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87 코스(완도항 해조류센터 - 정도리 구계등 - 화홍초등학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87 코스는 안도항 해조류센터 앞에서 시작하여 해변공원을 지나 다도해 일출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와서 망석항을 지나고 국립공원인 산길을 걸어 장도리 구계등으로 간다. 여기서 다시 화홍리 화홍초등학교에서 끝이 나는 18.0km의 길이다.

 

87 코스 지도

 

87 코스 안내판

 

 점심을 맛있게 먹고 87 코스를 시작하니 엄청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완도항해조류센터다.

 완도 해변공원로에 위치한 완도군 해조류센터는 2015년에 개관한 전시시설 해조류 자생의 최적지인 완도 바다환경과 해조류가 무엇이며, 다양한 종류부터 시작해서, 해조류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고, 해조류 터널에서는 해조 숲을 유리 모형과 조명으로 신비하게 연출하여 해저 탐험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완도항해조류센터

 

 해조류센터에서 완도항으로 가는 길가에는 해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완도여객선터미널이 있는 바다 앞에는 주도라는 조그마한 섬이 떠 있다. 그리고 해변공원에는 관광객을 위해서 여러 가지 조형물을 만들어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만들고 있다. 또 뜻밖의 동백이 피어 눈을 즐겁게 만든다.

 

겨울에 핀 동백

 

완도항 해변공원 길

 

 

 해변공원길을 지나면 제법 오르막이 나오는 다도해일출공원이 나온다. 완도여객터미널 맞은편 입구부터 다도해일출공원의 정상부에 있는 완도타워까지는 모노레일이 움직이고 있고 그 옆에는 나무 테크가 설치되어 걸어 오르게 되어 있는데 제법 힘이 드는 길이다. 걷는 동안 장미 터널과 느티나무 쉼터, 소정원 등이 차례로 나타나 걷는 피로를 풀어 준다.

 

다도해일출공원 표지

 

모노레일과 나무테크

 

 공원의 정상부에는 완도타워가 있다. 완도 끝자락 다도해일출공원에 우뚝 솟아 있는 섬의 랜드마크인 완도타워는 76m 높이로 타워 상부에 타원형 전망대가 설치되었고, 그 위로 뾰족한 첨탑이 솟아 있어 언뜻 보기에 꼭 우주비행선이 내려와 앉은 모습이다.

완도타워

 

 

다도해일출공원을 한 바퀴 빙 돌아 나오면 잠시 길을 찾기가 난감하다. 아스팔트의 큰 길이 펼쳐지는데 이 길이 아니다. 조그마한 오솔길도 잘 보이지 않아 잠시 길을 찾으니 왼쪽으로 아주 작은 오솔길리 나오고 그 길을 따라 가게 한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길을 가니 조그마한 돌문이 나오고 아름다운 길 '동망산돌탑길'이라 칭해 놓았다.

 

동망산돌탑길 돌문

 

저 멀리 보이는 양식장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은 리조트

 

최강장군 가리포해전 대첩비

 

 여기서 임도를 따라 조금 가면 산길로 들어가게 한다. 그런데 이 길이 상당히 힘들다.두루누비 안내에는 평이하게 국립공원의 해안 풍경을 즐기며 걷는 길이라고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아주 험한 길을 아니지만 아주 좁은 길이면서 오르막이 많은 편안하지 않은 길이다. 미리 이야기하면 88 코스가 어려운 코스라 하지만 그 길은 이길에 비하면 쉬운 길이다. 길은 험하지만 경치는 국립공원이라는 명성에 맞게 아름답다. 부꾸지에서 국립공원탐방센터까지의 약 3km의 길인데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상당히 험한 산길에서 보는 풍경

 

다도해해상국립공원안내소 부근

 

 여기서부터가 유명한 정도리 구계등이다. 사실 이곳은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펼쳐지는 경치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다.

 

 완도군 완도읍 정도리에 1972년에 명승 제3호로 지정된 구계등은 신라시대 궁중에서 직접 봉한 녹원지였다. 구계등은 크고 작은 돌들이 모여 9개의 계단을 이루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완도읍에서 서남쪽으로 약 4에 위치한 남향의 궁형(弓形) 해안선을 말하며 해안선을 따라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갈밭이 장관이다. 더구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촤르륵' 청명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자갈돌들의 화음은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때론 경쾌하게, 때론 고요하게 마음 깊숙한 곳까지 그 울림이 전해오는 기분이다. 자갈밭은 약 800m에 걸쳐 이어져 있으며, 해안선이 자갈밭을 양쪽에서 감싸는 모양으로 수중절벽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자갈밭의 너비는 80m 정도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약 5m의 바닷물 속까지 연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의 자갈은 갯돌(靑丸石)로 크기는 해변에 깔린 갯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 주먹처럼 앙증맞은 것부터 수박만큼 큰 돌까지 크기도 모양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게 깎여 있다는 점은 모두 똑같다. 자갈밭의 모양도 큰 풍파가 있을 때마다 쓸려서 수중으로 들어가 버렸다가 다시 해안으로 올라오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에 전개 양상도 그때마다 다르게 변하며 대소 5개종의 천연석 청환석이 9계단을 이룬다고 한다. 이 곳의 갯돌들은 수만 년 동안 파도에 씻기고 깎인 탓에 표면이 아주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형용도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하다. 또한, 자연적 연마에 의한 표면의 아름다움이 있는 동시에 양이 많아 양적으로도 압도하게 한다. 특히, 저녁에는 서쪽에서 지는 해넘이가 감탄하게 하고 이른 아침의 해돋이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이라 해넘이는 제대로 보았는데 아침에는 일찍 떠나서 해돋이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갯돌 위를 걷기 편하게 나무 테크가 설치되고 중간중간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도록 벤치가 만들어져 있어 관광객들과 마을 사람들이 한가롭게 앉아 즐기고 있었다.

 

구계등이 아름다운 또 다른 모습은 바다 위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여러 섬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산도, 소모도, 대모도, 소안도, 보길도, 횡간도까지 두루 보이는 경치는 괜히 명승이 되고 옛날부터 녹원지로 봉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앞의 해안의 경치에 더해 해안 뒤편에 우거진 숲은 구계등을 더욱 아름답고 포근한 공간으로 만든다.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부터 참나무, 팽나무, 떡갈나무 등 40여 종의 상록수와 단풍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한여름 더위를 피하고 방풍림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숲속 탐방로도 깔끔히 정비되어 있어 걷기도 편하다.

 

구계등 앞 바다의 섬들 안내도

 

정도리 구계등 안내

 

 숙소에 짐을 내리고 해넘이 시간을 맞추어 해안으로 나갔다. 마침 해가 자갈해변 끝쪽으로 지려는 시간이었다. 한참을 해넘이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곳곳에서 해넘이를 보았다. 보는 위치가 다 다르기에 그 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구계등의 해넘이 풍경

 

 해넘이를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민박집 주인이 고맙게도 김치와 밥을 한 공기 준다. 이 주변에서는 철이 아니라 밥을 먹을 식당을 찾기도 어려워 주인에게 부탁을 하니 라면을 가지고 와서 끓여 먹으라고 미리 이야기를 했기에 가지고 간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고 쉬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라면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길을 떠났다.

 

아침에 보는 구계등

 

길을 떠나 정도리와 화홍리 마을을 지나니 화홍초등학교가 나온다. 여기가 87 코스의 종착점이다.

 

화홍초등학교

 

 87 코스는 망석리를 지나서 구계등까지 오는 길에서는 조금 짜증이 났다. 왜 남파랑길은 길 이름에 맞지 않는  산을 많이 넘어야 하는지가 처음부터 의문이었다. 그러다가 산을 넘어 구계등에 도착해서 보는 경치는 산에서 나온 짜증을 씻어주고도 남는 경치였다. 이 경치를 보게 하려고 그 고생을 시켰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87 코스는 상당히 어려운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