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9 코스(남망산조각공원입구 - 통영대교 - 무전동해변공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남파랑길 29 코스는 남망산조각공원입구에서 출발하여 통영대교를 거쳐 무전동해변공원에 이르는 17.6km의 길이다. 이 길은 통영의 구시가지 통과하는 코스로 과거 통영의 흔적을 엿 볼 수도 있고,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통영의 문화와 예술을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남파랑길 29 코스 지도
남파랑길 29 코스 안내도
29코스 안내판을 지나면 통영의 유명한 중앙시장의 해안 거리가 나타난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하였기에 시장기도 돌아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가니 통영의 많은 음식이 메뉴판에 있다. 그 중에서 물회를 한 그릇 시키니 고등어 생선 구이와 굴 미역국도 더해서 주기에 맛있게 먹고 쉬다가 오후 길을 나섰다.
식당을 나와서 조금 길을 가니 곳곳에 통영의 유명한 꿀빵 집이 보인다. 이왕 통영을 지나기에 아는 사람들에게 통영 꿀빵을 택배로 보내어 맛을 보게 하자는 생각이 들어 이 집에서 전국으로 택배를 보내고 나도 꿀빵을 두개 얻어 가지고 다시 길을 계속한다.
꿀빵집 간판
조금만 가면 유명한 통영 동피랑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동피랑은 여러 차례 올라 가 본 곳이지만 또 다른 벽화를 보면서 동피랑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동쪽 벼랑’이라는 뜻의 동피랑은 통영시 중앙동 중앙시장(어시장) 뒤쪽 언덕에 있는 마을로 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동피랑 마을에 오르면 담벼락마다 그려진 여러 형태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원래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던 자리로, 통영시는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2007년 10월 통영의 여러 단체가 통영의 망루 동피랑의 재발견이라는 모토 아래서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린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미대생과 개인들이 찾아와 총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 마을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정확히는 1박 2일 이승기가 사진 찍고 난 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되자 통영시는 마침내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을 헐고 마을 철거방침을 철회하였다.
철거 대상이었던 동피랑 마을은 현재, 벽화로 인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통영의 새로운 명소로 변모하였고, 동피랑의 벽화는 수시로 다시 그려서 바뀌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동피랑은 벽화만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바라보는 강구항과 남망산, 해무와 함께 찾아오는 붉은 노을, 왁자지껄 들려오는 중앙시장 사람들의 살가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동피랑의 여러 모습
동피랑을 내려오니 통영의 여러 문화적 유산을 가진 곳으로 가는 이정표가 복잡하게 나타난다. 얼마나 토영이 문화가 번창하던 도시였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이정표다.
이정표
이정표를 따라 가면 먼저 도착하는 곳이 세병관이다. 내가 옛날에 와 본 세병관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십 년도 더 되는 전이었던 기억이다. 주변에 여러 건물도 들어서고 문화적 유산을 잘 꾸며 놓았다.
국보 제305호로 정면 9칸, 측면 5칸의 팔작지붕건물 통영시 문화동에 있는 세병관(洗兵館)은 조선시대의 객사 건물로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 건물이었으며 조선 선조 38년(1605)에 만들어졌다. 여수에 있는 진남관과 더불어 몇 안되게 남해 지방에 남아 있는 조선의 관아 건물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창건 후 3도(경상·전라·충청도) 수군을 총 지휘했던 곳으로 그 후 몇 차례의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아직도 멀리 남해를 바라보며 당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세병이란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따 온 말로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이며, <세병관(洗兵館)>이라 크게 써서 걸어 놓은 현판은 제137대 통제사인 서유대(徐有大)가 쓴 글씨이다
통영 세병관은 1963년에 세병관이라는 명칭으로 보물 제293호로 지정되었다가, 2002년 국보 제305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
세병관의 여러 모습
세병관을 나와 세병관 옆길을 따라 걸어가면 충렬사가 나온다. 통영시 명정동 213번지에 위치하고 있는 충렬사(忠烈祠)는 임진왜란 중 수군통제사로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충렬사는 1606년에 왕명에 의해 제7대 이운룡(李雲龍) 통제사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하여 창건하였고, 1663년(현종 4) 사액(賜額)되었다. 그 후에는 역대의 수군통제사들이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왔다.
충렬사 입구
충렬사입구에서 길을 따라 가려니 뜻밖에도 백석의 시비가 보인다. 통영에 백석의 시비가? 하고 의아했지만 백석과 통영의 인연을 생각하면 백석의 시비 하나쯤은 있어도 무방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백석을 더 추모해도 좋은 것이다.
백석 시비
윤이상의 학교가는 길
백석의 시비를 지나면 서피랑마을과 서피랑공원이 나타난다. 동피란이 전국적 유명세를 타자 서피랑의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서피랑을 개발하였다. 서피랑 공원은 통영의 명정동과 서호동의 접경 지역 중 서피랑 언덕을 새롭게 개발하여 만든 곳이다. 서피랑을 중심으로 하여 충렬사와 명정샘, 서문고개와 간창골, 세병관과 선창을 아우르는 일대는 박경리 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중심인 주요 무대로 서포루를 축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 일대는 통영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열린 공간이다.
시인 백석도 사랑하던 여인 ‘난’(박경련)을 찾아 서문고개와 충렬사, 명정샘, 서피랑 밑 변전소가 있었던 그 길을 부지런히 왔다 갔다 했던 곳이다.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충렬사 계단에 퍼질고 앉아서 시를 썼던 백석의 모습을 연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다. 서피랑 일대는 사랑을 토로한 시인 백석의 시적 창작 공간이었던 곳이다.
서피랑 정상의 서포루에 올라서면 강구안, 동피랑, 북포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피랑 공원은 2020년 11월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되어 공원 산책로, 99계단, 서포루 등 일몰 때부터 자정까지 빛을 내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서피랑 99계단은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라 더욱 소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초등학교 등굣길을 활용한 '윤이상 학교 가는 길'과 서피랑 내 가장 가파른 서호벼락당에 피아노 계단도 조성했다.
서피랑공원
서피랑 정상에는 서포루가 있다. 서포루는 통영성(統營城)의 여황산 능선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높이 솟구친 언덕빼기 서피랑에 있던 포루로, 일제가 강점기 때 훼손했던 것을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누각 1동(18㎡)과 53m의 성곽을 복원했다. 이 서포루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서피랑을 내려와서 통영의 시내를 걸으면 길바닥에 여러 학교의 교가 악보가 새겨져 있는 동판을 본다, 윤이상이 작곡한 학교의 교가인데 대부분은 또 유치황이 가사를 썼다. 여러 학교의 동판이 있었지만 통영의 대표적인 학교인 통영초등학교와 통영고등학교만 보여 드린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윤이상기념관이 나온다. 윤이상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기념관에 대해서만 소개한다. 1917년 9월 17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통영에서 서당과 보통학교를 마친 뒤 오사카 음악학교에서 2년 동안 수학하며 첼로와 작곡, 대위법 등을 배웠다.
통영시 도천동에 건립된 윤이상 기념관은 도천사거리에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윤이상(1917∼1995년)과 그의 음악을 테마로 한 기념공원으로 윤이상의 생가 옆에 조성되었고 윤이상 선생의 음악세계를 조명할 수 있는 기념전시관과 소공연장이 있다. 전시관에는 선생이 생전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남긴 유품이 있고 독일 정부로 받은 훈장과 괴테 메달을 비롯한 사무집기, 생전 연주하던 바이올린, 항상 품고 다녔던 소형태극기와 사진 500여 점이 전시되어있다.
죽을 때까지 꿈속에서도 그리던 고향 땅, 전신상은 마치 살아있는 듯이 자신을 찾아 공원을 방문한 이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생전에 윤이상은 항상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 나의 평생 작품을 써왔습니다. 구라파(유럽)에 체재하던 38년 동안 나는 한 번도 통영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가끔 파도가 칠 때도 파도소리는 나에겐 음악으로 들렸고,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겐 음악으로 들렸습니다.”라고 하였다.
윤이상기념관
윤이상기념관을 지나서 길을 가면 유명한 해저터널이 나온다. 예전에는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하는 주요 연결로였지만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관광객들만이 거닐고 있다. 아주 옛날 내가 처음으로 이곳을 지나갈 때는 차량이 통행을 하던 곳인데 이제는 차량통행은 금지하고 관광객들이 도보로 터널을 지나며 즐기고 있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재 제201호인 통영시 당동(堂洞)~미수2동(美修二洞)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은 1927년 5월에 시공하여 1932년 12월까지 5년 동안 걸린 대공사로 건립한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다. 길이 483m, 폭 5m, 높이 3.5m 규모로 통영운하를 파면서 만든 해저터널이며, 만조 기준으로 수심 13.5m 아래에 지어졌다. 통영반도와 미륵도(彌勒島) 사이는 ‘판데목’이라고 부르는 좁은 해협인데, 그 해협을 건너 미륵도로 가기 위해 메웠다가 다시 파내어 운하를 만들고 그 밑을 파내어 당시에는 동양 최초이고, 우리나라에서 오직 하나인 해저터널을 만들었다.
터널 입구에 한자로‘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고 쓰여 있는데‘용문을 거쳐 산양(山陽)에 통하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산양은 바로 미륵도이다.
연인과 함께 조용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해저터널을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어 보자. 시간에 제한 없고 경제에 부담이 없어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터널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에는 안성마춤이다.
해저터널의 여러 모습
해저터널을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길을 계속 가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바다가 통영운하이며. 그 위의 가로 지르며 놓인 다리가 충무교이다. 충무교와 통영운하는 통영시 당동과 미수동(진남초교 입구)에 연결되어 있다. 호수 같은 바닷물 위로는 배들이 다니고 그 바다 밑으로 뚫린 해저터널엔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바다위로 만들어진 육지(통영시내)와 섬 (미륵도)을 연결하는 다리(충무교)에 자동차가 다니는 통영운하는 하늘과 바다와 바다 속이 하나로 이어진 한국유일의 3중 교통로를 자랑하는 곳이다. 더욱이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배들이 오가는 통영운하의 주변 경관은 자연과 도시의 조화가 극치를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고 있다.
한산대첩 때에 이순신 장군에게 쫓긴 왜선들이 이 좁은 목으로 도망쳐 들어왔다가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헤치고 물길을 뚫어 도망쳤다 하여 이곳을 판데목[鑿梁]이라고 부르는데, 왜군들이 도망칠 때 아군의 공격으로 무수히 죽었으므로 송장목이라고도 한다. 운하와 함께 같은 시기에 충무해저터널도 개통되었다.
충무교와 통영운하
굴양식에 사용하는 조개 껍데기
통영의 평인일주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가는 길은 통영의 해안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바다라기보다는 잔잔한 호수와 같은 통영내해의 바다를 끼고 도는 평인일주로의 해넘이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평인일주로를 따라 가면 통영체육관과 잘 갖추어진 축구장이 보인다. 따뜻한 고장이기에 아마도 겨울에 훈련을 하러 오는 팀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평인일주로를 돌아 나가면 무전동해변공원이 나오며 여기에서 29 코스는 끝이 난다.
무전동 해변공원 카페
여기까지가 오늘의 걷기 코스다. 계속해서 숙박을 하고 걸으려고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와도 시간상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내 집이 편안한 것이다.
'鶴이 날아 갔던 곳들 > 발따라 길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파랑길 31 코스(통영원산리바다휴게소 - 남산공원 - 부포사거리) (0) | 2022.05.30 |
---|---|
남파랑길 30 코스(무전동해변공원 - 발암산 - 통영원산리바다휴게소) (0) | 2022.05.28 |
남파랑길 28 코스(통영신촌마을 - 남망산조각공원입구) (0) | 2022.05.22 |
남파랑길 27 코스(청마기념관 - 거제둔덕기성 - 장평리신촌마을) (0) | 2022.05.20 |
남파랑길 26 코스(거제파출소 - 대봉산 - 청마기념관) (0) | 202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