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1(프롤로그 : 생장에 도착)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뷰엔 까미노(Buen camino)!

 뷰엔 까미노(Buen camino)의 원래 뜻은 '좋은 여행 되세요.'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하는 보편적인 인사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을 이 인사를 하고 받는다.

 

 내가 까미노에 관심을 가지고 내 여행의 버킷 리스트에 올린 지는 벌써 오래 되었다. 그러다가 실제로 실행을 하려고 떠날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를 알아가고 있을 때 느닷없이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강제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가 끝나고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차일피일하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2024년에는 꼭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2023년부터 마음의 준비와 여러 준비를 하였다. 더구나 함께 여행을 많이 한 아들이. 작년에 이 길을 걸었으므로 나도 이 길을 걷고 싶은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회의가 들곤 하였다. 까미노는 과연 무엇이며, 왜 나는 이 길을 걸으려고 하는가? 무엇을 얻기 위해서 이 길을 걷는가? 등등의 의심이 들었다. 누군가는 말하기를 까미노 길은 '나를 찾아 가는 길'이라 하였고,'용서의 길'이라고도 하였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나이에 무엇을 찾겠다고 내가 이 길을 걸어야 하는가? 무엇을 얻겠다는 것 자체가 헛된 욕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아는 친구들은 한국의 '코리아 둘레길'을 걷는 나에게도 왜 길을 걷느냐?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했는데 까미노를 걷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대부분은 의아해 하였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이끌려서 제대로 된 이유도 찾지 못하면서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 길을 그냥 걷고 싶을 뿐이었다. 이 까미노를 끝내는 날에 무언가를 얻을 수가 있다면  그것 또한 나에게 주어지는 축복이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면 그냥 즐겁게 여행을 한 것도 보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로 하였다.

 

 떠나기로 결정하고 작년에 다녀온 아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혼자서 길을 걸은 아들이 나에게 당부하기를 아버지는 나이가 많아 숙소잡기가 쉽지 않으니 숙소를 잡아주는 여행사의 상품을 택하여 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하여 2월에 여러 여행사에 문의를 하여 검토를 한 뒤에 나에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까미노를 전문으로 하는  '까미노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떠날 날을 기다리며 여러 가지를 준비하였다. 준비 중에는 여행에서 사용되는 간단한 스페인어와 숫자를 익히고 가라는 아들의 말을 참고하여 매일 글자는 모르면서 스페인어를 익혔는데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다.

 

 준비가 끝나고 5월 16일에 인천공항에서 북경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이 여정은 시작되었다. 먼저 인천에서 북경으로 가서 환승하여 파리로 가는데 북경에서 환승하는 방법은 상당히 불편했다. 내가 많이는 아니라도 여러 곳에서 환승을 해 보았는데 중국은 환승객에게도 짐 검사를 다시 하는 이상한 방법을 실시하고 있었다. 다른 공항에서 환승을 할 때는 그냥 환승 통로를 따라 가서 대기하다가 환승하는 비행기를 타면 되었는데 중국은 완전히 입국하는 형태를 취하여 중국에서는 처음 환승하는 나에게는 너무 낯선 풍경이었다.

 

 오랜 비행 끝에 파리 공항에 도착하여 몽파르나스역에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몽파르나스역으로 가는 도중에 길이 막혀서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열차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여행사의 인솔자가 미안해하면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역에 호소한 결과 다음 차를 탈 수가 있었는데 좌석이 없어 입석을 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까미노가 우리에게 주는 첫 시련이라고 생각하였다. 기차는 인솔자가 역관계자들에게 여러 사정을 이야기하고 노력한 덕분에 해결된 것으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파리 드골공항의 여러 풍경

 

 몽파르나스역에 도착하여 생장으로 가는 열차가 언제 있을지를 몰라 역에서 대기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바쁘게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역에서 여러 곳을 구경하다가 밖으로도 나가서 파리의 한 부분을 보고도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화장실 사용이었다. 화장실을 찾으니 이 큰 역에 화장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찾은 화장실은 사용료를 1유로(약 1,500워)를 내어야 하였다. 너무 어의가 없어 의아했다. 공식적인 역의 시설인 화장실에 사용료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기 전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예전에 중국을 여행하다가 프랑스 여자를 만나 중국의 여러 가지 불편함을 이야기하다가 한국에서는 화장실 사용 등등은 모두 프리라고 말하니 놀라던 기억이 났다. 

 

몽파르나스역과 주변 풍경

 

 우여곡절 끝에 열차를 타고 먼저 바욘으로 가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은 여기서도 잘 나타났다. 좌석이 아니고 입석이라 통로에 쭈그리고 앉고서고 하면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이 떠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감탄하면서 즐거워했다.

 

생장으로 가는 열차 안 풍경

 

 늦은 시간에 생장역에 도착하여 생장을 구경을 못하고 숙소를 찾아서 거리를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먼 젊은이가 함께 길을 갔다. 호기심에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니 남미의 파라과이에서 왔다고 하였는데 이름은 리하르트라고 했다. 산티아고를 간다고 하였는데 산티아고까지 걷는 도중에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던 젊은이였다. 거리에는 공사 중이라는 표시가 여러 곳 보였고 사람들의 통행은 드물어 한적하게 보이는 동네 같았지만 이곳은 까미노를 시작하는 곳이다.

 

생장의 모습

 

 생장에 도착하여 숙소를 찾아가니 비교적 늦은 시간이었다. 몽파르나스역에서 기차를 놓쳤기 때문에 인솔자는 매우 미안해하면서 여행사에서 사죄의 뜻으로 오늘 저녁의 식사 경비를 모두 부담하겠으니 많이들 드시라면서 미리 음식을 준비시켜 놓아서 맛있게 배불리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여행사의 현명한 처사에 감사한다.

 

 밥을 먹고는 내일의 첫 까미노 여정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