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평화의 길 완보를 마치고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평화의 길은 코리아 둘레길에서 가장 늦은 2024년에 개통된 길로 강화도 평화전망대를 출발하여 휴전선 아래에 있는 민통선을 걸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가는 총 510km의 길이다

 

평화의 길 노선도(한국관광공사 발행)

 

이 길은 코리아 둘레길의 다른 길과는 달리 해안을 끼고 걷는 길이 아니라, 길의 많은 부분이 평소에 우리가 걸을 수 없는 DMZ 접경지역을 걸으며 사람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뛰어난 자연경관과 역사와 문화적 지역을 거치면서 사무치게 아름다운 산과 들, 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그리고 이 평화롭게 보이는 자연을 즐기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장을 사무치도록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철조망 너머 보이는 황해도

 

1코스 서해 휴전선

 

 이 길은 우리가 마음대로 가기에는 다소 어려운 곳이고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이기에 종일을 걸어도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도 하는 곳이 많았다. 경기도의 길을 걸을 때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나 제법 큰 도시를 지나기도 했으나 강원도로 들어서면 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이 사는 마을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길을 걷는 도로의 양옆에는 철조망이 쳐 있고 지뢰를 주의하라는 섬뜩한 경고문이 계속 이어져 붙어있고 지나는 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 길이 많았다. 또 수많은 전적비는 이곳이 6.25 한국전쟁 최고의 격전지였음을 증명해 주었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국군들과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먼 타국에서 생명을 바친 여러 유엔군 장병들의 희생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23코스 민통선 길가의 경고문

 

피의능선전투전적비

 

 그러나 그런 호젓함 가운데 멀리서 들이는 산새들의 울음소리와 주변을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는 마음에 평화로움과 여유로움, 자유로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덧붙이면 인공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눈과 머리를 정화해 주었다. 도시의 인공적인 모습에 길들어진 눈과 가슴에 사람의 흔적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가 말로 나타낼 수가 없다.

 

23코스 안동철교 주변(북한강 상류)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기꺼이 바치는 젊은 병사들과 민통선을 인접하며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복잡한 도시만이 사회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인정 많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맛있는 추어탕집

 

 다행히도 이 길의 민간인통제선이 올해에 많이 북으로 올라가 예전에는 걸을 수 없었던 지역을 두 발로 걸으면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복이었지만 아직도 걸을 수 없는 곳이 많았기에 민통선이 조금 더 북으로 옮겨진다면 더 좋은 역사의 현장과 자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더 확대해서 생각하면 '통일이 되어 지금은 갈 수없는 북녘 땅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항상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지만 지금의 내 나이로 미루어 볼 때 과연 내가 그날을 맞이하여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가을에 며칠을 설악의 한계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백담계곡, 진부령 등등을 돌아 나오며 단풍을 구경한 것은 다시는 즐길 수없는 즐거움이었다.

 

한계계곡의 단풍

 

만해마을의 단풍

 

백담계곡

 

여러 곳에서 본 설악의 단풍

 

평화의 길 완보를 마치고 한 가지 사명을 마쳤다는 뿌듯한 자부심과 올해도 즐겁게 길을 걸을 수 있게 내 건강이 뒷받침해 준 것과 내가 길을 걷는 것을 격려해 준 가족과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