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34(06.19, 아르수아 - 오 페드로우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오늘의 걷기 길 : 아르수아 - 아 페로사(3.3km) - 아 칼자다(2.5km) - 아 카야(2.0km) - 살세다(3.3km) - 아 브레아2.5km) - 산타 이레네(2.7km) - 아 루아 오 피노 아 코루냐(1.6km) - 오 페드로우소(1.3km)
아르수아에서 오 페드로우소에 이르는 오늘은 약 20km로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오늘만 걸으면 내일 산티아고에 입성한다는 생각에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은 이제 정말 다 왔다는 흥분감과 안도감에 급하게 걷기도 하지만 이 길은 짧고, 부드러운 산길이 아름답다. 마지막 부분에 살세다를 지나서 페드로우소에 도착하기까지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와 자주 마주치게 되므로 안도감을 버리고 교통에 조심해야 한다. 이 길의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 살세다와 아 브레나에는 두 명의 순례자가 사망한 기념물이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넘어 피스테라와 무시아의 바다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산타 이레네의 언덕도 완만하며 이곳에서 3km 정도의 내리막을 내려가면 오 페드로우소에 도착한다.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는 단 하루만이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길을 걷던 일행들은 모두들 가벼운 흥분에 들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오랜 시간에 먼 거리를 걸어서 이제 마지막 목적지가 눈앞에 들어오니 누군들 흥분하지 않겠는가!
알베르게 앞의 아르수아 엠블렘
알베르게에서 큰 도로를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걸어가면 산티아고 39km의 표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오래 된 성당이 나온다. 어제 미사를 본 lgrexade Santiago de Arzua 성당 바로 옆에 오래 된 막달레나 소성당(Capilla de la Madalena)이 있다. 어제 사진도 찍지 못하여 사진을 찍고 지나간다.
산티아고 39km 표지석
막달레나 소성당(Capilla de la Madalena)
막달레나 소성당(Capilla de la Madalena)은 고딕 양식 건물로 르네상스 양식이 일부 결합되어있는 성당으로 옛날에는 순례자를 위한 병원과 함께 수도원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바로 옆에 새 성당을 있어 성당으로서의 역할은 끝이 난 곳이다.
막달레나 소성당(Capilla de la Madalena)을 지나 산길과 언덕길을 따라 조금 가니 수녀원은 아닌 것 같은데 수녀님들이 나와서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나누어 주며 은총을 빌어 준다. 너무나 고마워 물을 한 병 가져오면서 약간의 헌금을 하였다.
수녀원(?)
이 건물에는 두 개의 현판이 붙어 있는데, 위의 글은 '순례자들, 라 프로비덴시아의 성모 마리아의 딸들 우리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 있습니다.'이며 아래의 글은 '하느님과 함께 즐겁게 걷는 사람'이다.
아르수아의 루고 거리와 까미뇨 데 산티아고 길을 통과하여 완만한 경사의 오솔길을 오르면 프레곤토뇨 마을에 도착한다. 순례자는 아 카야에 도착하기 전에 아 페로사, 아 칼사다와 같은 작은 마을을 지난다. 아 페로사를 떠나 떡갈나무 숲과 라드론 강변을 지나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아 칼사다에 다다른다. 이어서 마을 출구의 다리를 넘고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아 카야를 만난다. 아 카야를 떠나 완만한 언덕을 넘으면 살세다에 도착한다. 이 길을 걷는 도중에 가랑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제법 굵은 비가 내려 모두들 우의를 입고 길을 걷는다. 갈리시아에서는 일 년에 300일은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비는 거의 매일 오다가 멈추고를 반복한다.
어느 신부님의 추모비
스위스의 Tuyet han이라는 이름의 여인
비가 계속 오기에 잠시 쉬었다 가려고 바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으니 옆의 좌석에 며칠을 계속 보아온 미소가 너무 예쁜 여인이 자리를 하고 쉬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해 보니 너무 상냥하게 말을 받으며 웃는다. 내가 먼저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이름을 밝히고, 어디에서 왔으며 이름이 무엇인가를 물으니 종이에 이름을 적어 주었다. 오래 이야기하기에는 외국어 능력이 짧아 간단히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허락을 해서 사진을 찍었다.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이렇게 순박한 웃음을 웃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사람에 대한 인상은 각자가 느낌이 다 다르지만 나에게는 이 여인이 웃는 모습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을 받아 너무 좋았다.
체험학습에 나온 스페인 학생들
호레오
이제 비도 가늘어져 걷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아 비를 계속 맞으며 걸어가니 곳곳에 곡식저장 창고인 호레오가 눈에 보인다. 지나는 길에 초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스페인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걷는 것도 보인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체험학습 비슷한 것을 하는 것 같았다.
벗어 놓은 신발들
순찰 중인 기마 경찰
별 특이점도 없는 길을 그냥 목적지를 향하여 걸어가니 말을 탄 경찰이 여유롭게 순찰을 돌고 있다. 여러 번을 보았는데 아마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도는 것 같았다. 이 길에서는 다른 특이한 건물이나 유적 성당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산티아고가 지척에 있기에 다른 유적은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살세다에서는 잠시 포장도로를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순례 중에 유명을 달리한 기예르모 와트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그는 1993년 8월 25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하루 남기고 69세의 나이로 하느님을 영접했다고 새겨져 있다. 청동으로 만든 등산화 안에는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놓아둔 꽃과 여러 추도를 하는 물품과 글들이 넘쳐난다. 다시 도로를 건너서 오솔길을 걸어가 오 센을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이제부터 순례자는 촘촘하게 붙어있는 마을들을 지난다. 라스를 통과하는 길을 따라가면 아 브레아로 향하게 되며 중간에는 왼쪽에 1993년 순례 중 사망한 마리아노 산체스 코비사를 기리는 비석이 서 있다.
기예르모 와트의 추모비
까미노 길은 아 브레아를 거쳐 산타 이레네 언덕의 정상에서 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터널로 이어지다 산타 이레네를 만난다. 산타 이레네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바다의 산들바람 냄새를 처음으로 맡을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전통적인 가옥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길을 가다가 보니 바다가 60m 떨어져 있다는 표시가 있었지만 가서 보지는 못했다.
바다 60m 표시
산타 이레네에서 오 페드로우소까지는 3km도 남지 않았다. 까미노 표시를 따라 유칼립투스 숲길을 내려가면 곧 아 루아가 나온다. 마을을 통과하여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어가면 학교가 나오고 계속 아스팔트를 걸어가면 오 페드로우소에 도착한다. 아르카도 피노(Arcado Pino)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오 페드로우소는 철저하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하는 순례자를 위하여 만들어진 마을로 많은 알베르게와 식당 슈퍼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하루가 남은 순례자들은 여기서 머물면서 마지막 휴식을 한다..
오 페드로우소의 알베르게를 찾아가서 비에 젖은 몸을 씻고 주변 슈퍼에 가서 마지막 날을 보낼 준비를 한다. 오늘이 산티아고에 들어가기 전날이라 모두들 약간의 들뜸이 있다. 약 30일을 걸어왔는데 내일 하루쯤이야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은 푹 쉬기로 한다. 일행들이 모여 슈퍼에서 닭을 비롯해 여러 음식물을 사서닭을 삶아 먹기로 했다. 물론 남자들의 세계이니 알콜이 빠질 수는 없었다.
닭에 파, 마늘, 홍합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닭은 꺼내고 쌀을 넣어 죽을 끓였다. 닭고기를 안주로 삼아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여태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주방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었기에 어느 새 동료의식이 생긴 것이다. 우리와 많은 날을 걸어오면서도 인사만 했던 다리를 절면서 걸은 대만의 여인은 유봉영이라는 이름을 가르쳐 주고, 일본인 여인은 영어로 AIKO MATSUMOTO라고 적어 준다. 둘 다 70에 가까운 나이였다. 조금 있으니 한국의 김해에서 왔다며 우리와 자주 만나 인사를 했던 60 정도의 남자가 합석을 하여 술을 마시고 떠들면서 회포를 풀었다.
제법 마신 술과 이제는 다 왔다는 안도감에 취기가 조금 돌아 쉬다가 저녁에 미사에 참석했다. lgrexa de Santa Eulalia de Arca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니 며칠 전부터 보이던 성가대가 이곳에서 합창을 한다고 한다. 아마도 순회를 하면서 각 마을에서 성가를 합창하는 모양이었다. 성가대의 합창을 끝까지 듣고 나니 제법 늧은 시간이었다. 낮에 마신 술로 약간 취기가 오라서 알베르게로 돌아와 빨리 잠자리에 든다.
lgrexa de Santa Eulalia de Arca 성당
lgrexa de Santa Eulalia de Arca 성당 앞에 예쁘게 핀 수국
lgrexa de Santa Eulalia de Arca 성당 앞의 십자가
성당 내부와 합창
오늘도 길을 걸으며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하였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거의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이 들면 조금은 정신이 해이해지는 것 같다. 여태까지 아주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긴장의 끈이 조금 풀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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