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영산 - 태백산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오랫 동안 오른다는 생각만 하면서 가지 못했던 태백산을 모처럼 오르려고 집을 떠났다. 친구들과 울진에서 만나 금강소나무숲길을 걷고 삼척 무릉계곡으로 모임이 정해졌기에 겸사하여 일찍 출발하여 태백으로 향했다. 예전에 태백산을 오를 때는 항상 겨울이라 모진 바람과 눈에 고생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비가 와서 좀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왕 마음을 먹은 것이라 비가 오는 도중에도 집을 떠났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남부지방에는 제법 많은 비가 오지만 중부에는 큰 비는 오지 않을 곳이라는 예보를 믿고, 부산에서 출발하여 울진을 거쳐 태백으로 가는 도중에 비는 계속 조금씩 오고 있었다. 태백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유일사입구로 가니 비가 좀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길을 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에 산을 향해 길을 떠났다. 평일이고 비가 오기 때문인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 혼자만이 호젓하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앙부에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으로, 높이 1,566.7m인 장군봉을 주봉으로 하는 .태백산맥의 종주(宗主)이자 모산(母山)으로 삼신산 가운데 하나인 산으로 알려져 있다.정상부에는 고산식물이 많이 자생하며 특히 국내의 대표적 주목 군락지로 유명하며,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매년 눈 축제가 개최된다. 함경남도 원산의 남쪽에 있는 황룡산(黃龍山)에서 비롯한 태백산맥이 여러 산을 거쳐 이곳에서 힘껏 솟구쳤으며, 여기에서 서남쪽으로 소백산맥이 분기된다.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所道洞)에 중심위치를 두고 영월군 정선군 경북 봉화군에 접하며, 1989년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16년 5월 12일에 국립공원으로 승격하였다. 국립공원은 높이 1,567m의 장군봉과 태백석탄박물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儉龍沼),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黃池) 못, 용정(龍井) 등 태백산 일원의 명소 및 문화유적을 포함한다.
태백산은 천년병화(千年兵火)가 들지 않는 영산(靈山)이며, 단종이 산의 악령(嶽靈)이 되었다 하여 단종의 넋을 위무하기 위해 산 정상 부근에 단종을 모신 단종비각(端宗碑閣)이 있다. 또한 소도동에는 단군성전(檀君聖殿)이 자리하고 있으며 산 정상에는 예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天祭壇:중요민속자료 228)이 있는데, 이 곳에서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가 열린다. 또 652년에 자장(慈藏)이 창건한 고찰 망경사(望鏡寺)를 비롯해 크고 작은 사찰이 퍼져 있으며, 망경사 입구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샘물인 용정이 있다.
유일사 입구의 이정표
비가 오는 유일사 가는 길
조난 구조표
산을 오르면서 보는 함박꽃(산목련)
이름 모르는 꽃
장군봉 이정표
장군봉 가까이의 주목들
빗속을 뚫고 걸어 장군봉에 올랐다. 비를 맞는 것보다 땀으로 흘리는 것이 더 많이 땀이 났다. 장군봉에는 천제단이 있고, 장군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천제단이 또 있다. 아마 장군봉 천제단이 먼저 만들어진 것 같지만 천제단이 더 크고 잘 만들어져 있다.
장군봉 천제단
장군봉 표지석(해발 1567m라 표시)
비 안개가 자욱한 장군봉의 모습과 태백산 표시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천제단에 도착했다. 우리가 잘 아는 천제단은 태백산의 가장 높은 곳이 아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이다. 그렇지만 천제단이 더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10월 23일 국가민속문화재 제228호로 지정된 천제단은 돌을 쌓아 만든 타원형의 거대한 제단으로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으로 태백산 정상에 있으며 ‘천왕단(天王壇)’이라고도 한다. 돌계단은 원래 아홉 단이어서 9단 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산으로 예로부터 정상에서 하늘에 제사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 때에는 137년 일성이사금 5년 10월에 왕이 친히 북순하여 태백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천제단에서는 매년 개천절에 제의를 행하는데 이를 천제 또는 천왕제라고 한다. 개천절 때 제의는 원래 지방의 장이 맡았으나 지금은 선출된 제관에 의해서 집례된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이와 같은 큰 제단이 있는 곳은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다. 제작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수령과 백성들이 이곳에서 천제를 지냈으며, 한말에는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우국지사들이 천제를 올렸다. 특히 한말 의병장 신돌석은 백마를 잡아 천제를 올렸고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린 성스런 제단이다.
태백산 천제단
비 안개에 흐릿하게 보이는 천제단 주병 풍경
천제단에 잠시 머물러 휴식을 하면서 가져간 점심을 먹고 당골광장쪽으로 발을 옮겼다.
천제단 주변의 이정표
천제단에서 당골광장쪽으로 조금 내려오면서 망경사 못 미쳐서 자그마한 단종비각이 나온다. 태백산은 단종을 산의 영혼으로 모시기에 단종비각이 이 높은 곳에 있다. 단종비각(端宗碑閣)에는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이곳에 와서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단종비각(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
단종비각을 지나 조금 내려 오면 망경사와 용정을 만난다. 망경사는 월정사의 말사로 652년 자장(慈藏)이 창건하였다 한다. 자장은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에서 말년을 보내던 중 이곳에 문수보살 석상(石像)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암자를 지어 그 석상을 모셨다고 한다.
용정과 망경사
무더운 여름 산행 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약수 용정에서 차가움 물을 한 바가지 들이키고 다시 아래로 길을 겯는다.
망경사를 뒤로 하고 이제 계속 당골광장으로 내려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즐기면 된다. 계속 오던 비도 어느새 그쳤다. 산을 오를 때는 계속 오는 비를 맞으며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를 모르는데 이제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한가로이 걸는다.
호식종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과 물에 끼인 이끼
장군바위
초록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돌위의 이끼
암괴류
함박꽃 나무
당골광장을 거의 도달할 무렵에 단군성전ㅇ으을을 만난다. 우리나라 여러 곳에 단군성전이 있듯이 역시 태백산에도 있다.
단군성전
단군성전을 지나 당골광장에 거의 도착하는 길가에 석장승이 서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석장승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장승은 나무로 만들었는데 이곳에는 돌로 만든 장승이 있다.
이곳에 있는 석장승은 2기로 1992년 3월 9일 강원도 민속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 머리에 관을 쓰고 홀을 든 문인석과 같은 모습으로 태백산 입구 길 양쪽에 세워져 있다. 석장승은 현재위치에서 북쪽 1.2㎞ 지점 미륵둔지에 약 10m 간격으로 마주 서 있었으나, 1987년 태백문화원 주관으로 현 위치인 소도당골로 이전하였다.
석장승은 화강암 재질로 자연석 받침돌 위에 올려놓은 좌측 석장승 하단에 천장(天將), 우측에 지장(地將)이라고 새겨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임을 표시하였다. 이 석장승의 제작 시기는 알 수 없으며, 석장승의 옆에 있는 솟대 꼭대기에는 영동지역의 장승들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새가 만들어져 달려 있다. 태백산 천제단(天祭壇)과 천제신앙과 관련하여 태백산신의 수호신상으로 추측된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조선 선조 13년(1580) 강원도 관찰사로 와있던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태백산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이것을 제작했다고도 한다.
석장승
당골광장
당골광장 성황당
오랜만에 산을 올라 내려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더구나 비가 조금씩 오는 산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조용히 산행을 즐겼다. 유일사입구에서 출발하여 장군봉, 천제단을 거쳐 당골광장까지 내려오는데 점심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하여 약 세시간 반이 걸렸다. 아직은 걸을만한 체력이 남아 있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조금은 걱정했는데.....
당골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태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태백으로 나간다. 원래는 오늘은 태백에서 머물렀다가 내일 울진으로 가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산을 내려왔기에 오늘 바로 울진으로 가는 일정을 바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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