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9(05.25, 로그로뇨 - 나헤라)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오늘의 길 : 로그로뇨 - 그라헤라저수지(5.9km) - 나바레떼(6.5km) - 벤토사(7.6km) - 나헤라(9.4km)

 

 오늘은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약 30km의 긴 길을 가야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하여 아침에 일어나고 출발하는 시간이 거의 같은 시간이다. 06시 30분경에 출발을 하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아직은 어두운 로그로뇨 거리를 지나니 순례자의 샘이 나오고 조금 가면 산티아고 엘 레알 성당 (Iglesia de Santiago el Real)이 다가온다.

 

 오까 광장에는 마치 조그만 집을 연상시키는 두 기둥 사이의 아치, 처마 둘레의 무늬와 박공으로 된 순례자의 샘 (Fuente del Peregrino)이라는 석조물이 있다. 오른쪽에는 십자가형 문장, 왼쪽으로는 도시의 문장, 가운데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산띠아고 엘 레알 성당 (Iglesia de Santiago el Real)1513년 가톨릭 왕(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 시대에 본격적으로 건설되었다. 부벽이 세워진 신랑 하나에 소성당이 있으며, 성가대석과 소성당은 16세기에 만들어졌다. 성당의 현관은 바로크 양식이며 벽감 안엔 거대한 산티아고 마타모로스(Santiago Matamoros, 전사 산티아고)상이 있다.

 

로그로뇨 거리

 

순례자의 샘

 

산티아고 엘 레알 성당

 

 

 성당을 지나 거리를 따라 걸으니 아침 일찍부터 빵을 굽고 있는 가게가 보인다. 새벽부터 길을 따나는 순례자들을 위해서 신선한 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로그로뇨를 나오려면 2명의 순례자 조각상이 있는 공원을 통과한다. 여기에서 서두를 필요 없이 풍경을 즐기면서 까미노 표시를 따라 걸으면 아래쪽에 나무로 우거진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산책로를 만나게 되며, 이 길은 그라헤라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그라헤라 공원까지 약 2km에 걸쳐서 이어져 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저수지를 돌아가면 자동차 도로위로 평행하게 이어져 있는 철망에 순례자들이 걸어놓은 작은 십자가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라헤라 저수

 

 여기서부터 힘든 그라헤라 언덕의 정상을 향하는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하지만 까미노를 걷고 있는 순례자에게 이 언덕은 그리 힘들지 않다. 언덕 위의 정상을 넘고 나서 나바레떼까지는 내리막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마한 무인 가게가 보인다. 이름을 '지나가는 순례자의 암자(Marcelino Labato Castrillo)'라고 붙여진 재미있는 가게다. 내리막길은 나바레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병원의 유적지와 창고들의 옆으로 지나 마을로 들어간다.

 나바레떼는 오래된 도자기 공장들과 창고들이 많으며, 또한 나바레떼는 카스티야와 나바라 사이의 전투가 치열했던 장소이면서 로그로뇨보다 더 이전에 만들어진 도시답게 오래된 문장으로 장식되어있는 아름다운 집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순례자의 암자(Marcelino Labato Castrillo)라는 가게

멀리서 보는 그라헤라 저수지

 

까미노 이정표

 

황소상

 

멀리 보이는 나바레떼 마을

 

 나바레떼의 마을 입구에 현재 그 자취만 남아있는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병원은 마리아 라미레스에 의해 1185년에 설립된 순례자를 위한 병원으로 창문과 정문은 모두 무너지고 벽체의 일부만 남아 있다. 현재 나바레떼 공동묘지의 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산 후안 데 아끄레 병원터 표시

 

산 후안 데 아끄레 병원의 조감도와 설명

 

산 후안 데 아끄레(San Juan de Acre) 병원터

 

코럴 와이러니(산티아고 576km 포시)

 

  이곳은 떼데온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형적인 이유 때문에 나바레떼는 지역 방어에 중요한 도시였다. 오랫동안 나바레떼는 언덕 위에 있는 성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성곽 안에는 수많은 중세풍 집들이 있다.

 나바레떼는 현재 라 리오하 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대 도기 터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외곽의 데에사 언덕에서 라 리오하 주에서 가장 높은 로렌소 산을 볼 수 있다.

 

 마을을 지나가며 만나는 성모 승천 성당(Iglesia Asuncion de la Virgen)은 사각형 기단에 세 개 신랑과 아치형 궁륭이 있는 성당으로, 1553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한참 중지되었다가 1645년에 완공되었다. 내부의 제단화는 리오하 바로크 양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일 뿐만 아니라 17세기 말, 18세기 초 후기 바로크 양식의 모든 경향이 모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성모 승천 성당 (Iglesia Asuncion de la Virgen)

 

 성당 앞에 있는 마을의 광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료와 빵, 쿠키, 케이크, 과일 등을 늘어놓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길을 지나던 우리는 당연히 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음료와 쿠키 등을 먹으니 마을 주민들도 아무도 막지 않아서 고맙게 생각하며 먹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순절이라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서로 축하를 하는 자리였다. 예수님의 은총을 길가는 나그네들에게 그들이 베푼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였다. 아무튼 모르는 것이 약이 된 일이었다.

 

광장에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

 

성당 내부의 모습

 

성당 설명

 

 성당 앞의 광장에는 도공의 조각상이 있다. 이 도공 기념물 (Monumento al Alfarero)은 라 리오하 주에 유일하게 고대 도기 터가 남아있는 나바레떼의 도공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이다.

 

도공 기념물 (Monumento al Alfarero)

 

산 미얀 데 라 코골라라는 세계유산의 흔적

 

묘지의 덮개

 

 길을 가며 보니 아름다운 덮개를 가진 공동묘지가 있다. 나바라와 라 리오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물 중 하나인 이 묘지의 덮개는 원래는산 후안 데 아끄레(San Juan de Acre)의 오래된 병원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나바레떼에서 나헤라까지 가는 길은 벤또사를 향하는 구간의 가장 높은 언덕인 산 안톤 언덕(Alto de San Antón)을 오르는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힘든 구간이 없다. 나바레떼를 나와 언덕길을 올라 내리막을 가면 1986년 자전거 교통사고로 죽은 벨기에 순례자 앨리스 그래이머를 추모하는 기념비를 볼 수 있다.

 순례자는 소떼스(Sotés)에서 잘 알려진 포도주 양조장의 포도밭 사이로 왼쪽으로 조금 비스듬히 샛길을 따라 길을 걸으면 나지막한 언덕 기슭에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벤또사가 내려다보인다.

 


 

나헤라 12km를 나타내는 이정표

 

넓게 펼쳐지는 포도밭 사이로 가는 자전거 순쳬자

 

추모비

 

순례자상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벤토사의 중심에는 사뚜르니노 성인에게 바쳐진 성당이 있고 전원풍 건물들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11세기에 산초 3세가 산 미얀 데 라 꼬고야 수도원에 이 마을을 기부했다는 것이 남아 있다.

 중세 벤토사 부근 까미노에는 산 안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 폐허가 된 이 병원에는 아름다운 예수의 상이 있었는데, 밭을 갈던 농부가 발견하여 현재는 로그로뇨의 순수미술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벤토사의 거리

 

 

 벤토사 중심에 있는 산 사투르니노 교구 성당 (Iglesia Parroquial de San Saturnino)은 벤토사 중심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다. 사각형 기반에 벽돌로 만든 13세기 후반의 탑이 있다. 탑의 끝부분은 여덟 면으로 피라미드형으로 끝난다. 탑의 16세기의 고딕 양식 현관은 동식물 무늬로 장식되어 있고, 위에 올라가면 매력적인 마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부의 궁륭과 창미창이 아름다우며 14세기에 제작된 누워 있는 그리스도상과 펠리컨(인류를 위해 피 흘린 그리스도를 상징)이 피를 흘리며 새끼들을 먹이는 조각상이 있다.

 

산 사투르니노 교구 성당 (Iglesia Parroquial de San Saturnino)

 

포도 농원

 

벤토사 - 시간 속의 장소 설명

 

 작고 조용한 마을인 벤또사 마을의 출구를 나오면 가파른 오르막을 통해서 산 안톤의 정상에 오르면 이곳에 있었던 안토니아노스 수도원의 유적을 보면 세월의 허망함을 느낄 수 있다.

산 안톤 정상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멀리 보이는 나헤라까지가 축복받은 포도밭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순례자는 나헤리아 계곡을 따라 걸으며 까미노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계속 걷다보면 순례자의 왼쪽으로는 높이 솟아있는 통신용 안테나와 불모지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이내 얄데 강 위를 지나는 보행자용 다리를 건너 나헤리로 들어간다.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

 

포도밭에 있는 빌라 선전

 

알레손 - 야코비아 전설의 현장 설명(롤랑과 페라구트의 전투)

 

길을 가면 알레손 - 야코비아 전설(롤랑과 페라구트의 전투)의 현장이라는 설명이 붙은 안내도가 보인다.

 

 나헤라는 샤를마뉴의 조카 롤랑과 골리앗의 후손인 거인 페라구트의 전투에 관한 전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롤랑과 페라구트의 싸움은 피가 낭자하고 치열했으며 승자가 가려지지 않았다. 롤랑은 휴전을 제안하고 페라구트를 만나 친구가 되고 싶다고 가장하며 거인에게 술을 먹였다. 거인은 술에 취해서 자신의 약점은 배꼽이라고 고백했다. 다음날 롤랑은 그를 화나게 만든 다음 그와 맞붙어 싸우다가 배꼽에 창을 찔렀다. 그리하여 롤랑은 페라구트를 쓰러뜨리고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나헤리야 강을 중심으로 나헤라는 바리오 데 아덴뜨로(Barrio de Adentro)라고 하는 구시가지와 바리오 데 아푸에라(Barrio de Afuera)라고 하는 신시가지로 나뉜다. 로마 시대에 세워진 이 도시를 아랍인들은 바위 사이의 도시라는 의미인 나사라(Naxara)라고 불렀다. 산초 엘 마요르 왕은 나헤라를 왕국의 수도로 삼았으며 까미노 데 산띠아고를 지나가게 함으로써 도시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나헤라에는 산따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같이 훌륭한 건축물이 많다. 이곳에는 서른 명 가량의 왕의 무덤이 있다. 거대한 벌통을 연상시키는 구멍이 뚫려있는 붉고 커다란 바위산들을 끼고 있는 나헤라는 라 리오하의 주도였으며 10세기와 11세기를 거치면서 나바라 왕국의 본거지 역할을 했고 그 이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팜플로나를 무너뜨렸던 거점이 되기도 했었다.

 

 

 

나헤라 시내

 

 오늘은 제법 먼 거리를 걸어서 15시경에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였기에 몸을 씻은 후에 시내로 나가 중국식당(Sofia Restaurant)으로 가서 오랜만에 우리가 흔히 먹었던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 먹을 간단한 먹거리를 사고신시가지  시내를 소요하였다.

 

 시내를 간단히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아직 시간이 일렀으나 별로 할 일도 없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