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완보를 마치고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남파랑길 완보를 마치고
코로나로 인해 해외를 여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나의 특기를 살려 국내 도보여행을 시작한지도 3년이다. 2020년에는 먼저 부산 갈맷길 300km를 걸었고, 우리나라에 코리아 둘레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두 완보하자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워 2021년에는 해파랑길 750km를 완보하였고, 드디어 2022년 올해에 남파랑길을 완보하였다.
3년 동안 한국의 여러 길을 걸으면서 내가 예전에 보지 못했던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도 볼 수 있었으며 여러 지방에 늘려 있는 여러 문화유적을 새롭게 볼 수 있었음도 큰 소득이었다.
남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출발하여 남해안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즐기는 길로 해안을 따라 난 길을 해남 땅끝까지 걸으면 무려 1470km나 되는 길이다. 내가 올해의 목표를 정하고 나를 아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말을 하니 모두 무리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제는 나이도 제법 많아 모두들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천성적으로 걷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결코 무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도전을 했다.
여정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이 시작하는 2022년 3월부터 시작했다. 남녘의 3월은 온갖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시절이라 봄꽃들을 구경하면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작했다. 매화가 피어 있는 시절을 지나니 산수유가 길을 반기고 어느 새 개나리와 벚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어 있는 산을 한없이 즐기며 걸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꽃구경을 가면 명승지를 찾아가지만 나는 이 여정에서 산야에 그냥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꽃들을 즐긴 것이다.
5월이 되니 봄꽃이 지면서 배꽃이 하얗게 피고, 빨간 석류꽃이 아름다운지도 새삼 느끼며 산과 들에 피는 이름도 모르는 꽃들을 보고 즐기며 길을 걸었다. 6월과 7월에는 여름 꽃이 또 아름답게 피어서 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상쾌하게 하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수국이 핀 여러 곳을 지나면서 즐거워하고 산길을 걷다가는 산에 핀 산수국에서 정겨움을 느꼈다.
걷기의 여정은 원래 계획한 대로 7월과 8월을 휴식을 하였다. 이 때는 여름 피서철이라 바닷가는 매우 혼잡하기에 나와 같은 현직을 은퇴한 한가한 여행객은 한참 일하면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껴주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였고, 날도 너무 더워서 걷기보다는 다음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9월이 되어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걷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올해 들어 9월에는 태풍이 자주 올라와서 하는 수없이 조금 쉬고 추석을 맞아 쉬고 있었는데 뜻밖에 코로나에 걸려서 후유증을 앓아 한 달간 걷기를 쉬었다.
10월 중순부터 다시 걷기를 시작하니 어느 새 들판에는 추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걷는 지방이 남쪽이라 아직 단풍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절기상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기에 추위가 닥치기 전에 걷기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정을 조절하였다.
11월에 들어와서 박차를 가하여 걸으면서 11월 중으로 끝을 내리라 생각했는데 해남 땅끝에 도착한 날은 12월 9일이었다.
예정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무사히 여정을 마무리한 나 자신에게 고맙게 생각이 된다.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느낀 점이나 아쉬운 점을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남파랑길의 원래 취지는 아름다운 해안을 보고 즐기자는 의미로 이름도 파랑으로 지었는데 산을 너무 많이 지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산을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좋은 바다 길을 두고 산으로 가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로는 각 코스의 종착점에서 숙박을 하기 위해 숙박업소를 찾을 수 없는 곳이 엄청 많았다. 교통편도 제대로 편리하게 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택시를 불러서 읍이나 군 소재지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도 제대로 찾을 수 없어 비상용으로 음식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관계자들께서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칵 코스를 조절하여 종착점에서는 쉽게 숙박지와 음식점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나만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본 사람 대다수가 같은 의견이었다.
셋째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의견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곳곳에 지방자치단체가 길을 막아 놓은 곳이 있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는 나름대로의 애로가 있었겠지만 이 길을 관리하는 두루누비와 밀접하게 의견 교환이 있어 코스 중간을 폐쇄할 때는 반드시 알려서 우회로를 빨리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길을 걸으면서 길이 폐쇄되었다고 알려준 것만 해도 열 번도 더 된다.
넷째로 남파랑길을 걷는 사람은 젊은이들이 걷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이 나이가 제법 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내가 길을 걸으면서 만나 이야기를 해본 사람들은 대개가 일선에서 은퇴한 사람들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길의 난이도 무척이나 어려운 곳이 제법 있다. 산을 등산하고 극기를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걷기를 즐긴다는 취지에는 너무 어려운 길은 고쳤으면 한다.
남파랑길 90개 코스가 모두 각 코스마다 특징이 있고 어렵고 아쉬운 코스도 있고 재미있고 즐거운 길도 많았지만 길을 걸으면서 얻는 즐거움이 더 컸기에 내가 길을 걸으면서 좋았던 코스와 어려웠던 코스를 불문하고 기억에 남는 몇 코스를 소개하겠다. 이 소개는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1코스 : 이 길의 시작지이다.
1470KM 남파랑길의 시작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한다. 첫 시작의 발길은 3월에 처음 때었다.
오륙도 전경
15 코스 : 내가 코스를 바꾼 곳
통영 15 코스의 산길이 폐쇄되어 있어 '두루누비'에 알려서 해안으로 길을 바꾸게 하였다.
길이 폐쇄된 곳
23 코스 : 가장 험하여 어려웠던 길
거제도 가라산을 넘는 23 코스는 90개 코스 중 가장 험난한 곳이다. 아주 조심해야 한다.
산위에서 보는 거제 바다
29 코스 : 아름다운 바다 해안 길
통영의 바다는 조용하고 고요하여 마음에 평화를 준다.
산 위에서 보는 통영 앞 바다
35 코스 : 각산전망대에서 보는 남해 앞 바다
사천의 각산전망대에서 보는 남해 섬을 잇는 다리가 놓여 있는 바다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그림같은 남해를 잇는 다리들
37 코스 : 뜻밖의 아름다운 경치 : 고사리밭
남해 창선의 고사리밭은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으로 파랗게 자란 고사리가 감탄을 자아낸다.
창선면의고사리 밭
47 코스 : 여유로게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섬진강을 보면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에 안긴 듯한 느낌을 가진다.
하동포구에서 보는 섬진강
60 코스 : 황홀하고 장엄한 해넘이의 와온해변
어디서든지 보는 해넘이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특히 이 와온해변의 해넘이는 장관이다.
순천 와온해변의 해넘이
63 코스 : 태백산맥 문학의 고장의 습지에 떠오르는 태양
벌교 습지에 아침 일찍 걸으면서 보는 해돋이는 동해안과 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벌교습지공원의 아침
79 코스 : 장흥 자연산 굴구이
양식이 아닌 자연산 굴이 장흥에 11월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석화를 구워 먹는 것이 별미다.
자연산 굴을 굽는 모습
81 코스 : 조그마한 관광지 가우도
강진의 가우도는 뜻밖에 발견한 아름다운 섬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고 차는 전혀 없다.
가우도와 가우도로 들어가는 청자다리
83 코스 :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가는 길
너무나 잘 알려진 다산초당 가는 길을 걸으며 호젓하게 선인의 정취를 느낀다.
다산초당 현판
87 코스 : 완도 정도리 구계등 - 한국의 명승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경치와 한가롭게 벤치에 앉아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는 여유가 있다.
구계등 자갈해변
90코스 : 달마고도를 넘어 땅끝으로
달마고도를 걸으며 땅끝으로 향하며 이 여정이 끝난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무겁다.
해남 땅끝탑
아름다운 길을 걷고 모두 머리에 남아 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의 기억에 남는 코스를 간추려 간단히 소개하였다.
내년의 서해랑길을 벌써 머리속에서 생각하면서 올해의 여정은 이 글로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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