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90 코스(미황사천왕문 - 연포산 임도 - 땅끝탑)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남파랑길의 마지막 코스인 90 코스는 미황사 천왕문 앞에서 시작하여 달마고도를 따라 걸으면 도솔암을 지나고 연포산을 넘어 땅끝탑까지 가는 13.9km의 짧은 길이지만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을 걷기에 편안한 길은 아니다.
90 코스 지도
송지초등학교 아래에 있는 숙소에서 어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미황사로 갔다. 미황사를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택시를 탄 것이다.
미황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108계단이 맞이한다. '마음 버리며 오르는 108계단'이라는 '자비의 108계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계단을 오르며 부처님의 큰 자비와 무소유를 생각하였다. 감히 내가 따라 갈 수 없지만 이 계단을 오르면서 잠시라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참 복받은 것이다.
자비의 108계단 간판
90 코스 안내판
천왕문 옆에 난 산길을 걸으며 이 코스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편안한 산길인 달마고도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달마고도는 여러 코스가 있기에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한가로이 걷는다. 내가 이 달마고도를 얼마나 걷고 싶어 했는지를 생각하면서 이 고도를 개척한 스님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걷는다.
완전히 기계화된 지금 세상에 곡괭이와 삽을 들고 지게를 사용하여 길을 냈다는 달마고도는 미황사의 주지이산 금강스님이 중심이 되어 군데군데 남은 길을 기반으로 하여 사라진 길과 잊힌 길의 흔적을 찾아 하루 평균 40여명의 인원이 열달을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스님은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과 같이 살아가면서 여행객이 달마산에 제대로 깃들여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길을 만들었다.
미황사에 출발하면 달마고도는 처음에는 나무가 우거진 흙길이지만 30분 정도가 지나면 너덜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 정상에서 바위가 쏟아져 내린 돌의 너덜경은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20여 곳이 있다고 하는데 몇 미터의 짧은 것도 있지만 150미터가 되는 긴 너덜경도 있다. 달마산의 깊은 산 속에서 나무와 하늘만 보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위계곡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는 것과 같이 신비롭다.
달마고도의 너덜경
너덜지대를 지나 도솔암쪽으로 길을 가면 이 길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 땅끝 천년숲 옛길은 대한민국 국토의 시발점 땅끝에서 시작하여 도솔암, 미황사, 대흥사 세곡재를 지나는 명품숲길로 총 52㎞로 땅끝길(16.5㎞), 미황사역사길(20㎞), 다산초의교류길(15.5㎞) 등 3코스의 테마로 나뉘어 있다.
땅끝 천년숲 옛길은 다양한 해남의 역사와 문화재를 탐방할 수 있는 코스로, 작은 오솔길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숲길을 2010년 조성하였다.
미황사 천년 역사길 표지
울창한 숲
울창한 숲을 걸으면 도솔암이 나온다. 하지만 표지를 보고도 도솔암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90 코스를 걷는 동안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앞서는지 다소 피로함을 느낀 때문이다.
해남 달마산에 있는 도솔암(兜率庵)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해진다. “그 땅의 끝 편에 도솔암이 있고, 그 암자가 향한 형세가 곶(串 : 바다로 돌출한 육지의 선단)을 얻어 장관이 따를만한 짝이 없다. 화엄조사(華嚴祖師) 상공(湘公)이 터 잡고 지은 곳이다. 그 암자 북쪽에는 서굴(西屈)이 있는데, 신라 때 의조화상이 비로소 붙어살면서 낙일관(落日觀)을 수리한 곳이요, 서쪽 골짜기에는 미황사·통교사(通敎寺)가 있고, 북쪽에는 문수암과 관음굴이 있는데 그 상쾌하고 아름다움이 참으로 속세의 경치가 아니다.” 이후 도솔암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고, 정유재란 때 명랑해전에 패한 왜구들이 해상 통로가 막혀 달마산으로 퇴각하던 중 도솔암이 불탔다고 전해진다. 2002년까지 주춧돌만 남은 폐사지로 방치되다가 2002년 6월 8일 월정사에 있던 승려 법조가 법당을 중건하였다.
중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아스팔트
코스는 이 아스팔트를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를 가로질러 좁은 산길로 인도한다. 산의 수림이 얼마아 울창한지 대낮인데도 어둠이 끼여 있다
울창한 수림
멀리 보이는 남해 바다
복잡한 이정표
이제 연포산 줄기를 따라 걷는데 이 길이 만만하지가 않다. 아주 험한 길은 아니지만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는 길인데 곳곳에는 조그마한 암릉이 가로막고 있어서 바위를 돌아가야 하고, 길이라고는 아주 좁은 길이고 더구나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그래도 주의를 기울이면 길이라는 것을 알 수는 있으니 제법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낙엽이 길을 덮고 있어 내리막길에는 미끄러지기가 쉬우므로 아주 조심을 해야 한다.잘못해서 미끌어지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곳이다.
땅끝 천년숲 옛길 표시
길을 가다가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남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서해가 보인다. 두 바다를 동시에 보고 길을 계속해서 가면 멀리 땅끝전망대가 보인다.
상당히 어려운 산길
멀리 보이는 땅끝전망대
드디어 연포산 산길을 벗어나면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질러 땅끝전망대로 가는 육교가 나온다. 이 육교를 건너 가면 여러 리조트가 나오고 땅끝이 가까운 갈두산이다.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갈두리)에 있는 갈두산(葛頭山)은 높이 156m로 칡이 많다 하여 칡머리라 하였고, 칡머리를 갈두(葛頭)라 하는데, 갈두에서 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1981년에 갈두산 정상에 전망대를 세우면서 미황사의 창건설화에 나오는 사자포(獅子浦)와 관련지어 사자봉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해남군 토말(土末)이 한반도의 최남단임을 상징하는 토말비와 토말탑이 땅끝마을·칡머리로도 불리는 갈두리(葛頭里) 갈두산의 주봉인 사자봉 정상에 세워져 있다.
멀리 보이는 땅끝전망대
전망대로 가는 나무테크
땅끝 주변 안내도
나무테크를 한참 걸어 땅끝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남 갈두산 사자봉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진도에서 완도까지 서남해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 주변
전망대에서 땅끝탑까지는 약 500m로 거리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땅끝탑이 있는 해안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은 나무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편하게 내려가게 한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발아래서 가깝게 들리는 길을 걷다 보면 드디어 땅의 끝이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북위 34도 17분 21초 해남군 송지면에 위치한 노령산맥의 줄기가 내뻗은 마지막 봉우리인 갈두산 사자봉 땅끝이다. 땅끝을 알리는 새로운 땅끝탑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가 땅끝의 가진 감흥을 우리에게 준다.
땅끝에서 보는 바다는 여느 바다와 같지만, 막상 도착하면 더 나아갈 수 없는 땅끝이 지닌 절박함이 와락 달려든다.
땅끝탑
땅끝 앞 바다
남파랑길 90 코스의 마지막과 서해랑길 1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
땅끝탑이 있는 곳에서 남해바다와 서해가 갈라진다. 남파랑길 90 코스가 끝나는 종착점이자 새로운 길 서해랑길의 시작점이다.
부산의 오륙도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90개 코스1470km를 걸어 이제야 도착했다. 단 1m도 다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거리를 다 두 발로 걸었다. 처음 1 코스의 시작을 봄이 시작하는 계절에 하였는데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하니 12월 초순이다. 작년에 해파랑길을 끝낸 시점과 비슷하게 끝을 내니 감회가 새롭다. 많은 친구들이 내가 이길을 겯는 것에 도전을 할 때 걱정을 했지만 나는 무사히 걷기를 마쳤다. 내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일을 하였다. 올해의 목표를 이루었기에 내년에는 서해랑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천년숲 옛길 표지
땅끝버스정류소 주변
내가 항상 걸으면서 예정한 시간에 맞추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오늘도 예정된 시간에 어긋나지 않고 끝을 냈기에 버스정류장에 와서 시간을 맞추어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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