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5코스(호미곶 - 흥환보건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해파랑길 15코스는 호미곶 광장을 출발하여 흥환보건소까지다.
이 구간은 대보항 트릭아트를 지나면 해안 길로 접어들어 독수리바위를 거쳐 길도 없는 해안의 자갈길이나 백사장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편안한 길이 없는 구간이다. 해파랑길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바다를 가장 접하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해안을 무조건 걷는다. 물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이 구간 중간중간에는 리본이 메어져 있거나 이정표가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이끌어 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걸으면 된다.
이 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구경거리는 해안의 풍경이 아니라 해넘이를 보는 것이다. 동해에서 해넘이를 본다면 잘 믿지 못하지만 이 호미반도 구간이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니 명심하고 이 구간을 걸을 때는 해가 지는 시간을 잘 맞추어 걷기를 기원한다. 물론 날씨가 뒤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운이다. 나는 시간이 잘 맞았고 날씨도 좋아 해넘이를 잘 구경하였다.
해파랑길 안내
포항시에서 설치한 이정표
대보항 트릭아트
일제강점기의 조난 기념비
독수리바위 -독수리가 날아가는 모습
갈을 계속 걷다가 주위를 보니 뜻밖에 선인장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 선인장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선인장 꽃은 귀하지는 않지만 결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았는지 제법 많은 선인장이 무리를 지어 있으며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는 광경이 너무 좋았다.
길가에 피어 있는 선인장 꽃
길도 없는 해안을 자갈밭과 모래밭을 계속 걸으며 해안의 풍경을 즐겼다. 바다로 인해 해안을 걸을 수 없는 곳은 바다 위에 테크를 설치해 놓아 자연의 풍광을 즐기며 걷게 해 놓았으니 조금도 걱정하지 멀고 그저 즐기면서 걸으면 된다.
바다 위에 설치되어 있는 테크
뜻밖에 이곳에서부터 해안길을 벗어나 산으로 발을 돌리게 만들어 놓았다. 높은 산은 아니고 긴 거리도 아니지만 아침부터 긴 거리를 걸었기에 다소 피로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산을 넘어가야 한다. 이 구간의 단점이 사람이 사는 마을을 지나지 않게 설계되어 있기에 멀리서 마을이 보이지만 마을과 마을로 이어진 길이 아닌 길을 걷게 하였다.
걷는 도중에 보는 나리
높지 않은 산을 벗어나면 다시 바닷길을 걷게 한다. 구룡소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 도착하였는데 바다 바깥에서 보면 경치가 좋을 것 같은데 육지족에서는 좀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구룡소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동배리 바닷가에 위치하는 연못과 같은 지형이다. 구룡소라는 이름은 과거 이곳에 아홉 마리의 용이 살다가 승천하였다고 하여 붙여졌다.
전설 속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던 연못은 구룡소 지역 곳곳에 남아있으며, 이것은 사실 머린포트홀(해안형 돌개구멍)이다. 머린포트홀은 파도를 따라 자갈이 움직이면서 집괴암을 깎아 만든 접시 모양의 구조이며, 이곳에 바닷물이 채워지면서 연못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곳의 몇몇 머린포트홀은 바다와 연결된 뚫린 형태여서 바닷물이 머린포트홀을 통해 땅 위로 뿜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구룡소 전설 속의 용트림을 연상케 한다.
또한 구룡소에서는 파도에 의해 육지가 깎여 평평하게 만들어진 파식대지와 타포니를 볼 수 있다. 집괴암에 박혀있던 돌조각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구멍에 소금알갱이가 들어오면 주변 암석을 깎아 더 큰 구멍을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큰 구멍들이 모여 마치 벌집처럼 보이는 지형을 타포니라고 한다.
(포항 시청에서 가져 옴)
구룡소의 여러 풍경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한다. 서해안에서 보는 해넘이는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해가 떨어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바다로 해가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육지로 해가 넘어가는 광경이다. 하여튼 해넘아를 보는 것은 어디에서든지 장관이다. 더구나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드문 동해안에서 해넘이를 본다.
해넘이의 모습
해넘이의 모습
장군바위
해넘이를 보면서 해안길을 벗어나 이제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흥환보건소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제법 길을 따라 걸어서 흥환보건소에 도착한다.
종점인 흥환보건소에 도착하니 오후 8시 경이 되었다. 오늘은 제법 많은 길을 걸었다. 구룡포에서 11시 30분 경에 출발하여 여기까지 약 35km 정도를 걸었다. 흥환보건소의 종점에 도착하니 아주 조그마한 마을이다. 숙박을 하는 곳도 잘 보이지 않아 인증대가 있는 슈퍼 주인에게 물으니 숙박할 곳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거기에 배낭을 풀고 늦은 저녁이라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나오니 보름달이 하늘에 빛나게 비추고 있다.
내일의 여정을 위해 간단히 맥주를 한잔하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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