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68코스(송현1리버스정류장 - 파도2리마을회관 - 어은돌해수욕장 - 모항항 - 만리포해변노래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68코스는 큰 도로에 있는 송현1리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파도2리마을회관과 어은돌해수욕장을 지나서 그 이름도 유명한 만리포해변의 노래비에서 끝이 나는 22.3km의 길이다.

 

아주 큰 도로에 있는 68코스 안내판

 

 68코스 시작점인 큰 도로가의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면서 발의 상태를 살펴보니 신발이 너무 꽉 조여서 물집이 생기고 많이 아프다. 잠시 신발을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가기로 작정했다. 처음에는 발이 많이 아파서 가는 곳까지만 가려고 생각하고 중간의 마을에 버스정류장이 있으면 여정을 멈추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내가 몇 년을 걷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결과만 말하면 미련하게 발이 아픈 것을 참아가면서 결국은 이 코스를 다 걸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서 해안을 따라 걸으면 서해 땅끝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그런데 어디가 땅끝인지를 알 수가 없다.

 

 

 신발이 조여 발이 아프지만 참으면서 길을 걸으며 여러 마을을 지나니 파도리라는 지명이 나온다.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에 있는 파도리해수욕장(波濤里海水浴場)은 만리포해수욕장 아래 소원면 남쪽 끝 파도리초등학교 옆에 있다. 백사장 옆으로 울퉁불퉁한 검은 갯바위가 늘어서 있고, 해변은 특이하게 파도에 씻긴 작은 돌 해옥으로 덮여 있다. 이 해옥은 채취는 금지되어 있으며 기념품으로 마을의 해옥전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해수욕장은 1980년대에 개장되었지만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외부인의 발길이 뜸하다가 반대편에 있던 바닷가가 간척사업으로 육지로 변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며 바다 생물이 많이 살고 있어 가족 피서지와 자연학습장으로 좋다.

 

 

 

 이 해변에는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있으며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버거집이 있어 들어가서 점심으로 버거를 하나 청하여 맛있게 먹고 쉬었다. 내가 여행 중에 버거를 먹은 일이 있었던가를 생각하니 처음인 것 같았다. 여기에서 여정을 멈추고 돌아갈까? 하고 버스정류장을 물으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가 자기도 모른다고 해서 다시 길을 떠났다.

 

버거집

 

파도리해변

 

파도리해수욕장의 모습

 

 파도리해수욕장을 지나 태안 해안길 3코스 파도길을 따라 조금 가면 자그마하지만 정감이 가는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이름도 생소한 어은돌해수욕장이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있는 어은돌해수욕장은 다른 서해안의 해수욕장에 비하면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며, 어은돌해변은 좁은 모래사장으로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전통적인 해변을 연상시킨다. 해변 형태는 자갈 모래로 되어 있다. 해안의 끝으로 보이는 석양이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전하지만 내가 지나는 시간은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다.

 

어은돌해수욕장 풍경

 

 어은돌해수욕장을 지나 높지 않은 산길을 따라 걸으니 뜻밖에도 길 이름이 해변길이다. 해변은 저 멀리에나 가끔 보이는 산길인데 해변길이라니 조금 의아했다. 물론 뒤에 해변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길을 따라 가면 모항저수지가 나오고 저수지를 돌아서 산길을 걸어가면 행금이 쉼터가 나오고 계속 길을 가면 해안이 나오면서 모항항이 나온다. 모항항(茅項港)은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있는 어항이다. 모항항은 어업근거지로서의 역할은 물론 피난항으로써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항구로 1992년 기본시설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면서 개발에 착수했다. 모항항에는 모항항 수산물직판장이 있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활어, 자연산 해산물, 젓갈류, 건어물과 수입산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할 만큼 풍성한 수산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해변길 표지

 

모항저수지

 

행금이 쉼터

 

모항항의 풍경

 

 이제 만리포해변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다. 발이 아픈 것을 잘 참아가며 미련하게 길을 계속해서 걸으니 어느 새 거의 다 온 것이다. 모항항을 벗어나 조금 걸으니 멀리에 만리포의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리포는 워낙 유명한 해수욕장이라 일찍부터 개발이 잘 되어서 큰 건물들이 보이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만리포해수욕장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의항리 구간에 있는 만리포해수욕장(萬里浦海水浴場) 북서방향으로 발달된 사빈이다. 대천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안의 3대해수욕장으로 손꼽히며, 북쪽으로 이어져 있는 천리포해수욕장과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명소를 이루는 만리포해수욕장은 바닷물이 비교적 맑고 모래질이 고우며 경사가 완만하여 수심이 얕은 데다 해변에 담수(淡水)가 솟아난다.

 백사장 뒤쪽으로 송림(松林)이 우거져 있어 주로 하계수련장으로 이용된다. 해수욕장까지의 교통도 편리하며 호텔·여관 등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어서 매년 많은 피서객이 찾는다.

 

 2007127일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약 10해상에서 원유 12,547kl가 해상에 유출되는 내 최대 해양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만리포해수욕장은 최대 피해지역으로, 유출된 원유가 바다를 검게 뒤덮었다. 당국의 다양한 방제와 전국에서 모여든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오랜 시간에 거쳐 기름을 제거하여  아름답고 깨끗한 해변으로 거듭났다.

 

만리포 노래비

 

 

 

 아픈 발을 가지고도 이 코스를 무난히 다 걸으니 역시 내가 걷기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발도 어는 새 진정이 되어 참을 만하였다. 

만리포에 도착하여 '여정을 계속하느냐? 여기서 멈추느냐?'를 고민하다가 만리포 시외 버스정류장의 시간표를 보니 서산가는 막차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생각 끝에 이번 여정을 멈추기로 하였다. 내가 걷기를 하면서 여정을 멈추는 일은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는 신발이 맞지 않아 이 곳에서 멈추어야만 했다. 그리고 기상예보가 다음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도 있고, 또 내가 곧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예정이라 몸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만리포에서 조금 쉬다가 서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가서 서산에서 대전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긴 귀향길을 시작했다.

 

 결론만 말하면 서산에서 대전으로 가는 막차의 표가 매진되어 하는 수없이 서산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 날 일어나니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다. 멈추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