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74 코스(내로마을회관 - 남양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74 코스는 내로마을회관을 출발하여 외로마을 도야마을을 지나 남양버스정류소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전형적인 어촌마을과 해안 풍경을 즐기며 가볍게 걸어가는 코스로 9.2km의 아주 짧은 거리다.

 

74 코스 지도

 

74 코스 안내판

 

 내로마을회관에서 마을을 질러가는 길을 따라 나가면 해안이 나온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해안이 펼쳐진다. 해안을 따라 조금 가다가 약간 안으로 들어가면 외로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을 지나 계속 가면 도야마을이 나온다.

 

 

 해안을 가기 전에 매우 소담하고 정결하게 만들어진 집을 보았다. 주인이 누구인지를 모르겠으나 집을 보아 주인의 인품을 짐작하게 하는 집이다. 집의 당호를 해덕제라 붙여 놓은 자그마한 집이다.

 

해덕제 당호의 집

 

붉게 핀 꽃같은 칠면초

 

벗집이 묘목의 거름 및 겨울 방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야마을에 도착하니 매우 깨끗하게 마을회관과 주변 건물이 꾸며져 있다. 마을회관 앞에 앉아서 잠시 쉬면서 보니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정책에 반영했으면 하는 정책의 실천이 보인다. 시골길을 걷다가 계속 곤란을 느끼는 것이 숙박지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 마을의 마을회관을 숙박장소로 사용할 수 없을까를 생각했는데 도야마을의 마을회관에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내가 이용은 하지 않았지만 좋은 정책이기에 고흥군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도야마을의 게스트하우스

 

 

 남양으로 가까이 가니 GPS가 대로로 길을 인도한다. 왜 갑자기 대로로 가지하는 의문을 가지고 대로로 가니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이해가 되었다.. 길게 메타세콰이어 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절이나 푸른 빛은 사라졌지만 나름대로의 장엄함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운치 있게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메타세콰이어 길

 

 메타세쾨이어 길을 걷다가 잠시 해안으로 가서 걷고 다시 대로로 올라와 조금 가면 남양면 소재지가 나온다.그리고 여기서 74 코스는 끝난다.

 

 

 

 남양정류소에 도착하니 아직은 이른 시간이나 이번 여정을 출발할 때부터 여기까지로 예정했기에 다믕 주 여정을 위해 슈퍼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사서 마시며 물어 보니 숙박업소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벌교에서 자고 아침 일찍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음을 알고 정류소에 가니 마침 벌교로 가는 버스가 들어온다.

 

 여기서 고흥은 모든 군내 버스가 어디를 가든지 요금은 동일하게 천원을 받는다. 아마 시골 노인들에게 실비로 차편을 제공하는 정책이라 생각하니 좋은 정책이라 느꼈다.

남파랑길 73 코스(대전해수욕장 - 내로마을회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73 코스는 대전해수욕장을 출발하여 내로마을획관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16.9km의 길이다. 별다른 특징은 없이 해안의 풍경과 시골 마을의 풍경을 즐기며 걷는 편안한 코스다.

 

73 코스 지도

 

73 코스 안내판

 

 저녁에 이곳에 도착하여 대전해수욕장의 풍경을 구경하고 숙소를 찾으니 계절이 지나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문을 닫아 겨우 숙소를 구하여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에 길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대전해수욕장의 저녁 풍경과 아침 풍경을 모두 보게 되었다.

 

 대전해수욕장은 고흥군의 북쪽인 두원면 대전리에 위치한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5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과 파도에 깎이고 씻긴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청정해역인 득량만에 자리한 이 해수욕장은 길이 1.9km, 100m의 광활한 은빛백사장을 따라 해변의 경사도 완만해서 가족단위의 피서지로 제격이다.

 

 

저녁의 해수욕장 풍경

 

 어제 같이 길을 걸어온 사람은 오늘 갈 길이 멀다고 나보다 일찍 따난다면 인사를 한다. 서로가 좋은 여행하라고 격려하고 그 사람을 보내고 좀더 있다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도 길을 떠났다.

 

아침의 대전해수욕장 풍경

 

 해수욕장을 벗어나 시골길을 조금 가면 해안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용등산을 옆에 끼고 돌아가면 예회마을이 나온다. 아침이 채 밝기도 전에 보는 해안의 갯벌은 첨으로 아름답다. 올해 남해안을 걸으면서 동해안에서 보지 못했던 갯벌을 보고 조석 간만의 차가 빗어내는 갯벌의 기하학적 모양에 감탄을 한다. 길을 가니 동쪽 하늘에 해가 뜨고 멀리서는 닭우는 소리가 변함없이 들린다. 참으로 한가하고 조용한 풍경이다.

 

갯벌의 모양

 

아침의 동쪽 하늘

 

예회마을

 

 예회마을을 지나 해안과 마을 언덕을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가면서 항상 보는 것이 방조제 안쪽의 습지다. 아직 농토로 완전히 변하지는 않고 습지를 이루고 있는 곳에는 갈대가 무성하다. 넓이가 아주 큰 곳도 있고 조그마한 습지도 보이는데 곳곳이 바다를 막은 간석지다. 길을 계속 가면 와룡마을이 나오고 이 마으을 지나 계속 가면 금성마을이 나온다. 금성마을 입구에는 수령이 300살이 넘는 큰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와룡마을 표지

 

금성마을 보호수(느티나무)

 

 금성마을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 길을 가니 시원한 대나무 숲 길이 펼쳐진다. 대나무 특유의 시원함을 느끼며 길을 돌아 다시 해안으로 나와 걸어가니 길가에 닭들이 마음대로 놀고 있다.뜻밖에 보는 풍경이고 닭들도 아주 튼튼한 재래종이었다.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유유하게 길에서 노닐고 있는 닭들을 보며 나도 유유히 그 곁을 지나며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뜻밖에 보며 즐겼다.

 

해안 길의 닭들

 

 

 조금 더 걸어가니 내로마을에 도착한다. 여기가 73 코스의 끝이다. 아무런 특징이 없이 그저 한가롭게 걸으며 해안과 농촌의 정취를 느끼는 길이다.

남파랑길 72 코스(고흥만방조제공원 - 대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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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파랑길 72 코스는 고흥만방조제를 출발하여 풍류해수욕장을 지나 신흥마을을 거쳐서 소두방산을 옆에 두고 산 길을 걸어 내려가면 대전해수욕장이 나오고 여기서 끝이 나는 14.9km의 길이다.

 

72 코스 지도

 

72 코스 안내판

 

 점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짬뽕을 시켰는데 그 속에 해물이 장난이 아니게 많았다. 통오징어 한 마리와 전복, 게, 새우, 홍합 조개 등등이 들어 있어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함께 걸어왔던 사람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남은 거리를 보니 천천히 가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좀 쉬다가 길을 가기 시작하니 바로 방조제가 나온다.눈앞에 펼쳐지는 고흥만방조제를 보니 길이가 장난이 아니게 긴 것 같다.

 

 고흥만방조제(高興灣防潮堤) 고흥지구간척사업으로 도덕면 용동리에서 두원면 풍류리까지의 득량만 바닷길을 막아 축조한 방조제로, 1991년 착공하여 1998년 준공되었으며 길이는 2,873m에 이른다. 2006년부터 개답 공사가 시작되어 2009년에 마무리 되었으며, 방조제 뒤로는 17.01의 농경지, 2.80의 인공습지, 7.45의 담수호인 고흥호가 생겨났다.

 고흥만방조제 위에 서서 왼쪽으로 시선을 주면 넓게 펼쳐지는 득량만이 보이고 반대쪽으로 시선을 두면 광대한 호수와 농경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고흥의 여러 면들을 잇는 능선이 수묵담채화처럼 이어진다.

 직선으로 쭉 뻗은 고흥만방조제 위에는 전봇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모습도 장관이며, 방조제 주변으로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

 

고흥만방조제 간판

 

길게 펼쳐지는 방조제

 

방조제 앞 바다

 

방조제 안쪽의 호수

 

방조제 앞 바다

 

방조제 위의 이정표

 

방조제 끈에서 보는 바다

 

 방조제를 돌아가니 이름도 멋있는 풍류어촌체험마을이 나오고 그 옆에. 풍류해수쵹장이다. 한번쯤 가볼만한 곳으로 최근 매스컴을 통해 많이 홍보되었으며, 가족단위 휴가지로 추천할만한 해수욕장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해수욕을 하는 계절이 아니기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그냥 지나친다.

 

 

 해안을 벗어나 농촌마을길을 걸어가면 상촌마을, 월하마을 등을 지나서 신흥마을로 들어가 소두방산을 옆에 두고 한적한 농촌을 보고 멀리 해안도 조망하면서 길을 계속 간다.

 

고흥 휴양독서당

 

 

 송정마을 지나 조금 가니 대전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가 72 코스가 끝나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아니하게 어려움을 겪었다. 분명히 지도상에는 많은 식당과 숙박지가 있다고 되어 있으나 피서철이 지나서인지 모두가 문을 닫아 놓았다.앞에서 만난 사람도 여기서 숙박을 하려고 이곳저곳을 찾고 있으나 음식점은 한곳만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숙박업소는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둘이서 같이 숙박하기로 하고 펜션에 전화를 하니 주인장이 곧 오겠다고 한다. 조금 기다리니 주인장이 와서 숙박을 하려니 가격이 제법 비싸다. 하지만 들이기에 나누니 일반적인 가격이 되어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이 우리만 숙박을 하였다.

 

 

 숙소를 정하고 문을 열어 놓은 식당에 가서 장어탕으로 저녁을 먹고 함께 걸었던 사람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교적 고흥이 숙박과 식사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을 하면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같이 간 사람은 내일 나보다 더 일찍 떠나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 숙박지를 찾기가 너무 어려워 군청에 전화를 해서 겨우 한곳을 마련했다면서 그곳까지 가기는 너무 멀어서 일찍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날 여정이 비교적 짧은 거리라 늦게 출발해도 되기에 먼저 나서라고 말하고 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72 코스는 너무나 단조로운 길이다. 긴 고흥만방조제에서 보는 풍경은 탁 트인 바다와 넓은 간척지의 호수가 어느 곳이 바다인지를 모르게 하였다.

남파랑길 71 코스(녹동버스공용터미널 - 고흥만방조제공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71 코스는 녹동공용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대분저수지를 지나 도덕면으로 들어가 도덕초등학교 옆으로 산을 올라가면 돌아나오면 당남해변이 나오고 해안을 걸어 용동해수욕장을 지나서 고흥만방조제공원에 도착하는 21.8km의 제법 먼 거리다나 비교적 평이한 길이다.

 

71 코스 지도

 

 전날 집에서 출발하여 녹동에 도착하여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아직은 해가 떠지 않은 녹동거리를 걸어 공용터미널에 도착하여 이번 코스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침의 녹동거리

 

71 코스 안내판

 

 

 아침에 길을 떠나 마을 길을 걸어가니 마을 길옆에 만해사라는 사찰이 있다. 우리가 아는 산중의 사찰이 아니라 일반 주민이 거주하는 동네에 있는 사찰이라 유의 깊게 보니 굉장히 정결한 사찰이다. 불교도 이제 대중에게 더 가까이 오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찰이었다.

 

만해사

 

 이곳을 지나 녹동고등학교를 지나고 차경마을로 옆에 두고 농촌 길을 걸어가니 동녘에 해가 떠오르며 하늘이 붉게 물든다.그리고 아침임을 알리는 닭 우는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적막함을 깨치고 있다. 항상 일찍 길을 떠나면 도시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친근한 소리다.

 

대분저수지

 

아침의 들판

 

도양중학교 기념비

 

 길을 계속 가니 도덕면으로 들어선다. 여기저기에 수확 철이 된 유자가 익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유자 특유의 상큼한 향기가 코끝에 향기롭게 스쳐나간다. 노랗게 익은 유자를 보면서 어느 듯 가을도 깊어가고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도덕초등학교 전경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모습

 

 이 무렵에 길을 가다가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나보다 두어살 많았고 한사람은 나보다 두어살 아래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해남에서 남파랑길을 걸어오는 사람이었고 나이가 적은 사람은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혼자 길을 걷기에 동류의식을 가지고 여러 이야기를 하였다. 그 가운데 공통점은 혼자서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걷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 길을 걷는다고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를 칭찬하면서 조심해서 길을 가라고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해남을 향해 걷는 사람과는 같이 길을 걸어 갔다. 그 여행자와 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먼저 가라고 하였다.

 

농촌 마을의 배추밭

 

당남해변

 

유자나무

 

나와 같은 길을 가던 여행자

 

 당남해변을 지나서 영귀산을 올라가서 임도를 따라가면서 그림과 같은 고흥의 바다를 보며 즐기면서 돌아나가서 용동해수욕장의 해변을 지나면 넓은 간척지가 펼쳐지고 고흥만방조제공원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고흥 바다

 

용동해수욕장 해변

 

고흥만방조제공원

 

 이곳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되었다. 같은 길을 걷는 여행자도 이곳에서 멈추고 점심을 먹으려고 해서 같이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해 보니 같은 지역에서 살다가 서른이 넘어서 서울로 직장을 따라 가서 지금은 서울에서 산다고 하며 부산에서 해남까지를 계속해서 걷는다고 하였다. 집안에 한달을 휴가를 내고 자유롭게 걷는다고 하면서 작년에 해파랑길도 다 걸었다고 하였다. 여기서 해물 짬뽕으로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음 길을 가기 위해서 출발했다.

 

고흥만방조제 입구

 

 남파랑길 71 코스는 아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해안과 산을 번갈아 가면서 고흥의 바다를 즐기며 가볍게 걸을 수 있다. 같은 길을 가던 여행자는 먼저 떠나고 나는 좀 쉬다가 길을 갔다.

남파랑길 70 코스(백석버스정류장 - 녹동버스공용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70 코스는 백석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해안을 따라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을 지나서 녹동항으로 들어가서 녹동공용터미널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13.2km의 길이다.

 

70 코스 지도

 

70 코스 안내판

 

 백석버스정류장에서 백석마을을 통과하여 해안을 따라 가면서 한가롭게 거닐다가 보면 여러 곳에 방파제가 보이고 방파제 안으로는 습지나 평야가 보인다. 고흥을 지나면서 계속 보는 들이 대부분이 간척지인 듯해 보였다. 물론 해안을 걸어가기 때문에 보이는 풍경이지만 곳곳에 간척지가 보였다.

 

방파제 밖의 바다와 안의 간척지들

 

 

 해안을 잠시 벗어나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많은 조형물이 보인다.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이다.

 

 고흥군 도덕면 오마리에 있는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은 소록도에서 약 12떨어진 곳이다. 이번 여행길에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을 거쳐 간다는 것을 알고는 먼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아주 오래 전인 젊은 시절에 이청춘의 <당신들의 천국>을 감명 깊게 읽고 이 책에 나오는 간척사업은 실화를 토대로 한 것임을 알고는 가슴이 멍하게 막혔었기 때문이다.

 

 바닷가 해넘이가 이쁜 해안도로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 추모공원은 한센인이 오마간척사업을 했지만 이것이 주민들과 선거를 의식한 정부의 반대로 간척지를 빼앗긴 한센인들의 한을 추모하는 곳이다.

뭉그러진 손으로 운반한 돌덩이와 흙으로 방파제를 쌓으며 그들은 얼마나 희망을 가졌을까?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찬 걸음이 되길 소망하며 하루하루 힘든 여정을 견디었을 것인데, 그들에게 돌아 왔는 것은 배신뿐이었다.

 

추모비

 

한센인등의 한이 서링 애곡과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

 

 여기에 간단하게 오마도간척사업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오마도 간척사업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의 손에 의해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음성 나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자활정착을 돕기 위한 거대한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하였다. 이 간척 사업을 주도한 사람은 군의관 출신인 조창원 소록도병원장이었다. 조 원장은 19615·16 군사쿠데타 후에 국립소록도병원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한센병 환자 및 음성한센병자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이러한 각별한 이력 때문에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신동아에 연재되었으며, 197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5·16 직후 오마도 간척 시작 첫 삽 26년만인 1988년 완공하였다. 한센인의 피와 땀과 눈물로 오마도, 고발도, 오동도, 분매도, 만재도 다섯 섬을 매립했다. 5개의 섬이 매립되어 80% 공사가 진척이 되었을 때 주민들이 송두리째 이 땅을 빼앗았다. 땅을 몽땅 빼앗기고 다시 빈손이 된 한센인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사악한지를 잘 보여주는 한 사건이었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한센인 그들에게는 인생의 전부를 빼앗긴 사건이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추모공원을 내려오면 방파제가 있고 그 방파제 안은 넓은 들이 펼쳐진다.

 고흥군 도덕면 오마리에 위치하고 무인도를 간척해서 유인도로 만든 오마도(五馬島)’는 해안을 낀 다섯 개의 섬(고발도, 분매도, 오마도, 오동도, 벼루섬) 모양이 말()의 형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마도는 섬이었지만 50년 전인 1962년부터 1965년도까지 간척공사를 통하여 육지가 되었다. 지금 기다란 둑으로 바다를 막아서 방파제 안쪽에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모양으로 잘 정리된 330만평의 농경지는 예전에 바다라는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간척지의 들판

 

 가슴 아픈 현장을 보고 지나며 기분이 그렇게 상쾌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나간 과거의 일이지만 잘못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여러 방파제와 해안을 걸어가면 녹동항 가까이에 소록도가 보인다.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에 속한 섬 소록도는 고흥반도 녹동항에서 남쪽으로 약 600m 지점에 있다. 남쪽은 거금도와 인접해 있고, 그 사이에 대화도·상화도·하화도 등 작은 섬이 있다. 섬 둘레가 14정도인 소록도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작은 사슴의 섬이다.

 우리에게 과거에는 소록도는 함부로 갈 수 없는 천형의 땅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아픔을 벗어나서 지금은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공간이다.

 

녹동 앞 바다 : 멀리 보이는 소록대교

 

 

 녹동항 주변의 해안을 따라 걸어가면 제법 번화한 녹동항이 나온다. 

 녹동항은 고흥의 관문 항이자 두 개의 다리가 생겨서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북적거리고 흥청대는 항구이다. 녹동항은 인근 섬에서 생산되는 활어와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 해산물이 집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녹동항은 제주도와 완도의 금당도와 평일도를 연결하는 연안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신항과 시산도, 상화도, 하화도, 득량도와 거금도를 오가는 배를 타는 구항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거쳐서 거금도까지 다리가 연결되었으므로 더 이상 여객선이 필요 없게 되었다.

 남해안의 수산물 집결지이자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알려진 녹동항이 소록대교와 거금대교가 개통된 덕분에 최근에는 주말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녹동 앞 바다

 

녹동 연안여객 터미널

 

녹동 랑구 거리

 

녹동바다정원으로 건너는 다리

 

 녹동항에서 시내를 질러 걸어가면 녹동성당이 나오고 계속 가니 녹동공용터미널이 나온다. 아직 시간이 빠르지만 이번 여정은 처음부터 녹동까지로 정했기에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또 만만하지가 않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여행이라 피곤한지를 모르겠다.

남파랑길 69 코스(도화버스터미널 - 백석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69 코스는 도화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도화면을 걸어가면 도화성당이 나온다. 성당 옆길을 따라 가서 신호저수지를 지나며 천등산으로 올라가는 임도가 나온다. 천등산을 돌아나와 시골 길을 걸어 백석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15.7km의 길이다.

 

69 코스 지도

 

69 코스 안내판

 

 아침 일찍 일어나 가져간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면소재지인 길을 따라 가니 아직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녁 하늘에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길을 가니 도화성당이 나온다. 성당이 있는 마을이니 상당히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임을 알 수가 있다. 성당 문을 열어 놓았으면 간단히 기도를 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문을 닫아 놓았다.

 

도화성당

 

도화오치음성 안내판

 

 도화천을 따라 올라가니 '천등산철쭉공원'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여러 방향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천등산을 넘어 가는 길이기에 남파랑길 표시를 따라 천등산 쪽으로 길을 간다.

 

여러 이정표

 

 해가 뜨는 아침에 시골 마을 길을 가면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도시에 살면 도저히 들을 수 없는 멀리서 들리는 닭 울음소리다. 아침 일찍 듣는 닭 울음소리는 하루의 시작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든다. 항상 아침 일찍 이 소리를 들으며 하루 길을 걷는 것도 도시인이 얻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신호제

 

 이제 천등산 철쭉공워으로 올라가는 임도를 걸어 천등산을 오른다.

 고흥의 천등산(天登山·553.5m) 팔영산, 적대봉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으로 정상부에서 바라본 낙조와 다도해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봄철에는 철쭉 산행지로도 유명하지만 내가 올라간 때는 11월이었다. 천등산은 이름에 얽힌 전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봉우리가 하늘에 닿아 천등이라는 설과 옛날 승려들이 산 정상에서 천 개의 등불을 바쳤다는 설과 금탑사 승려들이 도를 닦으려고 산에 올라 밤이면 수많은 등불이 켜졌다는 설 등등이 전하고 있다. 동쪽 산비탈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탑사가 있는데 절 아래에는 수령이 100여 년 되는 33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으며 봄에 꽃을 피우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239)이 있다고 한다.

 

천등산 임도와 멀리 보이는 풍경

 

 거의 정상부에 올라가니 철쭉공원 가는 길 표시가 있고 여러 설명판이 있다. 하지만 내가 이 길을 걷는 주 목적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산 정상은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에 항상 아쉽다. 더구나 지금은 철쭉이 피는 계절도 아니고 하여 주변의 경치를 조망하고 산을 내려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정상부의 모습

 

정상부에서 보는 고흥의 풍경

 

내려오는 길에서 보는 천등산

 

멀리 보이는 천등산의 암벽

 

 

 천등산을 내려와 송정리 마을을 지나 백석길을 걸어가면 백석정류소가 나오고 여기서 69 코스는 끝이 난다. 조그마한 마을 앞에 있는 버스정류소로 아무런 특징도 없고 표시도 없다. 짧은 거리라 이곳에 도착해도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조금 쉬다가 다음 코스로 걸음을 옮긴다.

 

 69 코스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길이다. 단지 천등산에서 보는 고흥의 바다 풍경을 즐길 뿐이다. 그리고 천등산 등산을 목적으로 하지 안으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남파랑길 68 코스(해창만캠핑장앞 - 도화버스터미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68 코스는 해창만간척지공원의 캠핑장 앞에서 출발하여 이름도 아름다운 별나로마을과 해안을 걸어 해창만2 방조제를 지나 옥강리에서 산길 임도로 갔다가, 남성리마을로 내려온다. 여기서부터 국도 77변을 따라 걸어서 다도해공원을 지나 도화공용터미널에 이르는 20.6km의 길이다.

 별다른 특징이 없이 해안의 풍경을 즐기며 가볍게 걸어가면 된다.

 

68 코스 지도

 

캠핑장입구의 68 코스 안내판

 

해창만간척준공기념탑

 

 해창만간척지(海倉灣干拓地) 고흥군 점암면(占岩面)과 포두면(浦頭面)이 이어진 해창만에 조성된 간척지로 총면적 2,747ha나 되는 엄청난 넓이다. 포두면 옥강리(玉崗里)와 오도(梧島) 사이, 오도와 영남면 금사리(錦蛇里) 사이를 길이 3,462m의 방조제로 막아 광대한 갯벌을 농경지화한 사업으로, 1963년에 착공, 19696월에 방조제 및 배수갑문을 준공하였다.

 해창만 간척지 제방 유휴토지에 오토갬핑장, 야외 공연장, 산책로 등을 조성하여 해창만간척지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공원 앞쪽으로는 담수호, 뒤쪽으로는 바다가 위치하고 있어 휴양지로 좋은 곳이다.

 

간척지

 

방조제

 

 간척지를 지나 조금 가니 별나로마을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처음에는 마을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니 해안을 바라보는 모퉁이에 펜션이 있고 그 펜션이름이 별나로마을이다. 참 이름을 잘 지었구나 생각하고 길을 간다.

 

별나로마을펜션

 

마을과 바다

 

옥강리의 산길 임도

 

대곡제

 

 대곡제를 지나 길을 가면 남성리마을이 나오고 해안길을 따라 가다가 77번 국도를 제법 따라 걷는다. 한적한 길을 걸으며 해변의 경치를 즐기고 가면 봉산리를 지나고 도화로 들어선다.

 

도화면 표지

 

 별 다른 특징은 없지만 조용하고 한가롭게 시골길을 걸어가면 아무런 어려움이 생각나지 않고 그저 내가 이 길을 걸으면서 즐기고 있다는 생각만 든다. 어느새 도화면 소재지에 들어서서 종점으로 가니 뜻밖에 도화베이스볼파크라는 야구장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기에 철조망 밖에서 구장을 보니 제법 잘 갖추어진 구장이다. 이 조그마한 동네에 야구장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도화 베이스볼파크

 

 도화베이스볼파크 바로 앞이 68 코스의 종점이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까지로 예정했기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오니 발이 조금 편안하지가 않다. 그래서 발을 살펴보니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내가 3년을 걸었는데 한번도 물집이 생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물집이 생겼다. 그래서 물집을 터뜨리고 약간의 처치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남파랑길 67 코스(남열마을입구 - 해창만캠핑장앞)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67 코스는 남열마을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하여 해맞이로로 명명된 길을 따라 남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걸으면 양화마을을 지나고 잠시 산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해안길로 내려와 고흥 해창만간척지공원에 도착하는 16,4km의 길이다.

 

67 코스 지도

 

 집에서 오후에 출발하여 남열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민박을 하는 집이 여러 곳 있었으나 미리 예약을 해 둔 곳을 찾아갔다. 주변에 밥을 먹을 곳도 없기에 민박집에 미리 저녁을 부탁하였으므로 걱정없이 찾아가니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도 주겠다고 한다. 내가 일찍 떠난다고 해도 시간에 맞추어 라면과 밥을 주겠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 집은 슈퍼를 같이 하고 있는 '정민박슈퍼'라는 곳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숙박할 곳을 찾으면 이 집을 이용하면 편할 것이다.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남열해변에서 저녁의 풍경을 보면서 해안을 거닐었다. 해지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풍경이 아름다웠다.

 

남열해안의 저녁 풍경

 

 아침 일찍부터 민박집 주인이 차려주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늘의 여정을 나섰다. 조금 가니 67 코스 안내판이 있다.

 

67 코스 시작점 안내판

 

멀리 보이는 남열해수욕장

 

 고흥에 우리나라 우주발사기지가 들어서고 올해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여 고흥은 우리나라 우주여행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곳곳의 이름을 우주와 연관시켜 붙여 놓고 있다. 이 길의 이름도 거창하게 '우주로 가는 길'이다.

 

 

 길을 따라 가니 '지붕없는미술관 남열전망대'가 나온다. 원래 고흥의 '지붕없는 미술관'은 연흥도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고흥의 길을 가다 보면 곳곳에 '지붕없는미술관 고흥'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내 나름으로 생각하기에 고흥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 같아서 모든 고흥이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만큼 고흥의 해안은 다도해 섬들의 아름다움, 갯벌에 흐르는 S자 물길의 기하학적 모양, 여러 곳의 방조제에 의해 만들어진 간석지의 갈대들, 습지에 날아다니는 철새들, 간석지로 만들어진 넓은 평야들 모두가 그림이었다.

 

지붕없는미술관 남열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아침의 해변

 

양화마을 표지석

 

고흥마중길 표시

 

아침의 해안 풍경

 길을 가다가 길가에 '영남만리성'이라는 안내표지가 있다. 여자만에서 갈라져 들어오는 해창만의 입구 북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성터는 길의 좌우로 바닷가에서 부터 산쪽으로 길게 나있고 안내문이 있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성터 전체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갯벌의 여러 모습

 

 

계속 길을 따라 가니 금사리가 나오고 지나가니 '사도진성'지인 사도마을이 나온다. 지금 성의 흔적을 볼 수는 압고 그저 이곳이 사도진성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도진선 사도마을 안내도

사도진해안길에서 보는 풍경

 

해창만 산거리 표시

 

해창만

 

 해창만삼거리에서 도화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해창만간척지공원이 펼쳐지고 그 중간에 67 코스가 끝이 난다.

 

 67 코스는 별 다른 명승지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해안을 걸으면서 고흥의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즐기는 길이다. 다도해의 여러 섬들의 모습, 갯벌의 풍경들을 호젓하게 즐기면서 길을 느긋하게 걸으면서 여유를 가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