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달성 삼가헌 고택(達城三可軒古宅) -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 하엽정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104호인 삼가헌은, 조선후기 주택으로 넓은 터에 대문간채, 사랑채, 안채, 별당, 연못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가헌은 박팽년의 11대 손인 성수(聖洙)1769년에 이곳에 초가를 짓고 자기의 호를 따라 삼가헌이라 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 뒤 1826년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었다. 별당인 하엽정(荷葉亭)은 연꽃잎의 정자라는 뜻으로 1826년 집을 지을 당시 많은 흙을 파낸 자리에 연못으로 꾸며 연을 심고 파산서당을 앞으로 옮겨 지으면서 하엽정이라 당호를 붙였다.

 

 삼가헌(三加軒)이라는 이름은 중용에서 나왔다. 자세한 것은 생략하고,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천하를 다스릴 , 작록을 거부하는 . 칼날을 밟을 수 있는 것은 ))을 모두 갖추었다는 것이다.

 

 삼가헌은 크게 살림채 영역과 별당채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살림채 영역은 다시 문간채, 사랑채, 중문채, 안채, 곳간채로 나눌 수 있고, 별당채 영역은 하엽정과 인공연못으로 이루어진다. 살림채와 별당채는 담장을 가로질러 나누고 여기에 일각대문을 내어 두 영역을 연결했다.

 

삼가헌 안내도

 

삼가헌 전경

 

사랑채 전경

 

 삼가헌에서 가장 풍정이 아늑하고 청신한 곳은 정자와 연당으로 이루어진 별당채이다. 하엽정은 원래 4칸 규모의 1자형 건물이었는데 앞에 누마루를 한 칸을 늘여 붙였다고 한다. 연못은 앞쪽으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이고 가운데 원형 섬이 있고 섬까지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이 별당은 원래 서당으로 쓰던 곳으로 앞에는 <하엽정>이라는 당호와 함께 <파산서당 巴山書堂>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연못에 연이 있고 정자 이름 또한 연잎이 있는 정자이니 이곳은 아무래도 연꽃 필 무렵 찾아오면 제격이겠지만 무더운 여름날 하엽정 툇마루에 걸터앉아 연잎 무성한 연당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유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곳이다. 연잎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속으로 연잎에 돋는 구슬방울들이 또르르 굴러드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엽정 연꽃은 8월에 핀다.

 

하엽정의 외나무 다리

 

하엽정

 

하엽정의 여러 풍광

 조그마하지만 무언가 정감어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하엽정이 내 마음 안에 들어왔다.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옛 정원도 보았지만 하엽정이 색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하엽정 정자에 앉아 연못에 핀 연꽃을 바라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엽정을 구경하는 도중에 여기에 기거하는 것 같은 젊은이를 보았다. 이런 풍광을 매일 즐기는 그 젊은이가 너무 부러웠다.

 

사랑채 설명

 

 사랑채 대청 위로는 벽마다 현판이나 편액이 하나씩 걸렸다. 작은 사랑으로 통하는 정면 벽 위에 길게 가로 걸린 현판은 한참을 보아도 무슨 글귀인가하고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데,  禮義廉恥孝弟忠信’(예의염치효제충신)이란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1682)의 글씨로 오래 눈길이 머물게 한다. 사분합문이 있는 오른쪽 대들보 위로는 사랑채의 당호(堂號) ‘三可軒’(삼가헌)이란 글씨가 높직하게 걸려 있다.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크지 않은 글씨이면서도 묵직한 무게가 배어 있는 글씨다. 그리고 왼쪽 벽에 붙은 것이 김경집(金景集)이라는 사람이 쓴 삼가헌기’(三可軒記). 그 내용을 훑어보면 집 이름에 담긴 뜻이 대충 드러난다.

 

사랑채의 여러 모습

 

바깥에서 보는 하엽정의 모습

 

삼가헌 전경

 

 길을 가다가 입구에서 표지를 보고 들어간 곳인데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크지 않은 정원이 너무나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았다. 마치 신선이 내려와 살고 있었던 고으로 착가할만큼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었다. 크고 웅장한 정원이 보기에는 좋을 것 같지만 작고 소박한 정원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겨지리라고 생각이나 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