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평화의 길 31코스(진부령미술관 - 흘2리안심회관 - 흘리임도 - 소똥령마을)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평화의 길 31코스는 진부령미술관 앞을 출발하여 흘2리안심회관을 지나 흘리임도를 걸어 이름도 이상한 소똥령마을까지 가는 14.5km의 길이다.

 

31코스 시작점 안내판

 

 진부령미술관 옆에 향로봉 전투를 기념하는 것 같은 큰 그림판이 있어 사진을 찍고 있으니 젊은 병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다가와서 군 시설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며 지우하고 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사진 찍는 것을 조심했는데 이곳은 괜찮은 것 같아 찍었는데 안된다는 것이다. 그 병사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니 무어라 말할 수도 없이 지우고 휴지통에 있는 것까지 모두 지웠다. 아주 철저하게 관리를 하면서도 정중하게 말하는 모습이 기분이 나쁘지 않고 좋았다.

 

 진부령미술관 바로 옆에 진부령 정상석이 있다. 진부령(陳富嶺)은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 520m로 국도 제46호선(고성~인천)이 통과한다. 무엇보다도 거진, 간성 등 동해안 북단으로 가는 데는 이 도로가 편리해서 요즈음도 많은 차량이 지나간다. 진부령이 인제와 고성의 경계라고는 하지만, 정확한 군 경계는 진부령 정상이 아니라 남쪽에 있는 군계교다. 진부령 정상에 있는 흘리가 고성군 간성읍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에 있는 진부령미술관은 인제군 소속이다.

 진부령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며, 이곳을 찬미하여 부르는 진부령 아가씨라는 노래도 있다. 이곳은 다른 관광지들과 함께 설악권의 핵심관광지를 이루는 곳이다.

 

진부령 정상석

 

 진부령 정상석 바로 아래에 향로봉지구전투전적비가 있다. 평화의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전투전적비를 보았다. 그만큼 이곳 일대가 6.25 한국전쟁의 격전지였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향로봉전투(香爐峰戰鬪)1951814일부터 동부전선의 미 제10군단과 국군 제1군단이 함께 진행한 포복작전(Operation Creeper)’ 중의 한 전투였다. 6·25전쟁이 교착전 단계로 접어든 직후 국군 수도사단과 제11사단이 향로봉 북쪽의 주요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924, 884고지의 북한군을 격퇴하고 남강 선으로 진출한 공격전투다

 국군 제1군단은 818924고지를 목표로 수도사단을, 884고지를 목표로 제11사단을 각각 공격에 투입하였다. 수도사단과 제11사단은 견고하게 진지를 구축해 놓고 저항하는 북한군을 공격하는 동안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 사단은 유엔 해군의 함포 지원까지 받아가며 지속적인 공격을 감행하여 북한군을 격멸하였다.

수도사단은 2308시경에 공격목표인 924고지를 점령하였으며, 11사단은 4번에 걸친 뺏고 빼앗기는 격전 끝에 827884고지 일대를 완전한 장악에 성공하였다.

이 전투로 북한군은 큰 타격을 입고 남강 북쪽으로 후퇴하게 되었으며, 국군은 향로봉 일대의 주요 고지를 모두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오늘의 광범위한 중동부 일대를 수복하는데 혁혁한 공훈이 되었으며 전 장병들의 영웅적인 전투는 높이 찬양되었다. 이 지구의 전투에서 장렬하게 호국의 신으로 산화한 전몰장병의 명복을 빌며 자손만대에 길이 그 위훈을 전하고자 향로봉지구전투전적비를 건립하고 이를 기념하였다.

 

향로봉지구 전투전적비

 

진부령 전상에서 보는 설악의 단풍

 

 진부령 정상에서 31코스와는 반대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백두대간진부령 비와 '진부령 아가씨' 노래비가 있다. 코스와는 조금 어긋나지만 잠시 들렀다가 가기로 하고 그곳으로 발을 옮겨 구경하고 다시 원래의 코스를 향해 걸었다.

 

백두대간진부령 비와 '진부령 아가씨' 노래비

 

 31코스를 따라 걸으니 마산봉으로 가는 약간 오르막길이 나오고 조금 가니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이라는 곳이 나왔다. 어떤 곳인가> 하고 올라가 보니 백두대간을 종주한 단체가 자신들의 조그마한 기념비를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별다른 특색이나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잠시 보고 지나쳤다.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

 

 흘리마을로 난 길을 따라가니 스키장의 부대시설인 가게들의 간판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폐업한 상태로 문을 닫고 있었다. 이곳은 알프스스키장이 번창하던 때는 겨울에는 사람들로 번잡한 곳이었는데 완전히 폐허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최북단 고성군 간성읍 흘리 106-28 진부령에 있었던 알프스스키장 또는 알프스리조트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장이었다. 국내 스키장의 효시로 자연 설로 만들어져 스키어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여 스키 인구가 많지 않던 1980년대 평창 용평스키장과 함께 국내의 많은 스키인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곳이지만, 수도권 일대에 많은 스키장이 만들어지면서 경영 악화에 2006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고, 20년 가까이 방치돼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1990년대에 집의 아이들이 어릴 때 이곳에서 스키를 탔던 추억이 있어서 더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1990년 개장한 한국스키박물관도 함께 있었으나 2006년 스키장 폐장과 함께 방치되어 있다. 현재 휴장 상태로 재개장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지금은 사람 발길이 뚝 끊긴 폐허가 됐다.

 이곳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부딪히게 될 고단한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바로 지독한 등산 열풍이다. 오늘도 마산봉(1,052m)을 통과한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스키장을 가로지르고 진부령을 넘어 칠절봉(1,172m)을 오른 후 북으로 향로봉(1,296m)을 향해 걷는다. 일반인이 평상시에 갈 수 있는 백두대간 남한 구간 684km 종주의 마지막 지점이다. 이 이후로는 진부령 정상에서 출발하여 향로봉을 지나 금강산 방향으로 진행되기에 통일 이후에나 걷는 것이 가능하다.

 

길가의 아름다운 단풍

 

퇴락한 알프스 리조트

 

마산봉 등산로 안내판

 

 거의 폐허가 된 알프스 리조트를 지나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멀리 설악의 단풍든 모습을 즐겼다. 산속에서 보는 단풍은 나무 한 그루마다 물든 모습을 보지만 멀리서 보는 단풍으로 물든 산 전체를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산 전체를 초록이 아니라 여러 색이 혼합되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광경은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흘리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서 멀리 진부령유원지 뒷산이 단풍이 물든 모습은 이 길을 걸으면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풍경이었다. 한참을 단풍 구경을 하면서 임도를 걸어 내려갔다.

 

흘리임도 표시

 

백두대간 안내판

 

멀리 보이는 진부령 유원지 일대의 단풍

 

 흘리임도를 내려오니 소똥령마을로 가는 길이 나왔다. 먼저 소똥령 숲길이 나오고 도로를 따라가니 마을이 나왔다.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와 장신유원지 사이에 높지 않은 고개에 있는 소똥령마을은 백두대간의 진부령 중턱에 위치하는 산촌마을로 남쪽 금강산 1봉 신선봉, 2봉 마산봉, 3봉 향로봉에서 쏟아지는 계곡들이 모이는 장신유원지에 부근에 위치한 마을이다. 진부령계곡의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마을을 돌아 흐르고 있으며, 금강산 권역 향로봉 자락의 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전형적인 산골의 농촌 마을로, 고성군 유일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이며 농협 팜스테이 마을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농촌생활의 묘미를 실감할 수 있다. 농촌체험과 함께 캠핑장을 비롯한 마을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부녀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농촌 밥상 메뉴도 있다.

 

 소똥령은 고성군 간성읍 장신리에 있는 고개로, 진부령과 함께 간성과 인제를 잇는 주요 교통로로, 과거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였던 곳이라 한다. 소똥령의 유래는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눠 산이 소똥 모양이 됐다는 설과 산의 형상이 소똥처럼 생겨서 붙었다는 설, 그리고 동쪽의 작은 고개라는 뜻의 소동령이 변해 소똥령이 되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소똥령숲길 안내판

 

소똥령마을 가는 길

 

 

 소똥령마을 표시판이 있는 장신2리경로당에서 31코스는 끝이 났다. 경로당 2층에 소똥령마을기록관이 있어 올라가니 문을 잠가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왜 문을 잠갔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방해서 누구든지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을터인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31코스는 설악의 외곽을 돌면서 아름다운 설악의 단풍을 즐기며 너그럽게 걸은 코스다. 경로당 앞 정자에 앉아서 가지고 다니는 음식으로 가볍게 점심을 먹고 다음 코스로 발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