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4코스(산소버스정류장 - 원문버스정류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서해랑길 4코스는 산소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지극히 단조로운 농촌 길과 해안을 걸어 원문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14.5km의 짧은 길이다. 하지만 이 단조롭고 특징이 없는 길에서 나는 기이한 체험을 하였다.
4코스 안내판
황산면 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서 택시를 타고 산소버스정류장으로 와서 4코스를 걷기 시작하였다. 산소마을 길로 들어가 조금을 걸으니 목줄이 덜린 개가 한 마리 나와서 앞뒤로 뛰어 다닌다. 마을 주민들이 쫓으라고 하였으나 그냥 두었다.
해남군 황산면 한자리 산소마을은 갯가에 있는 마을이라 갯몰이라 불렸으며, 다른 명칭으로는 저산, 어덕멀이라고도 불렸다. 1789년 편찬된 『호구총수(戶口總數)』에는 내산소리(乃山所里)로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내(乃) 자가 빠지고 산소리(山所里)라 한다.
산소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김 양식으로 이름난 곳이었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친환경 김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그래서 해안에는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2012년 어촌체험마을에 신청하여 지정되었으며, 2014년부터 해남군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어촌체험마을로 조성되었다.
담벽에 핀 개나리
마을 입구에서 따라나온 개
나를 따라 같이 길을 가는 개
앞에서 아주 단조로운 길에서 나는 기이한 체험을 했다고 하였다. 마을 입구에서 개가 나타나 나를 따라 왔다. 처음에는 마을의 개이겠지 생각하고 조금 가면 돌아 가겠지하고 그냥 길을 걸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 개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계속 따라 왓다. 심지어는 앞에 서 가면서 마치 길을 인도하듯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을 앞서 갔다. 조금 앞장서서 가면서 주변을 살펴 보기도 하고 개울이나 다른 오솔길이 있으면 먼저 달려가 보고 다시 돌아와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치 동행인 것겉이 함께 길을 갔다.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무신경하였는데 차츰 호기심도 생기고 혼자서 걷는 길에 동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쉬면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휴식을 취하니 내 주위에서 떠나지 않고 지켜 주는 듯이 주변을 경계하였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가지고 간 음식을 주니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물도 주니 잘 받아 먹었다. 차츰차츰 이 개에 대해 다정함을 느끼고 함께 길을 갔다. 가다가 내가 조금 쉬면 반드시 그 주위를 배회하면서 호위하듯이 있다가 내가 걸음을 옮기면 다시 저도 길을 따르고 하였다. 내가 기른 개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엇다.
길을 가다가 멀리 보니 광산이 보인다. 길에 잇는 이정표를 보니 옥매광산이다. 옥매산광산(玉埋山鑛山)은 해남군 황산면(黃山面) 옥동리(玉洞里)에 있는 납석 광산인데 부근에서는 명반석(明礬石)도 산출되고, 동쪽의 황산면과 마산면(馬山面)과의 경계에 솟은 성산(星山)에서도 납석을 산출한다. 옥매산 광산은 과거 일제 강점기인 1916년부터 1945년 종전 까지 국내 기술자와 노무자 약 1200여명을 강제 동원하여 노역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옥매광산
나와 동행한 개
단조로운 농촌 길을 동행한 개와 함께 걸으니 길가에 옥매산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해남군 황산면 옥동리와 문내면 용암리 경계에 있는 옥매산은 조선시대에 옥(玉)을 생산하고, 전라우수영의 관아나 군함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는 국가 봉산(封山)이었다. 원래는 매옥산이었으나, 옥(玉)이 매장되어 있다 하여 옥매산(玉埋山)이란 산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20첩 4면]에는 옥매산(玉梅山)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또 명량대첩의 승전지로 잘 알려진 울돌목의 입구에 있어 왜적의 동태를 감시하고, 강강술래를 하였다는 설화가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가 군용비행기 제작에 필요한 알루미늄의 원료를 채석하기 위하여 대규모 광산으로 개발하였다. 옥매산 정상은 해발 173.9m였지만 광산 채굴이 진행되면서 깎여 나가 지금은 168m의 다른 봉우리가 정상이다.
옥매산 설명판
단조롭고 아무런 특징이 없는 길을 걸어 길가의 원문버스정류장에서 이 4코스는 끝이 난다. 4 코스가 끝나는 정류장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여기까지 나와 같이 4코스를 함께 걸은 개에게도 간식을 주고 물을 주었다. 참 기이하게 내가 쉬면 개도 멈추어 주변을 경계하듯이 배회하다가 내가 움직이면 그 개도 따라 움직였다. 너무나 기특해서 어디까지 따라올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개에게 말하였다. 길을 가다가 슈퍼나 간이매점이라도 나오면 꼭 맛잇는 것을 사서 주겠다고...
아무 특징없는 길을 동무하며 함께 걸은 개에게 지금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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