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스페인, 산티아고 까미노 길을 걷다. 16(06.01, 카스트로헤리스 - 프로미스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오늘의 걷기 길 : 카스트로헤리스 -  이테로 델 카스티요(9.3km) - 이테로 데 라베가(1.8km) - 보아딜랴 델 까미노(8.2km) - 프로미스타(5.7km)

 

 오늘 여정의 시작인 카스트로헤리스의 출구는 오르막길 모스텔라레스 언덕으로 이어진다. 이 언덕은 카스트로헤리스에서 멀지만 눈앞에 뻔히 보이기 때문에 순례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피레네 산맥도 넘은 순례자가 아닌가? 이 오르막길만 지나면 오늘의 종착지인 프로미스타까지는 평탄한 길이라 26km의 거리도 큰 무리를 주지는 않는다. 또 이 코스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까미노와 카스티야의 운하가 합쳐지는 곳이며 부르고스에서 팔렌시아로 넘어가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길을 걷기 시작하려고 떠나기 전에 어제 저녁에 미리 아침을 주문하였기에 오랜만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아직 하늘에 달이 떠 있다. 아직은 어두운 길을 제법 걸어서 카스트로헤리스를 출발하니 어제 보았던 산토 도밍고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이 나오고 곧 마을의 공동묘지가 나온다.

 

하늘에 떠 있는 달

 

알베르게에 붙어 있는 까미노 길 안내도

 

아침에 보는 산토 도밍고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

 

공동묘지

 

 이곳을 지나 모스텔라레스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넓은 평원이고, 이 평원을 지날 때 이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니 하늘에 해가 떠올라 비추는 모습이 아름답다. 언덕을 향해 가는 길에 펼쳐지는 평원은 너무 고요하여 평화롭게 느껴진다.

 

파일럿 프로그램 200(자속 가능한 농촌 개발 프로그램) 설명판

 

 해발 940m의 모스테라레스 언덕 정상은 나무가 거의 없는 메세타 지역이다. 500미터 정도를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십자가상이 보이며 조금 더 가면 순례자의 피로를 씻겨줄 삐오호 샘을 만나게 된다. 샘터에서 휴식을 가진 뒤 오른쪽으로 돌아 약 1km 정도를 따라가면 왼쪽으로 푸엔테 피테로로 가는 길이 보인다.

 

길가의 십자가와 탑(무슨 탑인지?)

 

모스텔라레스 언덕 올라가는 길에서 보는 풍경

 

이테로 델 카스티요 안내판

 

대량학살을 중지하라는 문구

 

길가의 들꽃들

 

산티아고 455km 표지석

 

 모스텔라레스 언덕을 내려 가 부르고스와 팔렌시아를 구분하는 피수에르가 강 주위의 푸엔테 피테로에 가기 전에 성 니콜라스 성당이 나온다. 이곳에는 성 야고보 형제회가 있는데 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세시대의 전통을 지켜가며 순례자들에게 정성을 다해 접대한다. 산 니꼴라스 성당(Ermita de San Nicolas)은 마을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서 이떼로 델 가스띠요라고도 불리는 13세기의 건물로 이테로 다리를 건너기 전에 까미노의 왼쪽에 있다. 현재는 페루자의 성 야고보회에서 운영하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로 쓰인다.

 

산 니콜라스 푸엔테 티테로(순례자의 병원) 표지판

 

 

 

 성 야고보 형제회에서 운영하는 성 니꼴라스 성당을 지나면 시작하는 사람들의 다리라고도 알려진 돌다리를 넘게 된다. 중세 연금술사들은 이 다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 동안 가톨릭 사상에 위배되는 자신이 죽고 새로 태어나는 곳이라고 믿었다. 까미노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알폰소 6세가 카스티야와 레온 왕국의 결합을 기리며 건축한 이테로 다리(Puente de Itero)는 열한 개의 아치와 부벽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순례자는 팔렌시아를 걷는다.

 

 팔렌시아주(provincia de palencia)는 스페인 북부 카스티야와 레온 자치지역에 있는 주()로 주도는 같은 이름의 팔렌시아시(). 팔렌시아주는 191개의 자치시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은 인구 200명 미만의 소규모 마을이다. 팔렌시아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의 여행가 다빌리에 남작은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경로에 포함이 안 되어 있을뿐더러 감춰진 보물들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이 있다. 팔렌시아는 그런 지방 중 하나다.”라고 팔렌시아를 평했다.

대륙에 변화된 지중해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10°C를 넘지 않으며 강우량은 많은 편이다. 1208년 알폰소 8세에 의해 스페인 최초의 대학이자 세계 최초의 대학인 팔렌시아 대학교가 설립되었으나 이 대학은 나중에 남쪽 바야돌리드로 옮겼다.

 

 푸엔테 피테로(Puente Fitero)라고도 불리는 작고 오래된 마을인 이테로 델 카스티요는 피수에르가 강이 굽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잠시 쉬면서 커피를 곁들인 간식을 먹고 있으니 우리보다 조금 늦게 떠난 일행이 들어온다. 잠시 수다를 떨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마을 입구의 이테로 다리(Puente de Itero)

 

 이테르 델 카스티요를 떠나서 약 2km 정도 떨어진 이테로 데 라 베가까지 가면서 만나는 거대한 밀밭의 평원은 외로움과 호젓함이 동시에 느끼게 한다. 또 이테로 데 라 베가에서 보아디야 델 까미노까지 8km가 넘게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지평선을 감상 할 수 있다.

 

팔렌시아 지방 안내도

 

팔렌시아 지방 표시 입석

 

레온 주의 까미노 안내도

 

넓은 평원에 물을 뿌리는 살수기

 

 이테로 데 라 베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 사이에 13세기의 단순한 고딕 양식인 자비의 성모 소성당(Ermita de Nuestra Senora de la Piedad)이 있고,  마을 광장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심판의 기둥(Rollo Juridiscional)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심판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1966년에 스페인 문화자산으로 선정되었다.

 

이테로 데 라 베가 마을 표시 

 

심판의 기둥 (Rollo Juridiscional)

 

 

 

 피수에르가 강변의 기름진 평야의 작은 마을인 이떼로 데 라 베가를 떠나면 이제 눈앞에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밀밭이 펼쳐진다. 순례자는 인적 없는 조그만 마을인 폼페드라사를 지나 피수에르가 운하를 만나게 된다. 운하를 지나면 멀리 보아디야 델 까미노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13세기에는 3개의 성당과 2개의 병원이 있었을 정도로 번창했던 마을인 보아디야 델 까미노는 현재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성모 승천 성당과 같은 시대 플랑드르 양식을 보여주는 심판의 기둥으로 불리는 원주탑이 유명하다. 마을을 나서면 길게 뻗어있는 까스띠야 운하를 따라 걷게 된다. 이 길은 검정 버드나무가 아름다우며 5km 정도 걷다보면 시원한 수문을 만나며 오늘의 목적지인 프로미스따에 도착한 것이다.

 

피수에르가운하 표지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

 

까미노 안내

 

 

 

 이 운하 근방을 지나가려니 길 중간을 공사 중이라 길을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있다. 사전에 이 정보를 미리 들었고 그냥 통과해도 된다고 하였기에 우리는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길을 가니 공사 구간은 아주 짧아 옆으로 지나가 거리를 많이 단축하고 운하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겼다.

 

공사 중인 운하 입구

 

칸타브리아 지방 까미노 안내도

 

운하 주변의 공사 구간

 

운하를 운행하는 유람선

 

운하 유람선 정류장

 

 프로미스타에는 폐쇄적이고 전통적인 스페인 역사에서 근대에 이루어진 토목공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카스티야 운하(El Canal de Castilla)가 있다. 카스티야 운하는 스페인 카스티야 이 레온 자치지역(Comunidad Autónoma de Castilla y León) 중앙부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며 조성한 대규모 운하로 카리온 강과 피수에르가 강의 물을 티에라 데 캄포스 평원에 고루 분배한다.

 총 길이가 207km에 달하는 대운하는 모두 46개 도시를 통과하며 부르고스주(Provincia de Burgos), 팔렌시아주(Provincia de Palencia), 바야돌리드주(Provincia de Valladolid) 3개 주에 걸쳐 뻗어 있다. 18세기 후반기에 건설 공사를 시작해 19세기 전반기에 완성했다.

 예전에는 카스티야 내륙 지방과 칸타브리아 해안 사이의 물류 이동을 담당했고, 이후엔 관개수가 흐르는 운하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엔 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 이동한다든가 말을 타고 운하를 따라 달리는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프로미스타로 들어가는 입구의 카스티야 운하

 

프로미스타 표시

 

 프로미스타는 매력적인 중세의 유적들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살아있는 도시로 티에라 데 캄포스(Tierra de Campos)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마을이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밀밭으로 중세부터 농경의 중심지였으며 도시의 이름도 곡식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여러 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있고, 카스티야 운하와 돌에 새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메시지, 파문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카스티야의 밀밭에서 태어나 뱃사람들의 수호자가 된 성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프로미스타에는 11세기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가장 빛나는 건축물인 성 마르틴 성당이 가장 두드러진다. 또한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고딕양식의 성당인 성 페드로 성당 광장에서 많은 순례자들의 느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산 페드르 성당 외부 모습

 

오늘의 숙소 알베르게의 모습

 

길가의 고양이

 

 프로미스타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알베르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광장에 무료하게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주변을 돌아다니니 시간이 되어 알베르게가 문을 연다.알베르게에서 샤워를 하고 쉬다가 저녁을 먹기 전에 산 페드로 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산 페드로 성당(Iglesia de San Pedro)15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성당으로 아름다운 현관과 봉헌화, 패널화 등이 있다. 성당 안엔 패널에 스페인 플랑드르 양식으로 그린 종교화 29점이 소장된 작은 미술관이 있다.

 

산 페드로 성당 안내 - 내부와 미술관의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성당 앞에 있는 안내문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면 '15세기의 르네상스식 출입구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 제단은 1636년 프란시스코 토레도가 디자인하였고 호세 인판테와 니콜라스 델 베가가 제작하였다.내부의 미술관에는 플랑드르 양식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동정녀와 그리스도의 삶의 장면들이며 구약성서의 일부 에피소드다. 이 그림들은 페르난도 살레고의 제자가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이다.

 

성당의 입구

 

 성당에 들어가 제단을 보고 주변을 보니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 파이프 오르간과는 다른 모습의 이층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다. 그 오르간을 자세히 보려고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올라가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다. 어쩔 수없이 성당 안에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들어가니 상상 이상의 화려한 여러 장식품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그림들이 시선을 끌었다.

 

2층의 파이프 오르간의 모습

 

미술관의 여러 소장품

 

미술관을 나와 성당 내부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나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너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미술관 앞에서 관람객에게 미술관 입장을 안내하는 여인에게 오르간을 좀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손짓을 하며 짧은 의사소통을 하였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내가 여러 번 이야기하자 그 여자 분이 올라가도록 허락을 하면서 차단해 놓은 끈을 풀어주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올라가서 보는 파이프 오르간은 너무 특이했다. 그리고 2층에서 보는 성당의 전경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정성이 통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경험을 한 결과여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성당 내부의 모습

 

2층의 파이프 오르간과 그 주변의 모습

 

 아무도 올라가지 못한 2층을 올라가 파이프 오르간을 구경하고 만족하면서 성당을 나오니 일행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지고 한다. 오늘의 저녁은 이 프로미스타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폭립을 먹기로 하고 그 식당이 문을 열기를 기다린 것이다. 크지 않은 식당은 문을 열자마자 곧 손님으로 가득 찼다. 미리 예약을 하였기에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가져온다. 그런데 그 고기의 양이 아주 풍부하였다. 그래서 내가 다 먹지 않고 옆 사람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다. 여러 사람이 요란스럽게 떠들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제법 늦게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식당

 

저녁식사인 폭립

 

 오늘은 길도 운하를 보면서 적당하게 걷고, 성당에서 특이한 파이프 오르간을 구경하고, 성당 미술관에서 여러 작품들을 보고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도 먹은 즐거운 하루였다. 이 즐거움을 간직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