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25(06.10, 아스토르가 - 폰세바돈)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오늘의 걷기 길 : 아스토르가 -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6.5km) - 산타 카타리나 데 소모사(4.6km) - 엘간소(4.1km) - 라바날 데 카미노(7.0km) - 폰세바돈(5.5km)
오늘은 아스토르가를 출발하여 폰세바돈까지 가는 약 28km의 길로 대개 1,000m가 넘는 고원을 걷다가 마지막인 폰세바돈을 올라가는 길은 약 1500m 정도가 되는 고지대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제 오래 동안 걸었던 메세타 고원이 끝나고 레온의 산맥들이 펼치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과거 이 고장은 마라가테리아로 불렸는데 짙은 황토밭과 기후는 사람들을 폐쇄적으로 만들어 이 지방의 사람들은 같은 지방의 사람들끼리 혼인을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이 길에서는 마라가테리아 마을의 포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라바날 델 카미노는 그런 정취가 살아있는 마을이며, 베네딕토회 수사들의 작은 수도회 미사에서는 황홀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들으며 기도 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까미노 프란세스에서 가장 높은 폰세바돈을 멀리서 볼 수 있다.
아침 일찍 길을 떠나 어제 거닐었던 거리와 광장을 지나니 그렇게 북적거리던 거리는 인적이 없고 적막하며 길 떠나는 순례자들의 모습만 보인다.
시청 앞 광장
길을 걸으며 주교궁 주위에서 어제 보지 못한 로마 성벽을 보려고 잠시 발길을 돌려 오른쪽 밑으로 내려갔다. 원래 아스토르가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인데 중간 중간에 성벽이 끊어지고, 도시에 남아 있는 로마 성벽(Muralla Romana)은 로마인들이 회반죽과 돌로 지은 성벽을 13세기에 보수한 것으로 제대로 된 성벽을 보려면 주교궁 아래에 있는 성벽을 보아야 한다.
주교궁 아래의 로마 성벽
나폴레옹과의 전쟁 설명
로마의 문 표시
성벽 위에 지어진 주교궁의 모습
성벽 아치
로마 성벽을 보고 대성당 뒤로 돌아가 다시 까미노 길에 합류하여 길을 걷는다. 아스토르가 산타 마리아 대성당을 지나 표시를 따라 도시 출구에서 현대식으로 지어진 교회를 만난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대부분인 옛 성당만 보다가 현대식 건물인 교회를 보니 새삼 새롭다. 마드리드와 아 코루냐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너 친절한 까미노 표시를 따라 계속 직진하여 오래된 에세 오모 수도원을 만나면 발데비에하스에 도착하게 된다.
발데비에하스는 작은 마을로 에세 오모 수도원 이외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없어 마을을 지나 공장 지대를 지나면 도로와 만나게 된다. 도로를 지나면 세 갈래로 갈라진 길 중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면 헤르가 강의 다리 앞에서 다시 만난다. 다리를 건넌 왼쪽으로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로 이어지는 길로 간다.
현대식 교회
산토 스피티투스 수도원
Ermita del ECCE Homo에 여러 나라 언어로 쓴 신앙의 글
Ermita del ECCE Homo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 표시
무리아스 데 레치발도는 작은 마을로 17세기에 만들어진 마라가테리아 전통양식의 소박한 집과 산 에스테반 성당과 같은 건축물이 있지만 그냥 지나서 간다. 마을을 등지고 이어지는 길은 약 4km에 걸쳐서 완만한 오르막길로 산타 카타리나 데 소모사까지 순례자를 인도한다.
중간에 조그마한 성당에서 세요를 찍어 주고 있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작은 성당에서는 세요를 찍고 꼭 기도초를 밝히며 헌금을 하고 지나가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애니시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양귀비 꽃
산타 카타리나 데 소모사 표시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는 덤불과 키 작은 떡갈나무, 목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소모사는 라틴어로 ‘산 밑’이라는 뜻으로, 마을 끝에는 순례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라고 산이 있다. 이 마을도 마라가떼리아 전통 건축물이 있고, 종탑이 있는 성당도 있고, 마요르 광장에는 마라가테리아 지방의 유명한 탐보릴레로(Tamborilero; 작은 북) 연주자인 아킬리노 파스토르의 흉상이 있다.
이 길을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온다. 가랑비 정도가 아니라 제법 굵은 비가 오기에 길을 걷는 사람들은 우의를 입고 길을 걷느라 상당히 불편해 한다. 이제부터 비가 제법 오는 지방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산타 카탈리나 데 소모사 마을 입구와 안내도
마라가테리아의 전통적 마을 풍경
산티아고 250km 표지석
십자가
목장의 모습
마을을 지나는 레알 거리를 지나면 마을의 끝에서 십자가상을 만나게 되고 길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200미터 정도 도로를 걷다가 오른쪽의 길을 약 한 시간 정도 꾸준히 오르막을 걸으면 멀리 폰세바돈의 모습이 보이면 이제 엘 간소에 도착한 것이다. 스페인어로 간소는 거위 혹은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의미한다는데.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제법 오던 비는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니 마음이 상쾌해진다. 기상의 변화가 너무 심하다.
엘 간소 입구에서 거리를 따라 마을을 통과하여 라바날 델 카미노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된다. 송전탑을 지나면 순례자의 앞길에 레게리나스 계곡의 시내가 지나고 평화스럽게 보이는 평원과 순례자의 쉼터로 안성맞춤인 100년은 넘어 보이는 커다란 떡갈나무는 마을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라바날 데 카미노 표시
서고트식 이름을 가진 마을의 기원에 대해서는 1700년경에 홍수가 나서 원래 있던 주거지가 모두 파괴되었고, 헤르가 강변에 현재의 마을이 재건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정확히 기록된 것이 없다.
라바날 델 카미노는 수많은 전설과 역사가 존재하며, 중세부터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마을 밖의 떡갈나무 숲은 순례자들에게 근사한 그늘과 휴식을 제공한다.
마을의 성모 승천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on)은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성당의 전면에는 앞으로 구부러진 형태의 로마네스크 창문 세 개가 보존되어 있다.
이 성당은 폭풍우가 마을로 다가오면 신도들이 성당에 모여 성 바르바라에게 도움을 청하며 성당의 종을 치면 폭풍우가 마을을 비켜가 해를 입지 않는다는 기적이 전해진다.
이 마을에서 시간도 어느 정도 되었고 시장도 하여 같이 길을 걷는 동행과 간단히 식사를 하기로 하고 카페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쉬다가 다시 길을 간다.
성모 승천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on)
폰세바돈을 가는 도중에 길가에 한글로 사람 이름 명기된 돌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길에서 흔히 보이는 자신의 이름을 명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지나려고 했으나 같이 가던 일행이 우리 이름이 쓰여 있다고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써 있다. 우리를 인솔하는 사람이 기념으로 오늘 써 놓은 것이었다. 작은 정성이지만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나중에 폰세바돈 숙소에 도착하여 이 이야기를 하니 아무도 그 돌을 보지 못했다고 하여 안타까웠다. 내가 사진을 찍어 놓았다고 하니 카톡으로 보내달라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 공유할 수가 없었다.
길가에 순례길에 동행한 사람들의 이름 표시
아주 작지만 쾌적한 마을 라바날 델 카미노에서 폰세바돈까지 5.5km는 언덕을 올라간다. 마을 출구에서 1km 정도를 걸어가면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오며 까미노는 도로와 나란히 폰세바돈까지 이어진다. 약 1,500m의 언덕을 넘어가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는 완만한 길이다. 언덕을 오르면 큰 나무들은 점차 사라지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언덕의 정상을 향해 가야 한다. 중간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황량한 마을의 벽돌집이 늘어선 길을 지나 너덜지대를 걸어가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폰세바돈이 나온다. 오래전부터 버려진 집으로 가득했던 이 마을은 순례자의 수가 증가하며 점점 회복하기 시작해서 여러 알베르게가 생겼다. 산속의 위치한 작은 마을이지만 중세 레온의 왕 라미로 2세가 10세기에 회의를 개최했었던 곳이고, 수도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후 11세기에 수도원장이었던 가우셀모가 순례자를 위한 병원을 세웠고, 그의 이름을 따서 병원과 성당, 수도원의 이름을 바꾸었다. 분수와 종탑 이외에는 현재 남아있는 것은 없다.
폰세바돈 표시
마을 입구의 십자가
애니시다
14시경에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중간에 비를 맞은 몸을 씻고 세탁도 하고 난 뒤에 휴식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이제 길을 걸은 날도 많이 지나고 있기에 조금씩 피로도 느끼기 시작한다. 중간에 만난 사람들이 보이지 않다가 보여 이야기를 해 보면 몸이 불편해서 차를 타고 한 두 구간을 지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길을 걷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기 몸의 상태를 잘 살펴서 걸어야 한다.
폰세바돈이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기에 이곳에 오는 도중에 보는 경치가 장관이었다. 평원이 아니라 산 언덕길을 걸었기에 멀리 보이는 경치는 지나온 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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