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3) - 데카브리스트의 도시 이르쿠츠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3. 데카브리스트의 이상이 만든 도시 - 이르쿠츠크

 

 바이칼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와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모두들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있다. 이곳의 일상생활은 상당히 늦게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해가 늦게 지기 때문인 듯하다. 보통 밤10시까지는 해가 지지 않고 떠 있으니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활동을 하고 아침은 보통 천천히 시작한다.

 일어나 하늘을 보니 매우 흐리고 비가 오고 있다. 계절이 여름이라서 이번 여행을 하는 도중에 곳곳에서 자주 비를 만나는데 여행하면서 비를 만난다는 것은 그냥 편하지는 않다. 비옷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면 여행을 하는 도중에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좀 깨끗하게 나오지 않으니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고, 거리를 걸어갈 때 물기가 신발을 적시고 옷도 적시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는 일이다.

 

 

 

과거 소련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거리의 그림

 

 

 

비가 내리는 이르쿠츠크 거리의 아름다운 건물

 

 

이르쿠츠크 관광안내도

 

 

오래된 건물에는 기하학적인 여러 문양이 있다.

 

 

이르쿠츠크 거리를 달리는 부산의 버스

 

 비가 계속해서 내리지만 아침을 먹어야 하기에 숙소를 나서서 식당을 찾아가니 대부분의 식당이 11시나 되어야 문을 연다고 입구에 적혀 있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무엇인가 아침을 해결해야 하기에 24시간 문을 여는 햄버거 집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도 지금 체인점이 만들어지고 있는 subway라는 곳을 찾아 햄버거를 주문하는데 장난이 아닐 정도로 크다. 아침을 해결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유심카드를 교체하기 위해서 러시아통신회사 MTC의 대리점을 찾아갔다. 러시아 곳곳에 이 대리점이 있어 유심카드를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이곳에서도 영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아들이 상당히 어렵게 카드를 교체한다. 그런데 가격이 블라디보스토크와 다르게 상당히 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하나에 150루블을 주었는데 이곳에서는 하나에 50루블이라고 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카드는 제대로 작동하니 그대로 구입한다. 아들이 유심카드를 구입하여 교체하는 사이에 가게를 둘러보니 우리나라의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이 쭉 진열되어 있고 가격도 상당히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도 우리나라 스마트폰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유심카드를 교체하고 내일 갈 리스트 비앙카의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로 생각하면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버스 시간을 보았다. 이르쿠츠크 시외를 벗어나는 버스의 노선과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리스트 비앙카는 거의 두 시간마다 한 번씩 다니고 있다.

 

 오늘은 이르쿠츠크 시내를 관광하기로 계획을 하여 먼저 지역박물관(입장료: 200루블)으로 가니 비가 개어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이르쿠츠크의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지역 박물관을 구경하러 간다. 이 박물관은 이르쿠츠쿠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르쿠츠크시가 만들어지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자취와 도시가 만들어지고 파괴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역박물관 전경

 

 

 

 

 

 

 

 

 

박물관의 여러 전시품

 

  이르쿠츠크의 역사를 만든 데카브리스트의 주인공 볼콘스키와 트르베츠코이의 살던 집을 그대로 기념관(입장료  : 350루블)으로 만들어 놓은집을 찾아간다. 데카브리스트의 난은 데카브리스트가 영어로는 디셈브리스트(Decembrist)라고 번역되듯이 '12월 당원'이라는 뜻으로, 그들이 12월에 거사했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귀족들로 러시아를 개혁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나폴레옹전쟁 때 프랑스군을 추격하여 서부 유럽의 자유주의의 공기를 흠뻑 들이켰고 자유주의 사상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의 농노제와 군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국민(평민)을 위해 러시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며 1825년 12월에 혁명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니콜라이 1세에게 탄압을 당하여 5명은 처형되고 그들의 꿈은 좌절되어 이 통토의 땅으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그들은 그 당시만 해도 아무런 기반이 없는 이 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이곳에 치타와 이르쿠츠크 등의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시베리아의 파리로 불리는 이 도시를 만들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그들의 혁명을 성공하였더라면 러시아 역사가 어떻게 변했고, 이 이르쿠츠크는 건설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역사에 가정을 놓는 것은 또 다른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들놈은 나이가 젊기 때문인지 혁명가들을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젊음의 시절에 이상을 품고 사회를 개혁해 보려는 사람들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이상이라 생각하고 나는 저와 같은 나이에 무슨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고 반추해 본다.

 

 

 

 

볼콘스키 기념관의 전경

 

 

 

볼콘스키 영지임을 나타내는 표지

 

 

 

내부 뜨락 : 문화의 중심지로 요즈음도 야외에서 여러 공연이 있고 영화도 상영함

 

 

볼콘스키 기념관

 

 

트르베츠코이 기념관 전경

 

 

 

트르베츠코이 영지 설명

 

 

 

트르베츠코이 기념관 전경

 

 데카브리스트의 추억을 뒤로 하고 City Life(상인의 집 : 입장료 200루블)이라는 곳으로 가니 여행안내소가 있다. 여행안내소의 벤치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여행안내소 경내에 이르쿠츠크 시와 자매결연한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인가 하고 찾아보니 강원도 강릉이다. 그리고 조형물의 동판에는 강릉단오제가 새겨져 있어 여러 조형물을 구경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매결연한 국가들의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의 국기가 거꾸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해외에 나가면 모두들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여행 안내소에 가서 우리나라의 국기가 잘못 게양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니 안내소에 있던 러시아아가씨가 알았다고 하면서 내일 고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르쿠츠크 시내지도와 바이칼의 안내도를 준다.

 

 

 

Meseum of Irkutsk City Life의 모습

 

 

자매결연한 도시 국가의 국기 게양

 

 

 

강릉단오제를 소개한 조형물

 

 City Life(상인의 집)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 이르쿠츠크 역에 가서 내일 밤에 출발하는 모스크바행 기차표를 발권 받는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왔기에 별 어려움이 없이 발권을 하고 역 주위의 슈퍼도 탐색을 한다. 오랜 시간을 기차를 타야 하기에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역에서 표를 구하고 앙가라 강을 건어 숙소로 오는 도중에 햇빛이 비치는 앙가라 강이 빛나고 있다. 새파랗게 보이는 물은 바이칼보다는 못해도 도심을 흐르는 강으로는 너무 맑게 흐르니 마음이 상쾌해 진다.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이르쿠츠크 시내에 운행하는 버스를 보면 한국의 부산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산의 버스노선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이 부산 버스가 그대로 다닌다. 용당에서 하단으로 가는 68번, 당감동 백양아파트라 적힌 17번, 20번, 129-1번, 김해공항을 다니던 공항버스 등등이 색칠도 다시 하지 않은 채로 부산노선을 그대로 표시한 채로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버스들이 이 도시에서는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을 보니 새삼스럽게 우리나라의 국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내가 출퇴근에 이용하는 68번 버스는 부산에서보다 더 많이 보이는 듯하여 친근감이 든다.

 

 

조그마한 군사박물관

 

 

 

부산보다 더 자주 눈에 보이는 부산의 68번 버스

 

 

 

옛 건물의 아름다운 조형

 

 

 

한낮의 햇빛 아래 흐르는 앙가라 강

 

 

 

 

 

이르쿠츠크 역의 모습

 

  하루 종일 이르쿠츠크 시내를 걸어 다니며 여러 곳을 구경하고, 역에서 기차표도 구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 보였던 숙박 객은 모두 다른 여행지로 떠나고 새로운 나그네들이 모여 있다. 간단히 인사를 하니 독일인부부, 프랑스아가씨들, 그리고 러시아 처녀, 슬로바키아 청년들 등등 지구촌의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들 저녁을 먹으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도 저녁을 지어 먹고 다음 목적지인 모스크바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서먹서먹해졌던 아들놈과 바이칼을 구경하고 나서 아들놈이 기분이 상당히 상승한 것 같아 다행이다.

 

 아들과 함께 보드카를 한잔하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