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달성 하목정(達城 霞鶩亭) - 배롱나무의 아름다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여름이 되면 길가에 배롱나무가 꽃을 피운다. 예전에는 백일홍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던 배롱나무는 목백일홍으로도 불린다. 여름이 되면 배롱나무꽃이 보고 싶어 여러 곳을 가 보았는데 이번에는 경상북도 달성의 하목정을 목적지로 하고 집을 떠났다.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보이는 마을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 제2053호인 하목정은 임진왜란의 의병장 낙포(洛浦) 이종문(李宗文)이 선조 37(1604)에 세운 정자로 안채와 사당을 갖춘 사대부집의 규모다. 원래는 사랑채였으나 안채가 없어진 후 정자가 된 하목정의 현판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서 잠깐 머물렀던 인조가 직접 써준 것이다.

 하목정 이름은 당나라 시인 왕발의 등왕각서 滕王閣序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아가고(落霞與孤鶩齊飛), 가을 물은 먼 하늘색과 한 빛이네(秋水共長天一 色)’라는 시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붉게 물든 노을 속으로 검은 점으로 날아가는 따오기라는 정자 이름에서 한 폭의 수채화를 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감을 느낄 수 없다.

 

 사당 앞의 400여 년 수령의 배롱나무는 지나온 세월의 표현인지 가지가 바닥을 기어가면서 사방으로 뻗어 사당 앞마당이 배롱나무에 의해 공간을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데 여름에는 빨간 꽃들이 사당을 온통 뒤덮어 감싸고 있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없는 배롱나무의 멋들어진 어울림을 느낄 수 있다.

 

하목정 입구 설명판

 

하목정 전경

 

 하목정의 문을 열어 놓은 곳은 사진 액자와 같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인생 사진을 찍고 있다. 창틀 아래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기 쉽도록 발 받침대를 마련해 놓아 편리하게 앉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조그마한 일이지만 배려심이 돋보였다. 사진을 찍는 여인들은 대개가 뒷모습을 보인다. 왜냐하면 정자 문틀에 걸쳐 앉아 뒤의 배롱나무를 보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하목정 정자와 배롱나무

 

사당의 배롱나무

 

사당에서 보는 낙동강 방면

 

사당의 수령 400년의 배롱나무

 

사당의 배롱나무

 

하목정의 모습

 

 하목정은 조그마한 정자이지만  정자에서의 첫인상은 소쇄하다는 느낌으로 맑고 깨끗했다. 정자에 앉으면 서쪽 들창문 사이로 멀리 낙동강 물이 보인다. 정자 뜰에는 목백일홍이 여러 그루 있다. 백일홍이 꽃을 활짝 피운 여름 풍경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뜻밖의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보며 즐겼다.

 

 첨언하면 하목정을 나오면 바로 식당가가 나온다. 민물장어 집이 늘어서 있는데 맛이 상당히 좋고 장어도 통통하게 살이 찐 것으로 먹고 즐길 만하다. 물론 개인의 식성에 다라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