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해파랑길 19코스(화진해수욕장 - 강구항)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해파랑길 19코스는 화진해수욕장을 출발하여 장사해수욕장과 삼사해상공원을 거쳐 강구항까지 가는 15.8km의 비교적 짧고 평이한 코스이며, 여기서부터 영덕구간이 시작되는 코스다.

 

영덕 구간 지도

 

 저번에 화진에 도착하여 화진부터를 다음 날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한여름이 되어 너무나 덥고 또 장마 비가 계속 와서 걷기를 당분간 멈추었다. 그러다가 이제 날로 신선해지고 다른 일정도 좀 정리가 되어 다시 걷기를 계속하기로 하고 집을 떠나 걸음을 재촉한다. 

 

화진해수욕장의 출발점 부근

 

 그런데 19코스 출발점의 화진해수욕장의 스탬프를 찍는 곳에서 스탬프를 찍으니 찍히지 않는다.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잉크가 없어 찍히지 않으니 어절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좀 세심하게 관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인증대에서 스탬프를 찍지 못하면 언제 다시 와서 인증을 받을 수도 없는데 좀은 아쉬웠다.

 

 화진해수욕장 (華津海水浴場)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7번 국도를 타고 포항에서 영덕 방면으로 20km 지점에 있다. 작지만 나무가 많고 바닷물이 깨끗하며 냇물이 두 곳에서 바다로 흘러내려 담수 욕도 할 수 있다. 주변에 보경사 일대의 계곡과 12폭포, 보경사부도(보물 430), 보경사원진국사비(보물 252) 등이 있다.

 

화진해수욕장 전경

 

 

 이 날은 제법 바람이 불어 동해의 물결이 제법 거세게 해안으로 몰려오는 날이었다. 동해의 하얀 포말이 걸어가는 도중에 해안으로 밀려와 해안의 암초를 때리는 풍경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 길은 영덕 불루로드와 겹쳐 있으므로 이 표시를 보고 따라 걸어도 대부분은 걸을 수 있다.

영덕 불루로드 표시

 

해안가 바위 위의 갈매기

 

 한참을 걸어 장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장사해수욕장 (長沙海水浴場)은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7번 국도변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모래의 알이 굵고 몸에 붙지 않아 맨발로 걷거나 찜질을 하면 심장과 순환기 계통 질환에 아주 좋고,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경온천이 5분 거리에 있으며, 일출이 전국에서 최고인 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경사가 완만하며 백사장에 울창한 송림이 있어 가족 피서지로 적합하다. 인근의 위령탑은 6.25사변당시 장사상륙작전지로 역사의 발자취가 완연하여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알려져 있다.(영덕군 홈페이지에서)

 

 이곳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한국전쟁 당시에 장사상륙작전이 있었던 곳으로, 예전에 본 2019년 김명민이 주연한 영화 〈장사리 : 잊힌 영웅들〉이 그들의 이야기다.

 

 장사상륙작전(長沙上陸作戰) 또는 장사동상륙작전(長沙洞上陸作戰)1950915일부터 928일까지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 벌어진 상륙작전으로 작전명 174, 174 고지라고도 한다. 장사상륙작전은 1950914, 인천 상륙작전에 하루 앞서 펼친 양동작전이다. 북한군의 주의를 영덕으로 분산해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당시 작전은 학도 의용군이 주축인 육군본부 직할 제1유격대대(이하 명부대) 772명이 맡았다. 태풍 케지아의 악천후 속에 문산호가 좌초하는 위기를 겪으며 상륙해, 엿새 동안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당했다. 2019년 김명민이 주연한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 그들의 이야기다.

 장사상륙작전은 오랜 기간 기밀에 부쳐져 있다가 1997년 수색 작업에 나선 해병대가 장사 앞바다에서 2700t급 전차상륙함(LST) 문산호와 유해들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장사상륙작전이 벌어지고 47년이 지나 장사상륙작전참전유격동지회의 염원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06, 장사 앞바다에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관이 개관했다. 문산호 외관을 재현한 전시관으로, 장사상륙작전을 기념하고 참전 용사를 기린다.

 

현재 장사리 해안에는 당시 학도병들을 기리기 위한 전승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모래사장 위에는 학도병들의 상륙 모습을 담은 조형물이 있다. 10인의 학도병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바다에서 육지로 돌진하는 실감 나는 모습이다. 공원 중앙에는 솔숲을 배경으로 장사상륙작전 전몰 용사 위령탑이 있다. 위령탑 뒤편엔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학도병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장사리 해변의 여러 모습들

 

장사해수욕장 주변

 

동해안의 풍경

 

 길을 계속 걷다가 비를 만났다. 제법 많이 오는 비라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어느 집 추녀 밑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그 집의 개가 웬 나그네인가 하면서 계속 짖고 있었다, 앙증맞아 사진을 찍었다. 제법 지나 비가 그친 것 같아 가늘게 오는 비를 맞으며 길을 재촉했다.

 

동해안 풍경

 

남호해수욕장의 갈매기들

 

삼사리 표시

 

삼사해상산책로에서 보는 풍경

 

 어느 새 삼사해상공원에 도착했다. 삼사해상공원 (三思海上公園)은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에 강구항을 한눈에 담는 언덕에 있는 해상공원으로 1988년부터 개발된 종합 유원지이다. 9m 높이의 인공폭포를 비롯하여 20m/t급의 천연 공작매화석, 기둥분수와 연못, 이북 5도민의 망향을 달래기 위해 1995년에 세운 망향탑,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높이 420, 지름 250, 무게 약 29t의 경북대종 등이 있다.

 

삼사해상공원입구

 

삼사해상공원 일대

 

강구항 풍경

 

 드디어 이 코스의 긑 강구항에 도착했다. 강구는 수 차례 왔던 곳으로 많은 기억이 있기도 하는 곳이다.

 

 오랜만에 길을 걸어서인지 제법 피로하기도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였다. 걷기를 좋아하여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는 나인데 여름 한 달 반을 걷지를 못하고 집에 있었으니 얼마나 좀이 쑤시었는지.....

 이제부터 계속 걷기로 생각하고 오늘 출발하여 내일도 걸어야 하기에 좀 이르기는 하지만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