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가는 발칸 여행 - 루마니아, 브란성(드라큘라성)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드라큘라로 더 유명한 브란 성
브라쇼브에서 브란성은 거리는 크게 멀지는 않으나 교통편이 흔하지 않다. 아침을 먹고 Auto Gare 2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이 걸려서 브란성에 도착했다. 아주 조그만 마을인데 이 브란성을 관광자원으로 해서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브란성은 루마니아 브라쇼브 남서쪽 32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의 가상모델인 블라드 3세가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지면서 루마니아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동유럽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1212년 독일 기사단의 요새로 만들어졌는데, 15~16세기에는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헝가리 왕국을 지키는 관문이 되었다. 건물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양식이 추가되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결합되어 있다. 1920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여왕이 소유하면서 대대적인 개조를 통해 요새로서의 모습이 사라지고 낭만적인 여름 궁전으로 바뀌었다. 그 뒤 공산 정궝하에서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6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이 성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브란성은 처음에 방어용 요새였기 때문에 외관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성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좁고 가파른 비밀 통로가 많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브란 성의 전경
성 내부의 뜰
4월 말경인데 눈이 와서 덮여 있다.
성으로 가는 길에서 보는 성의 모습
성안의 십자가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성 내부 - 마리 여왕의 초상
성안에서 보는 바깥 모습
성안의 침실과 공예품
미로같은 성안의 통로
성에서 보는 브란 마을
성의 가구
성안의 창문을 통해 보는 성의 부분들
사실과 허구가 너무 얽혀 있으면 그 둘을 분간하기가 어려워 허구가 더 사실인양 인식될 때가 있다. 브란 성이 바로 그러하다. 장소와 인물의 관계가 매우 의심스러운 셔우드 숲이 로빈 후드의 거처로 알려진 것과 마찬가지로, 브란 성도 본래의 이름보다 현재 드라큘라의 성(Dracula’s Castle)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브란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460년경 잠시 이 성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 블라드 3세 바사라브(Vlad III Basarab) 때문에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블라드는 ‘드라큘’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용(Dracul)’이라는 작위를 받은 그의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생각해 자신의 이름을 블라드 드라큘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재위기간에 적과 범죄자를 가혹하게 다뤄 악명을 떨쳤는데,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찔러 죽이는 자 블라드'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블라드 체페슈(체페슈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를 뜻하는데 전쟁 포로나 범법자를 긴 꼬챙이로 잔인하게 처형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를 쓰면서 블라드 3세를 가상모델로 삼았다. 이처럼 소설의 모델이 될 정도로 잔혹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루마니아 역사에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용장으로 유명하다.
이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소설은 물론 영화, 드라마에까지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유명세를 떨쳤고, 루마니아인들의 영웅이었던 블라드 드라큘라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동일시되고, 브란 성은 드라큘라가 실존했던 증거인 양 관심을 모았지만 흡혈귀 전설에 어울리는 음습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동화 속에 나오는 낭만적인 성에 가까운 모습이다.
블라드와 이 성의 관계는 아무리 연관 지어 보려 해도 아주 희박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명확한 관계에도, 이 성의 압도적인 외관이 무시무시한 전설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배경이라고 생각하는 관광객들이나 기념품 판매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 블라드 3세 바사라브의 초상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 블라드 3세 바사라브의 가계도
브램 스토커의 작품 '드라큘라'에 대해서
내가 이 성을 들어가면서 말을 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브램 스토커에게 훈장이라도 주어야 한다고. 어찌되었던 이 한적한 시골마을을 전 세계에 알려서 관광객들이 몰려 와서 돈을 쓰고 가게 만들었다. 입장료만 해도 무시하지 못할 수입이며, 기념품이나 관광 비용만 해도 적지 않은 돈이다. 나는 기념품은 사지 않는 것이 여행의 철칙이라서 아무 것도 사지 않았지만 마을의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을 먹엇다. 그 비용만 해도 하루에도 엄청난 수입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성안에 들어와 보니 이와 같이 '드라큘라'를 기념하는 곳도 있었고, 브램 스토커를 영예롭게 기념하고 있었다.
왕관 등 소장품
왕가의 문장인데 사진이 좀.....
여러 병장기의 전시
성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고 1층으로 내려 오면 이 같은 무시무시한 모습을 본다. 옛날에 고문을 하던 장소로 나무 갑옷 모양의 고문기구이다.
성 안의 자그마한 뜰에 있는 우물 : 문양이 너무 좋다.
우물 곁에 있는 도구 - 아마 고문용 도구인 듯??
성안 정원의 연못
기념품 가게의 관광객들
매표소 입구
성에서 보는 브란 마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성 빆의 마을
드라큘라의 모델이 블라드 공이라는 사실에 대해, 현지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관광에 이용할 수 있다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조국의 영웅을 괴물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지금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은 어릴 때 누구나 한번은 영화로든 소설로든 보았을 드라큘라라는 이름에 대한 향수와 추억과 낭만을 꿈꾸며 찾아온다.
브란성이라는 이름으로 찾아 오는 사란은 드물다.
이 드라큘라성을 나오며 나는 방명록에 '드라큘라 만세'라고 적었다. 이유는 살아서는 조국을 외적의 침입에서 지켰고, 죽어서는 관광객을 끌어 모아서 주변의 살마들을 먹여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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