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부산 갈맷길 6코스 3구간(구포역 ~ 금정산성 동문)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지난 여름은 장마도 길었고 무더위도 지속되었다. 그래서 잠시 걷기를 멈추고 시원해지기를 기다렸는데 개인적으로 일이 많이 생겨 오랫 동안 걷기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다시 갈맷길 나머지 구간을 걷기로 하였다.

 

 갈맷길 6코스 3구간은 구포역에서 출발하여 동래산성 동문까지다. 낙동강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화명생태공원 갈은 평지를 따라 걷는 길이기에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어느 계절에 걸어도 낙동강 주변에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가 오른편으로 산을 향해 발길을 돌리면 계곡 물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대천천에 이르게 된다. 대천천에 있는 애기소는 아낙네가 주위의 경치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아이가 익사한 것도 몰랐다고 하여 '애기소'라 불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소풍을 즐겨 오던 곳이다. 조금 더 산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부산화명수목원을 만난다. 화명수목원에서 여러 꽃들을 보며 눈을 즐겁게 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산성인 금정산성 서문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복원이 끝나 깨끗한 모습을 보이는 서문은 '해월문(海月門)'이라고도 한다. 서문을 지나 산성마을을 통과하여 길을 걷다보면  '관해문(關海門)'이라고 불리는 동문을 만난다. 옛날 대학을 다닐 때는 이 동뭉을 통과하여 산성마을로 가곤 했는데 지금은 버스를 타고 산성마을으로 간다.

 

구포역앞 전경

 

 

 화명생태공원은 낙동강 왼쪽 구포 제2낙동강대교에서 금곡 대동화명대교까지의 둔치지역으로 낙동강하구 둔치 중 면적은 가장 작다. 화명 신도시와 인접하고 있어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아 야구장, 축구장을 비롯하여 테니스장, 농구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체육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하단부에는 연꽃습지, 수생식물원과 산책로가 갖추어져 휴식과 자연체험을 하기에 좋으며 수상레포츠타운, 야외수영장, 화명선착장 등이 갖추어져 있어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낙동강 포구 풍경

 

 

소풍 온 꼬마들의 모습

 

멀리 보이는 화명대교

 

 

 화명생태공원의 평지 길을 걸으면서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하며 금정산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니 시가지 하천이 나타난다. 금정산의 파리봉과 대륙봉 중간 지점의 계곡에서 발원해 금정산성 부근에서 흘러내려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을 흐르는 큰 하천이라는 의미의 대천천은 남쪽으로 흘러 북구 구민 운동장을 지나 낙동강에 유입한다. 대천천의 상류는 화강암 풍화층이 덮인 지역을 깊이 침식하며 흘러 급경사 협곡이 발달해 있다. 중류에는 폭포가 떨어지면서 생긴 비고 4m의 폭포인 애기소()라는 움푹 파인 큰 물웅덩이와 아름다운 계곡이 있어 여름철에 관광객과 부산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대천천 주변 길을 따라 금정산쪽으로 올라가면 먼저 만나는 곳이 화명수목원이다. 다른 시도에는 수목원이 있어 구경을 가곤 했지만 부산에는 수목원이 없어 많이 아쉬웠는데..... 화명수목원은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2동 금정산자락에 위치한 공립수목원으로 2011년에 임시개장하여 2013년에 공립수목원으로 등록된 최근의 수목원이다. 처음 개장할 때부터 몇 번을 와 보았는데 오래된 수목원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비교적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좋아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다. 부산지하철 2호선 화명역 6번출구에서 마을버스 금정 1번을 타고 화명수목원에서 내리면 된다.

 

화명수목원 표지석

 

가을이 짙어 가는 수목원 모습

 

 수목원에서 조금 올라가면 먼저 마주치는 성문이 '해월문(海月門)'이라고도 불리는 금정산성 서문이다. 다른 문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문이지만 잘 복원되어 있다. 금정산성(釜山金井山城) 서쪽에 있는 조선 후기의 성문으로 낙동강에서 북구 화명동의 대천천을 따라 올라가면 산성 마을이 나오는데, 금정산성 서문은 산성 마을 입구의 북쪽 구릉지 해발 230m에 위치한다.

 일제강점기에는 방치되어 금정산성 육축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 1973년에 현재 모습으로 복원 정비하였다.

 

금정산성 서문의 여러 모습

 

 서문을 통과하여 길을 따라 올라가면 유명한 산성마을을 만난다. 지금은 많이 발전하여 현대화된 건물이 들어서 먹거리촌을 형성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옛날의 그 정취가 더 그리워진다.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수시로 올라오곤 했던 곳이 바로 이 산성마을이니......

 

 

 산성마을에 와서 막걸리도 한잔하지 않고 길을 계속 재촉한다. 오늘 걸어야 하는 목표치가 있기에 산성막걸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동문쪽으로 발을 돌린다.

 

동문쪽 가는 길에서

 

 드디어 '관해문(關海門)'이라고 불리는 동문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수시로 왔던 동문도 다시 보니 새롭다. 과거의 추억을 살리며 동문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금정산성 동문(金井山城東門)은 금정산성 동쪽 고개 해발 415m의 높은 곳에 위치하며 전망이 아주 뛰어나며, 홍예문식으로 정면 3, 측면 2칸의 팔각지붕의 단층 문루이다..

 금정산성 동문은 1703(숙종 29) 금정산성을 축조하면서 함께 설치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금정산성 동문이 허물어져 육축(陸築:성문을 축조하기 위하여 무사석 등 큰 돌로 축조한 성벽) 일부만 남아 있었는데, 197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웅장한 옛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래 방면에서 금정산성으로 출입하는 성문으로서 관문의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비교적 큰 돌을 사용하여 견고하게 축조되어 있다.

 

비교적 성곽이 잘 복원되어 있는 동문 주변의 풍경

 

 임랑에서 출발하여 부산의 바닷가를 쭉 일주하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걸으며 이제 금정산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가을 빛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계절이다. 한 여름에는 주로 바닷가 길을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즐겼는데, 이제 가을에는 산을 걸으며 아름다운 단풍을 즐기니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사는 부산도 아름다운 곳이 매우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 갈맷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