 바이칼의 물은 사파이어보다 더 푸르다. 끝을 보이지 않으면서 펼쳐져 있는 호수에는 때때로 고기잡이배인지 유람선인지 호수에 떠다니고 있다. 호수 가에도 어제 저녁에 물이 들어왔다가 나간 자국이 보이고 호수가 너무나 크기에 파도가 친다. 바이칼의 물은 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차기도 하고 맛도 있다. 어제는 저녁이라 물이 차가왔는지 생각하였는데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에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일광욕을 하다가 잠시 물에 들어갔다가 곧 나올 정도로 물이 차다. 지금 호수 주변의 온도는 30도 정도인데 물의 온도는 대개 평균으로 10도 이하라 한다. 사장 근처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곧 발이 시려서 곧 바로 발을 빼낸다. 아들놈은 차가움을 참지 못하여 잠간 동안에 발을 빼내지만 나는 싸늘한 기운이 좋아 발을 제법 오래 담그고 있다. 물을 떠서 입에 넣어 보면 물맛이 참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며 우리나라 산골의 1급수 물과 같이 맛있다.

 

 

바이칼에 발을 담근 아들과 나

 

 

 

 

 

바이칼에 발을 담그고 멍하게 호수를 바라보는 나

 

 바이칼의 그 웅장함을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에 깊이 간직할 뿐이다. 나는 바이칼은 인공의 흔적이 전혀 없으며 자연 상태 그대로 아직 간직되어 있어 유원지가 아니라 최고의 휴양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수욕장이란 사람이 너무 많아 사람 구경하며 이리 저리 휩쓸리다가 사람에 치여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더 피곤하기만 한 곳이다. 그러나 이 바이칼은 너무 조용하다. 이 넓은 호수에 사람이라고는 얼마 살지도 않고 아직은 교통편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많지 않은 사람들만이 찾아온다. 그리고 조용히 햇빛 아래에서 쉬다가 더우면 물에 잠시 들어가고 또 나와서 한가로이 쉰다. 읽고 싶은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와서 책을 읽으면서 명상에 잠기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모래밭을 벗어나면 소나무와 여러 나무의 울창한 숲이 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천천히 그 주위를 돌아보니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은 숙소를 정하고 그 숙소에 머물면서 관광을 하나,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의 차에 캠핑도구를 싣고 와서 캠핑을 하고 있다. 가족 단위로 곳곳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고기를 굽고 있다. 러시아의 전통 음식(샤스락)이다. 꼭 우리의 꼬지구이와 비슷하게 온갖 고기를 꼬지에 꼽아서 숯불에 굽고 있다.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야외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고기를 굽고 보드카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광경을 떠올려 보라 얼마나 멋진 광경인가. 특히 바이칼의 밤은 별이 쏟아질 것 같다. 너무나 맑은 하늘이기에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별들이 하늘은 꽉 채우고 반짝인다. 그 밤을 가족과 함께 보내며 아침을 맞이한 러시아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진다. 러시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활동하면서 아침의 시작은 참 늦게 한다.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우리보다 상당히 늦고 모든 관청이나 상점도 10시가 넘어야 제대로 문을 연다. 아마도 해가 늦게 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과 함께 푸르른 바이칼

 

 

 

 

 

모래밭 뒤의 초지에서 보는 바이칼

 

 

 

나무 사이에서 캠핑하고 있는 모습

 

 

 

 

알혼 섬 마을 전경

 

 

 

숲 주위에서 보는 풍경

 

 

 

 

 

 

 

 

바이칼의 여러 풍경

 

 우리 지구 담수를 22%를 가진 바이칼 주변의 사람들은 함부로 흐트러지게 물을 쓰는 법이 없이 물을 참 아낀다. 우리는 물이 풍부하지도 않은데 마구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온갖 오염물질로 오염된 물을 또 정수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정수할 필요조차 없는 풍부한 물을 가진 이들은 꼭 필요한 정도의 물만 사용한다. 그리고 바이칼에 직접 세탁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일이 없이 꼭 물을 길어 다른 곳에서 사용한다. 참으로 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바이칼도 언제 제 모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너무나 큰 호수이기에 지금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 알혼 섬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알혼 섬의 전체 주민이 5,000명 정도라고 하는데 하루에 들어오는 관광객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호스텔을 짓느라 공사 중이고 완공된 호스텔도 눈에 많이 보인다. 누가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바이칼은 여름 한 철만 관광지로 운영되니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심이다. 겨울의 바이칼은 꽁꽁 얼어서 호수 위를 자동차로 건너온다고 하는데 영하 40도도 더 떨어지는 곳을 관광하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이칼의 푸른 물을 보면서 눈을 깨끗하게 씻고 마음을 씻으러 오는 사람들이 얼음밖에 볼 것이 없는 바이칼을 오지는 않을 것이며, 너무나 불편하고 추워서 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니키타 홈 스테이’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알혼 섬 선착장에 도착한다.

섬에 들어 올 때와 같이 선착장에서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데, 들어 올 때의 경험이 있어 선착장 주변의 언덕에 올라 또 다른 바이칼을 구경하니 또 다른 풍경이 나를 압도하고, 어디에서나 보이는 새파란 물빛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은 너무나 여유롭게 서너 시간 배를 기다리는 일에 아무도 조급증을 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땅도 넓고 크고, 호수도 너무 넓고 커서 그들의 마음도 여유로운 것일까? 좁은 국토에 얽매여 사는 우리가 너무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일까? 하여튼 그들의 생활이 부럽기도 하다. 세 시간 이상 기다려 배에 우리의 버스가 올랐다. 배를 타기만 하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너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알혼 섬 도선장의 풍경

 

 

 

 

알혼 섬 도선장 주위에서 물놀이 하는 러시아 사람들

 

 

 

더 없이 맑은 하늘

 

 

 

알혼 섬 도선장

 

 

배를 기다리는 차들의 행열

 

 

 

 

 

 

 

알혼 섬에서 배를 타고 나오며 보는 바이칼

 

 

알혼 섬 도선장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맑게 빛나는 하늘 동영상

 

 

알혼 섬에서 나오는 배 위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알혼 섬을 벗어나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비슷하게 포장도 안 된 길을 차가 달린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끝을 모르게 펼쳐져 있는 구릉과 초지이다. 시베리아의 삼림이 이곳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고 멀리에 조금 보이고 있다. 대신에 초지가 상당히 발달되어 자유롭게 방목되어 있는 소들과 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넓은 땅에서 소를 키우니 소가 아주 자유롭게 아무 곳이나 한가로이 다니는 소들이 때로는 차 앞에 갑자기 나타나 차가 급정거를 하기도 한다. 이 넓은 땅에서도 자동차 사고가 난다. 차가 얼마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두 차가 부딪혀 사고가 나서 경찰이 출동하여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를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저 넓은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사고가 나니 그보다 작은 땅에서야 사고가 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이르쿠츠크 숙소로 돌아오니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와 있다. 영국에서 왔다는 아가씨들인데 조금은 까칠한 성격인지 간단히 인사만하고 자기들 일에 몰두한다. 세상 어디에서든지 마찬가지이겠지만 요즈음은 누구나 시간만 있으면 스마트폰을 꺼내어 혼자서 논다. 사람들이 번잡한 세상을 떠나 여유로움을 가지려고 이 시베리아를 왔을 것인데 시간만 나면 모두들 스마트폰을 꺼내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세상에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라 생각하니 안타가운 생각만 든다.

 

 너무나 벅차고 가슴이 탁 트이는 바이칼을 보고 나니 세상의 모든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아들놈도 바이칼에 매료되어 찬사를 끝없이 한다. 아들놈은 언젠가 시간이 되면 바이칼에 다시 와서 며칠을 머물면서 바이칼의 자연과 풍취를 즐기면서 휴양을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사전 지식이 부족하여 바이칼에서의 일정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며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나도 다시 러시아여행을 하거나 시베리아에 올 일이 있으면 곡 바이칼을 다시 오리라 생각하면서 다음 여름에 바이칼만 다시 여행할 생각을 한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1) - 바이칼 알혼 섬 1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1. 바이칼! 아 바이칼! - 바다와 같은 호수(알혼 섬①) -

 

 오늘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담수를 가진 바이칼에 간다. 바이칼 호수에 있는 알혼 섬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바이칼은 우리 민족이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는 천해(天海)로 신성한 바다로 알려져 있다.

 

 

이르쿠츠크 관광 안내 센터에서 준 안내도의 바이칼 : 지도의 1번이 알혼 섬

 

  바이칼 호수(Lake Baikal)는 이르쿠츠크 시의 관광센터에서 발행한 안내서에 의하면 시베리아 남서쪽에 있으며 면적이 31500㎢(경상남, 북도의 크기)에 이르며 길이가 636km 너비가 평균으로 48km이다. 약 2,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수심(1640미터)을 자랑하는 호수이며 지구 민물의 22%를 담고 있어 단일 저수량으로는 가장 큰 곳이다. 호수에는 27개의 섬이 있는데 가장 큰 섬이 알혼 섬이다. 호수는 336 개의 지천이 있어 물을 공급받고 있으나, 물이 나가는 곳은 앙가라 강 하나뿐이다. 바이칼 호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생물학 가치가 있는 곳이나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곳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면을 하고 아침을 먹으려니 아들놈이 어제 저녁부터 무엇 때문인지 기분이 좋지 않아 아침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꽤 많이 토라진 모양이다. 혼자서 먹는 아침은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기에 혼자서 아침을 먹는다. 08:00경에 숙소 앞에 알혼 섬으로 데려다 주는 투어버스가 왔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인 셈이다. 우리와 같이 이태리 아가씨가 타고 여러 숙소를 둘러 중국인, 러시아인 또 다른 외국인 등 약 15명을 태우고 시내를 벗어나 알혼 섬으로 향한다. 뒤에 알았지만 알혼 섬으로 가는 정기버스가 있는데 하루에 한 번밖에 가지 않으니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관광용 투어버스를 이용한다.(편도요금 정기노선버스: 445루블, 투어버스: 800루블)

 

 알혼 섬으로 가는 여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하이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알혼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길이 포장이 되어 있는 곳은 적고 대부분이 비포장 길이다. 그리고 이 너른 땅에 길을 표시하는 이정표도 없다. 그저 길이려니 하고 나 있는 길을 달릴 뿐이다. 이곳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길을 잃어버리기가 딱 좋은 곳이다. 중간에 한 번 쉬고는 먼지가 펄펄 나는 길을 달리고 달려서 선착장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00경이다.

 

 

바이칼가는 버스 : 한국의 중고 버스다

 

 

 

 

 

중간 휴게소 건물과 주변의 모습

 

 

 

휴게소 주변 도로 : 이 구간은 어설프지만 아스팔트가 되어 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미니 버스(피아트다)

 

 그런데 이 선착장의 모습이 더 가관이다. 알혼 섬이 빤히 눈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인데 바다와 같이 큰 호수를 건너는 배가 단 두 척이다. 요금을 일절 받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국가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배들도 우리 생각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운행을 하고 있다. 배는 두 척 모두 페리로 반드시 차를 싣고 사람을 태운다. 그러니 자기가 타고 온 차가 실려야만 배를 탈 수 있다. 그 이유는 뒤에 알았는데 배로 건너고 나서도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야 알혼 섬의 마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배에는 약 30여 대의 차를 싣고 건너는데 좀 자주 운행을 하면 될 것인데 천천히 또 천천히 전혀 급함이 없다. 대개 3시간 내지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배를 탈 수가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 시간에 선착장 주위에 있는 구릉에 올라가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일망무제로 넓게 펼쳐진 바이칼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차가 빨리 떠날 것을 걱정하고 선착장 주변에 있었으나 가만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구릉 위로 올라가 보니 바이칼의 푸른 물이 내 눈에 가득하여 가슴이 탁 트이었다. 이 장관을 내 평생에 처음 보는 이 장관을 무엇이라 표현할까? 말로 나타내기에는 나의 표현력이 너무 떨어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바이칼이 너무 크다보니 곳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생각이 든 것은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푸른 코발트빛의 물. 언제 이런 물을 보았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깊은 산골에 사람의 인적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물에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다와 같이 너른 호수의 물 전체가 푸른 코발트빛이다. 아들놈도 이 물을 보고 기분이 풀렸는지 다시 애비에게 사근사근하게 대한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인간의 마음까지도 순수하게 순화시킨 것이라 생각하니 자연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도선장에서 바라 보는 알혼 섬

 

 

도선장 왼쪽의 구릉

 

 

 

도선장 옆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도선장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배를 타기 위해 늘어서 있는 차들

 

 

 

 

도선장 왼편의 구릉에 있는 기념탑(무엇인지 기억이......)

 

 

도선장 페리 시간표 : 시간표와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구릉 위 여러 곳에서 보는 바이칼 호수

 

 

 

누구의 기념비였는데.....

 

 

 

 

도선장 전경

 

 

멍하니 바이칼을 보고 있는 필자

 

 

바이칼의 절벽

 

 

도선장 왼편 구릉에서 보는 바이칼(동영상)

 

 알혼 섬 선착장에서 운이 좋아 우리가 타고 온 차가 다른 차보다 빨리 배에 실린다. 우리도 빨리 배를 타고 알혼 섬으로 건너가는 시간이 오후 3시경이다. 배는 한 20분 정도 항해하여 알혼 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여기에서는 더 가관이다. 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벌판을 차는 계속 달린다. 어디에 길이 있고 어디로 가는 가를 우리는 모르고 그저 차만 믿고 갈뿐이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이칼의 물이 가끔 보이고 계속 구릉을 달린다. 멀리서는 숲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저 구릉지를 계속하여 간다. 약 한 시간 정도를 가서 내려 준 곳이 이 알혼 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숙소인 ‘니키타 홈 스테이’라 불리는 곳 앞이다.

 

 우리는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왔으나 대부분이 예약을 하고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별다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여행을 하는 우리는 상당히 난감하다. 물론 숙박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 이 섬도 관광지로 개발하는 중이어서 많은 숙소가 있고 또 지금도 많이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바이칼에도 자본의 위력이 차츰 차츰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니키타 홈 스테이’가 가장 유명하다기에 안내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2인실 하나가 비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우리가 그 곳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방갈로 형식으로 각각이 독립적인 건물로 자연의 나무와 황토 등으로 지어진 숙소이다. 잠을 자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낭만이 느껴질 정도이다. 숙박비는 일인당 1,200루블인데 저녁과 아침을 기본으로 주는 시스템이라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알혼 섬을 왕래하는 도선

 

 

 

 

 

 

도선을 타고 가면서 보는 바이칼

 

 

'니키타 홈 스테이'에 붙어 있는 알혼 섬 지도

 

 

 

 

 

 

니키타 홈 스테이의 여러 모습

 

 숙소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하다가 바이칼을 구경하러 나간다. 이곳은 해가 우리보다 훨씬 늦게 떨어지기에 아직도 환한 대낮이다.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하여 다소 날이 좀 흐리다. ‘니키타 홈 스테이’에서 위로 먼저 가서 바이칼을 바라본다. 너무 크다. 바다보다 크다. 그리고 너무 물이 맑고 깨끗하다. 바이칼을 한 눈에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의 시야보다 바이칼이 더 크기에 한 지점에서 바이칼을 보는 것뿐이다. 바이칼 주변에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반적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명상 수련을 하는 집단의 무리도 보인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자연의 신비로운 기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심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일반적인 관광객들은 그저 바이칼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있다.

 

 

 

 

언덕 위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

 

 

 

 

 

 

 

 

 

 

 

 

 

 

언덕 위에서 보는 바이칼의 모습 : 나무에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이 보인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차다. 주위 방향을 돌려 호수가로 내려가 본다. 저녁이고 날이 흐린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호수 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호수 주변은 바다와 같이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은 바로 풀린다. 내가 발을 담가보니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다. 바이칼의 물은 의 온도가 약 30도 정도인데 호수의 물 온도는 1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조그마한 사장에서 보는 바이칼

 

 

 

물에 손을 담그고 바이칼을 보고 있는 필자

 

 

 

 

사장의 모습

 

 다시 모래사장을 벗어나 언덕을 올라가니 원래 이 지역에 살았다는 부라야트족의 샤먼이 눈에 보인다. 큰 장대를 세워 놓고 거기에 매듭을 묶어 놓았다. 나무에 끈으로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은 바이칼 주변의 나무 곳곳에 보이는 풍경이다. ‘그들은 나무에 무엇을 기원하며 매듭을 묶을까? 우리가 산을 올라가면서 돌탑을 쌓는 것과 의미가 같을까?’를 생각하였는데 큰 장대를 쭉 세워놓고 그 큰 장대에 빽빽하게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묶어 놓은 것이다. 그 장대 주위에 러시아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는지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어를 조금도 모르는 우리는 그저 그 광경만 볼 뿐이다.

 

 

 

 

언덕위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부라야트조의 장대 매듭신앙

 

  그 언덕을 왼편으로 내려가니 꼭 부산의 태종대 자갈마당과 흡사한 곳이 나온다. 자갈더미가 물가를 꽉 채우고 호수의 물이 자갈마당에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하는데 무슨 놈의 호수에 파도가 있단 말인가? 파도가 치고 있다. 바다와 같이. 한 점 티 없이 깨끗한 물에 세수를 하고 발을 담그니 온 몸에 시원한 기운이 감싼다. 너무 맑은 물이라 발을 담그기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언제 다시 바이칼을 올 것인가를 생각하고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한다. 다시 언덕을 올라가니 비가 조금 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비를 맞으며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모래밭으로 간다. 해운대보다 더 큰 모래밭이다. 이 큰 사장에 저녁때지만 사람이 별로 없다. 몇 사람만이 사장을 거닐고 있다. 우리도 사장을 잠시 거닐다가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숙소로 돌린다. 숙소를 가는 도중에 비가 제법 많이 온다. 부라야트족의 생활을 보여주는 관광지에 잠시 피신했다가 비가 조금 그친 사이에 숙소로 돌아 왔다.

 

 

 

 

부산 태종대 자갈마당과 비슷한 자갈마당 전경 : 위에서 본 풍경 

 

 

 

 

 

 

 

 

 

고 깨끗한 물에 파도가 친다.

 

 

 

자갈마당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부라야트족의 매듭장대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밭

 

 

모래밭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바이칼 모래밭에서 보는 풍경

 

 

갑자기 어두워지는 하늘

 

 

 

 

 

 

 

 

비가 오기 시작하는 날씨

 

 

 

 

 

비를 피하기 위해 벌판을 건너오는 관광객들

 

 숙소에 오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숙소에서 주는 저녁(빵 1개, 오물 한 조각, 밥 1공기, 고기 다진 것 1개)은 기본적으로 요기 정도를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입구에 서 있으니 젊은이 둘이 말을 걸어온다.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대학교 졸업반인데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시베리아를 꼭 횡단하고 싶어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을 들렀다가 모스크바로 가서 바로 귀국한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너무 바쁘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저녁을 먹고 다시 마을을 배회하다가 슈퍼에서 먹거리를 좀 사고 돌아오는데 딸기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 테이크아웃의 커피 잔 크기의 컵에 넣은 딸기가 150루블이다. 다른 과일에 비해 상당히 비싸지만 꼭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당도가 장난이 아니라 무슨 설탕을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 1960년대의 재래식 딸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맞다. 우리나라의 요즈음 딸기는 모두 개량이 되어 크고 시원한 맛이 많지만 옛날의 재래종 딸기가 크기는 작았으나 당도가 오늘날보다 더 많았다고 생각된다. 사과를 사서 먹었는데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작았으나 맛은 별로 다르지 않다.

 

 

 

딸기

 

 숙소로 들어와서 러시아 맥주를 마시며 아들과 긴 이야기를 한다. 바이칼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문제부터 러시아인들의 삶, 우리나라의 현실, 아들이 꿈꾸고 있는 미래, 아들이 자신이 나아갈 계획 등 다양하게 이야기 한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리라 생각했는데 시간만 나면 온갖 문제를 화제로 삼고 이야기를 한다. 아들에게 왜 어제 화가 났느냐고 물으니 자신은 감정이 좀 변화가 많다고 한다. 쉽게는 날씨의 변화에도 감정이 변한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이해시킨다. 아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아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들과 긴 이야기를 하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니 비가 개인 알혼 섬의 하늘에서 별이 반짝이고 있다. 60평생에 그렇게 많은 별이 빛나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아무런 공해 물질이 없는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제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의 눈에 영겁의 세월 동안 비추고 있는 별이 조용히 빛나고 있다. 맑은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빠진다. 자식 놈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내가 그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 왔고,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생각해 본다. 그저 죄나 짓지 않고 살았다면 너무나 감사한 삶이라 생각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방안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백두대간 협곡열차(V - Train) -중부내륙의 비경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코레일에서 관광열차로 내어놓은 여러 열차 중에서 꼭 타보고 싶은 열차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V-Train이다. 물론 다른 열차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지역을 운행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가장 깊은 내륙의 숨어 있는 비경을 천천히 완상하면서 구경한다는 것은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일반열차를 타고는 제대로 경치를 즐기기에는 순간적으로 지나가서 아쉽기만 하다.

 

 나도 이 구간을 많이 지나가 보았고 예전에 동해에서 영주까지 열차를 타고 오면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분천에서 철암까지 협곡열차를 타려고 마음먹고 열차 시간을 알아보니 표가 모두 매진되고 없었다. 관광회사들이 열차표를 모두 가지고 가버려 일반인들이 표를 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여러 가지의 변수를 생각하며 표를 구하다 보니 표가 남아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 구간의 열차를 타려고 하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면 영주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08:50)를 타면 된다. 아침 일찍 영주에서 출발하니 손님이 다른 열차에 비해 별로 없다. 영주도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구경할 곳이 너무나 많으니 영주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기차를 타고 즐기면 된다.

 

 영주에서 출발하여 분천까지는 빠른 속도로 운행을 하고 분천부터 철암까지는 천천히 간다. 그리고 중간 역에서는 구경을 하도록 정차하여 시간을 보낸다. 중간에 기착하는 역에 내려 공정여행을 위해 그 지역의 특산물을 안주로 막걸리도 한잔하고 풍취를 즐기면 된다.

 

 가을에 물든 중부 내륙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시고 시간이 되면 V-Train을 타 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영주역에 출발을 알리는 시간표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위용

 

 

 

열차를 타고 있는 아내와 나

 

 

열차내부 특이하게 난로가 보인다.

 

 

내부에 게시되어 있는 트레킹 안내

 

* 영주에서 분천까지

 

 아침이 되니 중부내륙지방에 안개가 자욱하다. 열차가 출발하여 봉화를 거쳐 분천까지는 꽤 빠른 속도로 달린다. 열차는 사방이 개방되어 있다. 사위가 유리로 밖을 내다 볼 수 있게 하였고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쐬며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하였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여 가을의 단풍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룬다.

 

 

 

 

 

 

 

 

 

 

 

 

 

 

* 분천에서 양원까지

 

 시골의 조그만 간이역이 백두대간 협곡열차로 떠들썩하게 변모하였다. 손님이라고는 하루에 몇 명도 없던 분천역앞에는 시장이 조그마하게 만들어져 있고, 열차를 타고온 손님들이 사진을 찍고 주전부리도 사 먹는다. 사람이 사는 마을로 변하고 있다. 이곳부터 우리나라의 가장 깊은 산골 중의 하나인 오지로 기차는 달린다. 천천히 달리는 기차에서 보는 풍경은 아기자기하게 멋진 광경을 우리 눈에 보여 준다. 낙동강 상류의 맑은 물과 가을을 맞아 산에 물든 단풍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분천역

 

 

분천역 앞의 단풍

 

 

 

분천역 앞 마을

 

 

2013년 4월 12일 백두대간  협곡열차 개통 기념 나무

 

 

분천역에 정차한 열

 

 

 

분천을 중심으로 낙동정맥 트레킹 안내도

 

 

분천역의 이정표

 

 

 

 

 

 

 

 

 

 

 

 

양원역까지 가는 도중의 풍경

 

* 양원에서 승부까지

 

 양원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이다. 정상적인 역이라 할 수도 없는 간이역이다. 일년이 가도 손님이 몇 사람도 없는 역이었지만 관광열차의 개통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면서 한잔의 막걸리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잠시 정차한 틈을 타서 한잔의 막걸리를 마시고 즐기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소득도 되고 관광 온 사람들은 낭만을 즐겨서 좋은 곳이다.

 

 

가장 작은 역 양원역 대합실

 

 

트레킹 안내도

 

 

간이 시장 - 관광열차가 정차할 때를 마추어 잠간 장사를 한다.

 

 

양원 V - Train 표시

 

 

 

 

양원역 주변의 낙동강 물 - 너무나 맑다.

 

 

양원 - 승부 비경길 안내도

 

 

 

맑게 흐르는 낙동강

 

 

 

거북의 형상을 띤 거북바위

 

 

난간이 없는 철교

 

* 승부에서 철암까지

 

 승부역은 과거에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역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조그만 역으로 과거의 영화를 회상하고 있다. 과거에 여기에서 근무하였던 어느 역무원이 지은 글귀가 새겨진 돌비석이 역에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라 하여 승부역의 가치를 말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풍경을 바탕으로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철암은 이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종착역으로 상당히 큰 역이다. 아직도 많은 무연탄을 생산하고, 석탄박물관 등이 있으며 강원도 시골에서는 상당히 큰 곳이다. 이역에서는 렌트카도 있어 빌려 타고 태백이나 용연동굴 등도 다녀 올 수 있다.

 

 

 

승부역에서 보는 낙동강 줄기

 

 

 

 

승부역과 시비

 

 

 

 

 

물과 다리 단풍이 어울린 풍경

 

 

철암 역

 우리에게 이 같은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고요한 자연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낙동강의 맑은 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주변의 산과 마을들은 물과 조화를 이루어 고요한 정취를 풍기고 있다. 또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의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중간역에 내려서 트레킹을 하면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나 지금 다하면 다음에는 무엇을 하랴?

 

 다음에 기회를 주자.

 

 그래야 또 올 것이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0) - 이르쿠츠크 : 시베리아의 파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0. 시베리아의 파리 -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시 관광안내지도(이르쿠츠크 관광센터 제공) : 왼쪽 푸른 곳이 앙가라강

 

 하바롭스크에서 출발한 기차가 장장 57시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07:30분경에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는 수도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약 4,200km 떨어져 있으며 시베리아 철도가 이어져 우랄 산맥 지역, 중앙아시아, 중국을 잇는 시베리아 동부의 공업, 교통의 중심지이며 바이칼 호를 가지고 있는 관광의 중심도시이다. 인구는 약 60만 명 정도의 우리나라로 보면 중소 도시이다. 과거 시베리아 총독부, 동시베리아 총독부가 있었던 곳이며,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정치범 유형지로 수많은 데카브리스트들이 혹한의 추위를 견디어 내면서도 문화를 일구어 정치적으로는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이상을 문화적으로나 동토에서 이루어 건설한 도시로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곳이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자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에서 단 한 곳을 멈춰야 한다면 그 곳은 반드시 이르쿠츠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바이칼이 있기 때문이다.

 

 이르쿠츠크에 가까워지자 고려인 아주머니가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었는지 와서 인사를 한다. 남은 여행 조심해서 잘 다니고 무사히 귀국하라는 말은 한다. 나도 아주머니에게 행복하게 잘 사시라 하며 언제 한국을 한 번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같은 동포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다.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하차 준비를 하고 역에 내리니 공기가 제법 차다. 역을 나오니 경찰들이 제법 많이 눈에 보인다. 아들이 우리는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괜히 경찰과 부딪치지 말고 빨리 가자고 하여 앙가라 강을 건너 숙소를 찾아간다.

 

 

 

이르쿠츠크 앙가라강 위로 떠는 아침 해

 

 

 

이르쿠츠크 역

 

 

 

숙소로 가는 도중 다리 위에서 보는 앙가라 강

 

 

앙가라 강 다리에서 보는 이르쿠츠크 역

 

 

숙소 가는 도중의 트리니티(삼위일체) 교회

 

 

 

이르쿠츠크의 아침 하늘

 

 호스텔에 들어가 오래 열차에서 찌든 몸을 씻고 숙소로 들어가니 젊은 청년들이 말을 걸어왔다. 자기들은 캐나다에서 왔다고 하면서 내일 바이칼 호의 알혼 섬에 간다고 한다. 그 청년들이 나가고 젊은 처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이태리출신(플로렌스)으로 일본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본, 한국, 중국을 거쳐 러시아여행을 하는 중이라며 역시 알혼 섬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영어가 짧아서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하고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는 않는데 아들놈은 잘도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보면 서구의 젊은이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언제 이렇게 세계를 직접 부딪치며 배울까?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여행도 정해진 코스를 따라 다니기만 하는데 외국의 젊은이들은 아무 곳이나 잘도 다닌다. 

 

 숙소에 부탁을 하여 우리도 내일 바이칼의 알혼 섬에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일인당 800루블) 거주지등록을 해 달라고 하니 등록비를 달란다.(일인당 400루블) 하바롭스크에서 너무 어려움을 겪었기에 돈을 주고 부탁을 했다.

 

 

알혼 섬으로 가는 투어 버스 승차권

 

 아침도 먹지 않았기에 뷔페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앙가라 강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구경을 한다. 앙가라 강은 바이칼 호에서 나오는 유일한 강이라 한다. 북쪽으로 흘러가 북극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세계 담수의 20%를 담고 있는 바이칼 호에서 나오고, 별다른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나 오염원이 없기에 강물은 아주 맑고 깨끗하게 푸른빛을 띠고 흐른다. 강가를 계속 걸어가면서 보니 러시아 신혼부부들이 웨딩화보 촬영을 하는 것이 곳곳에 보인다. 러시아의 7월과 8월은 결혼 시즌인지 여행을 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웨딩화보 촬영하는 부부들을 만났다. 앙가라 강을 따라 걸으면서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위령비도 보고, 특이하게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였던 유리 가가린의 두상도 본다. 앙가라 강 광장에는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알렉산드르 3세의 통치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고 그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건설한 것만으로도 추앙을 받을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앙가라 강변을 거닐며 보는 앙가라 강 : 물이 맑고 깨끗하다.

 

 

 

전물 장병 위령탑

 

 

앙가라 강변에서의 "나"

 

 

앙가라 가의 유람선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두상

 

 

 

 

앙가라 강 유원지 입구

 

 

 

앙가라 강을 가로지르는 보트와 유람선

 

 

 

알렉산드르 3세 동상

 

  이 광장에서 열차를 타고 오느라 지친 몸을 쉬면서 아들과 일정을 이야기를 하고 그 주변에 있는 지역박물관(위의 관광지도의 9번임)에 들어갔다.(입장료 200루블)

 이 박물관의 이름을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붙이고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이르쿠츠크의 관광안내도에 THE ETHNOGRAPHICAL MUSEUM(인류학, 혹은 민속박물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칼 마르크스 거리가 시작되는 모퉁이에 있으며 1층에는 시베리아 동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생활도구, 민속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고 샤먼의 전시품도 풍부하다. 그리고 2층에는 러시아혁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국가 건설에 관한 전시가 있다. 세레호프가 시베리아 탐험에 사용한 짐승가죽으로 만든 카누가 볼만하다. 지붕 밑에는 과학자들과 시베리아 개척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진기한 소장품이 많이 있다. 러시아 각지에는 지역박물관이 꼭 있다. 하지만 별다른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또 그냥 지나가 버리기에 무언가 찝찝하여 꼭 박물관을 둘러본다. 지역박물관에는 그 지방에서 출토된 고고학적 유물 조금,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의 모습. 제정러시아의 개척사. 러시아혁명 등등과 20세기의 생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별다른 특색이 있는 곳은 드물다.

 

 

 

지역 민속박물관 전경

 

 앙가라 강을 뒤로 하고 이르쿠츠크 시내를 한가로이 거닐어 보기로 하고 칼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이리저리 다니면서 시내를 구경한다. 극장, 대학교, 거리의 미술가들이 전시해 놓은 그림들, 또 오래된 건물들을 구경하고 오늘은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르쿠츠크 대학의 전경

 

 

 

 

 

이르쿠츠크 오홀로코브 드라마 극장

 

 

 

이르쿠츠크 A Vampilov 동상

 

 

 

거리의 화가들이 늘어 놓은 작품

 

 

 

 

 

 

 

거리를 거닐면서 보는 여러 아름다운 건물들

 

 열차를 타고 오느라 좀 지치기도 했고 내일은 바이칼의 알혼 섬까지 일찍 가기로 하여 슈퍼에서 여러 음식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만들어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아침에 부탁했던 거주지등록증을 가지고 왔다. 참 불편한 제도가 왜 아직까지 존재하는지 참으로 의아했다.

 

 

슈퍼에서 파는 여러 음식

 

 

러시아의 거주지 등록증

 

 열차를 오래 타고 오느라 가졌던 긴장의 끈이 다소 늦추어져 일찍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다가 잠시 깨어 보니 아들놈이 혼자서 소파에 앉아 슈퍼에서 사온 보드카를 혼자서 마시고 있다. 향수에 젖었는지 아니면 무언가 불편하였는지 아버지를 깨우지도 않고 혼자서 마시고 있다. 무엇인가 내가 아들놈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 나이가 많은 애비를 데리고 다니면서 제 나름으로는 모든 힘을 다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제대로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좀 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조금 다툰 것이다. 나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제 나름으로 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을 같이 다니면 꼭 싸운다는 말을 한다. 이번 여행을 떠날 때 아내는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고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고...... 내가 무언가를 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잠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는 척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젊은 아들을 따라 다니는 것이 편하지만 한 것은 아니다.

 

 내일은 바이칼의 알혼 섬에 간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9) - 이르쿠츠크 가는 기차 -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9. 이르쿠츠크로 가는 기차여행 - 고려인 3세 아주머니 -

 

 먼 타국에서 고국의 동포를 만났다고 고려인 3세 아주머니는 자주 우리 좌석에 놀러왔다. 우리도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이 기차 안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고 또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 한민족의 수난의 역사를 보는 듯해 숙연해지기도 한다.

 

 

고려인 아주머니 : 막무가내로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아 옆모습만 찍어 두었다.

 

그 아주머니와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 한 것을 요지만 대화형식으로 재구성해 보기로 한다.

“아주머니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예. 그래요.”

“그러면 누가 러시아에 왔어요?”

“할아버지가 러시아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언제요?”

“자세히는 몰라요. 할아버지가 아버지 8살 때 돌아가셨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들었어요. 아버지는 1905년생인데 아버지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고 했어요. 할아버지의 이름도 몰라요.”

 

아니 이 말대로라면 이 아주머니의 할아버지는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 구한말에 러시아로 이주를 했다는 것이다.

 

“아주머니 한국식 성씨는 무엇이에요?”

“러시아에서는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요. 그래서 남편이 이 씨라서 나도 이 씨예요.”

“그럼 원래 성씨는요?”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경주 최 씨라고 했어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경주에서 왔다고 했어요.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도 잘 몰라요.”

“그러면 아주머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났어요?”

“아니요, 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났어요.”

“아니 왜요?”

“아버지가 스탈린 시대에 강제로 우즈베키스탄에 이주를 당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에 시집을 와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았어요.”

“자식은 몇이나 있어요?”

“아들이 셋 있는데 모두 노보시리비스크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아들집에 다니러 가는 길이요.”

“아들이 모두 나이가 제법 되겠는데요?”

“33살, 31살, 29살인데 막내는 한국에도 다녀오고 경주에도 가 보았어요. 셋이 모두 사업을 하고 있어요.”

“모두 같이요?”

“예. 모두 노보시리비스크에서 장사(건어물)를 하고 있어요.”

 

 이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형제가 오빠가 4명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 있다고 한다. 이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이 멍해짐을 느꼈다. 나라를 잃어버린 지난 세월의 아픔이 이 아주머니의 가족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왜 이 아주머니의 할아버지는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 이주했으며, 짐작하기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는데 알 수가 없다. 아들이 8살 때 생을 마감했다면 비명횡사를 했거나 아니면 병으로 죽었는지 아니면 이름도 모르는 독립투사였는지 모든 것이 알 수가 없다. 아무런 기록도 흔적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저 짐작해 볼뿐이다.

 

 이 아주머니의 가족사를 보면 할아버지는 한국(그 당시 조선)을 떠나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주하여 살다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다시 스탈린의 강제 이주로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태어난 아주머니는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에 시집을 와서 살다가 아이들은 노보시리비스크에 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러시아 유민사. 100년의 세월 동안 겪었을 우리민족의 비극의 역사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문화관에서 본 기록물들의 실제로 이 아주머니의 가족사에 그대로 볼 수 있다.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문화촌에서 그들의 역정을 씨앗 → 불꽃 → 들꽃 → 평화 로 전시해 놓았는데 이 아주머니의 가족사가 바로 그대로다.

 

 아들이 역사를 좋아 해서 역사에 제법 지식이 있었다. 아주머니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들도 지나간 우리의 비참했던 역사를 나에게 다시 이야기해 주면서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아주머니는 자신은 한국말을 그대로 하나 아들들은 할 줄을 모른다고 한다. 3세까지는 모국어를 잊어버리지 않고 있으나 4세가 되면서 주변 사회의 생활에 어울리다 보면 자기가 사는 곳의 말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고려인들은 부지런하고 검소해서 대부분이 잘 살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넓은 땅에서 조금은 나태해서 잘 살지 못한다고 흉을 보았다. 그리고 각종 가전제품은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의 제품을 사용한다고 한다. 가격이 비싸지 않느냐고 물으니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한다.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아주머니의 앞좌석에 앉은 러시아인(몽골계)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보자고 한다. 영어로 된 여행안내 책인데 읽을 수 있는지 하고 의아해 하니 아주머니의 말이 러시아 초등학교에서 작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러시아도 이제 본격적인 개방사회로 나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꽉 닫힌 폐쇄사회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세계화의 대열에 뒤지지 않겠다는 변화로 생각이 된다. 

 아주머니와 좌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시누이가 집에서 만든 빵이라 하면서 나에게 빵을 두 개 주었다. 나도 답례로 한국에서 가지고 간 초코파이를 여러 개 주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조금 지나니 그 몽골계 꼬마 아가씨가 와서 무엇을 적어 달라고 한다. 한국어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적어 달라고 하여 적어 주니 인사를 하고 간다.

 

 

 

아주머니가 준 빵 : 인정이 스며있어 더 맛있다.

 

 15:50에 치타 역에 도착했다. 제법 오래 쉬는 역이기에 내려서 보니 이 역이 1905년 에 건립되었다는 기념물이 있어 사진을 찍고 있으니 기차에서 만난 꼬마가 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여 사진을 찌고 쉬다가 기차에 올라 다시 긴 기차여행을 계속한다.

 

 

 

치타역의 모습

 

 

 

1905년에 역이 세워졌다는 기념물과 몽골계 꼬마 아가씨

 

 

열차안의 시간표

 

 기차는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과 구릉을 지나고 있다. 자작나무의 하얀 자태는 아직 내 시야에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산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이는 강과 호수, 습지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3,000KM를 달려 왔다. 모스크바까지는 아직도 약 6,000KM가 남아 있다.

 

 

 

 

 

 

 

 

 

 

 

 

 

 

 

 

달리는 기차 옆으로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풍경

 

 

 

 

 

 

시베리아를 흐르는 이름도 모르는 강

 

 

모스크바까지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 : 각 역에 다 있다.

 

 21:30가 되었는데 아직도 해가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위도가 우리나라보다 높기에 여름에는 해가 오래 떠 있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에서는 저녁 늦게까지 활동을 하고 아침에는 늦게 일상을 시작하고 있다. 열차는 지금 khilok역을 지나고 있다. 22:30에 해가 지고 있다. 장관이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몰을 대개가 바다나 강에서 볼 수는 있지만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광경을 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평원을 자랑하는 러시아다. 해는 땅에서 솟아올라 땅으로 진다. 이 장관을 사진으로 남기려 하고 카메라를 들이 내밀었으나 열 차안이라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차창으로 보는 러시아 촌락

 

 

 

이르쿠츠크 가는 기차표와 중간역(힐록) 표지판

 

 

 

 

 

 

 

 

 

차창으로 보는 시베리아의 일몰

 

 오늘도 열차는 계속 달리며 나는 열차에서의 세 번째 밤을 맞이한다.

 

 잠을 자다가 시끌시끌하여 일어나니 앞좌석의 러시아여인이 내린다고 인사를 한다. 울란우데다. 열차가 멈추어 상당히 오래 있다. 한 밤중이지만 열차에서 내려 잠시 바깥으로 나간다. 상당히 큰 역이 어둠에 잠겨 있다. 다시 열차에 올라 잠을 청한다.

 

 

밤늦게 정차한 중간역의 매점

 

 

 

울란우데역 - 깊은 밤에도 열차에서 내려 쉬는 사람들 : 아무런 꺼리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