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목포 - 유달산 그리고 목포대교 낙조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목포는 항구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고,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가늘가늘 꺾이며 넘어가는 이난영의 목소리와 「목포의 눈물」 노랫말 때문인지 목포는 항구도시라면 우리가 쉽게 연상되는 거친 분위기보다는 어딘가 애달픈 정서를 간직한 곳으로 인상지어져 있다. 목포는 잘 알다시피 항구이고 호남선의 종점이다.

 정부가 2007년 3월 목포를 ‘해양문화관광특구’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목포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구 24만 명 도시는 ‘인구 100만의 서남권 광역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특구는 구도심인 북항에서 신도심 평화광장에 이르는 6.9㎞ 거리다. 북항~유달산~원도심~삼학도~갓바위~평화광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바다 볼거리가 즐비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지대이기도 하다

 

 내가 목포를 가 본지도 어느 새 십년이 더 되어 가는 것 같다.

꼭 한 번 가보아야지 하면서도 가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틈을 내어 서남부의 섬들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며 목포를 구경하게 되었다. 이번에 본 목포는 내가 예전에본 목포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무어라 말해도 목포의 자랑은 유달산이다. 그리고 이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목포 시가지와 저녁이 되면 조명으로 비추는 유달산의 모습과 목포대교의 모습도 장관이다.

 

 새롭게 변하는 목포의 모습을 한 번 즐겨 보자.

 

 먼저 유달산 자락으로 달려가 보자.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유달산은 앞바다 삼학도와 함께 목포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다. 해발 288m.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암절벽에서 온갖 조형미가 묻어나고, 문향() 가득한 눈요깃거리가 많다. 유달산 정문 쪽에 있는 큰 바위 노적봉은 목포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으로 통한다

 

 

유달산 표지석

 

  

 

유달산 입구의 노적봉

 

 

  

 

유달산 입구에서 보는 목포

 

 

 

정오를 알려 주는 포대(오포대)

 

 

 

목포의 자랑 이난영 노래비(목포의 눈물)

 

 

  

 

이난영 노래비에서 보는 목포 시가지

 

 

 

유선각

 

 

 

유달산이 자랑하는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다도해

 

 

  

 

거북바위와 입석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목포대교

 

 

  

 

나막신바위와 고래바위

 

  

 

투구바위

 

* 지금부터는 신안비치호텔옆에서 보는 목포대교의 낙조입니다.

우연히 시간이 맞아 낙조를 보게 되었는데 목포대교에 해가 걸린 모습이 장관입니다.

목포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목포대교의 낙조를 꼭 즐기시기 바랍니다.

 

 

 

 

 

 

 

 

목포대교의 낙조

 

 

 

 

밤이면 더 밝아지는 목포, ‘의 도시’서 ‘빛의 도시’로 - 유달산에 불을 밝힌 모습

 

 

 목포는 지급 빠르게 도시화 현대화하고 있다.

 

 과거와 현대가 시간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거리마다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거리도 정비되고 있다.

 특히 영산강 하구둑이 만들어지고, KTX가 목포까지 개통되고 나서 많은 관광객들이 목포로 오고 있다.

 아름다운 목포의 모습만 즐기지 말고, 목포는 맛있는 먹거리를 가지고 있는 고장이니 맛있는 음식도 즐기면서 목포를 즐기기를 바란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5)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삭성당과 센나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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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상트페테르부르크 - 이삭성당과 센나야광장

 

 오늘이 러시아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니 어제 아들 녀석과 다툰 일이 참 후회스럽다. 한 달이라는 여행을 같이 하면서 별다른 갈등이 없이 여행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하며 아들과 아버지가 보람찬 여행을 했는데 마지막을 잠시 참지 못하고 흥분을 하였다. 오랜 여행의 노독도 한 몫을 했으리라 생각하며 감정이 상하여 여행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들놈의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아들과 서로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다시 이야기하면서 마음속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아들도 긴 여행에 좀 지친 듯하다. 나도 긴 여행에 쓸데없는 짜증이 좀 생긴 것이다. 하여튼 이런 갈등을 통해 또 다시 부자간의 생각의 차이를 깨닫게 한다.

 

 오늘은 먼저 문학 작품에 나오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유명한 거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냅스키대로를 따라 내려가면 세계 문학사상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무대인 센나야광장이 나온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가 그에게 말한 대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광장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도중 소냐의 말에 따라 그는 광장에 들러 대지에 꿇어앉아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며 흙에 입맞춤을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죄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소심한 성격과 어리석음에 패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문학 작품에 심취했던 사람들은 학생시절에 한 번 쯤은 읽어 보았을 작품이다. 러시아는 위대한 작가들을 추모하면서 그들을 관광 상품화 시키고 있다. 톨스토이, 고리키, 푸시킨, 도스토예프스키 등등 수많은 작가들의 고향 및 그들이 생존했던 곳 작품의 고향들을 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센나야광장은 완전히 변했다. 현대식 시장과 광당으로 변모하여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리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센나야 광장

 

 센나야광장을 둘러보고 유명한 이삭성당으로 간다. 해군성건물 쪽에서 성당의 뒷면은 자주 보았지만 아직 성당을 제대로 구경하지는 않았다. 성당 앞에는 로마노프의 차르였던 니콜라이 1세의 기마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이삭성당은 입장료를 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하는데 성당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가지를 일망무제로 볼 수 있는 곳으로 한번은 꼭 올라가 볼만하다.(입장료 150루블) 이삭성당은 수용인원인 14천명이나 되는 거대한 성당으로 100Kg이 넘는 금으로 장식되었고 유럽 각지와 러시아 국내에서 생산된 112가지 돌로 내부와 외부 기둥을 꾸몄다고 한다.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이삭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이삭성당을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이삭성당 꼭대기의 종과 천사상

 

 

 

 

 

 

 

 

이삭성당 꼭대기에서 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이삭성당을 마지막으로 러시아여행의 관광은 끝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여정만 남았다.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학생과 작별의 식사라도 하려고 점심 약속을 했는데 이 학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아들과 둘이 식사를 하는데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이 학생이 온다. 학생을 데리고 네바 강에 있는 선상 카페에서 점심을 사 주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에르미타쥬에서 지갑을 잃어 버렸는데 지갑 속에 체크카드와 현금이 있어 영사관에 가서 한국으로 연락하여 카드를 중지시키고 송금을 받고 하느라 이틀 동안 바빴다고 한다. 다행히도 많은 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여행을 계속한다고 한다. 외국을 여행할 때는 항상 조심을 할 필요를 또 다시 느낀다. 그 학생에게 좋은 여행을 계속하라고 당부하고 작별하고 귀국하기 위해 숙소로 가니 젊은 한국여인이 숙소에 들어와 있다. 인사를 하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우리는 시베리아횡단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고 하니 상당히 부러워하며, 시베리아횡단은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가지는 생각이지만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전혀 위험하지는 않다. 물론 자신이 조금은 조심해야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는 비행으로 상당히 오래 비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공항이 좀 애매하다. 청사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지금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조금 공항 찾기를 헤매다가 국제선 공항에 도착하여 별다른 일없이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에 가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아들놈이 러시어를 한 달이나 여행한 기념으로 보드카를 사자고 하여 보드카를 두 병 사고 비행기에 오른다.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두바이에 01:30분에 도착하여 환승을 하기 위해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인천 행 환승지로 가니 두바이공항은 24시간 불야성이다. 완전히 허브공항으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인천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인다. 어디를 다녀오는지 감상문 등을 적고 있다. 어디를 다녀오는지를 물으니 약 열흘간 유럽 10개국을 돌아보았다 한다. 좀 어의가 없다. 10일에 10개국을 그냥 비행기타고 버스타고 다닌 것에 불과하다. 아직도 이런 여행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앉아 있으니 태극마크를 단 체육복을 입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들어와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는다. 물어보니 국가 대표 배구선수로 시합에 가는 길이란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이렇게 새벽에 환승하는 비행 편밖에 없었는지.....

 

 새벽 03:40분 인천 행 비행기에 오르니 비행기가 아주 크다. A380으로 엄청나게 크다 피곤하여 잠을 자다가 말다가 하니 어느 새 인천에 도착한다.

 

 멀고도 먼 여행이 끝나고 이제 고국으로 돌아왔다.

 

 나의 러시아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4) - 상트페테르부르크 Peter and Paul Fortress와 시내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4.상트페테르부르크 - Peter and Paul Fortress와 시내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과일과 요구르트로 아침을 먹는다. 러시아여행 중에 바나나와 러시아 과일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러시아 과일들이 내 입맛에는 아주 잘 맞아 굉장히 만족스럽다. 사과나, , 복숭아 등등 우리나리와 같은 과일과 우리나라에는 없는 여러 과일들이 내 입맛에 맞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지장이 없으며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아 더 만족한다. 앞으로 러시아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러시아 과일을 잘 이용하기 바란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뒤져 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커피믹스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커피를 좋아하여 한국을 출발할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커피믹스를 가득 챙겼는데 어느새 다 먹고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여행도 다 끝나가니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먹은 것으로 생각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러시아여행을 하려거든 꼭 자기가 마실 커피를 가져가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마지막 남은 커피믹스를 뜯어 커피를 마시고 오늘의 일정에 대해 아들과 이야기하면서 숙소를 나선다. 오늘은 Peter and Paul Fortress를 중점으로 구경하고 시내를 돌아보기로 한다.

 

 

멀리서 보는  Peter and Paul Fortress 전경

 

 Peter and Paul Fortress는 네바 강의 섬을 요새로 만든 곳이다. 숙소에서 여름날의 땡볕 아래를 걸어 요새로 가는 길에는 한 쌍의 등대로 서로 마주보며 서 있고, 그 등대를 지나 요새 가까이로 가는 길에 범선 한 척이 서 있어 보니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행도 어느 새 끝나가고 한 달이나 되는 긴 여행에 호사스런 음식을 한 번은 먹을까? 하여 이 식당에서 점심이나 먹자하고 가격표를 보니 가난한 여행자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마주보고 있는 등대에 헤라와 쥬피터의 조상이 있다.

 

 

 

 

 

 

네바강 풍경

 

 

 

범선 식당

 

 아들과 함께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요새를 구경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요새를 들어가는 입장료는 없으나 요새 안의 성당이나 박물관은 각각 입장료를 받으니 알아서 구경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대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는데 시간을 보니 12시다. 12시에 대포를 쏘고 성당 2층에서는 연주를 하고 있다. 시간을 잘 맞추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 요새 곳곳을 구경하고 요새 안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그 가격도 만만하지가 않다.(1500루블) 점심을 먹고 요새 입구의 벤치에 앉아 네바 강과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고 앉아 한가로움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네바 강 저편의 도시의 모습이 한 눈에 보여 한가롭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 아들과 저녁에 야경을 구경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요새를 빠져나온다.

 

 

 

 

 

 

Peter and Paul Fortress의 외벽과 요새를 지은 기념 동판

 

 

 

 

 

 

 

 

Peter and Paul Fortress 내부의 성당과 박물관 그리고 여러 풍경

 

 

 

Peter and Paul Fortress 안에 있는 레스토랑

 

 

요새에서 보는 에르미타쥬 박물관

 

 요새를 나와 해군성 건물 앞의 벤치에 앉아 잠깐 휴식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무어라 말을 건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기에 러시아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니 그 사람도 영어를 하지 못하여 눈치껏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한다. 아마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에 노동을 하러 온 듯하다. 옆에는 좀 더 젊어 보이는 남자하고 둘이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을 안다고 한다. 그러면서 땅에 53이라는 숫자를 적고 자신을 가리키는데 아마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인 듯하다. 아마 자기가 나이가 많다는 것을 말하려는 뜻이라 생각하고 내가 땅에 61이라고 써니 깜짝 놀란다. 아마 자기보다 어리게 본 모양이다.

 

 잠시 휴식을 한 뒤에 넵스키대로를 따라 구경하기로 하고 넵스키대로를 그냥 걷는다. 곳곳에 서 있는 성당들과 러시아박물관을 구경하고 그리고 또 다시 여름정원에 간다. 여름 정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또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결혼식을 마쳤는지 아니면 결혼을 준비하는지 모르겠는데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도서관이나 국회의사당 모습의 웅장한 카잔 대성당

 

 

냅스키대로에서 보는 이름 모를 성당

 

 

 

 

Russian Meseum의 모습

 

 

 

 

 

여름정원의 여러 풍경 

 

 

 

  냅스키대로의 여러 모습

 

 여름정원에서 한가롭게 거닐다가 나오면서 이번 여행의 최대 고비를 만난다. 아들놈과 약간의 갈등이 생긴 것이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중의 하나가 아들과의 대화를 통한 이해였는데 긴 여행을 하면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자랐던 것이다. 오랜 여행 끝에 서로가 짜증도 나기도 하였지만 잘 참고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그만 참지를 못한 것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여행을 하게 되면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꼭 싸우게 마련이라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항상 재미있고 즐거운 것만이 아니라, 오래 여행을 하게 되면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서로가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란 생각과 가치관이나 행동 습성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좋을 수는 없기에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아들과 별다른 갈등이 없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들놈은 아버지를 데리고 이 먼 여정을 책임지고 다니며 항상 긴장하고 있었는데 애비는 그저 편안하게만 생각한 것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하여튼 숙소로 돌아오니 아들놈이 대단히 토라져 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그냥 잠자리에 들려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 맥주를 한잔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려 하였으나 아 기분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는 아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듯하다.

 

 저녁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고 들어오니 엊그제 보았던 한국여학생이 다시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들어오니 아들놈이 대단히 기분을 상했는지 아무른 말도 없이 그냥 잠자리에 든다.

 

 마음이 대단히 불편하지만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기로 생각하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이면 이 여행도 마지막 날이다. 내일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생각해 보니 참 오랜 여행이었으며 먼 여행이었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3) -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박물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3. 상트페테르부르크 - 에르미타주박물관 (겨울궁전)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에르미타주박물관으로 간다. 우리 숙소가 박물관에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워 천천히 걸어가니, 박물관은 1030분에 문을 여는데 벌써 줄을 서 있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나 큰 박물관이므로 일찍부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관람요금 : 400루블, 학생은 무료이다. 그러니 반드시 국제학생증을 소지하여야 한다. 촬영요금 : 200루블) 그런데 인터넷으로 미리 입장권을 구입하거나 단체관람객은 먼저 입장을 시킨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룸이나 골든 룸, 표토르 1세 룸은 따로 입장권을 구입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의 안내에 의하여 입장할 수 있다. 관람을 위해서 간단한 가방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관하여야 하며 음식물은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박물관안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전경

 

 에르미타주(The State Hermitage Museum)영국 대영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에 손꼽히는 박물관으로 네바 강을 따라 길게 위치해 있으며 약 300만 점의 소장품을 가진 유럽 문화를 집대성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스키타이 등의 발굴 품 이외는 모두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 내역은 15000여점의 회화, 12000점의 조각, 기타 판화, 데생, 화폐, 메달 등이다. 겨울궁전을 비롯한 네 개의 건물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러시아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이다. 우리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들을 수 있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작가들의 이름난 작품이 너무나 많고 특히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내가 에르미타주에 갔을 때도 마티스는 따로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건물이 여러 동이 연결되어 있어 안내도를 잘 참조하여 구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고맙게 대한항공(korea air line)의 협찬으로 에르미타주안내도가 만들어져서 한국어 안내도도 있으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나 한국어로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필요한 사람은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박물관 내부

 

 이 박물관은 너무나 크고 계획적으로 박물관을 건립한 것이 아니고 겨울궁전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어, 작품을 전시해 놓은 방이 미로와 같이 얽혀 있으니 길을 잘 찾아 가야 한다. 안내도를 먼저 보고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 곳만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은 듯하다. 고고학적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욕심을 내어 고대의 문화적 유산까지 다 보려고 하는 것은 좀 지루하다. 물론 시간이 많으면 차근차근 여유롭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바쁜 일도 없고, 아들도 이런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틀을 꼬박 박물관 구경을 하였다. 박물관이 파하는 시간은 오후 6시기에 아침에 문을 열 때 들어가 그 때까지 이틀 동안 숱한 전시물을 구경하였다. 그래도 제대로 본 것 같은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구경을 마쳤다.

박물관 건물은 3층인데 1층은 선사시대와 고대의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여느 박물관과 별반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우리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2층은 유럽의 여러 나라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중세부터 18세기까지의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3층에는 비잔틴과 아시아미술과 19세기부터 20세기의 서유럽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의 예술품을 보지 못한다. 일본이나 중국은 있으나 한국은 없다.

 

  

 

 

 

 

 

 

 

 

 

 

 첫날에 1층과 2층 대부분을 구경하고 다음날에 2층 일부와 3층을 구경하고 다니는데 한국인도 제법 눈에 뜨인다. 3층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역시 피카소 전시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실에 머물러 구경을 한다. 나도 이 전시실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말이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눈을 돌려 보니 일단의 한국인 단체관광객인 듯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우하고 몰려와 5분도 안되어 지나간다. 그러면서 피카소를 보았다고 말한다.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지나간다. 피카소 이외에도 고호, 고갱, 세잔, 렘브란트, 로댕, 밀레 등등 정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지나간다. 그 비싼 입장료를 주고 들어와 그냥 지나간다. 왔을까?

 

 

 

 

 

 

 

 

 

 

 

 

 

 

 

 

 

 

 

에르미타주의 소장품들

 

 아무튼 원도 한도 없이 많은 작품을 감상하니 내 눈이 호사가 장난이 아니다. 언제 이렇게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으랴? 이번 여행에서 이것만 해도 진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매번 이야기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일정한 요금만 지불하면 박물관의 전시품을 사진 찍는 일은 허용된다. 그래서 숱한 명화들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학생을 이곳에서 만나 저녁이라도 같이 하려 했는데 연락을 하니 박물관에서 지갑을 분실하여 지금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만나지 못하겠다고 한다. 여행자가 여행하는 도중에 조심해야 하는 일인데 조금 부주의한 것 같아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한국영사관에 가서 한국으로 연락하여 카드를 중지시키고 여러 가지 처리도 해야 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못해 만나지 못하겠다는 연락이 와서 아들과 둘이서 네바 강가에서 저녁을 먹고 네바 강을 따라 걸으며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24시가 되었다. 그래도 하늘은 아직 채 어둠이 짙게 깔리지 않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야경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2)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과 마린스키극장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2. 상트페테르부르크 - 여름궁전과 마린스키극장(발레 지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은 어느 시간에 시작되는 것일까? 오후 11시가 넘도록 해가 하늘에 떠 있고 환하게 밝으니 늦게 잠자리에 들게 마련이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아침 6시경에 일어났는데 오늘은 일어나 시간을 보니 벌써 8시가 되었다. 지역적인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여행도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어 알게 모르게 피곤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어나 오늘 하루의 일정을 준비한다.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summer palace)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유명한 러시아 발레를 마린스키극장에서 구경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다. 발레는 꼭 한번은 러시아에서 보아야 한다고 아들놈이 강조하여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해 왔기에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아침을 요구르트와 빵, 그리고 바나나로 먹고 여름궁전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도선장으로 간다. 도선장은 네바 강의 여러 곳에 있고 여름궁전으로 가는 배는 여러 회사가 운행하고 배도 수시로 있기에 표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서둘러 간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궁전에 가기 위해 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삯이 상당히 비싸다.(왕복 1100루블, 학생은 800루블) 버스로 가는 길도 있는데 버스 삯은 배의 1/10의 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버스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배를 타고 대서양의 한 모퉁이이지만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기에는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여름궁전까지는 약 40여분이 걸리는데 네바 강에서 핀란드만을 가로 질러 대서양을 바라보며 간다. 대서양의 모퉁이지만 대양을 항해하면서 가는 배에서 아들과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출발한 곳이 태평양의 끝이라는 블라디보스토크였는데 이제는 대서양의 끝에서 배를 타고 있으니 참 먼 길을 여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를 타기를 기다리며 선착장에서 보는 네바 강 건너편

 

 여름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에 위치하고 있다. 표트르대제가 계획적으로 파리의 베르사이유를 본떠 만든 궁전으로,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표트르대제의 명령으로 1714년 착공된 150년이나 지난 후에야 공사가 끝이 났다고 한다. 러시아와 유럽 최고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20여 개의 궁전과 140개의 화려한 분수,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졌다. 지금 이곳은 많은 러시아 사람들과 외국인의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여름궁전으로 가는 선상에서 보는 핀란드만

 

 

선상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본인

 

 

 

멀리 보이는 여름궁전

 

 여름궁전 선착장에 도착하니 또 다시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여름 궁전 입장료 500루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를 본떠 만들었다는 여름궁전은 굉장히 넓은 곳에 자리를 잡고 호화롭게 꾸며진 여러 건물과 조경, 분수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여름 궁전의 뜨락을 거닐며 한가롭게 노닐다가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일이 있다. 이곳은 철저하게 자국민 우선정책을 취하고 있다. 박물관 입장료도 자국민과 외국인이 다르고,(외국인 550루블, 학생 300루블) 입장 시간도 다르다. 주의를 기우려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줄을 한 시간 이상 서 있다가 외국인 입장 시간이 아니라고 입장을 거절당하고, 다시 여름궁전을 이곳저곳 구경하고난 뒤에 시간을 맞추어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입장하고 나서 또 특별실을 구경하려면 입장권을 또 구입해야 한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여름궁전 1층에는 표트르 대제의 응접실과 서재, 침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왕실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물론 박물관에 입장하지 않고 여름궁전의 시원한 정원과 분수들을 즐기고 건물의 호화로운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외부만 구경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시간을 맞추어 박물관 내부를 구경한다.

 

 

 

 

 

 

 

 

 

 

 

 

 

 

 

 

 

 

 

 

 

 

 

 

 

 

 

 

 

 

 

 

 

여름궁전의 아름다운 모습 

 

 박물관을 구경하고 배를 타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마린스키극장에서 발레를 구경하기 위해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일찍 먹고 극장을 찾아 나선다. 한국을 떠나올 때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의 복장이 아닌 옷을 한 벌 가지고 떠났다. 물론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낭여행자의 모습으로 공연을 보러 갈 수는 없기에 한 달 동안 고이 간직한 바지와 셔츠를 꺼내 입고 극장을 찾아 또 다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부분을 구경하면서 걸어간다. 우리는 철저하게 걸어 다니니 시내의 속살을 대강은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아들놈이 꼭 러시아여행 중에 발레를 보아야 한다고 해서 볼쇼이에서 보려고 했으나 모스크바에서는 못 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게 되었다. 세계 5대 발레단 중에 모스크바의 볼쇼이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발레단이 들어간다고 하고, 발레에 대해 문외한들도 러시아발레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동한다니 얼마나 좋기에? 하는 마음도 있다. 이왕 보는 것 좋은 자리에서 보자고 한국에서 미리 표를 예매하고 왔기에 시간에 맞추어 극장에 도착하니 극장이 고색창연하면서 건물 자체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공연장들은 아름답기는 한 건물도 있지만 고색창연한 건물은 볼 수가 없는데 이곳의 공연장은 너무 멋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 극장 입장료도 자국민과 외국인은 요금이 다르다.(우리는 일인당 5000루블 : 제일 앞좌석임) 혹시 발레를 구경할 사람은 돈이 좀 많이 들어도 앞좌석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극장은 좌석과 무대 사이에 오케스트라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맨 앞좌석도 무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런데 발레를 구경하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 주위의 좌석에 한국인이 상당히 보인다. 여행 중에 발레를 구경 온 사람도 있고, 현지 상사에 주재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모습도 보인다.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는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약 3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니 발레에 대해서는 그다지 지식이 없는 나였지만 상당히 역동적이고 재미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이곳에서 발레를 보고 난 생각은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꼭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레를 한번은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린스키 구관과 신관

 

 

 

 

마린스키 극장 입구

 

 

 

 

 

 

 

 

 

 

 

 

 

 

 

 

호화로운 마린스키 극장 내부

 

 이곳 사람들은 공연을 아주 자유롭게 즐긴다. 우리나라와 같이 너무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자유롭다. 공연을 하는 도중에도 공연에 큰 지장이 없으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 공연에 호응을 하면서 즐긴다. 좀 부러운 모습이다.

  

 

 

 

 

 

 

배우들의 무대 인사

 

 

 

마린스키 극장 전경

 

 발레를 보고나니 밤 10시가 된다. 그래도 우리가 러시아를 여행 하는 목적 중의 하나인 발레공연을 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아들놈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길을 걸어 숙소에 간다. 아들도 만족해 한다. 숙소에 돌아와 러시아여행 카페에 발레공연에 대해 올리니 어느 여학생이 자기도 그 공연을 보았다며 댓글을 단다.

 

 늦었지만 시장하여 다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1) - 북구의 베네치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1. 북구의 베네치아 -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네바 강 하구의 101개의 섬과 강 양안에, 바이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피터대제(Peter I the Great)가 러시아를 유럽의 제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야망에 불타 계획적으로 건설한 도시이다. 작은 네바 강과· 큰 네바 강을 비롯한 수십 개의 운하에 놓인 365개의 다리로 연결된 거리는 ‘북방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로 위도가 높아 6∼7월에는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곳인데 나는 8월에 도착하여 백야는 보지 못했으나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태양이 떠 있었다.

 

 이 도시에는 도스토옙스키가 기거하며 글을 썼던 두 장소가 남아 있다. 그 중 센나야(Kaznacheyskaya ul 7, Sennaya)의 좁은 골목에서 그는 죄와 벌을 썼고 그 골목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니 새벽 05:30분이다.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기차 타는 일에 익숙하여 한 열 시간 기차를 타고 오는 일은 이제 아무런 일도 아니다. 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숙소를 찾아 한 시간 정도 시내를 걸어가면서 시내의 모습을 쭉 구경하면서 시내의 모습을 눈에 새겨 둔다. 이 도시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에 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길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숙소가 에르미타주 박물관 근처에 있기에 시내 관광을 하기에는 쉬운 곳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시내 관광을 나선다. 숙소 앞 해군성 건물 앞의 공원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아들과 어떤 일정으로 다닐 것인가를 의논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볼 것도 가야할 곳도 너무 많다. 에르미타주박물관에 한 이틀은 보내야 하고, 마린스키에서 발레도 보아야 하고, 여름궁전에도 가야하고 시간이 너무 빡빡하다. 하여튼 아들놈이 주가 되고 나는 따라 다니는 일만 하면 되기에 아들에 비하여 편하다.

 

 네바 강의 선상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도보로 시내 관광을 나선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숙소에서 안내지도를 얻을 수 있어 그 관광안내도를 참조하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니 다른 도시에서보다는 편하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해군성 건물을 뒤로하고 네바 강 쪽으로 가니 이곳의 가장 유명한 상징물인 거대한 '청동 기마상(Bronze Horseman)'이 있는데 이 도시를 건설한 피터 대제의 업적을 기린 조각상이다. 말을 탄 대제가 조각된 돌은 전설의 '번개 맞은 돌(Thunder Stone)'로 무려 1500톤에 이르는데, 이것을 오직 사람의 힘만으로 6Km나 끌어 핀란드 만에 가져온 뒤 배에 실어 지금의 위치에 옮겨놓았다고 한다.

 

 

 

 

 

해군성 건물

 

 

 

 

해군성 주위 공원

 

 

 

 

피터(표토르) 대제 청동 기마상 : 프랑스 조각가 팔코네가 12년에 걸쳐 만들었다.

 

 

 

 

선상 카페에서 보는 네바 강

 

 

배를 만들고 있는 피터 대제

 

 네바 강안을 따라 걸으면서 에르미타주박물관의 아름다운 외양만 먼저 구경한다. 세계 3대박물관의 하나라고 하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에는 궁전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에르미타주를 지나 운하 가를 걸으면서 푸시킨광장과 ‘피의 성당’을 거쳐 여름정원(summer garden)을 지나서 구 대한제국의 초대영사였던 이범진이 초대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을 찾아간다. 여름의 따가운 햇볕 아래를 걸으면서 찾아가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스리스크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생가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회의가 들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역사적 장소인데 그저 동판 하나만 붙어 있을 뿐이다. 그 건물을 우리가 매입하여 우리 영사관이나 역사적 현장으로 꾸밀 수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지 않는데 우리 조상들의 역사적 현장이 있는지를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찾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하였으니 이 정도의 국가적인 투자로 국민의식을 고양시키는 일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광장과 신관

 

 

 

 

 

 

운하와 운하에서 배를 타는 정류장

 

 

구 대한제국 영사관 표지판 

 

구 대한제국 영사관이 있는 건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여름정원에서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숲속에서 휴식도 취한다. 지금이 여름철인데 러시아 곳곳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들이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 여름 정원에도 신랑과 아름다운 신부가 가족과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며 황금기이다.

 

 

 

 

 

 

 

여름 정원의 풍경과 신랑 신부의 모습

 

 

 

 

 

  

 

피의 사원(Church of the Savior on Blood) :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사원이다. 알렉산드르 2세를 기려 지어진 사원으로 모스크바 바실리 사원을 부분 모방한 사이다.

 

여름정원을 나와 러시아박물관(Russian Museum : Michael palace)을 구경한다.(입장료 350루블) 엄청난 분량의 미술품이 있는데 꼭 볼만한 곳이다. 러시아는 어는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특별한 작품이 아니면 사진을 찍는 것을 막지 않는다. 사진 찍는 비용을 지불하면 특별히 플래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번 러시아 여행에서 수많은 미술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사진을 찍어 온 것도 큰 소득이다.

   

 

 

 

 

 

Russian Museum(Michael palace)의 외부와 내부

 

 

 

 

  

  

 

 

 

 

   

 

 

 

 

 

 

   

   

 

 

Russian Museum(Michael palace)의 전시 작품 : 조각, 조소, 공예품, 성화, 풍경, 현대미술 등 너무나 볼 것이 많다. 그 중에 극히 작은 부분만 보여 드립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도착했기에 오늘은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하고 숙소에 가서 숙박비를 지불하려고 하니 달러는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하며 루블로 바꾸어 오라고 한다. 환전이야 하는 곳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어렵지 않으나, 이상하게도 러시아를 여행하는데 달러를 받지 않고 꼭 루블로 바꾸어 오라고 한다. 현지에서 환율은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좋기에 달러만 있으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지폐가 좀 구겨지거나 더렵혀지면 환전하기가 좀 어렵다. 항상 깨끗하게 지폐를 간직해야 한다. 환전하여 숙박비를 지불하고 숙소의 아가씨에게 슈퍼마켓을 물어 저녁거리를 사러 간다. 러시아도 우리나라와 같이 슈퍼가 비교적 잘 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이용하였다. 가격도 비교적 만족스러웠고 지불은 비자나 마스터로 신용카드가 통용되어 편리하다.

 

 아들놈과 저녁을 만들어 먹고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 아가씨가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온 아가씨다. 지금 혼자서 유럽을 두 달째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오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왔다고 한다. 우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를 황단하고 여행 중이라고 하니 자신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해서 항상 아쉽게 생각하다고 한다. 그 아가씨와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으로 생각한 것이 러시아여행의 정보가 아직 우리에게 대단히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면서 아가씨 혼자서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아가씨며 젊음이 좋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의 여정은 여기까지로 마무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20) -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20. 모스크바 - 아르바트 거리

 

 오늘은 모스크바를 떠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날이다. 이제 여행도 막바지에 들어서니 피곤함과 아울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움직였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하였을 것을? 하는 뉘우침이 다소 있다. 그러나 러시아여행은 이번이 처음이고 별다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부딪히며 여기까지 진행한 것 만해도 우리 스스로 만족하기도 한다. 다음에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더 계획을 잘 짜서 충실하게 다닐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미리 한국에서 예매한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열차표를 받기 위해 지하철로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으로 간다. 모스크바는 러시아 각지에서 열차가 들어오고 여러 곳으로 나가기 때문에 역이 여러 곳에 있다. 항상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 가를 잘 알고 역을 찾아가야 한다. 예약한 표를 발급받으려고 역무원에게 예매권을 내미니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그런데 역시 젊음이 좋은 것이다. 아들놈이 눈치를 채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여 따라가니 무인발권기에서 발급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코드가 찍혀 있어 무인발권기에 바코드를 대니 열차표가 발권된다. 여태까지 다른 역에서는 역무원이 발권을 하여 주었는데 모스크바에서는 다르게 발권을 하여 조금 당황한다.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과 무인발권기

 

 발권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붉은 광장으로 간다. 붉은 광장을 몇 번이나 가는지를 모르겠으나 붉은 광장에 있는 레닌의 묘를 아직 보지 못하여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에 레닌 묘를 보러 간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신과 같이 추앙을 받는 레닌은 죽은 뒤 시체가 방부 처리되어 살아 있는 모습과 같이 보존되고 있다.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사진은 전혀 찍을 수 없게 하였고, 레닌 묘 주위에는 과거 구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나 공산당의 주요 인물들의 흉상이 서 있다. 레닌의 묘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쭉 늘어서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니 레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레닌 묘를 구경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

 

 

 

 

 

 

레닌 묘와 묘 주위 

 

 레닌 묘를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러시아 최고의 젊음의 거리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Arbat Street)로 간다. 아르바트 스카야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면 국립도서관이 있고 그 앞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동상이 있다. 스탈린에 의해 타락한 자본주의의작가로 낙인 받았으나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다시 그의 동상이 등장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우리나라의 홍대와 명동, 인사동 거리가 복합적으로 뒤섞인 거리라 할 수 있겠는데 오늘 날 러시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거리라고 하지만 외국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거리로 여겨진다. 이 거리에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고, 거리의 악사나 화가들, 또 잡다한 물품을 파는 상인들이 섞여 있다. 헌 책을 파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며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자본주의의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거리를 걸어가면 러시아 젊은이들의 자유를 상징한다는 고려인 3세 빅토르 최(Viktor Tsoi)의 추모의 벽을 볼 수 있다. 그는 ‘러시아 록 음악의 시조’라고 인정받으며 구소련 말에 저항과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불러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으나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는데 오늘 날까지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가 숨진 후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는 추모의 벽이 설치됐고 지금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러시아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그를 추모하는 스피어 쏘야 벽은 그에게 바치는 헌사와 낙서가 새겨져 있으며 아직도 변함없이 담배 한 개비를 피워 향으로 대신하며 그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TV를 통해 소개되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러시아 국립 도서관과 도스토예프스키 동상

 

 

아르바트 거리 입구

 

 

 

 

 

 

 

 

아르바트 거리의 여러 풍경

 

 

 

 

 

 

빅토르 최(Viktor Tsoi)의 추모의 벽

 

 

 

아르바트 거리 표시판

 

 거리를 따라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여유를 즐기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미국식 햄버거 집 Shake Shack이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아들이 말하기를 이 점포는 우리나라에도 이제 막 들어오는 브랜드라고 한다. 러시아가 아니 이 거리가 빠른 속도로 서구화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햄버거 가게와 같은 메뉴를 팔고 있어 오랜만에 햄버거와 감자 칩으로 한 끼를 때운다.

 

 

 

 

 햄버거 집 Shake Shack

 

이 아르바트를 거리를 걸어가니 푸시킨이 살았던 집이 있다. 아들놈이 푸시킨을 좋아한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푸시킨이 살은 집을 구경하러 들어갔으나 외부만 볼 수 있을 뿐 내부를 볼 수 없게 하여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 선다. 그 집 앞에는 푸시킨 부부의 흉상을 세워 놓아 아쉬움을 달래게 한다.

 

 

 

 

 

 

푸시킨이 살았던 집

 

 이 거리를 따라 걸으면 러시아 외무성의 웅장하고 장엄한 건물을 볼 수 있다. 1940∼1950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로 모스크바를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모양의 웅장한 건물을 자주 보는데 똑 같은 건물이 7개나 모스크바 각지에 산재해 있다. 모스크바대학이나 힐튼호텔의 건물도 같은 건물로 과거 구소련의 위용을 과시하는 건물이다. 그래서 잘못 보면 거리를 오산할 수도 있다.

 

 

 

 

모스크바 외무성 건물

 

 

 

 

 

 

모스크바 거리와 동물원

 

 아르바트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 모스크바를 정처 없이 걷는다. 걸으면서 모스크바의 여러 모습을 본다. 동물원, 옐친이 사임한 곳으로 알려진 화이트 하우스 그리고 펼쳐지는 시내의 여러 건물의 모양을 즐기며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레닌그라드 모스크바 역으로 간다. 역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상트 페테르부르크행 기차에 탑승하여 다시 열차에서 하루 밤을 잔다.

 

 모스크바여 안녕! 아름다운 모스크바가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하는 러시아여행(19) - 모스크바의 야경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19. 모스크바 - 카페 푸시킨과 모스크바 야경

 

 모스크바 크렘린 주변에는 볼 것이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 오늘은 러시아 왕가박물관을 구경하러 간다. 왕가박물관은 정해진 인원만 한정된 시간에 입장시키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둘러 크렘린으로 간다. 크렘린에 입장하는 곳과는 다른 곳에서 왕가박물관(Armory Chamber)으로 입장하여 러시아 왕실의 호화로운 보물들을 관람한다. 입장료가 700루블이나 하는 비싼 곳이다. 그런데 학생은 할인하여 200루블을 받으니 반드시 국제학생증(ISIC)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앞에서도 한번 이야기했듯이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대단히 쓰임이 많다. 그런데 왕가박물관 내에서 다이아몬드를 전시하는 전시실은 또 다른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귀중한 보물인지 한정된 입장권을 또 구입하라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사진은 일절 찍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왕가박물관의 아름다운 건축미와 보물들은 우리 눈을 매우 황홀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크렘린 안내도

 

 

 

왕가박물관 입구와 개장시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오벨리스크와 동상

 

 왕가박물관을 구경하고 수차 지나친 볼쇼이극장을 구경하러 간다. 볼쇼이는 8월에 공연은 멈추지만 볼쇼이투어가 있다고 하여 구경을 하러가니 우리뿐만 아니라 다름 외국인도 제법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투어를 하지 않는다. 다른 외국인도 의심스러워 이곳저곳을 흘낏거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볼쇼이는 8월에는 모든 일정을 멈추어 버리고 휴가를 간다는 것이다. 결국 모르는 것이 죄라 볼쇼이극장 내부를 구경하지 못하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아들놈이 어디에서 듣고 알았는지 ‘푸시킨 카페(Cafe Puccikin)’에 꼭 가서 식사를 한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꼭 그 지역의 유명한 음식점은 한번씩 들러보기로 했고, 또 나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까지 와서 그 정도의 소원이야 들어주어야 애비로서의 권위도 있고 해서 찾아가자고 하여 구글 지도를 펼쳐서 길을 찾아 나서 카페에 도착한다. 아들놈이 생각보다 더 길을 잘 찾아 다녀서 내가 편하다. 카페는 상당히 오래된 건물로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안에 들어가니 예스러운 멋이 풍기는 곳으로 메뉴표를 보니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아들놈도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점심특선이 있다는 것을 보고 시키는데 두 종류의 음식이 나오는 코스와 세 종류의 음식이 나오는 코스가 있다.(한 종류 당 310루블) 세 종류 코스로 점심을 먹고 한가로이 시간을 즐겨 본다.

 

 

 

 

카페 푸시킨의 간판과 건물 외양

 

 

 

 

 

카페 푸시킨 메뉴표와 내부

 

 

카페 푸시킨에서의 점심

  

 

 

 카페 푸시킨의 천정화

 

 점심을 먹고 별다른 목적지도 없이 모스크바 시내를 구경한다. 시내의 곳곳에는 수 많은 동상들이 있고, 작은 공원과 동물원, 여러 곳의 공연장 그리고 시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아름다운 건물을 구경하고 오늘은 모스크바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서 일찍 숙소에 들어가서 쉬었다가 밤에 나가기로 아들과 의논한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거리에 살수차가 자주 다니면서 물을 뿌려 도시의 기온을 식혀주고 있다.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숙소로 가는 도중에 근처에 있으면서 그냥 수차 지나온 성당을 구경하기로 하고 들어간다. 러시아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성당인데 무심결에 그냥 지나쳤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의 하나로 굉장히 고풍스럽다. 그리고 아직 이 성당에서는 종교의식이 거행되고 있는 성당이다.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이러한 일이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하면서 얻는 오는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광안내도만 보고 구경하면 실제로 그 도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많다. 뜻밖의 보물을 즐겁게 보고 숙소로 간다.

 

 

 

 

카페 푸시킨 앞 공원에 있는 러시아국영철도 발달의 역사 

 

 

 

 

 똑 같은 건물이 7개  있다는 건물(힐튼호텔, 러시아 외무성, 대학 등등....)

 

 

영화관

 

 

 

거리를 식혀주는 살수차

 

 

 

 

 

이름을 모르는 소공원

 

  

 

 

 

 

 

 

 

 

 

 

러시아 미술관 앞에 있는 성당의 모습과 안내도(러시아어로만 적혀 있어 좀은......)

 

 숙소에서 일찍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모스크바의 야경을 구경하러 붉은 광장에 간다. 우리와 함께 숙소에 있는 다FMS 나라의 관광객들은 모두들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야경을 즐기러 밤에 나다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만 치안이 불안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밤에는 나가지 않으려 한다. 물론 낮에 관광을 즐기다가 피곤하여 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모스크바의 야경은 꼭 보라는 말이 있듯이 모스크바의 밤은 낮과는 다르게 아름답다. 붉은 광장으로 가는 길에 볼쇼이극장 앞에 지하도가 있다. 이 지하도에는 저녁이 되면 젊은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을 하고 미술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처음에 이곳을 지날 때 깜짝 놀랐다. 첼로 3중주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인데 별로 음악적 소양이 없다고 생각되는 내가 듣기에도 그 웅장한 소리가 귀를 놀라게 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소리가 좋은가 하고 의문을 품어 보았는데 아마도 이 지하도가 공명판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아주 어리게 보이는 젊은이들이 바이올린 3중주를 연주하고 있다. 잠시 그들의 연주를 즐기다가 연주가 끝나고 감상의 대가로 약간의 돈을 지불한다. 아들놈이 유럽을 여행할 때 꼭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를 들으면 고마움의 표시로 약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붉은 광장은 낮과는 달리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불빛 아래서 빛나고, 크렘린이나 바실리 성당, 굼백화점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붉은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아름다운 밤경치를 즐기고 있다. 그들은 한가롭게 모스크바의 야경을 떠들썩하게 즐기고 있다. 우리도 야경을 즐기고 있는데 한국인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하도에서 : 거리의 악사

 

 

붉은 광장 지하철역

 

 

붉은 광장 옆의 호텔

 

 

 

 

 

 

 

 

 

 

 

 

 

 

 

 

 

 

 

 

 

붉은 광장에서 보는 밤의 모스크바

 

 

 

 

 

야경을 즐기는 필자

 

  

 

 

 

 

 

 

 

 

 

 

 

모스크바의 야경

 

 

 

 

모스크바 지하철 역의 아름다운 모습

 

 붉은 광장을 벗어나 모스크바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야경을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24:00가 벌써 지났다. 그런데 숙소에는 아무도 없다. 말레이 청년도 태국의 청년도 또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두 모스크바의 밤을 즐기려고 나간 것이다. 새롭게 한 손님이 있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 보니 벨기에에서 왔다는 아가씨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