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1) - 바이칼 알혼 섬 1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11. 바이칼! 아 바이칼! - 바다와 같은 호수(알혼 섬①) -
오늘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담수를 가진 바이칼에 간다. 바이칼 호수에 있는 알혼 섬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바이칼은 우리 민족이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는 천해(天海)로 신성한 바다로 알려져 있다.
이르쿠츠크 관광 안내 센터에서 준 안내도의 바이칼 : 지도의 1번이 알혼 섬
바이칼 호수(Lake Baikal)는 이르쿠츠크 시의 관광센터에서 발행한 안내서에 의하면 시베리아 남서쪽에 있으며 면적이 31500㎢(경상남, 북도의 크기)에 이르며 길이가 636km 너비가 평균으로 48km이다. 약 2,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수심(1640미터)을 자랑하는 호수이며 지구 민물의 22%를 담고 있어 단일 저수량으로는 가장 큰 곳이다. 호수에는 27개의 섬이 있는데 가장 큰 섬이 알혼 섬이다. 호수는 336 개의 지천이 있어 물을 공급받고 있으나, 물이 나가는 곳은 앙가라 강 하나뿐이다. 바이칼 호는 오랜 세월 동안 계속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생물학 가치가 있는 곳이나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마음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곳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면을 하고 아침을 먹으려니 아들놈이 어제 저녁부터 무엇 때문인지 기분이 좋지 않아 아침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꽤 많이 토라진 모양이다. 혼자서 먹는 아침은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기에 혼자서 아침을 먹는다. 08:00경에 숙소 앞에 알혼 섬으로 데려다 주는 투어버스가 왔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인 셈이다. 우리와 같이 이태리 아가씨가 타고 여러 숙소를 둘러 중국인, 러시아인 또 다른 외국인 등 약 15명을 태우고 시내를 벗어나 알혼 섬으로 향한다. 뒤에 알았지만 알혼 섬으로 가는 정기버스가 있는데 하루에 한 번밖에 가지 않으니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 관광용 투어버스를 이용한다.(편도요금 정기노선버스: 445루블, 투어버스: 800루블)
알혼 섬으로 가는 여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하이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알혼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길이 포장이 되어 있는 곳은 적고 대부분이 비포장 길이다. 그리고 이 너른 땅에 길을 표시하는 이정표도 없다. 그저 길이려니 하고 나 있는 길을 달릴 뿐이다. 이곳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길을 잃어버리기가 딱 좋은 곳이다. 중간에 한 번 쉬고는 먼지가 펄펄 나는 길을 달리고 달려서 선착장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00경이다.
바이칼가는 버스 : 한국의 중고 버스다
중간 휴게소 건물과 주변의 모습
휴게소 주변 도로 : 이 구간은 어설프지만 아스팔트가 되어 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미니 버스(피아트다)
그런데 이 선착장의 모습이 더 가관이다. 알혼 섬이 빤히 눈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인데 바다와 같이 큰 호수를 건너는 배가 단 두 척이다. 요금을 일절 받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국가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 배들도 우리 생각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운행을 하고 있다. 배는 두 척 모두 페리로 반드시 차를 싣고 사람을 태운다. 그러니 자기가 타고 온 차가 실려야만 배를 탈 수 있다. 그 이유는 뒤에 알았는데 배로 건너고 나서도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야 알혼 섬의 마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배에는 약 30여 대의 차를 싣고 건너는데 좀 자주 운행을 하면 될 것인데 천천히 또 천천히 전혀 급함이 없다. 대개 3시간 내지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배를 탈 수가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 시간에 선착장 주위에 있는 구릉에 올라가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일망무제로 넓게 펼쳐진 바이칼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차가 빨리 떠날 것을 걱정하고 선착장 주변에 있었으나 가만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구릉 위로 올라가 보니 바이칼의 푸른 물이 내 눈에 가득하여 가슴이 탁 트이었다. 이 장관을 내 평생에 처음 보는 이 장관을 무엇이라 표현할까? 말로 나타내기에는 나의 표현력이 너무 떨어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바이칼이 너무 크다보니 곳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생각이 든 것은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푸른 코발트빛의 물. 언제 이런 물을 보았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깊은 산골에 사람의 인적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흐르는 물에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다와 같이 너른 호수의 물 전체가 푸른 코발트빛이다. 아들놈도 이 물을 보고 기분이 풀렸는지 다시 애비에게 사근사근하게 대한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인간의 마음까지도 순수하게 순화시킨 것이라 생각하니 자연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도선장에서 바라 보는 알혼 섬
도선장 왼쪽의 구릉
도선장 옆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도선장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
배를 타기 위해 늘어서 있는 차들
도선장 왼편의 구릉에 있는 기념탑(무엇인지 기억이......)
도선장 페리 시간표 : 시간표와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구릉 위 여러 곳에서 보는 바이칼 호수
누구의 기념비였는데.....
도선장 전경
멍하니 바이칼을 보고 있는 필자
바이칼의 절벽
도선장 왼편 구릉에서 보는 바이칼(동영상)
알혼 섬 선착장에서 운이 좋아 우리가 타고 온 차가 다른 차보다 빨리 배에 실린다. 우리도 빨리 배를 타고 알혼 섬으로 건너가는 시간이 오후 3시경이다. 배는 한 20분 정도 항해하여 알혼 섬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여기에서는 더 가관이다. 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벌판을 차는 계속 달린다. 어디에 길이 있고 어디로 가는 가를 우리는 모르고 그저 차만 믿고 갈뿐이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이칼의 물이 가끔 보이고 계속 구릉을 달린다. 멀리서는 숲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저 구릉지를 계속하여 간다. 약 한 시간 정도를 가서 내려 준 곳이 이 알혼 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숙소인 ‘니키타 홈 스테이’라 불리는 곳 앞이다.
우리는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왔으나 대부분이 예약을 하고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 별다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여행을 하는 우리는 상당히 난감하다. 물론 숙박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곳으로 오면서 보니 이 섬도 관광지로 개발하는 중이어서 많은 숙소가 있고 또 지금도 많이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바이칼에도 자본의 위력이 차츰 차츰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니키타 홈 스테이’가 가장 유명하다기에 안내에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2인실 하나가 비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우리가 그 곳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방갈로 형식으로 각각이 독립적인 건물로 자연의 나무와 황토 등으로 지어진 숙소이다. 잠을 자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낭만이 느껴질 정도이다. 숙박비는 일인당 1,200루블인데 저녁과 아침을 기본으로 주는 시스템이라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알혼 섬을 왕래하는 도선
도선을 타고 가면서 보는 바이칼
'니키타 홈 스테이'에 붙어 있는 알혼 섬 지도
니키타 홈 스테이의 여러 모습
숙소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하다가 바이칼을 구경하러 나간다. 이곳은 해가 우리보다 훨씬 늦게 떨어지기에 아직도 환한 대낮이다.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하여 다소 날이 좀 흐리다. ‘니키타 홈 스테이’에서 위로 먼저 가서 바이칼을 바라본다. 너무 크다. 바다보다 크다. 그리고 너무 물이 맑고 깨끗하다. 바이칼을 한 눈에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의 시야보다 바이칼이 더 크기에 한 지점에서 바이칼을 보는 것뿐이다. 바이칼 주변에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반적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명상 수련을 하는 집단의 무리도 보인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자연의 신비로운 기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심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일반적인 관광객들은 그저 바이칼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고 있다.
언덕 위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
언덕 위에서 보는 바이칼의 모습 : 나무에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이 보인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차다. 주위 방향을 돌려 호수가로 내려가 본다. 저녁이고 날이 흐린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호수 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호수 주변은 바다와 같이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은 바로 풀린다. 내가 발을 담가보니 발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차다. 바이칼의 물은 의 온도가 약 30도 정도인데 호수의 물 온도는 1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조그마한 사장에서 보는 바이칼
물에 손을 담그고 바이칼을 보고 있는 필자
사장의 모습
다시 모래사장을 벗어나 언덕을 올라가니 원래 이 지역에 살았다는 부라야트족의 샤먼이 눈에 보인다. 큰 장대를 세워 놓고 거기에 매듭을 묶어 놓았다. 나무에 끈으로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은 바이칼 주변의 나무 곳곳에 보이는 풍경이다. ‘그들은 나무에 무엇을 기원하며 매듭을 묶을까? 우리가 산을 올라가면서 돌탑을 쌓는 것과 의미가 같을까?’를 생각하였는데 큰 장대를 쭉 세워놓고 그 큰 장대에 빽빽하게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묶어 놓은 것이다. 그 장대 주위에 러시아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는지 안내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어를 조금도 모르는 우리는 그저 그 광경만 볼 뿐이다.
언덕위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부라야트조의 장대 매듭신앙
그 언덕을 왼편으로 내려가니 꼭 부산의 태종대 자갈마당과 흡사한 곳이 나온다. 자갈더미가 물가를 꽉 채우고 호수의 물이 자갈마당에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하는데 무슨 놈의 호수에 파도가 있단 말인가? 파도가 치고 있다. 바다와 같이. 한 점 티 없이 깨끗한 물에 세수를 하고 발을 담그니 온 몸에 시원한 기운이 감싼다. 너무 맑은 물이라 발을 담그기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언제 다시 바이칼을 올 것인가를 생각하고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한다. 다시 언덕을 올라가니 비가 조금 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비를 맞으며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모래밭으로 간다. 해운대보다 더 큰 모래밭이다. 이 큰 사장에 저녁때지만 사람이 별로 없다. 몇 사람만이 사장을 거닐고 있다. 우리도 사장을 잠시 거닐다가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숙소로 돌린다. 숙소를 가는 도중에 비가 제법 많이 온다. 부라야트족의 생활을 보여주는 관광지에 잠시 피신했다가 비가 조금 그친 사이에 숙소로 돌아 왔다.
부산 태종대 자갈마당과 비슷한 자갈마당 전경 : 위에서 본 풍경
맑고 깨끗한 물에 파도가 친다.
자갈마당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부라야트족의 매듭장대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밭
모래밭에서 보는 바이칼 동영상
바이칼 모래밭에서 보는 풍경
갑자기 어두워지는 하늘
비가 오기 시작하는 날씨
비를 피하기 위해 벌판을 건너오는 관광객들
숙소에 오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숙소에서 주는 저녁(빵 1개, 오물 한 조각, 밥 1공기, 고기 다진 것 1개)은 기본적으로 요기 정도를 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입구에 서 있으니 젊은이 둘이 말을 걸어온다.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대학교 졸업반인데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시베리아를 꼭 횡단하고 싶어 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을 들렀다가 모스크바로 가서 바로 귀국한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너무 바쁘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저녁을 먹고 다시 마을을 배회하다가 슈퍼에서 먹거리를 좀 사고 돌아오는데 딸기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 테이크아웃의 커피 잔 크기의 컵에 넣은 딸기가 150루블이다. 다른 과일에 비해 상당히 비싸지만 꼭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당도가 장난이 아니라 무슨 설탕을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 1960년대의 재래식 딸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맞다. 우리나라의 요즈음 딸기는 모두 개량이 되어 크고 시원한 맛이 많지만 옛날의 재래종 딸기가 크기는 작았으나 당도가 오늘날보다 더 많았다고 생각된다. 사과를 사서 먹었는데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작았으나 맛은 별로 다르지 않다.
딸기
숙소로 들어와서 러시아 맥주를 마시며 아들과 긴 이야기를 한다. 바이칼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문제부터 러시아인들의 삶, 우리나라의 현실, 아들이 꿈꾸고 있는 미래, 아들이 자신이 나아갈 계획 등 다양하게 이야기 한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리라 생각했는데 시간만 나면 온갖 문제를 화제로 삼고 이야기를 한다. 아들에게 왜 어제 화가 났느냐고 물으니 자신은 감정이 좀 변화가 많다고 한다. 쉽게는 날씨의 변화에도 감정이 변한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이해시킨다. 아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내가 아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들과 긴 이야기를 하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니 비가 개인 알혼 섬의 하늘에서 별이 반짝이고 있다. 60평생에 그렇게 많은 별이 빛나는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아무런 공해 물질이 없는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제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비추고 있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의 눈에 영겁의 세월 동안 비추고 있는 별이 조용히 빛나고 있다. 맑은 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빠진다. 자식 놈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내가 그 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 왔고,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생각해 본다. 그저 죄나 짓지 않고 살았다면 너무나 감사한 삶이라 생각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방안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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