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의 오딧세이(Odyssey)

서해랑길 94코스(남동체육관입구 - 오봉산 - 논현포대근린공원 - 선학역 3번출입구)

鶴이 날아 갔던 곳들/발따라 길따라

 서해랑길 94코스는 남동체육관입구에서 출발하여 높지 않은 오봉산을 넘어서 논현포대근린공원을 통과한다. 공원을 지나 조금 가면 대한상공회의소인력개발원이 나오고 시내를 걸어 선학역 3번 출입구에서 끝이 나는 12.5km의 비교적 짧은 길이다.

 

94코스 안내판

 

 아침에 일어나 출발을 하려고 하니 기온이 많이 떨어졌고 눈이 오기 시작한다. 많이 오지는 않고 조금씩 내리기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남동체육관입구로 이동하여 길을 걷기 시작한다.

 

 남동체육관입구에 가니 제법 눈이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올 겨울 들어 처음 보는 눈이라 반갑게 맞이하며 장수천 가를 걸어가니 제법 눈이 덮인 하천가의 풍경이 아름답다.

 

장수천 가의 풍경

 

 장수천 가를 따라 걷다가 마을로 발길을 돌리니 오봉산 입구라는 푯말이 보인다. 전형적인 마을 뒷산인 오봉산은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높이는 106m 정도인  나지막한 산으로,마을 주민들을 위한 시설과 등산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오봉산 안내판

 

  오봉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눈발이 제법 세차지기 시작하며 눈이 쌓여 길이 제법 미끄러워 가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눈이 오리라 생각도 하지 않아서 눈에 대한 대비가 없이 길을 떠난 것이라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어제 스틱을 잃어버리고 저녁에 홈플러스에서 스틱을 새로 구입한 것이다, 어제 저녁에 무엇인가 스틱을 꼭 구입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서 준비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된 것이다. 스틱마자도 없었다면 굉장히 고생을 할 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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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정상에서의 풍경

 

 오봉산 정상에서 잠시 쉬면서 설경을 구경하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니 마을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제법 산에 보였다. 아마 눈도 오고 하니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눈은 펑펑 내려 시야를 가려 길을 가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큰 산이면 등산로가 있어 눈이 제법 와도 길 표시가 잘 되어 있으나 이곳은 마을 뒷산이라 금방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표시 리본을 찾아가며 길을 따라 걸어 산을 내려오니 평소보다 배나 시간이 걸렸다.

 

눈이 쌓인 오봉산

 

눈으로 덮인 시내

 

 눈으로 덮인 산길을 즐기며 시가지로 내려오니 장난이 아니게 눈이 오고 있다. 눈오는 시내 길을 걸어 조금 가니 '논현포대근린공원'이 나타난다. 논현포대근린공원은 인천의 문화재 중 하나인 논현포대가 존재하는 역사적 공간의 상징을 지닌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의 근린공원이다. 명칭은 논현포대(論峴砲臺)에서 유래되었는데 이곳은 1879년에 건립된 조선군 포대의 장소였다. 조선시대 인천 연안은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많은 포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논현포대만 남아 근린공원 남측으로 오면 실제 포대가 있는 장소를 볼 수 있다. 논현포대는 역사적으로는 장도포대와 함께 인천광역시와 부평 연안의 군사방어시설이었다.

 논현동이 일대 개발과 동시에 내륙화된 지역의 역사적 가치는 살리고, 위치와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자리였던 만큼 구민과 시민의 공원 역할로서 현재는 자리하고 있다.

 

논현포대근린공원

 

옛 송기철교 안내판

 

 

 눈을 맞으며 눈으로 덮인 하천가를 따라 걸어가니 언덕위로 올라가게 한다. 자그마한 둔덕 위를 올라가니 거대한 기와집이 보여 팻말을 보니 '인천이씨대종회'라고 되어 있다. 그 기와집을 옆에 두고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아가면서 보는 눈 덮인 풍경은 그만이다. 내가 사는 부산은 일 년에 한 번도 눈이 오지 않는 곳이니 눈을 보면 참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인천이씨대종회 건물

 

눈으로 덮인 풍경

 

 눈을 맞으며 눈 덮인 길을 계속 걸어 시내로 들어가도 엄청나게 눈이 와서 길을 가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번잡한 시내도 흰눈으로 덮여서 모두가 하얀왕국이 되어 있다. 길을 계속하여 종점인 선학역에 도착하여 지하로 내려가니 빵냄새가 너무 코를 자극하였다. 보니 역 구내에 빵을 굽고 있는 집이 있었다. 너무 먹음직하여 빵을 구입하여 역의 의자에 앉아 먹고 이번 여정을 이곳에서 마치기로 하였다. 기상을 보니 눈이 그칠 줄을 모르는 것 같고 또 다음 코스가 산을 넘어야 하기에 중단하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결론만 말하면 이 판단은 너무 잘한 판단이었다. 이날의 눈은 오후에 폭설이 되어 서울과 수도권에 11월 들어 온 눈으로는 최고라고 뉴스에 계속 나오고 있었고, 밤까지도 눈이 와서 엄청 어려움을 겪은 날이었다.