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꽃무릇 - 선운사, 불갑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새색시의 녹의홍상같이 연초록 꽃대 끝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꽃무릇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명 상사화라 하지만 상사화와는 다른 식물이다.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꽃무릇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다 해서 상사화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잎이 지고 난 후에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엄연히 다르다. 꽃 색깔도 꽃무릇은 짙은 선홍빛인데 비해 상사화는 연보랏빛이거나 노란빛을 띤다. 개화 시기에도 차이가 있다. 상사화는 7월 말쯤 피어나지만 꽃무릇은 9월 중순이 되어야 개화한다.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꽃무릇.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오래전, 스님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에 걸려 죽은 후 그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절집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고도 한다.

 

 이런 설화 때문에 '상사화'라 하지만 '상사화'와는 다른 꽃이다.

 

 꽃무릇은 9월 중순경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 그리고 함평 용천사가 가장 유명하다.

 

 항상 9월이 되면 이 꽃무릇을 구경하려는 마음이 있었으나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시간을 내어 꽃무릇을 구경하였다. 9월 17일에 선운사에 도착하여 보니 꽃무릇이 아직은 만개하지 않았으나 선연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어 꽃무릇을 구경하고, 18일에는 불갑사에 가니 꽃무릇 축제를 하고 있었다. 선운사보다 더 넓은 곳에 활짝 피어 선연한 모습이 나의 눈을 자극했다.

 

 선운사 꽃무릇은 도솔천을 따라 피어 도솔천에 아름다운 자태를 비추기도도 하고 넓은 들판에 피기도 하였고, 불갑사는 불갑사 입구와 불갑산에 활짝 피어 두 곳이 각자 자신의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이 두 곳의 꽃무릇을 모두 보여 드리니 선연한 자태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선운사 꽃무릇>

 

 

선연하게 자태를 드러낸 꽃무릇

 

 

 

 

 

 

선운사 입구에 피어 있는 꽃무릇

 

 

 

 

 

 

 

 

 

 

 

 

푸른 꽃대와 붉은 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9월의 따사한 햇살 아래에 빛난느 꽃무릇

 

 

 

 

 

큰 나무 옆에서 피어 있는 꽃무릇

 

 

 

 

 

 

선운사를 끼고 흐르는 도솔천에 비친 꽃무릇의 모습 : 맑은 개울가에 핀 꽃무릇은 그림자를 드리워 물속에서도 빨간 꽃을 피워냈다.

  

 

 

 

 

 

 

도솔천 가에 피어 있는 꽃무릇

 

<불갑사 꽃무릇>

 

 영광에서는 꽃무릇의 최대 군락지라고 자랑하면서 불갑사 꽃무릇축제를 9월 20일경에 개최한다. 이 때가 대체로 영광의 곷무릇이 절정을 이룰 무렵이니 꽃피는 시기를 잘 알지 못할 경우에는 이 축제가 언제 열리는지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불갑사는 입구부터 넓은 땅에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 꽃길을 따라 걸으며 꽃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도 좋으나 불갑사 뒷산에 오르면 산에 자유롭게 피어 있는 꽃무릇을 즐길 수 있다. 입구의 꽃무릇은 풍성하지만 어딘지 인공적인 냄새가 조금 나지만 산에 피어 있는 꽃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다.

 어느 것을 즐기든지 각자가 알아서 하시고 또 어느 것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풍경이니 걱정하시지 말고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불갑사 입구의 꽃무릇

 

 

꽃무릇(석산) 소개 글

 

 

 

 

 

 

 

 

 

 

불갑산의 꽃무릇

 

 

불갑 저수의의 모습

 

 꽃무릇은 대체로 절가에 많이 피어 있다,

 

 절과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이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랐다지만 국내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왔다.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심은 것이 번져 군락을 이룬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를 우리가 알 필요는 없고 우리는 그저 아름다운 자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꽃무릇이 지기 전에 아름다운 자태를 한번 즐기시는 기회를 가지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