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남파랑길 23 코스(학동고개 - 가리산 - 망산 - 저구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남파랑길 23 코스는 학동고개에서 출발하여 가라산을 넘고 망산을 넘는 험난한 코스다. 힘들여서 가라산을 넘으면서 보는 거제 해안의 경치는 감탄할 만하지만 산을 넘는 길이 너무 어렵다. 가라산을 넘어 저구항으로 가는 내리막길도 그렇게 쉽지 않은 길로 실제 지도상의 거리는 9.5km지만 체감상은 20km의 길을 걸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래서 순서대로 걸으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겠다.

 

남파랑길 23 코스 지도

 

남파랑길 23 코스 안내판

 

 23 코스는 22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안내판 옆의 버스정류장이 있는 작은 오솔길로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처음의 시작점에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이 작은 산길을 올라간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비교적 높지 않은 가라산과 망산을 지나는  9.5km의 짧은 길이니 2-3시간만 걸으면 주파하리라 생각했다. 내가 비교적 산길을 잘 걷고 산을 올라 본 경험도 많기에 조금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리 말하면 큰 오산이었다. 거제도 가라산은 내가 올라 본 어느 산보다도 쉽지 않은 산이었다.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등은 비교적 걷기가 쉽게 산길이 나와 있는데 이 거제도의 가라산은 산길이 없는 곳이 여러 곳으로 그냥 암벽을 올라갔다가 돌아가는 길도 많았다.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산이니 주의하시기를 바란다.

 

23 코스 입구

 

가라산과 붙어 있는 노자산 안내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쉼터

 

가라산과 노자산이 갈리는 이정표

 

 거제의 최남단 해변에 위치한 가라산은 거제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주봉은 가래봉으로 그 높이는 585m이며, 노자산과 같은 준령에 있는데 학동마을 뒷산은 노자산이고 다대마을 뒷산은 가라산이다. 가라산이란 지명의 유래는 가야시대로, 금관가야의 국경이 북으로는 해인사 뒷산(가야산), 남으로 거제도의 남쪽 끝 산까지였는데, 남쪽의 가야산이 가라산으로 변음되었다는 말이 구전되고 있다. 산은 잡목으로 이어져 있으며 상당히 가파르고 정상은 바위산으로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으며 거제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 주변에는 거제 학동의 동백림 및 팔색조 번식지, 가배량성(지방기념물 110), 노자산성, 부춘리사지, 다대산성 등등의 많은 문화적 유적이 있다. 산길을 걸으면서 해안선이 가장 긴 한국 제2의 섬 거제도와 주변의 여러 섬과 남해 바다의 풍광을 굽어볼 수 있다. 심지어 부산 영도와 가덕도는 물론이고 날씨이 맑은 날은 쓰시마섬(對馬島)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가라산 주변에는 계룡산(鷄龍山:566m), 노자산(老子山: 565m), 앵산(鶯山:507m), 산방산(山芳山:507m), 선자산(扇子山:507m), 옥녀봉(玉女 峰:555m) 등 거제의 가장 높은 산들인 500m대의 비탈산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

 잡목 울창한 정상 못미처 봉화대와 기우단이 있고 견암봉(見岩峰) 밑에 신라시대의 견암사지가 있다. 하산하는 길에는 다대산성(多大山城)을 거치는 다대포구 쪽과 산정 밑 전망대바위에서 해금강 배타는 데로 가는 두 길이 있다.

 

산길에 달린 리본

 

멀리 보이는 거제 바다

 

섬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어진 산 봉우리들

 

산길에서 보는 거제 바다

 

 이 거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 해발 500m의 산은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다. 하지만 바닷가에 있는 산의 해발 500m는 육지 산의 해발 1,000m보다 더 높은 산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육지의 산은 대개가 출발점 자체가 상당한 높이에서 시작하는데 반하여 바닷가의 산들은 대개의 출발점이 바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에 바닷가의 산은 상당히 오르기가 어렵다. 특히 이 가라산은 오르막이 많을 뿐 아니라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고 돌 절벽을 돌아 나가고,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암벽 길을 지나야 하는 곳이 많아 상당히 힘이 드는 코스다. 그 어려운 길을 걸어 도달한 곳이 진마이재라는 곳으로 사방이 탁트여 사위를 둘러보는 경치가 장관이다.

 

진마이재 설명 안내판

 

 

  진마이재를 지나서 계속 조심해서  험한 산길을 오르막 내리막을 걸어간다. 오르막길이 어렵지만 이 가라산은 내리막길도 그렇게 쉬운 길이 아니다. 상당히 조심해서 길을 가야 한다.

 

오르막 내리막의 돌길

 

 

 드디어 가라산 정상에 도착했다. 가라산에 대한 설명과 봉수대가 보인다. 거제시 동부면과 남부면 경계, 즉 고현에서 남쪽 30리 지점의 가라산 정상에 있는 가라산봉수대(加羅山烽燧臺)는 조선시대 연기를 활용한 봉수대로 경상남도 기념물 제147호이다. 가라산봉수는 처음 봉화를 피우는 경상도 남해안의 중요한 봉수의 하나였으며, 세종실록』 「지리지, 경상도지리지, 경상도속찬지리지에 의하면, 거제현에는 봉화가 가라산에 한 곳 있는데, 현의 남쪽 해변에 있으며 서쪽으로 고성의 미륵산봉화와 연락한다고 하였다. 한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가라산봉수는 북쪽으로 거제의 계룡산봉수와 연락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체적인 평면 형태는 직사각형을 이루며, 봉수대는 둔각을 이룬 네모꼴이다. 봉수대 아래에 계단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아래에는 봉수대 부속 건물터가 있다. 조선시대 남해안의 봉수제도와 봉수대의 실태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가라산 봉수대와 봉수대에서 보는 거제 바다 풍경

 

 이 산길을 지나오면서 거제에 산다는 젊은 남자와 여자를 각각 만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들도 이 가라산이 만만한 산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여자는 자기도 걷기를 좋아해서 자주 걷는데 왜 남파랑길 23 코스를 해안이 아닌 산길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파랑길은 당연히 해안길이 우선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말하였다.

 

아래의 갈림길에서 만난 남자가 말하기를 약 50m 정도를 코스에서 벗어나면 전망대가 있다고 하여 그 전망대로 올라가니 거제 앞 바다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이런 것이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얻는 정보다.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산을 내려오는 오솔길

 

 정상에서 내려오는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다대산성이 나타난다. 남부면 다대리 산 89에 있는 다대산성(多大山城)은 해발 283m 산봉(山峰)에 위치하는 석축산성으로 20181025일 경상남도의 기념물 제295호로 지정되었다.

 다대산성이 위치하고 있는 일대는 통일신라기에 송변현(松邊縣)이 설치되었던 곳인 만큼 다대산성은 입지, 축성법, 출토유물 등을 감안해 볼 때 통일신라기에 있었던 송변현의 치소성으로 축조되어 유지되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거의 허물어진 성으로 보존을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대산성

 

다대산성 설명판

 

 다대산성을 내려와 저구항 쪽으로 길을 계속 해서 산을 내려오면 큰 길을 만난다. 이제 산은 다 지나온 것이다. 이 길을 따라 저구항으로 발을 옮겨 저구항에 도착하였다. 남부면 저구리에 있는 저구항은 거제도 남부의 최고봉 가라산의 줄기가 서쪽으로 뻗은 능선의 남쪽면 아래에서 서쪽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구항'에는 수국 동산이 있어 바다와 함께 수국을 보기 좋은 곳이다. 야생 수국이 아닌 동산으로 조성이 되어 잘 꾸며져 있으며, 항구의 남쪽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명사해수욕장이 있어 더 유명하다.

 본래 저구말방(猪仇)으로 왜구(倭寇)또는 어선(漁船)들이 풍랑을 피하여 드나들던 포구(浦口)로 도토구지, 도토지라 하였는데 여러 이름이 붙여졌다가 1983215남부면(南部面)이 설치되면서 저구리(猪仇里)로 법정 명칭이 정해졌다고 한다. 지금 주민들은 남포(南浦)마을로 이름을 바꾸기를 갈망하고 있다고 한다.

 

저구마을과 항

 

 저구항에 도착하여 23 코스는 끝이 난다. 저구항에는 6얼말부텨 수국이 아름답게 핀다. 지난해에 이 저구항에서 수국을 즐기던 생각도 나고, 또 매물도를 가는 유람선터미널을 보고 매물도도 생각이 났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대포항에서는 장사도를 가는 유람선이 있다. 한 번 쯤은 모두 가볼만한 곳이다. 저구항에서는 교통편이 편리하지가 않다. 고현으로 가는 버스가 거의 두 시간에 하나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내가 도착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버스 편을 물으니 금방 갔다고 하면서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택시를  이야기하니 주민들이 친절하게 택시를 불러 주었다. 택시를 타고 고현으로 나가서 오늘의 하루를 끝낸다.

 

 내가 부산의 갈맷길과 해파랑길 등을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길을 걸었는데 이 남파랑길 23 코스는 자연을 즐기기보다는 안전에 더 유의해서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코리아둘레길을 만든 목적은 걷기여행을 통하여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을 즐기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렇게 어려운 길을 왜 코스로 선정하였는지가 의문이었다. 걷기 길은 무엇보다고 여행자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해파랑길에서 느끼던 편리함이 조금 부족하지 아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