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평화의 길 24코스(국제평화아트파크공원/평화의댐 - 오천터널 - 종점상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평화의 길 24코스는 국제평화아트파크공원에서 오천터널을 지나 화천을 벗어나 양구로 들어가서 종점상회에서 끝나는 15.2km의 길이다.

 

24코스 시작점 안내판

 

 

 국제평화아트파크를 지나서 걸어가는 길은 아주 단조롭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고 간혹 지나가는 차들만 있는 도로가에 나 있는 인도를 따라 걷는다. 그래도 이길에는 안전을 위해서 인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 고맙게 여겨졌다. 아무런 다른 특징이 없는 고갯길을 제법 걸어가니 오천터널이 보인다. 터널 위의 길을 돌아가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이고, 두루누비의 안내에는 오천터널 1.5km를 차량으로 이동하라고 되어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안내인지 모르겠다. 대중교통이 있는 길도 아니고 길을 걷는 사람이 차량을 가지고 길을 걷지는 않는다. 그러니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고 터널을 그냥 통과한다는 후기를 보기도 했다. 물론 차량 통행이 드물기에 조금만 조심하면 크게 위험한 터널도 아니니 가능한 일이다. 나도 이 터널 입구에서 걸어서 터널을 통과하려고 마음을 먹고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잡아 도움을 청해 보기로 했다. 길가에서 손을 들고 차를 세우니 몇 대의 차들은 전혀 괴이치 않고 그냥 지나쳤다. 포기하고 걸어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지나가는 차가 있어 손을 들고 흔드니 세워 주었다. 그래서 터널만 통과시켜 주기를 요청하니 서슴지 않고 타라고 하였다. 차를 타니 60 정도 되어 보이는 여인 둘이 차를 타고 가다가 나를 태워준 것이었다. 그 여인들과 차를 타고 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터널을 건너서 내려 달라고 하니 좀더 타고 가라고 하다가 내가 걷기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내려 주었다. 그 여인들 덕분에 편안하게 그리고 시간도 절약하며 터널을 지났음에 지금도 그 여인들에게 감사한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거나 친절을 베푸는 일은 자신의 복을 쌓아가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으면 더 좋을 것이고 그와 같은 친절은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가며 보는 풍경

 

오천 터널 입구

 

 오천터널을 통과하여 다시 길을 걸으니 먼 산에는 자작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 시베리아를 여행하면서 본 자작나무와는 비교되지 않는 작은 나무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먼 산의 자작나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계속 가니 인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중간에 카페가 눈에 띄였다. 이 외진 곳에 카페가 있다는 것도 신기해서 들어가 커피를 한잔 주문하니 60살이라는 주인이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지고 다니는 빵을 먹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해서 빵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도시에서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연을 벗 삼아 살면서 마음도 생각도 여유로워지고 따뜻한 인정도 더 크게 마음속에 생겼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서니 한 시간 정도 빨리 종착점인 종점상회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절약한 것은 오천터널을 차로 통과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4코스의 종착점인 종점상회

 

 원래는 숙박을 오미리에서 하려고 했으니 이곳에 민박집이 있어 숙박하기로 하고 저녁 먹을 곳을 물으니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외막국수'라는 집이 있다고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몸을 씻고 잠시 쉬다가 그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시골 식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식이 맛이 있고 양도 푸짐하게 주어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미막국수 집

 

 24코스를 끝내고 아무도 없는 민박집에서 혼자서 편안하게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의 길은 우리나라의 민간인이 걸을 수 있는 가장 북쪽의 길을 걸은 것으로 호젓하게 조용히 걸은 편안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