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 이름마저 맑고 깨끗한 정원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소쇄(瀟灑)란 맑을 소, 물 뿌릴 쇄로,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말이다.
전남 담양에 위치한 소쇄원(瀟灑園)은 한국의 민간정원 중에서 최고라는 칭송을
5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간 오늘까지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1530년경에 소쇄옹 양산보(梁山甫)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사망하자 이에 충격을 받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조영한 별서 원림이다. 별서란 선비들이 세속을 떠나 자연에 귀의하여 은거생활을 하기 위한 곳으로, 주된 일상을 위한 저택에서 떨어져 산수가 빼어난 장소에 지어진 별저(別邸)를 지칭하는 말이고, 원림은 교외에서 동산과 숲의 자연스런 상태를 그대로 조경대상으로 삼아 적절한 위치에 인공적인 조경을 삼가면서 더불어 집과 정자를 배치한 것이다.
이곳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각 건물을 지어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 정원이다. 제월당(霽月堂)과 광풍각(光風閣), 오곡문(五曲門), 애양단(愛陽壇), 고암정사(鼓巖精舍) 등 10여 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여름 저녁 무렵에 소쇄원을 찾았다. 시원한 대나무 숲을 지나 물이 흐르는 계곡 사이를 거닐며 땀을 식히고 정자에 앉아 그저 망연하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같은 계곡에 정자를 짖고 자연을 벗삼아 세월을 보낸 양산보는 이 곳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버렸을까?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모든 것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보지만 필부에 지나지 않는 나는 그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뿐이다. 내가 의미를 부여한들 무슨 소득이 있을까? 그저 즐길 뿐이다.
소쇄원의 대표적인 정자 제월당
소쇄원 입구 안내도
소쇄원을 들어가면 맞이하는 대나무 숲
멀리 보이는 광풍각과 그 뒤에 보이는 제월당의 모습
소쇄원을 흐르는 냇물
겨울에도 햇빛이 잘 든다고 붙여진 애양단
오곡문 : 소쇄원을 가로지르는 담벽 - 하지만 어디까지가 정원이고 어디가 정원이 아닌가?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瀟灑處士梁公之廬(소쇄처사양공지려)’라는 김인후의 글씨가 새겨진 나무판. ‘廬(려)’가 ‘작은 오두막집’을 의미하므로 이는 ‘처사 소쇄공 양산보의 조촐한 오두막집’이라는 의미가 된다.
제월당의 모습
제월당에서 바라보는 소쇄원의 정경
제월당 현판
제월당의 여러 모습
광풍각의 모습
광풍각과 제월당의 모습
소쇄원에서 오수를 즐기는 개 소쇄원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상쾌해지는 곳이다. ‘기운을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을 지닌 ‘소쇄’라는 단어를 가슴으로 느끼며 소쇄원을 완보하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였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세상의 명리와 욕심을 다 잊고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구하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세상을 어느 정도 살고 현직을 떠나니 모든 것이 다 부질없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무언가 일을 하는 그 순간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살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든지 내가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든지는 모두 다 부질없는 것이다. 모두가 떠나면 그만이다. 이 조그마한 사실을 깨닫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안타깝다.
아름다운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산 양산보의 삶이 너무나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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