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0) -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20. 모스크바 - 아르바트 거리
오늘은 모스크바를 떠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날이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에 들어서니 피곤함과 아울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움직였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하였을 것을? 하는 뉘우침이 다소 있다. 그러나 러시아여행은 이번이 처음이고 별다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부딪히며 여기까지 진행한 것 만해도 우리 스스로 만족하기도 한다. 다음에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더 계획을 잘 짜서 충실하게 다닐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미리 한국에서 예매한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열차표를 받기 위해 지하철로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으로 간다. 모스크바는 러시아 각지에서 열차가 들어오고 여러 곳으로 나가기 때문에 역이 여러 곳에 있다. 항상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 가를 잘 알고 역을 찾아가야 한다. 예약한 표를 발급받으려고 역무원에게 예매권을 내미니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그런데 역시 젊음이 좋은 것이다. 아들놈이 눈치를 채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여 따라가니 무인발권기에서 발급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코드가 찍혀 있어 무인발권기에 바코드를 대니 열차표가 발권된다. 여태까지 다른 역에서는 역무원이 발권을 하여 주었는데 모스크바에서는 다르게 발권을 하여 조금 당황한다.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과 무인발권기
발권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으로 간다. 붉은 광장을 몇 번이나 가는지를 모르겠으나 붉은 광장에 있는 레닌의 묘를 아직 보지 못하여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에 레닌 묘를 보러 간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신과 같이 추앙을 받는 레닌은 죽은 뒤 시체가 방부 처리되어 살아 있는 모습과 같이 보존되고 있다.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사진은 전혀 찍을 수 없게 하였고, 레닌 묘 주위에는 과거 구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나 공산당의 주요 인물들의 흉상이 서 있다. 레닌의 묘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쭉 늘어서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레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레닌 묘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
레닌 묘와 묘 주위
레닌 묘를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러시아 최고의 젊음의 거리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Arbat Street)로 간다. 아르바트 스카야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면 국립도서관이 있고 그 앞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동상이 있다. 스탈린에 의해 타락한 자본주의의작가로 낙인 받았으나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다시 그의 동상이 등장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우리나라의 홍대와 명동, 인사동 거리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거리라 할 수 있겠는데 오늘 날 러시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거리라고 하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거리로 여겨진다. 이 거리에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고, 거리의 악사나 화가들, 또 잡다한 물품을 파는 상인들이 섞여 있다. 헌 책을 파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며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자본주의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거리를 걸어가면 러시아 젊은이들의 자유를 상징한다는 고려인 3세 빅토르 최(Viktor Tsoi)의 추모의 벽을 볼 수 있다. 그는 ‘러시아 록 음악의 시조’라고 인정받으며 구소련 말에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러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으나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는데 오늘 날까지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가 숨진 후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는 추모의 벽이 설치됐고 지금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러시아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그를 추모하는 스피어 쏘야 벽은 그에게 바치는 헌사와 낙서가 새겨져 있으며 아직도 변함없이 담배 한 개비를 피워 향으로 대신하며 그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TV를 통해 소개되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러시아 국립 도서관과 도스토예프스키 동상
아르바트 거리 입구
아르바트 거리의 여러 풍경
빅토르 최(Viktor Tsoi)의 추모의 벽
아르바트 거리 표시판
거리를 따라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미국식 햄버거 집 Shake Shack이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아들이 말하기를 이 점포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막 들어오는 브랜드라고 한다. 러시아가 아니 이 거리가 빠른 속도로 서구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햄버거 가게와 같은 메뉴를 팔고 있어 오랜만에 햄버거와 감자 칩으로 한 끼를 때운다.
햄버거 집 Shake Shack
이 아르바트를 거리를 걸어가니 푸시킨이 살았던 집이 있다. 아들놈이 푸시킨을 좋아한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푸시킨이 살은 집을 구경하러 들어갔으나 외부만 볼 수 있을 뿐 내부를 볼 수 없게 하여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 선다. 그 집 앞에는 푸시킨 부부의 흉상을 세워 놓아 아쉬움을 달래게 한다.
푸시킨이 살았던 집
이 거리를 따라 걸으면 러시아 외무성의 웅장하고 장엄한 건물을 볼 수 있다. 1940∼1950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로 모스크바를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모양의 웅장한 건물을 자주 보는데 똑 같은 건물이 7개나 모스크바 각지에 산재해 있다. 모스크바대학이나 힐튼호텔의 건물도 같은 건물로 과거 구소련의 위용을 과시하는 건물이다. 그래서 잘못 보면 거리를 오산할 수도 있다.
모스크바 외무성 건물
모스크바 거리와 동물원
아르바트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 모스크바를 정처 없이 걷는다. 걸으면서 모스크바의 여러 모습을 본다. 동물원, 옐친이 사임한 곳으로 알려진 화이트 하우스 그리고 펼쳐지는 시내의 여러 건물의 모양을 즐기며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으로 간다. 역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기차에 탑승하여 다시 열차에서 하루 밤을 잔다.
모스크바여 안녕! 아름다운 모스크바가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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