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33(06.18, 팔레스 데 레이 - 아르수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오늘의 걷기 길 : 팔레스 데 레이 - 산 수리안(3.4km) - 아 폰트 캠파나(1.1km) - 카사노바 루고(1.2km) - 오 코투 아 코루나(2.8km) - 오 레보레이로 아 코루나(0.7km) - 메리데(5.6km) - 오 리이도(3.2km) - 보엔테(2.5km) - 아 카스테네다(2.2km) - 리바디소 다 바이(3.1km) - 아르수아(3.0km)
오늘은 팔레스 데 레이에서 아르수아까지 약 30km의 먼 길을 걷는다. 오늘의 길은 까미노의 여정에서 거리가 긴 일정 중의 하나며, 또 계속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그래서 중간에 위치한 멜리데에서 머물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아르수아까지 참고 가야 한다.
이 길에서 순례자는 루고 땅을 지나 코루냐 땅을 밟게 되어 변화된 풍경과 지방색을 느낄 것이다.
전날 머물렀던 알베르게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서는 시간이 너무 이르나 오늘은 제법 먼 길을 걸으므로 출발한다.
팔라스 데 레이의 순례자 거리의 샘터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도로를 건너 라구아 연못을 지나면 산 수리안으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포장길로 바뀐다. 유칼립투스 나무와 소나무가 터널처럼 드리워진 시원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팜브레 강을 만나게 되고, 시멘트로 만들어진 평범한 다리를 건너면 인적이 없는 아 폰트 캠파니에 도착하고, 곧 루고 지방의 마지막 마을 카사노바에 도착한다.
빽빽한 떡갈나무 숲 가운데에 목가적인 루고 지방의 마지막 마을 카사노바를 지나면 오래된 로마 가도가 나오며 이 길을 따라 2km 정도 오솔길을 걸어 내려가 포르토 강을 건너면 코루냐 지방이 나온다.
팔레스 데 레이 거리
아 그라나 표시
라 코루냐(La Coruña)는 헤라클레스가 거인 헤리온을 물리친 세상의 끝이면서 전설적인 켈트인들의 왕이었던 브레오간이 태어난 마법 같은 곳으로, 스페인 북서부의 갈리시아 지방의 주로 북부와 서부는 대서양에 면하고 남부는 포르투갈과 접해 있다. 주도는 라 코루냐로 고대부터 항구도시로 발전했으며, 곶에는 2세기 로마인이 세운 유일한 로마식 등대인 토레 데 에르쿨레스(Torre de Hercules; 헤라클레스의 탑)가 있다. 라 코루냐는 대부분이 산지로 연안은 리아스식 해안이며 비가 많이 온다.
라 코루냐 지방은 산티아고로 가기 위해 순례자가 발걸음을 내딛는 마지막 지방이다. 코루냐 지방의 주요 도시는 코루냐와 까미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다.
완만한 경사로를 걸어 우요아 강가의 작은 마을인 캄파니야를 지나면 유칼립투스 나무가 우거진 아스팔트 포장길을 지나 코루냐 지방의 첫 번째 마을인 오 코토에 도착한다. 오 코토에서 오래된 로마길을 걸어 500m만 가면 코루냐 지방의 아름다운 전원마을인 레보레이로에 다다른다.
작은 마을 레보레이로는 라 코루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이곳의 깨끗한 로마 가도는 지친 순례자를 반겨주고, 양 옆의 집들과 오래된 십자가상은 매력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마을을 나오면 돌로 포장된 길과 과수원, 세꼬 강의 작은 다리를 건넌다. 레보레이로라는 마을의 이름은 캄푸스 레부라리우스(Campus Levurarius)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다 하는데, 이 말은 ‘산토끼의 들판’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에서 산토끼가 많이 살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 양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첨두아치 문의 팀파눔에는 아름다운 성모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으며 성당의 내부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그림과 요염한 성모로 알려져 있는 중세 시대의 성모상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데 라스 니에베스 성당(La Iglesia de Santa Maria de las Nieves)의 건립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원래 성당 자리에 낮에는 신비로운 향이 풍기는 샘물이 솟아나왔고, 밤에는 신비로운 빛이 퍼져 나왔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기적이라 생각하고 그 주변을 파자 아름다운 성모상이 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성모상을 마을의 성당으로 옮겼으나 다음 날 성모상은 원래의 장소에서 다시 발견되었다. 계속해서 성당으로 옮겨도 샘 옆에 계속 성모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 샘터에 새로운 성당을 짓기로 했다. 그리고 샘터에서 발견한 성모상과 똑같이 생긴 성모상을 만들어 마을 성당의 팀파눔에 놓기로 결정했다. 그 후 성모상은 움직이지 않고 제단 뒤에 계속 자리 잡았다. 레보레이로 사람들은 아직도 어두운 밤에 아무도 없을 때 성모가 샘물에 나타나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는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
레보레이로 성당 표시
산타 마리아 데 라스 니에베스 성당(La Iglesia de Santa Maria de las Nieves)와 카베세이로 (Cabeceiro)
성당 앞에는 카베세이로(Cabeceiro)라는 특이한 형태의 집이 있다. 카베세이로(Cabeceiro)는 ‘가난한 이들의 호레오’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창고 구조물로, 현재 레보레이로에 남아있는 것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기둥 위에 버드나무 가지로 엮은 커다란 광주리를 올리고 짚으로 덮은 형태로 전통적으로 식량을 보관하기 위해 사용했다.
레보레이로의 바에서 휴식을 하고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다시 길을 떠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오는 고장이라는 실감이 나게 비가 자주 온다. 오는 비를 맞으며 길을 계속 가니 비가 한여름에 우리나라에서 오는 폭우와 같이 쏟아지는데 비를 피할 곳이 아무 곳도 없다. 하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모두들 우의에 의존하여 길을 걷는데 앞도 보이지 않고 우의도 별 소용이 없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로만 브릿지
레보레이로 출구의 십자가상을 지나 길을 따라 세꼬 강을 건너 푸렐로스 강 쪽으로 내려와 로마네스크 양식의 다리를 건너서 완만한 오르막을 2km정도만 가면 코루냐로 들어가 처음으로 만나는 도시인 멜리데에 도착한다.
박물관 표시
멜리데에는 코루냐 지역에서 가장 위풍당당한 성과 오래된 광장이 있다. 주요 산업은 관광객과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로 이 지역의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멜리데는 까미노 프란세스와 까미노 데 오비에도(Camino de Oviedo)가 만나는 곳이다. 중세의 많은 순례자들은 오비에도의 산 살바도르 대성당(Catedral de San Salvador)에 있는 카마라 산타(Camara Santa)의 유물을 경배하기 위해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멜리데의 산 페드로 성당은 14세기에 순례자를 위한 상티 스피리투스 병원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부속성당으로 고딕 양식의 요소와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이 추가되고 증축되어 산 페드로 성당이 만들어졌다. 현재 정확히 주인을 알 수 없는 중세 시대의 무덤과 봉헌화 등이 보존되어 있다.
메리데의 산 페드로 성당(Iglesia de San Pedro)
비가 계속 와서 바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조금 후에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걷는데 몰두해서 주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왔다. 비는 조금 적게 오지만 계속해서 오기에 비를 맞으며 걸어가니 곳곳에 갈리시아의 곡식창고인 호레오가 다양한 형태로 보인다.
멜리데를 뒤로 하고 카타솔 강을 지나는 다리를 넘어 유칼립투스 나무가 울창한 길을 지나면 순례자 쉼터가 나오고 오 라이도에 도착한다. 다시 길을 가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보엔테가 나온다. 멜리데에서 보엔테까지는 약 5.5km의 길이다. 보엔테를 지나 계곡을 거쳐 오르막을 오르면 언덕의 끝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석회를 만들기 위한 가마가 있었던 아 카스타녜다가 있다. 팔라스 데 레이에서 카스타녜다까지 25km를 걸어온 순례자는 이 조용한 마을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남은 5km를 걷는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은 계속해서 순례자를 괴롭힌다. 내리막을 내려가면 작은 마을인 리오를 지나고, 계속해서 아름답게 펼쳐진 이소 계곡을 지나 그림 같은 전원주택 사이를 걷다 보면 리바디소 다 바이쇼에 도착한다.
지나는 마을의 바에 들러 잠시 휴식을 하였다. 잠시 쉬고 있는 중에, 서양인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한 4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서양 여인이 웃고 있었다. 물론 나를 보고 웃는 것은 아니지만 몇일을 계속 보았던 여인으로 여인은 항상 웃고 있었고 그 웃음에 너무 맑아서 마음을 청량하게 해 주었다.
코로나에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
우의를 입고 걷는 사람들
강가의 아담한 집
여기서부터 아르수아까지 가장 힘든 오르막이 3km에 걸쳐 계속된다. 리바디소 다 바이쇼 마을을 빠져나와 도로를 건너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은 순례자를 지치게 하지만, 이 오르막의 끝에는 오늘의 여정을 마칠 수 있는 아르수아가 순례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푸른 목초지와 유칼립투스 나무가 순례자의 지친 몸과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아르수아는 마을의 입구에서 중심부까지가 걸어서 1km가 조금 넘는 현대적 마을이지만 예술적인 건축물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아르수아에는 떼띠야(작은 젖가슴)라고 불리는 전통 치즈로 유명한 마을로 아르수아 치즈는 팔레스 데 레이의 우요아 치즈와 같이 철저하게 원산지 표기를 해서 보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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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가 그쳐서 해가 하늘 위에서 빛을 내고 있다. 아르수아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비에 젖은 몸을 씻고 세탁을 하여 햇볕에 늘어놓고 시내를 구경하러 갔다. 항상 같이 다니는 일행들과 시내를 돌아다니며 바에 들러 맥주도 마시고 이제 끝나가는 여정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면서 실없는 농담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알베르게에 돌아오니 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항상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인 모녀, 한국의 젊은 부부, 그리고 많은 서양인들 그들 모두 이제는 이 긴 여정이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았다. 그 중 한국인 모녀 중에 딸과 이야기를 제법 많이 하였다. 처음 이 여정을 시작에서 발이 아파 쉬고 있던 그녀에게 파스를 준 인연으로 제법 친근하게 서로 대화를 했던 젊은이는, 이태리에 유학하여 이태리 요리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와 함께 이 길을 걷는다고 하며 돌아가면 다시 취업을 한다고 하였다. 젊은이들이 도전과 용기가 부러웠다.
저녁을 먹고 성당에 가서 저녁 미사를 보았다. 성당은 현대에 지어진 것으로 별 다른 특징은 없는 곳이었다. 성당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미사를 보고 있었고 그 중에는 나와 같은 이방인들도 많이 보였다.
미사를 본 성당
미사를 마치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비에 젖은 신발과 빨래가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 마침 헤어 드라이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 있어 빌려서 신발과 양말 옷 등을 말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순례자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하면 헤어 드라이는 길을 가면서 아직 마르지 않은 옷을 말리는데 아주 유용하다. 그러니 여러 명이 함께 가면 꼭 가지고 가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비를 맞고 걸어 카메라가 비에 젖어 고장이 났다. 처음에는 메모리에 에러가 뜨더니 메모리를 닦아 주니 메모리는 정상이 되었는데 이제는 전원이 나가 버린다. 여러 가지로 손을 보아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비가 내부로 들어간 것 같았다.기계야 귀국해서 고치면 되지만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이 문제였다. 만약 메모리에 이상이 있으면 거의 한 달의 기록이 모두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걱정은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제부터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귀국해서 메모리를 보니 이상이 없어 사진은 모두 저장되어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은 비교적 어려운 길을 걸었다. 길 자체가 어렵고 먼 길이 아니라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바람에 고생을 하였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비교적 날씨가 좋아서 순조로웠는데 막바지에 한번 시련을 주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무 탈 없이 길을 걷는 모두가 무사히 걸은 것에 대하여 감사를 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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