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27코스(태평염전 - 우전해변 - 증도면사부소)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27코스는 태평염전에서 출발하여 우전해변을 지나 짱뚱어다리를 건너 증도면사무소에 도착하는 14.3km의 짧은 길이지만 증도의 참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길이다.

 

27코스 안내판

 

 증도라는 지명은 처음에는 물이 귀하여 물이 '밑 빠진 시루'처럼 스르르 새어 나가 버린다는 의미의 시루섬이었는데 한자로 시루 증() 자를 써서 증도(甑島)라 하였다.

증도는 원래 앞시루섬과 뒷시루섬 그리고 우전도 3개의 섬이었으나 앞시루섬과 우전도가 간척으로 합해져 전증도가 되고 뒷시루섬이 후증도가 되어 2개의 섬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두 섬 사이를 간척하여 하나의 섬으로 합쳐져서 오늘날 '더한 섬, 늘어난 섬'이라는 뜻의 증도(曾島)가 된 것이라 한다.

신안 증도는 슬로시티라는 슬로건과 어울리게 천천히 둘러보는 섬이다. 소금 창고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이곳 갯벌 염전은 증도가 세계슬로시티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 증도의 갯벌도립공원은 우전해변에서 화도까지 광활하게 연결된다. 물이 빠지면 짱뚱어, 농게, 칠게 등 여러 어종이 뛰어 놀고 있는 모습이 펼쳐진다. 우전해변을 운치 있게 거니는 방법은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 '한반도 해송 숲'을 한가롭게 거닐며 느림의 아름자움을 즐기는 것이다.

 

  26코스가 끝나는 곳의 태평염전 주변을 찾아보아도 27코스의 안내판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답만 돌아와서 주변을 조금 돌아다녀서 찾아보니 소금밭전망대 올라가는 길가에 감추어져 있다.

 

소금향카페에서 보는 풍경

 

소금항구 표지판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하여 소금향카페에서 요기를 하려고 카페에 들어가 주문을 하니 음식을 점심부터 판매한다고 하여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주변의 풍경을 한가롭게 즐겼다. 이 증도는 예전에 수차 왔던 곳이어서 감회가 새록새록 나서 추억을 되살려 보는 것도 좋았다.

 

소금향카페

 

태평염전 간판

 

소금박물관

 

 갯벌 염전에는 소금 창고들이 가지런히 늘어섰다. 그 길이가 3km에 달한다. 이곳 갯벌 염전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 전체가 약 460로 여의도 면적 2배에 가깝다. 태평염전 전체가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증도를 아시아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하며, 인류의 생명을 위해 갯벌 염전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

 태평염전 길 끝자락에는 소금박물관과 염전체험장이 있다. 소금박물관은 초창기 창고로 쓰던 곳을 박물관으로 단장했다. 소금의 역사와 세계의 소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여기까지 온 길에 소금가게에 들러 천일염을 사서 지인들에게 보내려고 주문을 하니 택배가 밀려서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소금을 사재기한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여기에서 실감을 하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소금가게

 

소금밭전망대 올라가는 길

 

소금밭전망대에 오르면 염전과 식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둑판처럼 연결된 소금밭에 세모 지붕 창고들이 늘어섰고, 그 뒤로 바다가 이어지는 풍경이다. 전망대 아래는 소금가게, 소금레스토랑, 소금동굴힐링센터 등 소금을 테마로 한 공간이 조성되었다. 여기에서 보는 해넘이가 장관인데 내가 지나가는 시간은 해넘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오전이었다. 전망대에서 예전에 이곳에서 보았던 해넘이를 생각하며 넓게 펼쳐진 소금밭을 바라보았다.

 

소금밭전망대에서 보는 소금밭

 

소금밭 낙조전망대

 

 소금밭전망대를 내려와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염전의 소금밭을 따라가면 소금밭과 염막이 줄지어 서 있다. 태평염전의 따라가며 해안과 농촌 길을 지나가니 유명한 엘도라도 입구에 도착한다.

 

태평염전의 모습

 

 

 엘도라도 입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방이 붙어 있다. 주변에 식당이라고는 찾을 수 없어 슈퍼에 들어가 즉석 밥을 사서 대강 끼니를 때웠다. 슈퍼 주인과 이야기를 하여 보니 증도도 예전과 달리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제 증도 이외에도 관광지기 많이 개발되어 다른 곳으로 관광객이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도 안에 식당이라든지 숙박업소 등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름에 맞추어 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게 여겨졌다.

 

증도 엘도라도

 

 엘도라도를 돌아가면 탁트인 해변이 나타난다. 우전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왼쪽을 바라보면 엘도라도라는 전망이 좋은 리조트가 있다. 엘도라도는 보물섬, 황금도시를 뜻한다. 해수욕장에는 파라솔과 함께 벤치가 있다. 백사장에 설치된 파라솔과 선 베드는 마치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우전해변을 제대로 걸으면서 즐기는 방법은 해변 백사장을 따라 걷다가 오른쪽의 해송 숲길로 올라가서 걷는 것이다. 해변과 나란히 들어선 해송 숲길은 소나무 10만여 그루가 우거져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아 '한반도 해송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솔숲은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된다. 솔숲을 거닐며 해넘이의 바다를 바라보면 시간은 느리게 흘러 걷기에 방점을 찍는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걷는 시간이 아니다.

 

우전헤수욕장 풍경

 

한반도 해송숲

 

 우전해변을 걸어 나가면 유명한 짱뚱어다리가 나온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다리는 이제 증도의 명물이 됐다.

 

 이 다리는 2005년 증도의 갯벌 생태자원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길이 470m의 짱뚱어다리에서는 증도 갯벌의 생명력을 관찰해 볼 수 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짱뚱어가 많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보이지가 않았디. 짱뚱어는 물이 빠지면 구멍에서 나와 갯벌 위를 살살 미끄러지듯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양식이 안 되는 어종이라 짱뚱어만큼은 순 자연산이다.

 이 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여행을 온 대여섯의 관광객을 만났다. 그들이 왜 다리 이름이 짱뚱어다리인지 의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서 예전에는 여기에서 짱뚱어가 뛰어 노는 모습을 흔하게 볼 정도로 짱뚱어가 많이 보였다고 이야기해 주니 수긍을 하였다.

 

짱뚱어다리 주변의 풍경

 

 

 짱뚱어다리를 건너 증도면 안으로 들어가니 초등학교와 여러 건물들이 나오고 면사무소가 나온다. 여기가 27코스의 끝이다. 시간상으로 아직 이른 시간이라 면사무소에 들어가 차가운 불을 얻어 마시고 물도 보충하여 다음 코스로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