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평화의 길 12 코스(숭의전지 - 연천당포성 - 동이리주상절리 - 임진교 - 군남홍수조절지)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평화의 길 12코스는 숭의전지 입구에서 숭의전으로 올라가서 뒷산을 넘어 임진강가로 내려가 아름다운 임진강 주상절리를 눈으로 즐기며 강가를 걸어 임진교를 지나서 군남홍수조절지까지 가는 16.2km의 길이다. 이 길에서는 임진강 주상절리를 보는 것만 해도 걸을 가치가 있는 코스다.

 

 12코스의 시작점에서 숭의전으로 올라가려니 왼쪽에 '어수정'이라는 샘이 있다. 어수정은 고려 시대 왕과 신하들을 모시고 제향을 지내던 숭의전을 오르는 입구에 있는 우물로 고려 시대 태조인 왕건이 직접 마셨다는 샘이라 이름을 어수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왕건이 궁예의 신하로 있었을 때 현재의 개성과 철원을 왕래하였는데, 어수정이 소재한 곳이 바로 그 중간지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건이 어수정에 이르러 쉬면서 물을 마셨다고 전한다. 현재는 샘물의 물을 마시며 고려 왕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물이다.

 숭의전을 오르는 입구에 있는 어수정은 물맛 좋기로 소문이 나 있어서 인근에서 많은 사람이 물을 받으러 온다고 한다. 나도 이 샘물을 한 바가지 떠서 마시고 길을 따라 숭의전으로 간다.

 

'어수정' 우물과 설명판

 

숭의전 입구

 

 연천 숭의전지(漣川 崇義殿址)는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를 비롯한 네 명의 왕과 고려조의 충신 16인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숭의전이 있던 자리이다.

 이곳은 원래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원찰이었던 앙암사(仰巖寺)가 있었던 곳으로, 구전에 의하면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자 고려왕조의 종묘사직을 없앨 생각으로 고려왕의 위패를 배에 실어 강물에 띄웠더니, 배는 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안하(岸下)에서 움직이지 않으므로 왕씨 자손이 남몰래 위패를 거두어 이곳에 묘를 짓고 이를 봉하였다고 전한다. 후일 이 사실을 안 이성계는 태조 6(1397)에 연천군 미산면에 고려 태조 왕건의 묘전(廟殿)을 세웠고, 정종(定宗) 원년(1399)에는 태조 외에 고려의 혜종, 정종, 광종, 경종, 성종, 목종, 현종의 7왕을 제사 지냈으며, 세종 5(1423), 문종 2(1452)에 중건했다. 이후에 역대 군왕이 수리하고 왕건 태조를 봉사하였고, 5대 문종(文宗) 때는 전조(前朝)를 예수하여 숭의전이라 이름하고, 고려조 4왕인 태조, 현종, 문종, 원종의 4왕의 위패를 모시고 이화 함께 고려조의 충신 정몽주 선생 외 열다섯 분의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이 숭의전의 관리도 고려 왕족의 후손에 맡겼는데, 이것은 조선왕조가 고려 유민을 무마하여 왕족의 불평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방도였다. 아울러 선조(宣祖) 때는 여조왕씨(麗朝王氏) 후예로 참봉(參奉)을 제수(除授)하여 전각의 수호와 향사를 보게 하였다.

 

숭의전의 여러 모습

 

평화의 길 12코스 안내판

 

 숭의전을 구경하고 잠시 쉬다가 숭의전 뒤의 산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평화누리길 11코스라는 입구가 서있다. 경기도에 있는 평화의 길은 대개가 평화누리길과 경기도둘레길과 중첩되어 있어 표지는 숱하게 많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평화누리길 11코스 표시

 

 산길을 조금 가니 아래의 사진에서 보는 것같이 '잠두봉과 썩은소의 전설'이라는 설명판이 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이 눈에 들어왔다.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

 

초대 숭의전사를 지낸 '왕순례'의 묘

 

 숭의전 뒷산을 내려와 길을 조금 가면 임진강주상절리로 가는 길과 당포성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당포성을 구경하고 싶었으나 내가 가야 할 길을 임진강주상절리쪽 길이다.

 

 여기서 당포성을 가지는 않았지만 간단히 소개하면 당포성(堂浦城)은 당포나루로 흘러 들어오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형성된 약 13m 높이의 삼각형 절벽 위 대지의 동쪽 입구를 가로막아 쌓은 성곽이다. 임진강·한탄강 북안에서만 발견되는 강안 평지성(江岸平地城)으로 입지조건과 평면 형태는 호로고루 및 은대리성과 매우 유사하다.

 임진강의 당개나루터 부근에서 합류하는 지천과 임진강으로 인하여 형성된 약 13m 높이의 긴 삼각형 단애(斷崖) 위에 축성되어 있으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직 단애를 이루지 않은 동쪽에만 석축성벽을 쌓아 막았다. 전체 둘레는 450m 정도로 호로고루보다 약간 큰 규모이다. 당포성의 출토유물은 선조문과 격자문이 타날된 회색의 신라기와와 경질토기편이 주류를 이루지만 고구려 토기편과 기와편도 확인된다. 고구려 기와편은 대부분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문양이 확인되는 호로고루와 달리 승문(繩文)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임진강주상절리 가는 길로 발을 돌려 조금 가니 전혀 알지 못했던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United Nations (UN) Forces Cremation Facility, Yeoncheon)1952년 건립하여 휴전 직후까지도 사용한 화장 시설로, 전쟁 후에 폐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건물의 벽과 지붕이 훼손되었으나 가장 중요한 화장장 굴뚝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변의 돌을 이용하여 막돌 허튼층쌓기로 만들었다. 한국전쟁 유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유엔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시설로 가치가 있다. 자신의 조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 땅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이 육신마저도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화장을 한 곳이다. 2008101일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408호로 지정되었으나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유적지를 가꾸고 알려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연천 유엔군 화장시설

 

멀리 보이는 동이대교

 

 유엔군 화장시설지를 지나 조금 가면 오른쪽으로 동이대교가 보이고 곧 임진강주상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임진강주상절리는 평화의 길이 지나는 구간에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부터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은 강가에 아름다운 수직의 주상절리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발달해 있는 국내에서도 유일한 곳이다. 가을이면 돌단풍과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임진적벽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지만 내가 지나가는 날에는 아직 푸르름만 가득하여 또 다르게 눈을 상쾌하게 하였다.

이곳은 과거에는 개성의 유명한 경치 8곳을 일컫는 송도팔경에 속하는 장단석벽이라 하여 그 경치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임진강주상절리의 여러 모습

 

임진교

 

 드디어 오늘 걷기를 마칠 임진교를 건너 군남면으로 들어섰다. 종착지인 군남홍수조절지에는 숙박할 곳이 없어 사전 조사를 통해 여기서 하루를 머물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숙박업소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잠시 당황하다가 인터넷을 찾아 서핑을 해 보니 임진교 건너 왕징면에는 펜션이 여러 개 있어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필요한 것을 조금 사서 들어가기로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물으니 숙박을 하려면 전곡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네이버 길찾기를 캐고 길을 찾아 나섰는데 도저히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시한 대로 가면 길이 없고 방향도 틀렸다. 어쩔 수 없이 파출소로 들어가 도움을 청하니 근무하는 분들이 친절하게도 날이 어두워 찾기가 힘들 것이라면서 차를 태워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인사를 하였지만 이 글을 통해 다시 감사를 드린다.

 

숙소에서 보는 아침 해돋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하여 다시 임진교를 지나 군남홍수조절지를 임진강을 따라 걸었다.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임진강(臨津江)함경남도 덕원군 두류산에서 시작하여 남서 방향으로 254km를 흘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서 한강과 합류하는데, 연천군으로 들어서는 곳은 북한지역인 중면 여척리로 중면 횡산리와 왕징면 강내리에서 태극 모양을 그리며 멋지게 굽어 흘러 군남면 남계리의 도감포에 이르러서 한탄강과 합류한다.

 임진강의 명칭은 파주군 파평면 율곡리의 임진나루'에서 기원하며 경기도와 강원도의 여러 곳을 걸쳐 흐르기 때문에 부분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진강의 안쪽은 수직절벽으로 형성되어 징파나루, 고랑포나루, 임진나루 등의 몇몇 나루를 제외하고는 건너기 어렵다.

 임진강은 남북을 이어 흐르기 때문에 분단의 아픔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데, 강 주변에 형성된 많은 문화유적지,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군남홍수조절지(군남댐)

 

 

 

 흔히 여름철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 뉴스에서 자주 보는 휴전선에서 불과 6떨어진 접경 지역에 위치한 군남홍수조절지 또는 군남댐으로 불리는 이곳은 한탄강 합류점 약 12km 상류의 임진강 본류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설된 홍수조절 전용 단일목적댐이다. 군남홍수조절지는 댐 유역의 97%가 북한 땅으로, 임진강 본류의 홍수조절 능력 확보 및 북측 황강댐에 의한 불규칙한 물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200610월 착공되어 2010630일 완공되었다.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댐 규모는 높이 26m, 길이 658m, 총저수량 7,160t이다.

 

 이곳에 도착하여 댐을 돌아 올라가면 12코스는 끝이 난다. 이곳에서 잠시 쉬다가 다음 코스로 발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