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성밖숲 - 왕버들과 맥문동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어 부산 갈맷길을 걷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중단을 하였다. 그리고 여름이면 꼭 가 보아야겠다고 항상 생각만 하였던 성주 성밖숲의 왕버들과 맥문동을 보러 가기로 했다.
장마가 지난 뒤의 여름 날씨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며 이마를 계속 훔쳐야만 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성밖숲을 가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참고로 이동 경로를 이야기하면 내가 부산에 살기에 구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왜관역에 하차하여 한 700m 정도를 걸어 왜관 복부터미널에서 성주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성주터미널에 내려 한 500m 정도를 걸어 이천변 성밖숲에 도착하였다. 왜관에서 성주가는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니 이점만 고려하면 별로 어려움은 없다.
참고로 왜관 북부터미널에서 성주가는 버스 시간표를 사진으로 알려 드린다.
성밖숲은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성(星州邑城) 밖에 조성된 왕버들숲으로 성주읍의 서쪽으로 흐르는 하천인 이천변에 조성된 마을숲이다.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이 숲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왕버들 59주가 심어져 있고, 이 숲에는 가장 높은 나무는 14m에 이르고 있다.
성밖숲은 거대한 왕버들로 이루어진 단순림으로 마을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과 토착적인 정신문화의 생활터이다. 전통적 마을 비보림(裨補林)으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된 수해방비림으로 수령이 약 300~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나무가 4-5월이면 연두빛으로 물들이고, 8월이면 야생화 맥문동이 왕버들 아래에서 보랏빛으로 장관을 이루는 등 유수한 생태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성밖숲에 대한 기록은 성주의 옛 읍지인 경산지(京山志) 및 성산지(星山志) 등에 수록되어 있다. 구전에 의하면 조선 중기 성밖마을에서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는 일이 빈번하였는데, 한 지관이 말하기를 "마을에 있는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앙이 발생하니, 재앙을 막기 위해 두 바위의 중간지점인 이곳에 밤나무 숲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하여 숲을 조성했더니 우환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후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밤나무를 베어 내고 왕버들로 다시 조성하였다고 한다.
성밖숲의 전경
왜관북부 버스 시간표
성주에서 버스를 내려 성밖숲으로 가는데 한 60정도 되어 보이며 격에 맞지 않는 큰 카메라를 든 남자가 길거리의 아낙에게 맥문동이 어디냐고 길을 묻는다. 내가 짐작하니 내가 가는 곳을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에게 성밖숲이라고 이야기해 주자 맥문동이라면 알 것이라 물었다 한다. 지명이 아니라 꽃이름을 물어 어떻게 할는지????? 아마 어디에서 맥문동이 좋다는 말을 듣고 격에 맞지 않는 카메라를 과시용으로 들고 온 것이라.....
여름 뙤약볕아래 길을 걸어 성밖숲에 도착했다.
백년설 노래비
국채보상운동 기념비
성밖숲 주변의 배롱나무
성밖숲의 원 주인은 왕버들이다. 왕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갈잎 큰키나무이다. 원산지는 한국이며 일본, 대만, 중국에도 서식한다. 호숫가나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며 높이는 약 20m, 지름 1m로 자라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새로 나올 때 붉은빛이 돌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우리나라 여러 곳에 왕버들을 볼 수 있으나 주왕산 주산지와 함평 자연생태공원 호수에 서식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물 속에서도 썩지 않고 살 수 있다. 줄기가 굵고 몸집이 커서 마을의 정자나무로 많이 심었다.
이곳에서도 큰 키의 왕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왕버들나무 아래의 그늘진 곳에는 맥문동(Broadleaf Liriope, 麥門冬)이 많이 피어 있었다. 맥문동은 산기슭이나 숲 속 그늘에서 자라는 늘푸른여러해살이풀로,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맥문동(麥門冬)이라는 명칭은 뿌리에 겉보리 낱알같이 생긴 덩이뿌리가 매달려 있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덩이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이는 마른기침과 만성기관지염, 입안 건조, 배뇨장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문동은 한겨울에도 잎이 누렇게 시들지 않아 ‘겨우살이풀’이라고 불리며,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아파트나 빌딩의 그늘진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다.
한국·일본·중국·타이완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폭넓게 분포하며 보랏빛의 꽃은 7∼8월에 피어 사람의 눈길을 끌며 가을이 되면 까만색을 띤 동그란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왕버들과 맥문동
성밖숲 이천
성밖숲 왕버들과 맥문동
성밖숲공원의 크게 자란 왕버들과 그 아래에 보라색의 자태를 자랑하는 맥문동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또 곳곳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해 놓은 것도 좋은 점이다. 하지만 관광객을 끌기에는 좀 더 관리에 신경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바람일까? 맥문동이 피는 한여름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구경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한가로이 앉아서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그늘막같은 것도 찾기가 어려웠다. 성주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지방 사람들을 끌기 위해서는 이런 면에 좀더 신경을 기울여 조성해 주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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