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가는 발칸 여행 -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중세 요새도시 시기쇼아라
브라쇼브에 짐을 부리고 근처를 여러 곳 다녀오기로 계획을 하고 아침에 일찍부터 서둘러 시기쇼아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약 3시간이 걸려 시기쇼아라역에 도착했다. 이번 발칸 여행에서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차가 참 편리하다는 것이다. 속도면에서만 아니라 열차의 성능이나 내부시설이 너무나 뒤떨어져 있는 곳이 발칸이다. 하지만 이것도 습관이 되어선지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기차를 타고 다닌다.
트란실바니아 중심부의 고원 위에 발달되어 있는 시기쇼아라는 인구 약 30,000 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트르나바(Trnava) 강의 굽이진 부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트란실바니아는 11세기에 헝가리 왕국의 영토가 되었는데, 12세기에 헝가리 왕국은 이 지역의 방어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독일계의 장인들과 상인들을 이주시켰는데, 이곳으로 이주해온 장인과 상인들은 작센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작센 인들은 1191년에 시기쇼아라 시를 세웠다. 13세기에 독일의 장인과 상인들은 헝가리 군주들로부터 트란실바니아를 정복하고 지킬 것을 명령받았다. 이들은 구석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던 ‘시티 힐(City Hill, 언덕 위의 도시)’에 정착했으며, 1280년에 라틴어로 ‘카스트룸 섹스(Castrum Sex : 작센인이 트란실바니아지방에 세운 7개의 성채도시 가운데 여섯 번째라는 뜻)’로 알려진 이 도시는 장인들의 강력한 길드(guild) 덕분에 상업 활동에 활기를 띠었고 각 길드는 탑을 건설해 방어를 책임졌다.
199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시기쇼아라 역사 지구가 있으며 블라드 체페슈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평범한 고원 위의 작은 요새 도시는 낡은 듯하면서도 작고 알록달록한 색색의 작은 집들, 돌길, 창문에 꽃들로 장식된 소소한 풍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도시이다.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면서 역사지구로 발을 옮겼다. 시기쇼아라의 신시가지는 별로 볼 것이 없고 역사지구에 대부분이 모여 있다. 시간이 많으면 차분히 신시가지도 구경하겠으나 한정된 시간이라 보고 싶은 것만 보기로 했다.
시기쇼아라 시계탑
트르나바강과 멀리 보이는 역사지구
트르나바강 건너편에 보이는 역사지구
중세 성채 도시의 외관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루마니아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시기쇼아라 역사 지구(Historic Centre of Sighişoara)는 가파르게 경사진 고원 전체에 넓게 퍼져 요새화된 유적으로 이루어졌고, ‘시티 힐’과 그 아래로 숲이 우거진 경사가 있는 저지대 도시가 주를 이룬다.
시기쇼아라 역사지구는 수공업자와 상인이 중심이 되어 세운 도시로, 외부 침략으로부터 자체 방어가 가능한 요새도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성채 주변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14개의 탑을 세웠는데, 현재 9개가 남아 있다. 각 탑들은 도시의 수공업자나 상인 조합의 길드에서 세우고 그 길드의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 때문에 재단사의 탑, 모피상의 탑, 제화업자의 탑 등등의 흥미로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시기쇼아라의 남아있는 건축물 중 도시가 자치권을 얻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14세기 후반에 세워진 남쪽 요새 벽 중앙에 있는 인상적인 시계탑은 이 도시의 상징으로서 역사지구에 있는 세 광장을 모두 차지하고 있으며, 위쪽 도시와 아래쪽 도시를 연결하는 계단을 보호하고 있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외 성벽 남쪽의 산상교회와 그곳으로 올라가는 목조 계단 등도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시기쇼아라에 있는 14세기 시계탑은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물로 도시의 관문을 지키는 망루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시의회 건물로 사용되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탑답게 눈에 띄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애초 30여 m 높이였으나 16세기에 현재와 같은 64m 높이로 증축되었다. 1676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이듬해 재건되었고 이후에도 몇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탑에 시계가 장착된 것은 1604년이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시계를 설치했다가 1648년에 금속 시계로 교체했다. 시계 옆 벽감에 있는 나무 상들도 흥미롭다. 요새를 향하고 있는 벽에는 올리브 가지를 든 평화의 신, 칼과 저울을 든 정의의 신이 시간을 나타낸다. 그 옆의 두 천사는 일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데 오전 6시와 오후 6시마다 바뀐다고 한다. 도시를 향하고 있는 벽에는 요일을 나타내는 행성의 신들이 날짜에 따라 움직인다. 시계탑 내부는 1899년부터 트란실바니아 지역 상업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는 시계탑
여러 방향에서 보는 시계탑
시계탑 상층부의 아름다운 모습
시계탑에서 보는 시기쇼아라와 시내와 역사지구
역사지구의 아름다운 건물들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탑이 양철공의 탑이다.
시계탑박물관 소장 유물
시기쇼아라 옛 역사지구 모형
제화공 탑
역사지구의 일반 주택가
재단사의 탑(The Taylors' Tower)은 시기쇼아라 역사지구의 입구 역할을 하는 망루로 재단사 길드에서 세운 탑이다. 재단사 조합은 시기쇼아라에서도 가장 돈이 많은 길드여서 재단사의 탑은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규모는 큰 편이다. 14세기에 처음 세웠을 때는 도시의 상징물인 시계탑과 같은 높이였는데, 1676년 근처의 화약저장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상층부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망루 아래는 아치형으로 뚫려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재단사의 팁
이정표
모피상의 탑과 푸줏간의 탑
여러 탑의 모습
시기쇼아라의 9개의 탑을 모두 돌아보려고 했으나 길을 막아 놓은 곳이 많아 다 보지를 못하고 멀리서 사진만 찍은 탑도 있다. 다소 아쉽게 생각이 들었으나 이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 드라큘라백작의 탄생지가 있었으나 어떤 역사적인 유적도 아니고 그저 상술로 만들어 놓은 듯 해서 그냥 지나쳤다. 내일은 바로 드라큘라로 유명한 브란성을 직접 갈 예정이어서 별로 흥미가 없었다.
브라쇼브에서 다소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그렇게 좋은 곳이 아니기에 주마간산식으로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고 하니 어느 새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브라쇼브역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도 늦은 시간이다.
내일도 브라쇼브를 떠나 브란성으로 가야겠기에 서둘러 저녁을 먹고 잠을 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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