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8) - 모스크바 시내 관광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18. 모스크바 - 시내 관광
러시아의 아침은 아주 늦게 시작한다.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지나온 도시들의 아침은 모두 늦게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가지는 생활 리듬이다.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을 생각하니 오늘이 일요일이고, 내일은 월요일이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박물관 등은 모두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일정을 조절하여 박물관 등을 구경하기로 한다. 아들놈이 푸시킨을 좋아하여 오늘은 푸시킨 박물관을 가는 것이 먼저다.
모스크바 지하철을 이용하여(1회 승차권 40루블) 먼저 구세주 예수성당 주위에 있는 푸시킨 박물관으로 간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웅장하다고 한다. 건설된 시대에 따라 지하의 깊이가 다르고 시설도 다르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시절에 건설된 지하철은 독일의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였으며, 1950년대에 건설된 지하철은 핵공격에도 유지될 수 있게 지하 100m보다 더 깊게 건설되었다고 한다. 지하철 노선은 서울보다 노선이 단순하므로 서울에서 지하철을 환승하면서 다니는 사람들은 지하철 노선도만 있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지하철의 차량은 좀 오래되어 낡았으나, 지하철 역사는 대부분이 웅장하고 화려한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스테인드글라스나 여러 미술 작품들로 아름답게 치장이 되어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과도 같다. 예전에는 이 지하철역을 보안상의 이유로 사진을 촬영할 수가 없게 단속을 했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그런 단속이 없고 자유로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 노선도
지하철 통로
지하철로 내려 가는 에스컬레이트 : 깊이가 장난이 아니다.
지하철과 기다리는 사람들
역명과 지하철 안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지하철의 깊이
지하철 역 : M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하철을 내려 먼저 찾아 간 곳이 정식명칭이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라는 이름을 가진 곳으로 푸시킨 박물관이 아니라 예술박물관으로 역사 및 문화유적지로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었다. 번지수가 좀 잘못된 것 같아 외부만 구경하고 진짜 푸시킨 박물관을 찾아 간다. 푸시킨 박물관을 찾아가는 도중에 뜻밖에 그 맞은 편 주위에 톨스토이의 기념관(The State Leo Tolstoy Museum)을 발견하고 그 기념관부터 구경하러 가니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한가한 기념관이다.(입장료 250루블) 톨스토이가 기거하였다는 곳인데 톨스토이의 작품과 톨스토이와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우리가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훌륭한 조상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라 생각한다. 이 기념관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니 일찍 갈 필요는 없다. 톨스토이의 조그마한 기념관을 구경하고 푸시킨 박물관(State A.S. Pushkin Museum)을 구경한다. 톨스토이 기념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지어진 박물관으로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박물관이다.(입장료 350루블) 푸시킨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전시해 놓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곳은 전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아쉽게도 눈으로만 보고 나오면서 왜 톨스토이와 푸시킨을 이렇게 차이를 둘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톨스토이가 이 모스크바에서 태어나고 평생을 살지는 않았고, 푸시킨은 모스크바 대 귀족의 후예로 러시아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러시아에서는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톨스토이가 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인데....
구세주 예수 성당 주변 안내도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주위의 공연장
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건물
톨스토이 기념관과 톨스토이 상
톨스토이 기념관 전시물
푸시킨 박물관
푸시킨 박물관을 뒤로 하고 다시 구세주 예수성당으로 간다. 아침 일찍 본 성당의 모습이 너무아름다워 그 성당에서부터 모스크바 강을 구경하기로 한다. 이 성당은 1812년 나폴레옹 전쟁 승리를 기념하여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일부는 수리중이다. 성당 외부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나니 성당에서 예배가 열리는 것 같아 들어가 보려하니 관리인이 길을 막는다. 아뿔싸, 반바지를 입고 관광을 나온 것이다. 외국에는 사원이나 성당, 교회 등을 들어갈 때 복장을 제대로 갖추어 입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관광지의 성당에서는 별다른 거부가 없었기에 오늘 무신경하였다. 다른 외국여자도 민소매 나시 옷을 입고 성당에 들어가려다 입장을 거부당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당 외부의 아름다운 건축미만 구경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성당 앞의 카페에 가서 메뉴 표를 보니 밥이 보였다. 러시아를 여행한지 20일이 되도록 밥이라고는 먹지 않고 서양식 음식이나 러시아 음식, 아니면 잡다하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었기에 오랜만에 밥이 눈에 보여 수프와 밥을 시켜 보았는데 기가 막히게 우리 식성에 딱 맞았다. 수프라고 주는 것이 연어를 넣은 미역국인데 그 안에는 밥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맛이 우리나라의 미역국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맛이다. 어떻게 이렇게 기막히게 나의 입맛에 들어맞는지 놀라 아들에게 이 국을 한번 먹어보라 하니 아들도 먹어보고 우리 미역국이라 감탄을 한다.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 나도 고향 냄새가 물씬 나는 미역국에 잠시 향수에 젖어 보기도 한다. 가격도 적당하고(350루블) 맛도 우리 입에 꼭 맞으니 모스크바를 여행하면서 입맛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한번 드셔 보시라. 진짜 후회하지 않을 음식이다.
구세주 예수 성당의 전경
문과 문위의 좌우에 있는 부조
주위 소공원쪽에서 보는 성당
소공원의 여러 모습
모스크바 강쪽에서 보는 성당
성당에서 모스크바 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
성당쪽에서 보는 모스크바강 건너편
강 건너에서 보는 구세주 예수 성당
구세주 예수 성당을 지나 모스크바 강으로 가기 위해 주위를 돌아가면 자그마한 공원이 있어 그 공원에서 휴식을 하다가 모스크바 강으로 간다. 이 구세주 예수 성당은 모스크바 강을 건너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모스크바 강을 건너서 강가를 거닐며 모스크바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노닐다가 모스크바 미술관(Tretsyakov미술관)을 찾아 간다. 강가를 한참이나 걸어가면서 여러 풍경을 구경하고 길을 찾는데 모스크바 강가를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보인다. 미술관을 찾아 조금 헤매다가 올바로 길을 찾으니 우리가 지나친 곳이다. 모스크바 강 사랑의 열쇠나무 주변에서 조금 내려가면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은 서구 최고의 소장품을 자랑하는데,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러시아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18-9세기의 작품이 대부분이고 11-2세기의 성서화도 많이 있어 감상하려면 4-5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겨우 수박 겉핥기식이라도 볼 수 있다.(입장료 400루블) 구경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해가 아직 하늘 위에 환하게 비추고 있는데 오후 6시가 되니 무조건 퇴장하라고 한다. 한 여름에 특히나 북쪽의 여름은 해가 아주 늦게 지는데 우리로 보면 한낮과 같은데 문을 닫는다. 조금이라도 융통성을 가졌으면 하는 것은 우리 생각이고 그들의 법인데 어쩌랴. 따를 수밖에 없다.
모스크바 강 주변 풍경
모스크바 미술관 전경
모스크바 미술관의 작품들(내가 설명항 재주가 없어 일부만 보여드림)
미술관을 나와 다시 모스크바 강을 따라 걸으며 우리가 지나오지 않은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길을 걸으면서 아들과 우리가 본 여러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 이 여행의 묘미다. 강가에는 많은 유원지가 만들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더위를 피하며 놀고 있는 모습은 세상 어디에나 똑 같은 풍경이다. 고르키공원에는 여러 사람들의 조형물이나 동화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한 철제 조소들이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고, 그 주위의 분수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물을 맞으며 놀고 있고, 젊은이들은 보드나 인라인을 타면서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젊음을 뽐내고 있다. 모스크바 강에는 러시아 개혁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는 표트르(피터) 대제의 거대한 동상이 위용을 자랑한다. 젊은 나이에 황제에 올라 형식적이고 허례허식적인 것을 물리치고 실제로 러시아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가 외국에 나가 조선술이나 포술 등을 익혀 러시아를 강국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젊은 황제가 국가를 위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한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위정자들도 본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모스크바를 가로지르고 흐르는 강을 거닐고 다니며 구경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여기서 만난 한국 대학생이 먼저 관광을 마치고 들어와 반갑게 맞이한다. 그에게 저녁을 먹고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자고 권하니 선뜻 응한다.
고르키공원의 여러 조각상
모스크바 강에 우뚝 선 표트르 대제
모스크바 강 가의 모습
저녁을 먹고 밤 열시가 넘어 학생이 우리에게 와서 우리가 마시려고 사온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간 쥐포를 안주로 여러 이야기를 한다. 아들놈과 같은 나이고 같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류의식이 있어 쉽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니 이 학생도 우리가 상트 페테르부르그에 가 있는 동안 그 곳에 있다고 하여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서로 번호를 교환한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학생과는 여러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혼자서 여행을 하는 도중에 같은 동포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반가운 것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여행 잘 하라면서 오늘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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