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사 - 맑고 아름다운 계곡을 품은 절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천성산(千聖山) 자락에 있는 내원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통도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때 원효(元曉)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수도 선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찰로서만 아니라 용연리 경부고속국도 위를 지나는 육교에서부터 내원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6㎞ 길이의 아름다운 계곡으로 유명하여 천성산 내원사 일원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계곡은 부산 근교에 위치해 있기에 예전부터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널리 이용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가 벌써 40년이 훌쩍 지났는데 그 때도 많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이 계곡에서 재잘거리던 풍경이 눈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 내가 이 내원사를 간 날이 태풍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은 때라 계곡 물이 많이 흘렀고, 평일이라 인적이 없어 조용히 계곡을 즐기면서 절로 향했다.
1898년 석담유성(石潭有性)선사가 수선사(修禪社)를 창설하여 절 이름을 내원사로 개칭하고 동국제일선원이라 명명한 후 선찰로써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6ㆍ25사변으로 사원이 전소되자, 비구니 수옥스님의 원력으로 10년 만에 독립된 비구니 선원으로써 새롭게 중창되었다.
* 원효대사와 비구니 수옥 스님의 이야기 *
내원사는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창건 설화가 기록되어 있다. 673년(문무왕 13)에 원효가 동래군 불광산에 있는 척판암(擲板庵)을 창건하여 주석하던 중, 당나라 태화사의 1,000명 대중이 장마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알고 ‘해동원효척판구중(海東元曉曉擲板救衆)’이라고 쓴 큰 판자를 그곳으로 날려 보냈다. 그곳 대중들이 공중에 떠 있는 현판을 신기하게 여겨 법당에서 뛰쳐나온 순간 뒷산이 무너져 큰 절이 매몰되었다. 이 인연으로 1,000명의 중국 승려가 신라로 와서 원효의 제자가 되었다. 원효가 그들이 머물 곳을 찾아 내원사 부근에 이르자 산신이 마중을 나와 현재의 산신각 자리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원효는 대둔사(大芚寺)를 창건하고 89개 암자를 세워 1,000명을 거주시켰다. 그리고 천성산 상봉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강론하여 1,000명의 승려를 오도(悟道)하게 하였다.
이때 『화엄경』을 설한 자리는 화엄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중내원암에는 큰 북을 달아놓고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였다고 하여 집붕봉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1,000명이 모두 성인이 되었으므로 산 이름을 천성산이라 하였다 한다. 그 뒤 여러 번의 중건을 거쳐 1898년에 유성선사가 수선사(修禪社)를 창설하고 ‘동국제일선원’이라는 선찰(禪刹)로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으나 6.25로 소실되고 말았다.
오늘날의 내원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시기에 이룩한 비구니 수옥(守玉) 스님의 업적이다. 스님은 전쟁으로 폐허화된 내원사를 중건하고 단절된 선원을 복원하여, 오늘날 내원사를 비구니 수선도량(修禪道場)으로 일구어낸 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원으로서 내원사는 근대 한국 선종사의 선맥(禪脈)을 잇는 고승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이러한 수행도량으로서의 가풍(家風)을 이어받아 오늘날에도 ‘동국제일선원’으로서 수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고 있으며, 눈 푸른 선승들의 수행 공간 구실도 아울러 담당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너면 보아는 내원사계곡입구
내원사에 가기전에 보이는 계곡의 맑은 시냇물
천성산내원사 일주문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벗삼아 내원사로 걸어간다. 거리가 약 5km정도가 된다. 길을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 평일이라 모두들 바쁘게 생활하느라.......
조용히 길을 걸으면서 맑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수령이 700년이 넘은 보호수 소나무가 먼저 반겨준다.
걸어가는 도로변의 담장에 세뤌의 흔적인 이끼
내원사계곡의 맑은 시냇물
내원사일대 천성산 안내도
비로소 보이는 내원사의 모습은 숨어있는 새악시와 같다고 할까? 멀리서는 자태를 보기가 어려운 자그마한 절이다.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가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인 꽃무릇이 피어있다. 많은 절에 가면 꽃무릇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왜 절에서 꽃무릇을 자주 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웅전 앞의 예쁜 화분
경내의 여러 전각과 모습들
경내를 구경하고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본다. 태풍이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더 없이 파란 하늘이다.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내원사를 다녀왔다. 옛날과 달리 인공의 흔적이 제법 많이 가미되었지만 계곡의 흐르는 물을 그대로 흘러가고있다. 물론 옛날의 물은 아니겠지만......
한가한 틈을 내어 조용히 하루를 즐기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삶이다.
항상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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