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1) - 북구의 베네치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21. 북구의 베네치아 -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네바 강 하구의 101개의 섬과 강 양안에, 바이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피터대제(Peter I the Great)가 러시아를 유럽의 제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야망에 불타 계획적으로 건설한 도시이다. 작은 네바 강과· 큰 네바 강을 비롯한 수십 개의 운하에 놓인 365개의 다리로 연결된 거리는 ‘북방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로 위도가 높아 6∼7월에는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곳인데 나는 8월에 도착하여 백야는 보지 못했으나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태양이 떠 있었다.
이 도시에는 도스토옙스키가 기거하며 글을 썼던 두 장소가 남아 있다. 그 중 센나야(Kaznacheyskaya ul 7, Sennaya)의 좁은 골목에서 그는 죄와 벌을 썼고 그 골목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니 새벽 05:30분이다.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기차 타는 일에 익숙하여 한 열 시간 기차를 타고 오는 일은 이제 아무런 일도 아니다. 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숙소를 찾아 한 시간 정도 시내를 걸어가면서 시내의 모습을 쭉 구경하면서 시내의 모습을 눈에 새겨 둔다. 이 도시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에 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숙소가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에 있기에 시내 관광을 하기에는 쉬운 곳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시내 관광을 나선다. 숙소 앞 해군성 건물 앞의 공원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아들과 어떤 일정으로 다닐 것인가를 의논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볼 것도 가야할 곳도 너무 많다. 에르미타주박물관에 한 이틀은 보내야 하고, 마린스키에서 발레도 보아야 하고, 여름궁전에도 가야하고 시간이 너무 빡빡하다. 하여튼 아들놈이 주가 되고 나는 따라 다니는 일만 하면 되기에 아들에 비하여 편하다.
네바 강의 선상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도보로 시내 관광을 나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숙소에서 안내지도를 얻을 수 있어 그 관광안내도를 참조하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니 다른 도시에서보다는 편하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해군성 건물을 뒤로하고 네바 강 쪽으로 가니 이곳의 가장 유명한 상징물인 거대한 '청동 기마상(Bronze Horseman)'이 있는데 이 도시를 건설한 피터 대제의 업적을 기린 조각상이다. 말을 탄 대제가 조각된 돌은 전설의 '번개 맞은 돌(Thunder Stone)'로 무려 1500톤에 이르는데, 이것을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6Km나 끌어 핀란드 만에 가져온 뒤 배에 실어 지금의 위치에 옮겨놓았다고 한다.
해군성 건물
해군성 주위 공원
피터(표토르) 대제 청동 기마상 : 프랑스 조각가 팔코네가 12년에 걸쳐 만들었다.
선상 카페에서 보는 네바 강
배를 만들고 있는 피터 대제
네바 강안을 따라 걸으면서 에르미타주박물관의 아름다운 외양만 먼저 구경한다. 세계 3대박물관의 하나라고 하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궁전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에르미타주를 지나 운하 가를 걸으면서 푸시킨광장과 ‘피의 성당’을 거쳐 여름정원(summer garden)을 지나서 구 대한제국의 초대영사였던 이범진이 초대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을 찾아간다. 여름의 따가운 햇볕 아래를 걸으면서 찾아가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스리스크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생가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회의가 들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역사적 장소인데 그저 동판 하나만 붙어 있을 뿐이다. 그 건물을 우리가 매입하여 우리 영사관이나 역사적 현장으로 꾸밀 수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지 않는데 우리 조상들의 역사적 현장이 있는지를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찾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하였으니 이 정도의 국가적인 투자로 국민의식을 고양시키는 일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광장과 신관
운하와 운하에서 배를 타는 정류장
구 대한제국 영사관 표지판
구 대한제국 영사관이 있는 건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여름정원에서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숲속에서 휴식도 취한다. 지금이 여름철인데 러시아 곳곳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들이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 여름 정원에도 신랑과 아름다운 신부가 가족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며 황금기이다.
여름 정원의 풍경과 신랑 신부의 모습
피의 사원(Church of the Savior on Blood) :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사원이다. 알렉산드르 2세를 기려 지어진 사원으로 모스크바 바실리 사원을 부분 모방한 사이다.
여름정원을 나와 러시아박물관(Russian Museum : Michael palace)을 구경한다.(입장료 350루블) 엄청난 분량의 미술품이 있는데 꼭 볼만한 곳이다. 러시아는 어는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특별한 작품이 아니면 사진을 찍는 것을 막지 않는다. 사진 찍는 비용을 지불하면 특별히 플래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번 러시아 여행에서 수많은 미술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사진을 찍어 온 것도 큰 소득이다.
Russian Museum(Michael palace)의 외부와 내부
Russian Museum(Michael palace)의 전시 작품 : 조각, 조소, 공예품, 성화, 풍경, 현대미술 등 너무나 볼 것이 많다. 그 중에 극히 작은 부분만 보여 드립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착했기에 오늘은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하고 숙소에 가서 숙박비를 지불하려고 하니 달러는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하며 루블로 바꾸어 오라고 한다. 환전이야 하는 곳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어렵지 않으나, 이상하게도 러시아를 여행하는데 달러를 받지 않고 꼭 루블로 바꾸어 오라고 한다. 현지에서 환율은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좋기에 달러만 있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지폐가 좀 구겨지거나 더렵혀지면 환전하기가 좀 어렵다. 항상 깨끗하게 지폐를 간직해야 한다. 환전하여 숙박비를 지불하고 숙소의 아가씨에게 슈퍼마켓을 물어 저녁거리를 사러 간다. 러시아도 우리나라와 같이 슈퍼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이용하였다. 가격도 비교적 만족스러웠고 지불은 비자나 마스터로 신용카드가 통용되어 편리하다.
아들놈과 저녁을 만들어 먹고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온 아가씨다. 지금 혼자서 유럽을 두 달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왔다고 한다. 우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를 황단하고 여행 중이라고 하니 자신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항상 아쉽게 생각하다고 한다. 그 아가씨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으로 생각한 것이 러시아여행의 정보가 아직 우리에게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면서 아가씨 혼자서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아가씨며 젊음이 좋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까지로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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